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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4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첫
곡: Tea for Two / Lisa Ono
전현주
- 활기차고 싱그러운 3월이고 싶습니다. -
3월의 첫째 주가 시작 되었습니다. 새 학년, 새 학기, 새 친구,
새 교과서... 학생들은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첫째 주이기도 합니다.
잠 많던 동생이 아침 일찍 일어나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요. "너는 좋겠다 학생이라서. 교복입고 학교에 가고 공부만 해도 되고 얼마나 좋으니?“ 동생은 본격적인 고3 수험생활이 시작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 이렇게 말하는 누나인 제가 야속했던지 이렇게 투덜댑니다. “뭐가 좋냐. 고 3인데.." "당연히 부럽지. 누나는 3월 되면 항상 설레이고 그랬는데,,," 교복을 말끔히 차려입고 나가는 그 뒷모습은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학생으로써 16년 동안 지겹기도 했겠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3월만
되면 늘 설레였습니다. 처음 새 학기가 시작 되던 날이면 뺨에 스치는
봄바람도 싱그럽고, 웃음이 절로 났었거든요. 작년까지만 해도 방학이 끝나고 개강을 해서 친구들을 만나면, 그 동안의 근황에 대해서 이야기 하느라 하루가 너무나 짧았습니다. 과목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새 교과목에 열정이 부풀어 올랐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기숙사 룸메이트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기대감, 개강파티, 신입생 환영회 등등, 설레임과 기대감,
새로운 다짐들로 하루하루 바쁘고 꽉 차있던 3월이었지요. 하지만, 이젠
그런 생활이 안녕이라고 하니.. 참 서글픕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까지, 총 16년이 지나고 처음으로 학생이 아닌
신분이 되니, 학생 때의 것들이 그립네요. 그래서 더 작년 3월이 그리운 것
같습니다. 지금은 비록 학생이 아니더라도 예전에 느꼈던 3월의 설레임과
기대감을 다시 한번 느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예전의 그 느낌을 살려서
3월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 우리 모두 힘차게, 활기차게!! 아자 화이팅!!!
신청곡: Happy / Mocca
인도네시아 출신의 보사노바 재즈 그룹 '모카'의 2006년 발표곡.
한은경
- 어느덧 엄마가 되고나니... -
저는 올해, 결혼 3년차 두 아이를 둔 주부입니다. 저에겐 부모님을 대신해 절 키워주신 할머니가 계십니다. 할머니는 시골에서 평생을 사시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체력이 약해지셔서, 서울 큰집에서 치매를 앓고 계십니다.
장수마을로 소문난 시골에서 항상 목청도 크고 남들과 어울려 노래 부르기도 좋아하시던 할머니가 그렇게 되니, 평소 무뚝뚝한 손녀도 가슴이
아파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니기 전까지 할머니와 살았으니 거의 20 여년...
그동안 저는 할머니 마음을 참 많이도 아프게 해드렸습니다. 인정도 없고, 얼굴엔 웃음기도 없고, 그저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아이였거든요.
그랬던 제가 결혼을 해서 알토란같은 15개월된 아들 녀석 재롱에 하루가
모자랄 만큼 행복에 젖어 살고 있습니다. 살아오면서 못 웃던 미소가 이제야 터져 나오는지 그저 얼굴이 늘 방실방실이랍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할머니를 뵈러 갔습니다. 할머니는 저를 보시더니 금방
울음을 터뜨리시면서 "엄마..엄마.." 하시는 겁니다. 사람 분간을 못하시는
할머니는 저를 엄마라고 부르더군요. 그래서 저는 울음을 꾹 참고,,
" 그래, 울지마.. 울지마... 내가 있잖아...엄마가 있잖아..." 하며 할머니를
위로해 드렸습니다. 저는 제가 손녀라는 것도 잊고, 제 자식 다루듯이
할머니를 소중하게 보살펴 드렸지만, 밀려오는 후회감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커오면서 할머니를 애정으로 보살피고, 많은 정 주고,
더 많은 얘기도 했다면 이렇게 후회하지 않을텐데...
돌아오는 발걸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지난날의 나는 왜 그렇게 다정스럽지 못한 손녀딸이었을까요?
지금부터라도 할머니를 자주 찾아 뵙고, 그동안 못다했던 효도를 해야겠습니다. 할머니 사랑해요...
신청곡: I Was Born To Love You / Tuck & Patti
미국 출신의 흑백 부부 재즈 듀오 '턱 & 패티'의 2003년 리메이크 곡.
천영욱
- 경칩이라는군요 -
내일, 3월5일은 경칩입니다. 개구리가 뛰어나오고 만물이 소생하는 날이라, 이제 봄이 오는 건 당연지사지요. 요즈음엔 개구리가 참 귀하다고 합니다.
제 어린 시절에 논에 가면 가장 흔한 것이 개구리였고, 어린 올챙이로
장난도 치고 했는데 말입니다. 저희 집 앞마당에는 작은 텃밭이 하나 있었는데요, 엄마께서 채소와 온갖 무공해 먹거리를 키우셨지요. 그 작은 모퉁이에 작은 연못이 하나있었는데요, 겨울에는 무성한 풀만 자라다가 봄이 오면
주변을 정리하고 미꾸라지를 키우십니다. 가끔씩 동네분들에게 키운 미꾸라지를 생색나가며 드리기도 하고, 어느 날은 저희집 밥상에도 맛있는 탕으로 올라오곤 했습니다. 저도 그 연못 안에 작고 앙증맞은 개구리를 넣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통 안에 넣고 이끼도 담아두면서 관찰을 했는데, 요 녀석들이 커가면서 팔짝팔짝 잘도 뛰어다니더군요. 그런데, 학기 초 선생님께서
개구리 해부를 하신다고, 반장인 저에게 개구리를 20여마리 잡아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개구리를 잡아서 학교에 갔지요.
그런데 저는 제가 잘못 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실습시간에 도망가려는
개구리를 핀으로 고정시키고, 해부를 하는데 그만 저는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한없이 가엾게 보였거든요.
서럽게우는 저를 보며 선생님께서는 몇 마리만 해부로 쓰시고 전부 놓아주라며 다시 돌려 주셨답니다. 작은 연못이 아닌 논가에 놓아두니 팔짝팔짝
뛰는 모습이 저에게 기쁨으로 돌아왔습니다. 내가 키웠던 개구리라고 등 뒤에 표시라도 해둘껄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연의 모습 안에 성장하고
순응하며 사는 모습에서 우리네 삶과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신청곡: Spring Is Here / Johnny Mathis
조니 마티스의 1962년 작품으로 봄을 대표하는 노래 중 하나.
박나림의
차 한 잔 하시죠
최승희님
사연
강혜정
- 봄을 선물하던 아버지 -
지난 주말 고향집에 내려갔을 때, 쇼파 위에 먹음직스럽게 하얀 분이 묻어나는 곶감이 한바구니 가득 있었습니다. 저는 바로 알아차렸죠. 그 곶감은
지난 가을 아빠가 직접 감을 채집해서, 가을바람에 정성껏 말린
‘강사장님표 곶감’ 이란 것을요. 일일이 주인 없는 감나무의 감을 따다가,
껍질만 살짝 벗겨낸 뒤, 베란다에 철봉을 설치하고, 실로 감꼭지를 돌돌
말아서 정성스레 오랜 시간을 말려주면,,, 그게 바로 햇빛가득 받고 가을바람 제대로 쐬인 곶감이 되는 겁니다. 아빠는 곶감 말고도, 봄이 되면 산에 올라 귀한 산나물과 산더덕, 그리고 두릅 같은 것을 따오시고, 가을께엔
집주변 산에 넘쳐나는 밤과 감을 채집하는 낙으로 한해를 보내시곤
하십니다. 요즘같이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 굳이 손도 많이 가고,
고생스럽기까지한, 그런 아빠의 행동을 보면서 저는,
“아빠 마트에 가면 이런거 다팔아~ 뭣하러 산에 힘들게 가서 따와?
그게 맛있어? 난 나물,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드라~” 이렇게 철없는
소리를 했지요. 그랬더니 아빠께서는 “그게 아니야~ 아직 니가 어려서
이 맛을 몰라서 그렇지, 얼마나 귀하고 구하기 어려운건데~ 자 봐봐~
이건 곤드레 나물이고, 깻잎같이 생긴 요것은 곰치, 요건 나물취, 그리고
이건 운이 좋아야 캘 수 있는 산더덕~ 자 냄새한번 맡아봐~”
정말로 산더덕 서너뿌리에서 온 집안에 진한 더덕냄새가 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덩달아 봄냄새까지 그윽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곤드레나물은 밥과 함께 익혀서 비빔밥을 해먹었고, 손가락 굵기 만한
두릅은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먹었더니, 왜 해마다 아버지께서 산을 타고
나물을 한가득 짊어지고 오시는지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아빠께서 몇 해전 담낭암으로 큰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그때만해도
다시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언 땅을 뚫고 싹을 튀우는 봄의 푸릇한 새싹처럼, 꿋꿋하게 예전의 생활로 찾아가시더라구요. 해마다 봄을 선물해 주던 아버지의 모습,,, 앞으로도 계속 보고싶습니다.
아버지 건강하세요~
신청곡: Joyride / Roxette
스웨덴 출신의 팝 록 혼성 듀오 ‘락시트’의 1991년 작품.
백승희
- 행복이란게요 -
내 집이 생기면 아는 사람들 불러, 맛있는 음식 차려놓고 집들이 하는 게
제 소원이었습니다. 얼마 전, 제 친구 한 명이 제법 넓은 아파트를 장만해서는 집들이 한다며 가까운 친구들을 불렀습니다. 저는 무슨 선물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자주 쓰는 화장지 묶음을 샀습니다. 제가 사는 곳보다 2배나 넓은 친구의 아파트에 들어서니, 넓은 응접실이 우릴 반겼습니다. 피아노가
놓여진 응접실과 세 개의 방, 모든 게 갖춰진 친구가 부러웠습니다.
같은 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나이인 친구가 부러웠습니다. 너무 좁아 식탁을 놓으면 꼭 차버리는 우리집 부엌과 어둡고 좁은 두 개의 방이 생각났습니다.
‘언제쯤 나도 이렇게 좋은 집에서 살수 있을까?’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왠지 모를 찹찹함이 제 마음을 가로지르더군요. 제자신의
초라함이랄까요. 맛있게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없이 작게만 보이더군요. 나도 예쁘고 멋지게 살고 싶은데... 내가 왜 이렇게 됐나 하는 쓸쓸함이 저를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처음으로 "후회"라는 단어를 떠올려
봅니다. 이렇게 속상하게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칭얼되며 울기 시작하더군요.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 화를 내며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이런 저의 모습에 깜짝놀라 아이를 안고 울고 말았죠. 미안하다 미안해... 한참을 울고 나니 기분이 조금 풀어졌습니다. 그리고 예쁜 아이를 보면서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그래 지금도 행복한데 뭐~~’ 자상하고 열심히 일하는 남편이 있고,
토끼같이 예쁜 자식도 있는데 뭐가 부럽다고... 평범함 속에서 찾아오는
행복함을 새삼 느껴봅니다.
2008-03-0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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