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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8일 화요일 방송 원고 및 수록곡
 

2008년 4월 8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윤인기 

 


- 새벽 시장에서 -


오랜만에 맞이하는 휴일. 곤한 늦잠에 빠져 있는 남편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오늘처럼 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아침이면, 저는 남편과 꼭 해보고 싶은 일이 딱 한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남편과 함께 손잡고 새벽 시장에 나가서 나물도 사고, 팔짱 끼고 시장 구경도 하고, 칼국수도 사먹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피곤하다고 몇 번이나 일어나지 않는 남편을 구슬리고, 꼬드기고, 반 협박을 해서 커다란 시장바구니를 들고, 드디어 새벽시장이란 곳을 가보았습니다. 비록, 제가 지금껏 상상해오던 그런 새벽시장은 아니었지만,

잔잔한 볼꺼리가 있어서, 그리고 남편과 한우산을 쓰고, 팔짱을 끼고 보슬비 내리는 아침 길을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연애시절 데이트 추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버스가 내리는 곳곳에서 시골에서 오신 할머니들이 봄나물을 팔고 있었습니다. 머위 2천원, 파 천원, 미나리 2천원, 원추리 천원. 그 모습을 보니, 산골 소녀적에 봄이면 할머니와 소쿠리하나 옆구리에 끼고서, 들로 산으로 지천으로 널려있던 봄나물을 찾으러 다녔던 추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참 귀찮고 싫은 일이었는데, 요즘은 그렇게 그 시절이 그리울까요? 저도 나이가 든 증거일까요?

시장은 얼마나 활기차던지, 비가 오는 휴일임에도 노점에서 풀빵을 굽고 있는 부부가 보였습니다. 그래서 2천원어치를 사서 남편 입에 하나 넣어주고 저도 먹어봤습니다. 예전만큼은 아니었지만, 신혼시절 산동네에서 어렵게 살림을 꾸리던 생각이 났습니다. 모두들 편히 쉬는 주말이라 생각했는데, 시장은 벌써 하루를 열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전업주부로 나태하게 생활한 나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앞으로 남편과

함께 자주 새벽 시장을 나가보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자주 가면 남편이 싫어 하겠죠? 호호호.


신청곡:  Take It Easy / Eagles

미국 출신의 컨트리 록 그룹 '이글스'의 1972년 작품.

 

 

장규만 


- 딸 아이 -

저에게는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딸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대학 신입생, 즉 새내기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어서 그런지, 3월 내내 귀가 시간을 어기더군요. 매일밤 늦게 귀가하는 딸 아이 귀에 못이 박히게 ‘늦게 다니지 마라!’ 아무리 당부를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놀러 다니지 못하고 책상에 붙들려 공부하던 모습이 떠올라 잔소리는 좀 집어 삼키려 했으나 아비된 입장이라, 매번 쓴소리만 하게 되네요. 신데렐라처럼 12시에 맞춰 헐레벌떡 들어오는 딸에게 며칠 전 경고를 내렸습니다. 앞으로 귀가 시간은 10시 30분!  이를 어길 시 용돈 차감이라는 엄청난 재앙이(?) 따를 거라고 했지요. 그 경고를 내리고 며칠은 우리 딸아이, 10시 30분에 맞춰 들어오더군요. 하지만 딸아이 얼굴엔 '불만 가득'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나 지났을까? 딸 아이는 10시 30분을 지나서도 집에 들어오지를 않는 겁니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12시가 다 되었을까요?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듯, 호박 덩쿨에서 호박 떨어지 듯, 툭하고 무언가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감이라 하기엔, 호박이라 하기엔 너무나 큰 물체의 낙하소리였기에 방문을 열고 마당에 나가보니, 감이 아닌, 호박이 아닌, 우리 딸아이였습니다. 보수적인 아버지의 잔소리가 싫어서,

차마 초인종 눌러 문 열어 달라 못하고 담을 탔지 뭡니까. 담을 타려거든 다치지 않게 좀 잘 탈것이지, 운동 부족인지 담하나 제대로 못 타고 땅바닥에 털버덕 누워있는 딸아이의 모습에 화도 나고 웃음도 나고 했습니다. 갑작스런 저의 등장에 '나 죽었소'하고 무릎 꿇는 딸아이의 모습에 왜 그렇게 웃음이 나던지요. 하지만 웃음을 감추고 세게 한마디 해줬습니다. "용돈 차감인거 알지?"  다시는 늦지 않겠다는 약속과 더불어, 늦어도 제대로 된 문을 통과해 집안으로 들어오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딸아이를 방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자유를 주고 싶은데, 세상이 하도 험악한 지라,

자꾸만 딸아이를 단속하게 되네요.


신청곡:  Freedom / Wham

영국 출신의 팝 댄스 듀오 '웸'의 1984년 작품으로 UK 차트 정상에

올랐던 노래.

 

 

문병선 

 


- 가끔 옛날추억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요 -

때는 제가 고2 시절이었습니다. 점심 시간이 끝나고 성격 까칠하시기로 유명한 영어 선생님이 들어오셨지요. 언제나 그렇듯이, 선생님은 학생 한명 한명을 지목하시면서 영어독해를 시키시면서, 교실을 한 바퀴 빙빙 도시면서 수업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선생님이 소리치셨습니다.  "어떤 자식이야? 어떤 자식이 이랬어?" 쓰레기통 옆에 계란말이 하나가 떨어져 있었는데, 그것을 보시고는 불같이 화를 내셨던 겁니다. 까칠한 선생님은 범인을 잡으려고 수업도 안하시고 우리를 추궁했지요. 하지만 범인이 나오지 않자, 선생님은 우리를 책상 위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손을 들게 하셨습니다. 얼마가 지났을까. 갑자기 우리 반 실장이 일어나더니, "제가 그랬습니다." 그러는 겁니다. 그러자, 학생 회장도 일어나더니 "제가 그랬습니다!" 하는게 아닙니까. 부반장인 나도 체면상 어쩔 수 없이, “제가 그랬습니다!”를 외치며 일어났지요. "음..  친구들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모습 참 좋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실거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저만의

착각이었스니다. 선생님은 저희를 교실 복도로 불러내시더니, "엎드려! 너희 셋이 같이했다고? 이 자식들이 선생님을 놀려? 빨랑 엎드려!"  저희는 정말 인정 사정없이 맞았답니다. 급기야 저희는 울면서,,  "엉 엉...선생님 저희가 안 그랬어요.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그 소리가 들리자 반 안에서 웃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랬습니다, 저희는 정말 웃긴 놈들이 되고 말았답니다. 수업시간이 끝난 후, 선생님은 저희를 교무실로 부르셨지요. "계란말이가 쓰레기통 옆에 떨어져있어서, 더러워서 선생님이 화난게 아니야. 너희들이 부모님께서 소중하게 정성들여 싸주신 반찬을 그렇게 버린걸 보고 선생님은 너무나 화가 나더라. 옛날 선생님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푼돈모아 그렇게나 내가 먹고 싶다던 계란말이가 생각나서 그랬다. 앞으로는 부모님이 무엇을 해주시던지 항상 감사하며 살아라. 오늘일은 선생님이 좀 심한 것 같다. 너희들은 너희 반 대표로 벌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알았지?"  지금도 이 추억만 생각하면..웃음이 나오곤합니다..그리고 선생님이 저희에게 전해 주시려고 했던, 그 의미도 점점 더 진하게  다가옵니다.

 

신청곡:  Touch By Touch / Joy

오스트리아 출신의 남성 3인조 댄스 그룹 '조이'의 1986년 발표곡.

 

 

구혜진 

 


-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 -


얼마전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의 교과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국어책은 저희 학창시절처럼 단답형 문제가 아니라 문장을 잘 읽고 이해해야하며, 답을 말하고 왜 그 답이 맞는지를 설명해야 했습니다. 수학도 책과 공책 중 어느 것이 더 무거우며, 왜 무거운지를 대답해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엄마들이 왜 극성스럽게 논술을 가르치는지, 그제서야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한글만 알고, 책을 읽을줄 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저희 때만 해도 한글만 다 떼어도 대단한 것이었는데, 이제 막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졸업한 햇병아리같은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너무 한꺼번에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독후감을 쓰게 하고, 그림 일기를 쓰게 했던 건, 다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만약 미리 어린이집에서 준비하지 않고, 대충 한글과 숫자만 익혀서 갔더라면 정말 큰일날뻔 했지 뭡니까. 한편으로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벌써부터 공부의 노예로 만드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학교에서는 선행 학습을 시키지 말라고 하지만, 딸아이의 교과서는 선행학습이 없이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이해하는것만 해도 기특한 나이인데, 더하기 빼기만 해도 기특한 나이인데, 교과서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었지요. 저는 순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즘 시쳇말로 돈이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었습니다. 저희 세대만 해도 낳기만 하면 제 밥그릇을 가지고 태어나 저절로 자란다고 했지만, 요즘은 천만의 말씀이랍니다. 저의 짧은 생각이지만, 지금 이런 교과대로 수업을 한다면 아마도 빵점을 맞는 아이들이 많이 생겨나지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벌써부터 공부에 질려 미리 포기하는 아이들도

많이 생겨날것 같아 걱정스럽구요. 그렇지 않아도 노심초사하는 엄마들을 더 불안하게 하는 1학년 교과서로 인해 늘어나는건 한숨 뿐일것 같습니다.

 

신청곡: So Sad And Alone / Citizen Jane

벨기에 출신의 혼성 재즈 그룹 '시티즌 제인'의 1995년 작품

 

 

김혜란 

 


- 제주의 봄 정취를 김기덕님 목소리에 실어서. -


안녕하세요. 기덕오빠! 요즘 제주의 봄은 유채꽃 잔치와 벚꽃 잔치 행사와 함께 소담한 봄의 정취에 취할 것 같습니다. 봄의 향기를 실어서 어디서 왔는지, 옹기종기 제주의 꾸부정한 돌담길을 따라 자리 잡고 앉은 봄의 꽃들이 화사한 얼굴에 목을 쭈욱 내밀고 마음을 유혹하네요. 반가운 마음에 관심을 갖고 꽃의 이름에 출석을 한번 불러봅니다. 와~ 너는 벚꽃...이구나.  너는 노란~유채꽃....

너는 노란~개나리...  너는 토종 동백꽃

너는 누구니? 아~ 아직 봉우리가 얼굴을 내밀기전의 진달래구나!

얘들 참 이쁘죠? 이렇게 돌담길을 배경으로 하나둘씩 키재기를 하듯 어우러진 아름다움과 진한 향기, 그리고 미소를 띄울때면 행복에 빠져든답니다. 저의 작은 바램이지만, 겨울에 움츠러들고 찌든 마음을 봄꽃들을 통해 풀고, 봄의 행복감을 조금은 더 연장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기덕 오빠의 목소리가 행복함을 책임져주시니, 이 봄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합니다.

 

신청고:  Flowers / Be The Voice

일본 출신의 팝 그룹 '비 더 보이스'의 2005년 곡.

 

 





2008-04-09(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