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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얼 15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진경숙
- 행복한 봄 -
주말에 남편과 함께 바람 쐐러 외출을 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는데 논두렁 사잇길에 파릇파릇한 식물들이 보이더군요. 저게 뭘까?
호기심에 유심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비닐 봉지하나를 들고 한 두명씩 앉아 나물 캐는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보였습니다.
"와~ 쑥 캐나보다. 정말 부럽다. 나도 쑥 캐고 싶다.."
쭈그리고 앉아서 쑥을 캐는 모습이 너무 정겨운 시골 풍경처럼 느껴져,
저도 그 풍경 속에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차를 잠깐 세우게 하고, 검은 봉지하나 손에 들고 논두렁 사잇길로 들어갔지요. 논두렁은 경운기로 흙을 갈아주어서 그런지 촉촉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하늘도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니까 괜히 마음이 좋아져서 논두렁 사잇길을 아이처럼 걸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논두렁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많이 피어있었습니다. 하나 하나 자세히 쳐다보며 "넌 이름이 모니?" 하고 묻고 싶어졌습니다. 광대나물, 꽃마리, 호제비꽃, 민들레, 유채꽃...
봄에 피어나는 들꽃들이 여기저기에서 "나 여기 있어. 나 좀 봐줘~"하며
고개를 빼곰히 내밀어 나를 반기는듯 했습니다. 그 사이사이 푸릇푸릇
올라와 있는 여리디 여린 쑥을 하나하나 조심조심 캐내어 봉지에 담았습니다. 향긋한 봄향기가 쑥을 통해, 그리고 소박한 들꽃들을 통해 내 마음 속으로 전해 들어옴을 느꼈습니다. 단지 쑥을 캐고 싶은 마음에 잠깐 차에서
내렸을 뿐이었는데, 뜻밖에 예쁜 들꽃들이 잔잔히 웃음 짓게 했습니다.
행복은 아주 멀리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 숨어 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니, 알고 있었지만 모른척하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듯 합니다. 저는 쑥을 캤지만, 실제로 행복을 한 아름 따온 느낌입니다.
이렇게 소녀같은 마음으로 되돌아 갈 수 있게 해준 이 봄....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렵니다.
신청곡: How Deep Is Your Love / Portrait
영국 출신의 4인조 R&B 그룹 '포트레이트'의 1994년 작품.
오진하
- 우편 -
기덕 오라버니. 왜 이런 노래가 있지요?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
요즘엔 이메일이 보편화되다보니 아마 편지 쓰시는 분들은 거의 없을겁니다.
저도 편지를 쓴 기억이 아득하니까요. 학창시절엔 펜팔도 많이 하고, 연애할때는 신랑과 연애편지도 많이 주고 받았는데, 요즘엔 정말 편지 쓸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볼펜 잡는 일도 거의 없다보니, 그렇지 않아도 글씨를
못쓰는데, 가끔 글씨를 쓰려고 하면 어찌나 악필이 되는지... 어쩔 때는
제 글씨를 제가 못 알아 볼 때도 있다니깐요. 기덕오라버니, 요즘 보통 우표값이 얼마인지 아세요? 저도 요즘엔 통 우표 쓸 일이 없어서 얼마인지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가끔 우표 쓸 일이 있을것 같아, 남편한테 우표를
사오라고 했더니, 글쎄 180원이었던 우표 값이 어느새 250원으로 오른 거
있죠? 오른 지 한참됐다고 하네요 하하하.
얼마 전, 편지 하나를 보낼 것이 있어서 집 앞에 있던 우체통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있었던 빨간 우체통이 사라지고 없는 겁니다.
요즘에 워낙 사람들이 편지를 보내지 않으니 우체통이 할 일이 사라져,
없애버린거겠지요. 간만에 편지 하나를 보내려고 했는데 우체통이 사라져
실망스럽더군요. 하긴 휴대폰이 보편화되면서 공중전화 사용하는 사람들도 적어지다보니 공중전화도 많이 사라진게 현실이잖아요. 그리고 우편함에는
편지대신 청구서나 안내문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어릴적, 집배원 아저씨의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정신없이 뛰어가서 편지를 받아들고, 설레임으로
조심스럽게 뜬던 때가 그립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서 오늘, 남편한테
편지한번 써봐야겠어요. 여러분도 한번 옛날 생각하면서 편지를 써보세요.
직접 말로 할 수 없는 말을 편지로 쓰면 마음 놓고 편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신청곡: Sealed With A Kiss / Bobby Vinton
미국 출신의 팝가수 '바비 빈튼'의 1972년 리메이크 곡으로 싱글차트
19위 기록.
김은희
- 우리 아들 좀 찾아주세요 -
며칠 전, 언제나 그랬듯이 퇴근 후 작은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큰아들은 집에 있지 않더군요. 조금 있으면 들어오겠지 하며 무덤덤하게 저녁준비를 했습니다. 워낙 뛰어놀기 좋아하는 녀석이라 어두워도 들어오지 않는 건 아주 흔한 일이거든요. 그래도 친구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거나, 조금 더 놀아도 되냐는 허락 전화는 하는 아이인데, 그날따라 8시가 넘어도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워낙 험한 일이 많은 요즘이라 지극히 낙천적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공교롭게도 친하게 잘지내는 친구들이
모두 임원수련회에 간 날이라, 전화를 걸어볼만한 곳은 없었기 때문에
놀이터, 오락실 등, 아이가 잘 노는 장소를 말 그대로 헤매고 다녔습니다. 아이를 찾아다니면서 전 아주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설마 교통사고가 난건 아닐까, 아니면 정말 요즘 있는 험한 일을 당한 건 아닐까, 그도 아니면
엄마의 잔소리가 지겨워 가출을 한걸까? ‘일한답시고 사랑의 표현도 인색하고, 아이를 너무 힘들게 했나보다’며 눈시울이 붉어지는걸 꾹 참고 그렇게
1시간 가량을 머리 속이 하얘지도록 아이를 찾았지만 아이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제 무얼 어찌해야 하나 하며, 무거운 머리와
다리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그 시각, 아이 또한 집을 향하고 있더군요. 그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평소처럼 크게 소리치며 아이를 혼내려다 다시한번 화를 누르고, 최대한
차분히 아이에게 어디서 무얼 하느라 연락도 없이 이 시간에 들어오는지를 물었습니다.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3학년형 집에 있었노라고 말하더군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고. 적어도 제가 생각했던 끔찍한 일은 일어 나지 않은거지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아이를 많이 사랑하고 자주 표현해야겠다고. 그런데 이 아줌마 성질은 어쩔 수가 없나봐요.
그런 일이 언제 있었냐는듯,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네요. 하지만 아들아, 엄마는 널 아주 많이 사랑한단다. 엄마 맘 알지??
신청곡: Be Be Your Love / Rachael Yamagata
미국 출신의 여성 가수 ‘레이첼 야마가타’의 2004년 작품.
박나림의
차 한 잔 하시죠
한영란님
사연
황현성
- 씁쓸한 오해 -
요즘 회사일이 너무 바빠 며칠째 야근에다, 외박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강행군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봄이라 그런지 입맛도 잃어 눈도
쾡하고, 얼굴도 수척해지고, 머리마저 이발할 날짜를 넘겨 엉망이었죠.
그렇게 바쁜 일이 얼추 마무리되어, 어제는 마침 제때에 퇴근을 하는 길이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며 그저 빨리 집에 가서 쉴 생각으로 걸음을 재촉하던 제게 기막힌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 아저씨, 왜 자꾸 따라와요?”
고개를 들어보니 한 초등학교 2-3학년쯤 되는 아이가 절 노려보며 서 있는 겁니다. “뭐, 뭐라구?” “아저씨, 왜 자꾸 쫓아 오냐구요? 무섭게...” 하며
울먹이는겁니다. “아, 아니야! 아저씬 그런 사람 정말 아니야!”
당황하니 말까지 더듬게되더군요. “근데 왜 내 뒤를 그렇게 바짝 쫓아와요?얼굴도 어디 아픈거 같은데...” “어? 아니야, 아저씨가 피곤해서 그래.
우리 집도 이쪽이야!!” “정말이에요?”
“그럼 정말이지~ 아저씨가 먼저 가면 되지? 걱정마! 아저씨 간다!”
그러고는 정말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양, 쫓기듯이 뛰어서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피로함에 지친 몰골과 외박으로 구질구질한 행색 때문에 그런 황당한 오해를 산 모양입니다. 요즘 하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많다보니
교육을 제대로 받은 아이에게 된통 당한거죠. 저도 딸아이를 기르는 아버지로서 요즘 계속 터지는 사건들은 보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낯선 사람을 믿지 말고, 경계하라고 당부하고 또 당부하건만, 제가 오히려 이런 오해를 받아 보다니요? 참 씁쓸하고 허탈해집니다.
사람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고, 경계하라고 가르쳐야하는 오늘의 현실이 서글프네요. 대한민국의 아버지로, 아저씨로,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들이 걱정 없이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정이 넘치는 이웃사촌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요?
그런 살맛나는 세상이 다시 오긴 올까요? 아휴.....
신청곡: Somewhere Over The Rainbow + What A Wonderful World
/ Israel Kamakawiwo'ole
하와이 부족장이자 월드 뮤직 가수인 '이스라엘 카마카위올레'의 97년 작품.
이미숙
- 60년만에 꿈을 이룹니다..(아버지께...) -
늘 눈물 나게 하는 이름. 사랑하는 아버지께..
아빠....햇살이 참 따뜻하네요.. 햇살처럼 따스한 소식이 있어서 아빠께 전하기 위해 이렇게 몇 자 적으려 합니다. 화창하던 지난 주말에 아버지께서
평생 소원이셨던 우리 집 계약을 했습니다. 평생 처음으로 가져보는 우리집이라 계약서를 쓰면서 파르르 떨리던 손끝을 주체하지 못해, 왼손으로
오른손을 지긋이 눌러가며 적었지요. 얼마 전, 우리나라의 최고 집부자가
1083채를 갖고 있다던데, 우리는 60년이 넘어 이제 집장만을 하게 되었네요. 그래도 1083채를 가진 그 사람이 부럽지 않을 만큼, 우리집 1채가
그토록 소중하고 눈물 나도록 기쁘고 가슴이 벅찰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좋은날에 아빠와 함께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모두들 아무렇지 않은 듯, 그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좋아했지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감출래야 감출수가 없었답니다.
아빠... 아빠가 20년 전에, 내 집 마련하면 문패로 쓰겠다고 고이고이
신문에 몇 겹으로 싸 놓았던 대리석 문패를 이제서야 대문 앞에 달 수 있게 됐습니다. 남들은 요즘 누가 문패를 달아 놓냐고, 촌스럽다고 할지 모르지만 누가 뭐라 해도 괜찮습니다. 이사하면 제일 먼저 아빠 이름 석자를 대문 앞에 걸어 둘 생각입니다. 지금은 더불어 살 수 없는 저 먼 곳으로 가셨지만 10년 동안 단 한번도 잊은적 없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아 가슴 아프지만 제 곁에,
우리 가족 곁에 꼭 함께 하고 계시다고 믿을께요. 이사하고 나면 집구경
꼭 오세요. 아빠께서 오래전에 손수 만들어 놓으셨던 문패 꼭 달아 놓을테니 집 찾기는 아주 쉬울거예요..
신청곡: Close To You / Carpenters
미국 출신의 남매 듀오 '카펜터스'의 1970년 데뷔 히트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연 4주 동안 No.1 기록
2008-04-1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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