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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11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첫
곡: Isn't She Lovely / Stevie Wonder
정미희
- 봄맞이 -
봄님이 ?아 오신다고 해서 오늘 현관문 활짝 열어놓고, 깨끗하게
물청소하고, 거실을 가리고 있던 두꺼운 커텐을 활짝 열어 제쳐 놓으니,
따스하고 고운 봄 햇살에 눈이 다 부셔옵니다.
한겨울 내내 거실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던 화분들을 모두 꺼내어
물을 듬뿍 주었더니, 그동안 얼마나 갈증이 심했는지 불을 듬뿍 빨아
마십니다. 가만히 보니 한겨울 나면서, 열대야자 나무에는 고사리같이 작고 연한 잎사귀들이 나 있고, 군자란도 꽃을 피우려고 하는지 꽃대가 솟아져
있고, 연산홍은 손만 대면 톡 터질 것만 같은 꽃망울들이 맺혀있습니다.
천리향도 뒤질세라 작고 하얀꽃 망울들이 조롱 조롱 맺혀서 금방이라도
그윽한 향기를 풍길 자세를 하고 있더군요. 지난 늦가을 추울 때, 그냥 들여만 놓았는데, 하나도 죽지 않고 모두 잘 자라주어서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화분 하나 하나 마다 잎사귀에 입을 맞추고 고맙다는 말을
해주었더니, 까르르 소리 내어 웃으면서 올 봄에는 이쁘고 탐스러운 꽃을
피워주겠다고 화답합니다.
그렇게 몸으로는 봄맞이를 끝냈지만 잔뜩 웅크린 내 마음속에는 아직
썰렁한 한 겨울이었는데, 이젠 내안의 욕심, 시기, 질투 모두 다 맑고
고운 몸 햇살에 툭툭 다 털어 내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거실로 들어와 오디오 볼륨을 올려놓고, 향이 좋은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나만의 봄 맞이를 해보았습니다. 지난 겨울 무사히 잘 보내고, 새 봄을 맞이하는 화분들의 꽃나무들처럼, 나 또한 한 겨울 무사히 잘 보내고
이 찬란한 새 봄을 맞이 했으니까, 지금의 생활에 안주 하지 않고
좀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신청곡: Season In The Sun / Clementine
프랑스 출신의 재즈 여가수 '클레망띤'의 2004년 곡으로 보사노바 풍의
재즈곡.
김복식
- 작은 소망 -
며칠 전 친정 식구들과 같이 저녁 식사를 하던 날이었다. 마침 TV에서
한 대학의 노교수가 금강산 여행을 한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그 감동스런 순간을 보고 있자니, 정말 가슴이 벅차 올랐다. 나보다 더 감동을 받으신 아빠의 말씀, "나도 죽기 전에 금강산에 한 번 가보고 싶다."
젊은 시절 철도공무원으로 근무하셨던 아버지는 전국 방방곡곡의 산과 바다를 모두 돌아다니셨지만, 정작 가로막혀 갈 수 없었던 금강산이 무척이나
가보고 싶으셨나 보다. 환갑의 나이에도 여전히 열심히 일하시면서,
주말마다 산에 오르시는 것을 최고의 행복이요, 낙이라고 여기시는 아버지.
생전 ‘뭐 드시고 싶다’, ‘어디 가보고 싶다’ 같은 말씀을 안 하시던 분이
그런 말을 하셨으면, 정말 간곡한 마음을 표현하신 것이리라.
"아빠 저희가 보내드릴께요. 저희들이랑 같이 가요."
"무슨 소리야. 가보고 싶다는 말이지, 같이 가잔 소리는 아니다.
너희들한테 절대 부담주려 한 소리 아니야."
작년 아버지의 환갑 생신 때도 그냥 조용히 지내고 싶다고 하셔서,
가족들과 저녁식사로 대신했다. 그게 다 자식들 부담 줄까봐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 송구하고 죄스럽게 느껴졌다.
정말이지 늘 시댁식구들과 시어른들만 챙기다 보니, 친정식구들과 친정
부모님은 늘 뒷전이 되는 것 같아 죄인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난 결혼하면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 했거만 나도 별 수 없는
여자인가보다. 내친김에 금강산 여행을 담당하는 회사에 전화해 여행경비와 구비서류에 대해 알아봤다. 휴전선을 넘어야하니 필요한 것들이 많았다.
다행히 경비는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봄꽃이 화려하게 피는 봄날에
2박 3일, 아버지가 바라시는 금강산에 꼭 보내드리련다.
아빠의 소망이 아닌 나의 소망이기에.....
신청곡: The Prayer / Charlotte Church & Josh Groban
팝페라 가수 샤로떼 처치와 조시 그로반이 2002년 불렀던 노래.
박해지
- 할머니 건강하세요 -
얼마 전, 시골에 계시는 할머니께서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병원 다니시는 동안 저희 집에 모시고 있을 때였습니다.
할머니와 집에 함께 있는데, 직장에서 납품 때문에 자꾸 전화가 오는 겁니다. 할 수 없이 할머니께 회사에 잠깐 다녀올테니 편히 쉬고 계시라고 하고는 얼른 집을 나섰지요. 하지만, 무사히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온 집안이 엉망이 되어 있었습니다. 할머니 손에는 파리채와 고무신 한짝이 들려 있었고, 장롱문도 열려있고, 배란다 곳곳에는 도둑이 든 흔적이 있었습니다. "할머니. 무슨 일이에요? 왜 그러세요?" "아이고,, 말 말아라..
내 이놈을 찾기만 해봐라. 가만 안둘끼다!!" 하시더니, 갑자기 저를 쳐다
보시면서 말씀을 이으셨습니다. "니 여기 쫌 앉아봐라. 이 할미 속일 생각 말고 솔직하게 얘기해봐. 괜찮아, 애미한테는 얘기 안 할테니까 말해 봐라. 너 남자랑 같이 사나?” 저는 깜짝 놀라 펄쩍 뛰면서 아니라고 말씀드렸더니 할머니께서 상황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제가 집을 나간 뒤에 할머니가 누워 계시는데, 자꾸 남자의 재채기 소리가 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누구신교?” 하면서 몇 번을 불러봤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지요. 할머니는 그 남자를 찾으려고 방안을 뒤집고, 부엌과 배란다로 찾아 다니셨다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사정도 해보고, 설득도 해봤지만, 무슨 남자가 그리도 숫기가 없는지 도통말을 안하고,,, 손녀 딸 얼굴봐서 용서 한다고 해도 나오질 않아서 화를 내고 계셨다는 겁니다. 그 때 마침 재채기 소리가 났습니다.
"이바라.. 이 소리 안들리나? 이래도 시치미 땔끼가 잉?"
맙소사,,, 할머니가 말씀하신 남자 재채기 소리는 바로, 자동 방향제 소리
였습니다. 부엌에 방향제를 꽂아두었는데, 시간이 될 때마다 쏵쏵 분사가
되거든요. 저는 웃으면서 할머니께 상황 설명을 해드렸더니, 할머니는
방향제 앞으로 가시더니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보소! 그러면
냄새 나는 거라고 말을 해야 할꺼 아니요!!” 이렇게 순수하고 재미있는
우리 할머니... 앞으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사랑합니다
신청곡: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 Lisa Ono
일본 출신의 보사노바 재즈 여가수 '리사 오노‘의 2000년 작품.
박나림의
차 한 잔 하시죠
강현선님
사연
김옥자
- 우리 엄마 화분이 또 필요한거겠지요? -
쨍그랑!! 빨간 장미꽃 한 송이가 예쁘게 그려진 커피잔이 두 동강이 나고 말았습니다. ‘이를 어째? 완전히 깨져버렸네. 아이고 화초 심을 수도 없잖아? 너무 아깝다...’ 오늘 아침 설거지하다 내 손에서 빠져나가는 바람에
미니 화분으로도 쓸 수 없게 된 이 커피잔은 십여년전, 남편 생일날 회사에서 선물로 받은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낀다고 장식장에 넣어 두고 있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구닥다리가 된 것을 보고 후회하면서 지난해부터 쓰고
있던 부부잔이었습니다. 아까워 하는 나를 보고 남편이 한마디 하네요.
“그런데 요즈음 당신 손에 가시가 달리나봐? 사흘이 멀다하고 뻑하면
그릇을 깨네?” 옆에 있던 딸내미가 아빠 말에 큰소리로 깔깔거리며
하는 말, “우리 엄마, 화분이 또 필요한거겠지요 뭐.”
네, 우리 딸내미 말이 맞습니다. 딸내미가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지요.
모양도, 크기도, 쓰임새도 제 각각이었던 그릇들. 주인 실수로 살짝
이가 나가고 금가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예쁜 화초가 심어질 미니 화분으로 대 변신을 하거든요. 세탁소 오픈기념으로 받은 라면 그릇,
비디오 가게에서 받은 하얀 머그잔, 백화점 상품으로 받은 꽃그림이 그려진 뚝배기, 시어머님이 주신 작은 고추장 항아리, 친구들이 선물한 커피잔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우리집에서는 선인장을 비롯한 예쁜 화초를 심는 화분으로 변신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어머나~ 예쁜 커피 잔에 이 선인장 너무 잘 어울리네. 어쩜 이렇게 예쁘게 키웠어? 화초 하나는 정말 잘 키운다니까?
이제부터 나도 깨진 커피잔과 그릇들을 버리지 말고 화초를 심어야겠다.”
저희 집에 놀러온 친구가 부러워하며 말합니다. 그러자 또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요즘 큰 돈 들이지 않고 살 수 있는 예쁜 화분들이 즐비한데,
구질 구질하게 이게 뭐니?”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정말 내가 구질구질하게 너무 청승을 떨었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 속에 심어져 있는 화초들을
가꾸고 바라보면서,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는 뿌듯함에 더 없이 행복하기 때문에, 저는 우리 집 미니 화분들을 사랑합니다.
신청곡: Old And Wise / Alan Parsons Project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1982년 작품으로
김금자
- 입학식 -
지난 3월3일은 우리 집 둘째 놈의 입학식이었는데, 남부지방엔 강한 황사로 인해 입학식이 하루 미루어져서 4일에 입학식을 했습니다.
아침부터 아들 녀석은 학교 간다는 들뜬 마음에 정신없이 부산을 떨고,
엄마 손을 잡고 학교로 가는 아들 녀석은 두려움도 없이 마냥 신이 나서
싱글벙글입니다. 학교 앞엔 무슨 축제라도 하는 냥, 많은 학원가에서 나와서 아이들을 맡겨 달라는 주문을 연신 합니다. 그 시장 같은 학교 교문을 겨우 헤집고 들어가, 우리 아이가 몇 반인지 중앙현관에 쓰인 아들 이름을 찾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2년 전엔 7학급이나 되던 아이들이 올해는 5학급밖에
되지 않고, 운동장에 서 있는 아이들을 보니 더 적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맙소사... 우리가 TV나 신문에서만 저출산 저출산 했지, 실제로 보니
정말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하더니... 예전에 저희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농촌이라도
3학급은 되었고, 왼쪽 가슴엔 하얀 가재 손수건을 달아야 입학식에 참석
할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때의 운동장은 한없이 넓어 보이고, 든든히
서있던 플라타너스 나무는 또 얼마나 우람해 보였던지요. 그러나 지금은
여러 학교들이 폐교가 되어, 아무도 찾지 않는 허전한 고향마을만 지키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코흘리는 아이 하나 없고, 옷도 말끔히 입고
게다가 머리에 무스까지 바르고 오니, 이 보다 더 멋진 신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날씨는 2년 전에도 이렇게 매섭게 추웠고, 역시나 이번 입학식도 예외 없이 추웠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제 마음도 싸늘했지만,
그래도 내 아들을 포함한 모든 신입생들...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 줄 큰 일꾼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신청곡 : I Saw You Dancing / Yaki-da
스웨덴 출신의 여성 댄스 듀오 '야키다'의 1995년 데뷔 히트곡으로 유럽 차트 정상에 올랐던 노래.
2008-03-1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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