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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6일 목요일 방송 원고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29화  - 맞벌이 부부의 아이 키우는 방법.


(M) 주제음 -  Somethin' Stupid / Robbie Williams & Nicole Kidman


여     아... 나 또 진통 오는 것 같애.

남     (하품하고) 또?

여     지금 하품이 나와?

남     아니... 이게 벌써 몇시간째야. 열일곱시간 째니까....

여     열일곱시간 동안 이러고 있는 나는 얼마나 힘들겠니?

남     (피곤) 그래.. 힘내 여보...

여     진짜 너무하는 거 아냐? 나는 이렇게 아픈데...

남     알아.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 원래 이렇게 걸리나?

여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애 낳는거 처음인데! 아아...

남     있잖아 여보. 진통 좀 괜찮아지면 얘기 해줘.

여     왜..

남     아니.. 나 밥을 못먹었잖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기운이

        있어야 하는거니까. 내가 얼른 앞에 나가서 장어덮밥이라도

        사먹고 올까 하고.

여     뭐!!!!

(M) fly - 에픽하이


(E) 아이 우는 소리

남     여보. 우리 애기 봤어?

여     (힘없고) 그래.. 봤어...

남     애기가... 너무 못생겼어.

여     뭐? 

남     아니.. 쪼그맣고 쭈글쭈글하고... 꼭 원숭이 같지 않어?

여     그게 지금 애한테 할 소리야?

남     난 그냥 우리 애기긴 하지만 객관적으로다가 말해서 그렇다..

        그런 얘기였지.

여     원래 막 낳은 애기는 다 저래.

        내 친구 애는 우리 애보다 훨씬 더 못생겼었다니까?

남     그래? 그럼 다행이고.

        아니 딸인데, 이쁜게 좋잖아.

여     아 진짜 속없어서. 비켜. 애기 밥 줄거야.

남     (헉 놀라고)

여     왜 그래.

남     당신... 무슨 젖소 같애.

여     야!!!

(M)  오빠 미워 - 자밀라


(E)대문 열고 들어오는


남     여보여보.. 찬바람 조심해.

여     당신이나 애 똑바로 잘 안어.

남     알았어. 걱정마. 내가 애는 다 볼테니까 당신은 일단 푹 쉬어.

여     젖살 뽀얗게 올라오니까 이거 봐. 너무 이쁘지?

남     어. 난 솔직히 처음에 우리 다인이 너무 안 이뻐서

        살짝 의심했잖아.

여     뭘 의심해?

남     당신 혹시 성형했나 싶어서.

여     뭐? 진짜 하는 말마다 왜 저러냐?

남     근데 장모님 언제 오셔?

여     우리 엄마는 왜? 주말에 잠깐 왔다가시겠지 뭐.

남     주말에 잠깐? 산후조리는 그럼 누가 해?

여     도우미 부르기로 했어.

남     뭐? 그거 디게 비싸지 않아?

여     비싸지. 그래두 어떡해? 어머님은 안해주실 거 아냐.

남     우리 엄만 안되지. 관절염 때문에.

        장모님 붙잡아 봐. 한 이주일이라도 계시다 가라고.

여     우리 엄마는 뭐 무쇠팔 무쇠다리냐?

        엄마 봉사 활동 하시는 거 때문에 바쁘시잖아.

남     아니... 남한테 무슨 봉사를 해.

        지금 봉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여     그리구 집에 아빠 계시는데, 아빠는 어쩌라구!

남     산후도우미가 2주일에 백만원이 넘는다고 그러던데.

여     그래서! 우리 엄마 공짜로 부려먹겠다고?

남     에이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여     내가 진짜 말이 났으니까 말인데. 당신 어머니, 형님 수발은 다 해주        셨잖아? 물론 딸이랑 며느리가 같을 순 없겠지만.

        솔직히 섭섭해.

남     뭐가...

여     아니... 죽어도 같은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고 그러실 땐 언제구

        힘든 일 할 때 되니까, “얘. 포항 니네 어머니는 서울 안오시니?”

        이러시잖아! 솔직히 속보여.

(M) 새 / 싸이


(E)미역국 먹는

남     어때?

여     먹을만 하네.

남     내가 세시간 동안 땀 뻘뻘 흘려가면서 만든 건데

        겨우 먹을만 해?

여     그래. 맛있어.

남     다음주에 도우미 아주머니 오실 때까진 내가 다 해줄께.

여     치.. 고마워.

남     애기도 내가 다 보고...

여     당신이 그렇게 말해주니까..좋네.

남     왜~ 내가 임신했을 때 약속했잖아. 나중에 애 낳으면 내가 다

        도와준다고.

여     진짜? 나 앞으로 산후휴가 끝나고 회사 나가면 진짜 힘들어질텐데

        정말 도와줄거지?

남     그럼. 


(E) 아이 울고


여     어? 애 운다.

남     알았어. 걱정마. 내가 다 알아서 할께.


(E) 가고

(E) 애 더 울고


남     (멀리서) 여보... 애 똥쌌어... 이리 좀 와 봐.

(M) 나나나 - 유승준


(E) 기저귀 가는

남     (코막고) 여보. 애기 엉덩이 물티슈로 닦아줘야 되지 않나?

여     (짜증 참으며) 당신이 좀 닦아주지?

남     아니.. 알잖아. 내가 딴 건 몰라도 비위가 좀 약해.

여     아무리 비위가 약해도 그렇지. 자기 자식 똥냄새가 싫을까?

남     사랑이랑 비위 약한 건 별개인 것 같애 여보.

여     말이나 못하면.

        가서 세숫대야에 물이나 담아와.

남     어. 알았어.

(E) 물 찰랑거리며 가져오고

(E) 물로 닦아주는

여     얘 엉덩이가 당신이랑 똑같이 생겼다.

남     내 엉덩이가 이렇게 짝궁댕이야?

여     어. 몰랐어? 당신 짝궁댕이야. (웃으며) 그래도 귀여워.

(M)사랑스러워 - 김종국


(E) 대문 열고 들어오는

여     당신 뭐하다 이제 와?

남     (약간 취한) 어. 나 저녁에 회식 있어서.

여     나 하루종일 집에서 애 보고 있었던 거 알면서.. 당신은 회식까지

        갔다 와?

남     그럼 어떡하냐. 우리 부서 사람들 하나도 빠지지 말고 다 참석하라는        데. 부장님 새로 왔단 말이야.

여     마누라 산후조리중이라고 얘기하고 오면 되잖아.

남     김대리는 자기 와이프 오늘 내일 하는데도 참석했단 말야.

여     잘났다 진짜. 

        자꾸 이러면 나 산후우울증 걸려버릴지도 몰라.

남     그런 걸로 협박을 하냐?

여     벌써부터 이런데... 나 일하기 시작하면 어쩌라구?

        나 혼자 일하고 살림하고 애보고 그 짐을 다 떠안아야 될 것 같단 말        야. 당신은 입으로만 돕는다고 하지.. 막상 힘들 때 되면 쏙 빠지잖        아. 밤에 애 깨서 울때 우유라도 한번 타준 적 있어?

        귀여워하는 건 누구나 해.

남     아니... 남자가 나 정도면 잘하는거야.

        솔직히 애 보고 살림하고 이런 거는 여자가 주체적으로 해야 할

        일이잖아.

여     그럼 돈 버는 거는?

        나도 돈 벌잖아. 당신이랑 똑같이. 솔직히 말하면

        내가 더 벌잖아.

남     당신 그런식으로밖에 얘기 못해?

여     먼저 그런 식으로 얘기한 건 당신이거든?

(M) 대화가 필요해 / 자두


여     산후 조리 기간이 끝나고.

        출근할 날이 다가왔다.

        시간 당 오천원이 넘는 가격에

        아이를 돌봐줄 아주머니를 인터뷰하고.

        그중에 한분을 고르느라 일주일이 후딱 가 버렸다.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주어야 할 돈은

        한달에 100만원이 넘는다.

        내 월급이 250만원인데. 100만원이 넘는 돈을

        애 보는 데 써야 하다니...

        절망적이었다. 

        

(E) 대문 열고 나오는. 걸어가는 두 사람 소리


남     맞다. 어머니 용돈 아직 안드렸어?

여     뭐?

남     아니 어제 전화 오셨더라구. 돈이 입금 안됐다고.

여     이번달부턴 용돈 못드리지. 당신이 말씀드려.

남     왜 못드려...

여     지금 몰라서 물어보는거야?

        이번달부터 100만원도 넘게 아주머니 드려야 하구.

        거기에 우유값이며 기저귀값이며... 그게 다 얼만지나 알아?

남     그렇다고 여태 드리던 걸 안 드리겠다구?

여     솔직히 어머니가 우리 다인이 봐주시면 모를까..

        지금 우리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어떻게 어머니 용돈까지 드려?

        아니.. 아가씨들 애 봐주실 땐 돈도 안받고 그냥 봐주셨으면서

        아들이 뭐 죄야? 왜 우린 받지도 못하고 드리기만 해야 돼?

남     부모 자식이 그렇게 계산적인 관계야?

        그냥 딴소리 하지 말고 드리던대로 50만원씩 드려.

여     안된다니까 그래!

        내 월급 250이야. 아주머니 100만원 드리고. 어머니 50만원 드리면

        100만원 남아. 거기서 애 우유값하고 기저귀 사고 우리 생활비

        하면 남는 거나 있을 것 같애?

남     내월급 있잖아.

여     그걸로 지금 전세금 대출 갚고 있잖아. 사람이 왜 그렇게 생각이 없        어?

(M) 좋아하면 다 그래 - 디바


여     남들은 다들 어떻게 애를 낳고 키웠을까.

        아이가 없을 때는

        닥치면 다 무슨 수가 있는 줄 알았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게 하는

        정책들이 있다길래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러나 웬걸!

        닥치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었다.

        그리고, 아직은 그 일들의 상당 부분에

        여자의 몫이 더 컸다.


(E) 전화하는  


여     여보세요?

남     어. 왜.

여     여보, 오늘 저녁에 좀 일찍 들어가줄 수 있어?

남     안돼..

여     왜!

남     야근해야 돼.

여     집에 좀 싸들고 가서 하면 안돼?

남     왜 그러는데!

여     나 프로젝트 마감일이 내일이라서...

남     아 나도 안돼. 10시는 넘어야 돼.

여     어떡해. 아주머니가 7시면 가야 되시는데.

남     당신이 사람들한테 얘기하고 먼저 들어가.

여     당신이 좀 들어가 봐.

남     난 안된다니까?

여     나도 안돼.

남     아 그럼 회사를 그만 두든가!

여     뭐?

남     아 맨날 이러는 거 지겨워서 못보겠어.

        오륙백도 아니고

        250만원 중에 100만원을 아주머니한테 드리는데.

        꼴랑 150 벌자고 번번이 이게 뭐야?

        그냥 관둬.

(M) 벌써 이 밤이 다 지나면 - 안혜지


----------------------  1부 끝 ----------------------


*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2부가 계속됩니다.


(M)


(E) 시끄럽게 그릇 소리 내면서 설거지하는


여     우리 결혼할 때 뭐라 그랬었어?

        웹디자이너로서 내 재능.. 당신이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밀어준다고 했어? 안했어?

남     그래서 내가 안해준 건 또 뭐냐?

        지금까지 야근한다고 내가 잔소리한적이 있어.

        주말에 나간다고 뭐라 그런 적이 있어?

        다른 땐 아무 상관 없다구. 그런데 애 문제가 걸리니까

        얘기가 달라지는 거 아냐.

여     나는 우리 다인이한테 최선을 다하고 있어.

        새벽부터 일어나서 유축기에 모유 짜서 냉동실에 얼려놓고.

        회사에서도 짬짬이 화장실 가서 시간 마다 모유 짜고.

        회사 땡 끝나면 집으로 뛰어오고.

        나도 머리가 핑핑 돌 정도로 애쓰고 있단 말이야!

        그러는 당신은 뭘 했는데?

남     그래. 그러니까 그렇게 애쓰지 말고.

        집에서 애 보란 말이야. 돈은 내가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더 벌어올테니까! 그럼 되잖아!

여     그럼 내 일은! 나 경력 9년차 웹디자이너야.

        이대로 집에 들어앉으면 앞으로 계속 일할 수 있을 것 같애?

남     이거 봐. 결국은 너 자신을 위해서 고집 피우는 거잖아.

여     뭐?

남     말로는 니가 안 벌면 우리집 살림이 어떻고...  그러지만

        속으론 너 자신을 위해서 애를 희생시키는 거 아냐.

여     나는.. 내 자신을 위하면 안돼?

        당신이 당신 일 하는 건 괜찮고, 내가 내 일 계속하고 싶다는 건

        애를 희생시키는 거라구? 그런 억지가 어딨어?

남     야..솔직히 애 낳기 전엔 몰랐다.

        니가 이렇게 똑똑하고 자기 발전에 엄청난 집착이 있는 앤지..

여     뭐?

남     세상 여자들 다 그런 거 아니야? 애 낳아서 키우고.. 살림하고..

        다 하는 거잖아. 그거 하면서 무슨 생색을 그렇게 내고...

        잘난척을 그렇게 하는지....

여     나도 애 낳기 전엔 몰랐어. 당신 아주 못말리는 마초구나?

남     뭐?

여     아닌 척 하지만 그렇잖아. 다인이 누구 애야?

        나 혼자 낳아서 나 혼자 키우는 애야? 우리 애야.

        우리가 같이 고민하고, 같이 키워야 할 우리 애라구.

        차라리 이럴 바엔...

남     이럴 바엔 뭐!

여     나 혼자 키우는 거랑, 당신이랑 같이 키우는 게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다구. 솔직히 당신보단

        도우미 아주머니가 나한텐 훨씬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야!

(M) love - 브라운 아이드 걸스


여     사소한 싸움은 늘 큰 다툼으로 번졌다.

        말 못하는 아이지만, 다 듣고 있다는 어른들 말씀 때문에

        그 앞에선 싸우지 않으려고 노력도 했지만

        하루하루가 피로하고. 힘들다 보니

        자꾸만 짜증을 내게 됐고.

        그럴수록 남편과의 사이는 멀어져만 갔다.


(E) 대문 쾅 닫고 들어오는


남     왜 또 그래~

여     아니 어머님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셔?

남     엄마가 뭘.

여     우리 다인이 아직 돌도 안지났어. 그리구 우리 이렇게 바둥바둥 사는

        거 보시면서도. 어쩜 둘째 얘길 하셔?

남     당신이나 나나 나이가 있으니까 우리 생각해서 얘기하신거지.

여     우리 생각해서? 우리 생각해서, 둘째는 꼭 아들 낳아라.. 그러셔?

남     엄마가 옛날 사람이잖아.

여     거기서 당신은 아직 안된다.. 그런 말도 못하고

        네.. 그래야죠. 이러구?

남     그럼 뭐라 그래? 안돼요! 그래?

여     왜 못해? 우리 너무 힘든 거 어머니도 아셔야 되잖아.

남     그럼 둘째는 아예 안낳을거야?

여     지금 당신은 둘째 생각이 나?

남     어차피 낳긴 낳아야할 거 아냐.

여     법으로 정해 놨어? 낳아야 되는 게 어딨어. 내가 이렇게 힘든데.

남     솔직히 당신이 유난스럽긴 해.

여     뭐?

남     우리 회사 다니는 애 엄마들.. 당신처럼 그러는 사람 없어.

        다들 일도 잘하고. 둘째 낳아서 잘만 키우더라.

여     속이 없는거야. 머리가 없는거야?

        그럼 난? 회사 가서도 힘들어 죽겠다고 징징댈 거 같애?

        나도 회사에선 아무렇지 않은 척!

        남편이 잘 도와주는 척! 시댁에서도 애 많이 봐주시는 척!

        하나도 안 힘든 척! 그런 척 하고 살아!

남     내 앞에서도 그런 척 좀 해봐라.

        왜 내 앞에만 서면 불평불만이 그렇게 많고. 사람을 이렇게 들들 볶        아대는지. 난 정말 모르겠다.

여     내가.. 당신 앞에서라도 안 그러면.......

        내가.... 이 세상에서.... 누구한테 그러겠어?

(M) 만약에 - 태연


(E) 버스터미널 소음들


남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여     그럼 어떡해? 애보기 아주머니들 자꾸 바뀌는 것도 그렇고..

        나도 부쩍 야근이 잦아져서... 그렇다고 입주 아주머니를 들이기는

        너무 비싸고...

남     그래도 애를 포항에 맡겨놓으면.. 우리 기껏해야 2주일에 한번이나

        한달에 한번밖에 못볼 거 아냐.

여     다 끝날 얘길 왜 또 다시하고그래? 난 뭐 이러고 싶어 이래?

남     그래.. 장모님이 봐주시면 아무래도 우리 마음은 편하겠지.

여     당신은 마음 편해서 좋겠다.

        난 엄마한테 미안해 죽겠는데.

남     나도 죄송스럽지. 그치만 우리 애기한텐 잘된 거 아니겠어?

여     과연 그럴까? 엄마 아빠랑 떨어져서 사는데

        과연 잘 된 일일까?

남     방금 당신이 그래놓고 이러냐?

        이왕 맡기기로 한 거니까 좋게 생각해. 잘 다녀오구.

여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우리 다인이 오늘 보면 오래 못볼텐데

        포항까지 같이 다녀올 시간도 없어?

남     미안해. 근데.. 장모님 진짜.. 서울 와서 계시면 안되는건가?

여     .....뭐?

남     아니.... 그게 서로 좋을 것 같아서.

여     우리 엄마도 자기 생활이 있잖아.

남     우리 엄마는 누나들 애 다 키워주셨잖아.

        원래, 시어머니가 애 키워주긴 힘들어도 친정 엄만 쉬운법이야.

여     우리 엄마가 딸자식 엄만 게

        그렇게까지 해야 할 죄야? 당신도 딸 가진 아빠면서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니야!

(M)사랑에 미치면 -임정희


여     아이가 떠난 집은 텅빈 무덤 같았다.


(E) 대문 열고 들어오는


남     뭐해?

여     젖 말리는 약 먹어. 이렇게 잘 나오는데.. 먹이지도 못하고...

남     그만 해라. 할 수 없잖아.

여     (울고)

남     (마음 안좋고) 왜 그래.

여     너무 보고 싶어서.

남     ........나도...      

여     아까 엄마한테 전화했는데, 우리 다인이 우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남     .......울었어?

여     애기여도 다 아는거지. 엄마 아빠가 없다는 거...

남     ........

여     어쩌지?

남     ........ 데려올까?

여     정말?

남     데려오자.. 죽이되든 밥이되든 같이 있어야지.

        우리 딸인데.

여     여보.... 

남     일어나.

여     지금? 밤 열한시가 넘었어.

남     지금 출발하면 새벽엔 포항 도착할 거 아냐.

        내일 출근 좀 늦겠다고 하면 되니까... 데려오자. 지금.

여     그래. 그러자... 우리 다인이.. 데려오자..

(M) 함께 했던 순간들 - 배종옥 강혜정 (좀 길게)


(E) 차 가는 소리


여     (통화하는) 지금 가고 있어요. 짐부터 챙겨주세요.

        엄마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우리 마음이... 그래서...

        (약간 목메는) 너무 보고 싶어서 잠이 안오는데 어떡해 그럼.

        젖도 잘 안마르고. 우리 다인이 분유보단 모유를 훨씬 더 좋아하는데.

        (진정하고) 그래요. 나 유난이야.

        엄만 나 키울 때 안 그랬어 뭐? 그래요. 도착할 때쯤 전화할께요.
(E)전화 끊고


남     장모님이 뭐라 그러셔?

여     어.. 유난이라 그러지 뭐. 애 갖다 맡긴지 사흘도 안돼

        그 난리라고. 데려가서 힘들단 소리 하지도 말라고.

남     데려오면... 또 힘들다고 난리칠거지.

여     그렇겠지...

남     앞으로 더 힘들다는데.

여     그래. 기기 시작하면 더 힘들다는데..

남     그래도.. 우리 다인이 기어다니면 귀엽겠다.

여     당연하지. 걸어다녀도 이쁠거야.

남     뛰면 진짜 신기하겠지.

여     나중에 꼬박꼬박 말대답하고. 말 안듣고 그래도 이쁠까?

남     글쎄... 그래도 이쁠 것 같은데.

여     하긴... 

남     가는 동안 눈 좀 붙여.

여     괜찮아. 당신이랑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해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남     그러네? 나도 당신 얼굴.. 하면 맨날 화내고 짜증내는 표정만

        떠올랐으니...

여     미안해.

남     ......나 미안하라고 일부러 더 그러는거지.

        진짜 미안한 건 난데.

(M)너를 사랑해.


(E)차 멈추고, 차에서 내리는


남     (하품) 아.. 너무 졸린다.

여     그러게. 참았다가 주말에 오자니까. 커피나 한잔 마시고 가자.

남     그래.


(E) 자판기에 동전 집어넣고 커피 뽑는


여     마셔.

남     어. 

여     (후... 한숨 쉬고)

남     왜?

여     당신이랑 나랑.... 커피 마시는 거 얼마만이지?

남     얼마...만인데?

여     기억 안나.

남     .....

여     우리가 그렇게 살았구나.

        남들도 다 그렇게 사나?

남     맞벌이 하면서... 애 하나 키우는 일이..

        대학 입시 공부보다... 취직 준비보다 더 힘들다.

여     난 애 낳아도, 나 자신을 지켜가면서 살겠다고 했는데...

        진짜 모르는 소리였던 것 같애.

남     맞아... 

여     나 아닌 다른 한 사람을 키워내고. 책임지는 일이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애 낳아 키우는 게

        악세서리 하나 사는 일처럼

        즐겁고 가벼운 일인 줄 알았던 거지.

(M) Kissing me -다니엘헤니 (엄정화)


(E)차 멈추는


여     다 왔다.

남     불 켜졌네?

여     엄마 안 자고 기다리시나봐.

남     다인이도 안 자고 있을까?

여     그럴지도... 우리 다인이 야행성이잖아.

남     들어갈까? 우리 골칫거리 데리러?

여     (웃고) 그럴까? 고생문 한번 더 열러?

남     가자.

여     응.


(E) 차 문 열고.

(E) 두 사람 걸어가는 소리 멀어진다.


여     대한민국에서.

        변변한 보육시설이 없는 직장이 태반인 이런 곳에서.

        맞벌이로 살아가면서

        아이를 키워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학교에서도, 그 누구도

        이 일이 그렇게 어렵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에

        겪어야 할 시행착오는 더욱 크다.

        앞으로도 자신 없다.

        우리가, 가족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좀 더 쉬운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M) 주제음 - Somethin' Stupid / Robbie Williams & Nicole Kidman






2008-03-05(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