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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일 화요일 방송 원고 및 수록곡
 

2008년 4월 1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이동화 


- 얘들아(우엉, 상추, 열무, 호박...)!! 잘 자라라... -


아침에 일어났더니 욱씬욱씬 어깨 죽지며 장딴지도 땡기는 것이 온 몸이 내려앉는 듯 했습니다. 왜 이렇게 땡기지? 곰곰이 생각하니, 어제 오후에 남편이랑 간만에 텃밭을 다녀왔지 뭐에요. 고즈넉한 텃밭을 남편이 삽으로 땅을 뒤집으면, 전 호미로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을 했지요. 여름날, 뚝배기에 된장을 자작자작 끓여서, 우엉 이파리에 밥과 된장을 얹어서 입이 미어터져라 쌈밥을 해먹을 생각을 하니, 절로 침이 꼴딱꼴딱 삼켜집니다. 남편이 호미로 골을 타주면, "자기야! 여기는 우엉씨앗을 좀 많이 뿌리고, 이쪽은 뭐할까나?"  "당신 좋아하는 초록상추 듬뿍 뿌리시구려"  손가락으로 솔솔 씨앗을 뿌리고 흙을 살짝 덮어 주었지요. 학창시절 고추밭에 고추모종 심고, 허리가 끊어져라 붉은 고추를 땄던 고추밭골의 추억이 많아서일까요? '내 이 다음에 결혼해서는 절대로 농사는 안 짓는 곳에서 살끼다'  다짐했었습니다. 하지만 웬걸요. 남편은 주말이면 짬짬이 텃밭 가꾸는 걸 즐기는 사람입니다. 씨앗, 퇴비, 비닐, 농기구 연장 값은 고사하고 농사짓는 시간투자를 따지면 시장에서 사다 먹는 게 훨씬 쌀거라며 투정을 부려봐도 남편은 꿈쩍도 않습니다. 이렇듯, 부부는 살면서 살포시 닮아가는건가 봅니다. "내일은 비 온다는데 씨앗뿌리러 갈깝슈?" "어 그럼! 우리 어부인이 가자고할 때 얼른 밭에 가서  씨앗 뿌려야지." 그래서 우리는 열무, 적상추, 초록상추, 깻잎, 우엉 씨앗을 심었답니다. 4년산 도라지가 묻혀 있는 곳도 행여 도라지 싹이 상처날까봐 조심조심 살살 밭을 긁어주었답니다. 텃밭가장자리에 제법 초록 잎파리가 포릇포릇

돋아난 딸기에게도 밭을 매어주었지요. 얘들아~~잘 자라라....

서울 형님네도 충주 올케언니에게도 호박잎, 우엉잎, 상추, 깻잎을 듬뿍 부쳐주고 싶단다. 

 

신청곡 : Evergreen / Susan Jacks

캐나다 출신의 포크가수 '수잔 잭스'의 1980년 작품.

 

김인기 

 


- 봄인가 봐요 -


아침 일찍 밖에 나갔던 집사람이 호들갑을 떨면서 들어옵니다.

“여보 빨리 나와 보세요. 작년 가을에 없어졌던 새가 돌아왔어요"

집사람의 말에 마당에 나갔더니, 지난 가을 우리집을 떠났던 새가 다시 돌아와 지저귀고 있었습니다. 지난봄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참새보다는 조금 큰 새가 우리집 처마 밑에 둥지를 짓고 살더니, 지난 늦가을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빈 둥지만 쓸쓸히 매달려 있었는데, 그 빈둥지의 주인이 다시 찾아온 것입니다. "저 새가 왔으니, 또 햇살 좋은 마당에 빨래 너는 일은 포기 해야겠네요."  곧이어 들리는 집사람의 넋두리. 그도 그럴 것이   빨래를 마당에 널어놓기만 하면 꼭 그 빨래에 새가 볼일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참다 못한 집사람은 새 둥지를 헐어 버리자고 했지만, 제가 우리집에

들어온 식구를 어떻게 해꼬지 할 수 있냐며, 조금 눅눅해도 빨래는 집안에 널게 했습니다. 그래도 집사람은 투정을 부렸지요. “빨래는 햇살에 말려야 소독도 되고, 뽀송뽀송해지는데 새 때문에 뽀송뽀송한 빨래 만져본게 언제 인지도 모르겠어. 장마철도 아니고 이게 뭐야..” "여보. 우리도 남의 집살이를 하면서, 언제 이집을 내놓으라고 할지 몰라서 불안해 하는데 우리집에 날아온 새라도 마음 편하게 해주자 응?" 그래서 그 새는 저희와 동거를 시작하게 됐답니다. 새소리를 들으며 마당을 둘려보니 어느새 봄이 우리집 마당에 달려와 있었습니다. 파랗게 잎을 내민 달래며, 조그만 꽃망울을 머금은 진달래며, 이름 모를 풀들도 제법 파란 새싹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가 아니라 예쁜 목소리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눈뜰 생각을 하니, 마냥 행복해집니다.


신청곡:  Mockin' Bird Hill / Patti Page

패티 페이지의 1951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1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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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 목련꽃은 엄마를 닮았어요. -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학교를 다녀오자마자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엄마! 학교 갔다오는 길에 목련꽃을 보았어요. 근데 목련꽃이 엄마를 닮았어요.”   “그래? 어떻게 그 하얀 목련이 엄마를 닮았을까? 엄마는 그렇게 하얗지 않은데?”  "목련은요. 멀리서 봐도 예쁘고, 가까이 가서 봐도 예뻐서 꼭 엄마 같아요".  아들의 예쁜 표현에 눈물이 핑돕니다. 저는 꽃을 참 좋아합니다. 꽃이 좋아서 길을 가다가도 자주 앉습니다. 땅에 붙어 목도 보이지 않는 키 작은 꽃을 보기위해서 쭈그리고 앉아 자연이 준 선물에 감탄합니다. 자연이 물들인 색채에 제일 크게 감탄하지요. 너무도 맑은 노란색, 볼수록 지적인 보라색, 꽃에 이런 물감도 뿌려 놓았네! 파란색 꽃도 있습니다. 봄이면 늘 이렇게 감탄사를 입에 달고 삽니다.

뒷산으로 운동을 가면 갓 피어난 여리디 여린 연두빛 새싹에 또 감탄을 하지요. 이런 저의 모습을 보고 자라서 일까요? 아들 녀석도 꽃을 좋아하나 봅니다. 그 어린 가슴에도 봄이 오면  꽃이 피니 신기하다는 것을 느끼니 말입니다. 하루는 아들과 손잡고 산책을 했습니다. 도심 공원에 심어놓은 진달래가 막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엄마! 엄마는 이 꽃으로 치면 어디까지 피셨어요?” 참으로 심오한 질문 이었습니다. 어린 아이 입에서 어찌 이런 말이 나올까? “음~ 글쎄 현호가 생각하기엔 엄마가 얼마만큼 핀 꽃인것 같아?” 그랬더니 그 중에 활짝핀 꽃을 가리킵니다. “그럼 우리 현호는 얼마만큼 핀 꽃일까?” 그랬더니 눈부시도록 진한 분홍 봉오리를 가리키며, “난 이 꽃봉오리요.” 그래 현호야 꽃은 빗물 많이 먹고, 햇빛 많이 받아야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단다. 우리 현호도 밥 많이 먹고, 김치 많이 먹고, 엄마 아빠사랑 많이 받고 멋지게 자라자~”  “네 엄마~” 이렇게 기특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의 물이 되고, 태양이 되고, 비타민이 되기 위해서 더욱 노력해야겠습니다.


신청곡: Africa / Toto

LA에서 결성된 팝 록 그룹 '토토'의 1982년 곡.

 

 

김용완 


- 기덕 형님 덕분입니다. -

기덕 형님 안녕하셨지요? 먼저 형님께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지난 1월에 새해 소망으로 이쁜 딸을 가지고 싶다는 사연을 올렸는데, 형님이 소개해 주셨지요. 그때 형님이 확 저질러 버리라고 하셨던 말씀 기억하시나요? 그래서 저는 용기를 가지고 아내에게 얘기를 했습니다. “여보! 오늘 골든디스크에 사연을 올렸는데, 기덕 형님이 읽어 주셨다?”   “무슨 사연 올렸는데?”

“어.. 새해 소망으로 이쁜 딸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올렸지.”

그랬더니 아내는 웃으며, “아직도 그 소리야! 도대체 몇 번을 얘기해야 겠어. 아직은 안 된다고 했지?”  “아니 기덕 형님은 확! 저질러 버리라고 하던데, 우리 진짜 확 저질러 버릴까? 어차피 한명은 더 낳으려고 했잖아. 그리고 한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아이를 낳는 게 더 좋잖아 여보.” 그때 네살짜리 아들이 저를 거듭니다. “엄마 나도 동생 생겼으면 좋겠어.” 저는 속으로 생각했죠. ‘아니 이놈이 아빠를 다 도와 줄때가 다 있네. 항상 엄마 밖에 모르던 놈이. 기특하다 내 아들.’  이렇데 두 남자가 아내를 보채니까 이런 말을 하더군요. “그럼 약속 하나만 해줘.”  “어떤 약속인데? 내가 다 들어줄게.”  “앞으로 집안일의 절반은 당신이 해줬으면 좋겠어.” “그래? 알았어! 까짓거 내가 일주일 내내 해줄게!” 기덕 형님, 그래서 어떻게 됐냐구요? 하하하... 저희 부부는 한방에 임신을 했지 뭡니까. 아내가 임신한지 벌써 세달이 다 되어 가네요. 괜히 집안일 다해준다고 해서 조금 힘들지만 기분은 정말 날아갈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게 기덕형님 덕분입니다. 앞으로 7개월 동안은  가정 주부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빨리 그날이 오기를..... 그런데 딸이 아니면 어쩌죠? 그래도 좋습니다. 건강한 아이만 태어나기를

형님도 빌어 주세요...


신청곡: We Are The Champions / Queen

영국 출신의 4인조 록 그룹 '퀸'의 1977년 싱글 차트 4위까지 기록했던 노래.


박승모 

 


- 아내의 늘어지는 수다 -


제 아내는 집 밖에 모르는 아내랍니다. 이곳에 이사온지 3년이 되어가지만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큰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아내는 아이를 유치원까지 데려다 주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의 엄마와 친해지게 됐고, 얼마 전에는 큰딸 아이의 같은 반 친구인 연우의 엄마가 차 한잔 하자고 해서 그 집에 놀러갔다온 모양입니다. “여보.. 글쎄 연우네 엄마가 집을 얼마나 예쁘게 꾸며 놓았는지, 너무 부러웠어. 나는 왜 그런 재주가 없는걸까?” 사실 제 아내는 꾸미는 재주는 없지만, 치우는 재주는 남다르거든요. 항상 제자리 원칙을 따지는 아내라 저는 피곤하기 보다는 이런 아내가 좋았습니다. 아무튼, 아내는 다른 엄마들과 친구로 지내면서 부쩍 수다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줄줄이 사탕처럼 늘어지는 수다가 저는 그리 시끄럽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그리 말이 없는 편이라, 제가 먼저 말을 시킬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말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조잘조잘

지저귀는 예쁜 새 같았습니다. 다른 엄마들과 어울리면서 아내가 말도 많아지고, 활발해지는 것 같아서 제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집에서 두 아이와, 저만 바라보면서 사는 아내가 어쩔 땐 지겹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엄마들과 차도 한잔 마시면서 수다도 떨 수 있는 아내의 여유시간이 생긴 것 같아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여. 차한잔 마시는 여유는 갖고 살아야지... 그치 않아?


신청곡:  Small Talk / Real Group

스웨덴 출신의 혼성 5인조 아카펠라 그룹 '리얼 그룹'의 1998년 작품.


 





2008-04-01(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