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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1일 목요일 방송 원고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27화 -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M)주제음 -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god)


남     이 이야기는, 골든디스크 청취자 서선영씨의 사연을 각색한 것입니다.


-BG UP/DOWN-


(E) 거리 소음 + 하이힐 신고 타다닥 뛰어가는 소리


여     오늘은 첫출근하는 날.

        큰 회사는 아니지만, 내 힘으로

        취업을 했다는 사실은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하늘은 눈부시게 파랬고.

        어디선가 봄기운을 실은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M)칵테일사랑 - 마로니에


(E) 사무실 소음


여     많은 사람들에게 내 소개를 하고.

        근사한 컴퓨터가 있는 내 자리에 앉아서

        뿔테안경을 쓴 채 멋지게 사무를 보고.

        옆자리에 앉은 선배에게 모르는 걸 물어보며

        돈독한 선후배의 정을 쌓으면서....

        그렇게 사회생활의 첫날을 보내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의 소개 같은 걸 받기엔

        회사 일이 너무들 바빴나보다.

        컴퓨터도 없이 서류만 잔뜩 쌓여있는 빈책상 앞에 가서

        나는 무슨 일을 해야할지도 모른 채

        멀뚱멀뚱 서 있었다.


남     거기... 누구에요?

여     네? 저요? (반갑고) 네. 저는 오늘자로 영업부에 배정받은 윤은서...

남     아~ 나는 또...

        (멀리에 대고) 이대리! 김밥 시킨 거 왜 안와?

여     저기요. 김밥요?

남     아니.. 나는 김밥 배달 온 줄 알고...


여     내 옷차림이 그 정도인가?

        나름대로 옷장에서 가장 좋아 보이는,

        그리고 가장 정장스러워 보이는 옷을 꺼내 입고 온건데.


남     그런데 누구라구요?

여     (풀죽어서) 오늘로 영업부에 배정받은 윤은서라고 합니다.

남     그럼 나 커피 한잔만.

여     네?

남     커피 한잔만 달라고.

(M) 1과 2분의 1 - 투투


남     아니.. 왜 그렇게 봐?


여     물론 제가 신입사원이긴 합니다만, 처음 보는 사람인데

        어떻게 바로 반말을 하세요? 그리고 커피요?

        하참... 제가 커피 타러 이 회사에 들어왔나요?

        지금 제가 여자라고 무시하시는 거에요?

        남자후배라도 이런 거 시키시겠냐구요!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여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남자의 얼굴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남     왜 그러냐구?

여     커피... 어디서 타는지 몰라서...

남     저기 끝에 주전자 보이지? 그 옆에 커피믹스 있어.


여     그 남자가 시키는대로 커피를 타고 있는데

        울화통이 터질 것만 같았다.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걸어주지도 않고

        뭔가, 일다운 일을 시켜주지도 않고

        겨우 출근 첫날 하는 일이 커피 심부름이라니.


(E) 커피 탁 놓는

남     어? 

여     ....네?

남     아니... 기분 나빴나 해서?!

여     ..........(참다가 말하는)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나요?

남     좋을대로.

여     기분이.. 나빴습니다. 왜냐면, 저는 커피심부름하러 이 회사에 입사..

남     ........한 게 아니다. 지금 여자라고 무시하냐. 남자라도 이런 일 시키        겠냐. 뭐 그런 거?

여     .....네!

남     남자라도 이런 일 하는 데가 우리 회사야.

        커피 심부름은 막내가 하는 거거든.

여     ...네?

남     아 보다시피 직원수도 얼마 안되고. 워낙들 바빠서 말이야.

        그나마 막내가 일이 제일 적으니까, 커피심부름 팩스보내기

        각종 청소와 뒤처리. 퀵서비스 대신 물건 심부름 하기 등등..

        다 막내 일이거든. 설명 못 들었지?

여     .....네. 뭐 그런 건 잘...

남     싫으면 아직 안늦었으니까 그만둬도 될거야.

여     아뇨. 제가 뭐 언제... 싫다고...

남     나도 재작년까진 이런 일 다 했었어. 그쪽 들어오기 전까진

        저기 보이는 한민수가 다 했고.

여     ......네에...

남     이거 팩스 좀 보내줄래?

여     아...네. 

(M) 행복 - H.O.T

        

(E) 걸어나오는 소리


여     정신 없는 가운데 하루 업무를 끝마쳤다.

        회사에서 나오는데, 주차장에서 나오던 차 한대가

        털털거리며 멈춰섰다.

(E) 털털거리며 멈추는


여     누군가? 해서 보니. 내 옆자리의 김대리였다.


여     어머. 김대리님.

남     집에 가?

여     네. 

남     그럼 말이야...


여     얼른 눈치를 보니, 나를 옆자리에 태우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이 사람이 날 어떻게 보고!

        게다가 이런 똥차에 내가 탈 것 같은가 말이다.

        그래서 난 얼른 도도하게 말했다.


여     아니에요 김대리님. 저는 버스 타고 가면 돼요. 신경쓰지 말고

        얼른 출발하세요.

남     어?

여     어서 출발하시라구요. 버스 정류장 바로 저기잖아요.

남     누가 윤은서씨 타래?

여     네?

남     차 멈춰선 거 안 보여?

여     아...이게... 저 때문에 멈추신 게 아니라..

        고장나서 멈춰선 거에요?

남     좀 밀어봐.

여     네에?

남     뒤에서 좀 밀어주면 시동 걸리거든? 좀 밀어줘봐.

여     아니 제가... 어떻게....

남     얼른?!

여     네....


(E) 시동 걸려고 하는데 푸지지직... 잘 안되는 소리


여     (힘들어 죽으려고 하며) 아직 안됐어요?

남     (멀리서) 좀 더 세게 밀어봐.

여     아... 진짜 오르막길에서 어떻게 더 세게 밀어. 팔아퍼 죽겠구만.


(E) 시동 걸린다.


여     어? 된 거에요?


(E) 차 서서히 출발하며


남     (멀리서) 타.

여     네? 

남     아 멈추기 전에 타라고. 빨리.

여     네? 네...

(E) 차 문 열고

여     엄마야! 

(M)Dream a little dream


(E) 차 덜덜거리면서 가는


남     집이 어디야?

여     돈암동이요.

남     우리집 길음동인데.

여     가깝네요.

남     아침에 8시까지 삼선역 앞에 서 있어.

여     네?

남     카풀하자고. 싫어?

여     아니..뭐 싫은 건 아니지만.

남     그냥 한달에 오만원씩 기름값만 줘.

여     5만원요?

남     비싼 거 아닌데? 한달 버스비 계산해봐. 거기서 우리 회사 오려면

        한번 갈아타야 될걸?

여     그렇기는 한데.

남     맘대로 해.

여     그럴께요.. 그럼. 그런데요. 제 신조가요,

        사내커플은 반대다..거든요?

남     뭔소리야?

여     아니 그러니까요. 대학교 다닐때두 그냥 저 좋다구 쫓아다니는

        남학생들 많았지만, 저는 같은 과나 같은 서클에 있는 애들하곤

        절대 안사귀었거든요. 그건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일 거구요.

남     그걸 왜 나한테 얘기해?

여     아니 또 저는 혹시나.. 아닌 척 하면서도 저한테 자꾸 말 걸구

        차 같이 타고 다니자고 하시는 게.. 혹시나 해서...

남     나 키 작은 여자 싫어해.

여     어머? 저 키 160넘어요!!

남     하이힐 신고?

(M) 빛 - HOT

 

여     다음날부터 우리는 함께 차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김대리는 참 이상한 사람이었다.

        가령. 아침에 차를 탔을 때.


여     어머. 샌드위치 드세요?

남     (먹으며) 어.

여     하나..싸오신 거에요?

남     어.

여     그럼.. 맛있게 드세요.

남     어.


여     이래놓고. 그 다음날 내가 샌드위치를 싸가서 먹으려고 하면.


남     뭐야 너. 그거 하나 싸온거야?

여     네..

남     뭐 넣었어?

여     참치랑 마요네즈랑 토마토..

남     이리 내. 나 참치샌드위치 좋아한단 말이야.

여     네?? 

남     아니.. 넌 애가 왜 그렇게 손이 작냐? 사람이 둘인데 하나만 싸오면

        어쩌자는거야? 잘 먹는다.


여     이런다. 이 정도면 배려를 할 줄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 철면피에 뻔뻔한 인간이 아닌가.


남     야. 다음엔 김밥 같은 거 싸와봐. 역시 아침엔 빵보단 밥이야.

(M) 김밥 - 자두


여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이대리의 짠돌이 근성에도

        점점 익숙해져갈 때 쯤이었다.


(E) 거리 걸어가는

여     이번 프리젠테이션요. 벌써 다섯 개 업체에서 달라붙었대요.

남     뭐 그 정도 갖고 그래.

여     떨어지면 어떡해요?

남     그런 생각을 왜 해. 무조건 되게 만들어야지.

여     그럼 선배가 한 거.. 한번도 안된 적 없으세요?

남     아니? 

여     그런데 왜 그렇게 자신감이 넘쳐요?

남     자기 최면...

여     ....아..

남     저녁에 시간 있냐?

여     왜요?

남     나랑 야근 좀 하자.

여     단..둘이요?

남     나 키 작은 여자 싫댔지. 너한테 개인적인 관심 요만큼도 없으니까

        걱정 말고. 편의점 가서 참치 샌드위치나 좀 사와라.


여     그렇게 말해놓고 앞서 걷는 그 사람을 보는데

        이상했다. 이상하게 서운했다. 그리고 이상하게 멋졌다.

(M) 오 마이 러브 - SES


---------------------1부 끝 ---------------------


* 음악에세이 2부가 계속됩니다.


(E)컴퓨터 자판 치는 소리

(E)걸어와서 커피잔 놓는


여     커피 드세요.

남     어? 이제 자동이네.

(E) 마시고


여     잘 마실께. 이런 말 좀 하면 안돼요?

남     왜?

여     다른 선배들은 적어도 그런 말 하거든요.

        잘 마실께. 고마워. 이런 말.

남     다른 사람들한테도 다 듣는 말, 나한테까지 들어서 뭐하게.

여     궁금한 거 있어요.

남     뭐..

여     난 선배가 돈 쓰는걸 거의 본적이 없거든요?

        밥값도 자기껏만 딱딱 내잖아요? 술 마시는 거 본 적도 없고.

        월급 거의 다 모으지 않아요?

남     ...그래서?

여     아니.. 그 돈 다 어따 쓸려고 그러는 지 모르겠어서.

남     (피식) 니가 그래서 아직 어리다는거야.

여     네?

남     니가 몰라서 그러는데. 세상은 말이야. 돈 쓸 곳이 너무너무

        많은 데거든?

(M) 종로에서 -JS


여     그는 계속 일을 했고.

        나는 새벽녘쯤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던 내 어깨엔

        그의 커다란 옷이 덮여 있었다.

        부신 눈을 비비며 눈을 들었을 때

        그 사람이 희뿌옇게 동이 터오는 창밖을 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 등이 참 넓어 보였다.

        멀리서 새벽종이 댕댕... 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M)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



(E) 거리 소음, 차에 올라타는

여     선배. 이거.. 김밥이에요.

남     웬일이냐?

여     하나 입에 넣어드릴까요?

남     됐거든. 나도 손 있어.

여     아니.. 운전하는데 위험하니까. 드세요 이거. 아...

남     왜 이래... (하면서도 먹고) 간이 좀 덜됐다.

여     새벽부터 일어나서 열심히 김밥 말아온 사람한테.. 첫마디가 뭐 그래        요?

남     암튼 생색으로 너 따라올 사람이 없지. 지가 해와놓고, 고맙단 소리가

        그렇게 듣고 싶을까.

여     치.. 

(E) 시동 푸드득 꺼지는

여     어? 왜 이래요 이거 또?

남     가서 밀어라.

여     또요? 

(M)참아주세요(앗뱀이다) - 김혜연


(E) 차 밀고, 시동 푸득푸득...


여     궁시렁대면서 차를 밀다 보니, 그 사람 차 번호가 보인다.

        6812... 내가 날마다 타고 다니는 차 번호가 6812였구나.

        혼자서 되뇌여 본다. 이제 너무 낡아서

        거리에서 찾아보기도 힘든 남색 중고차. 

        하지만, 이 차가 그 사람차라고 생각하니

        왠지 특별해 보였다.


남     (멀리서) 야. 미는거야 마는거야. 제대로 밀어봐 좀!

여     알았어요! 지금 밀고 있잖아!

(M) 좋아하면 다 그래 - 디바


여     차를 밀다가 검어진 손을 씻어내고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그 사람이 거기 서 있다.


여     왜요?

남     이거..

여     네?

남     너 오늘.. 생일 아니냐?

여     아닌데..

남     아니야..??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여     아... 난 음력 쇠는데?

남     아.....

여     그거 뭔데요?

남     아니야.

(E) 실랑이하며

여     아 줘봐요. 줘봐요.


여     뺏어서 상자를 열어보니, 예쁜 목걸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목걸이다.

        우리 회사 최고의 짠돌이가. 밥 한끼 안사는 걸로 유명한

        저 짠돌이가. 그 고물차를 꾸역꾸역 몰고 다니는 천하의 짠돌이가.

        나를 위해 이런 선물을 했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여     이거.. 나 주려고 산 거에요?

남     ........

여     그런데 이걸 이런 데서 줘요? 화장실 앞에서?

남     아니... 사무실에선 사람들도 있고...

여     그럼 차 안에서 주면 됐잖아요.

남     아니.... 뭐... 그럴까 했는데 아침에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여     그럼....그럼..... 이따 저녁에 잠깐 밥이라도 먹자고...

        왜 그런 데 있잖아요. 분위기도 좋고 그런 데.. 그런 데

        가자고 해서 줄 수도 있잖아. 꼭 이렇게 여자 화장실 앞에서

        줘야 돼요?

남     내가 그런 데 가자고 하면 갈거야?

여     못갈 것도 없잖아요.

남     단 둘인데?

여     뭐 어때요. 어차피 선배는 키 작은 여자 안좋아한다면서요.

남     ......그렇긴 하지.

여     ........

남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키가 작다면, 그건 얘기가 달라지지.

(M) 너 없는 동안 -김원준


여     키 작은 여자가 싫다던 그는 나를 좋아하게 됐고.

        사내커플은 절대 안된다던 나는 그를 좋아하게 됐다.

        우리는 그렇게 연인이 됐다.

        우리가 커플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도록

        유난스럽게 연애를 했다.

        특히, 내가 그랬다. 그와 함께 있는 걸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

        싶었고. 언제나 같이 있고 싶어했다.

        난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겪고 있었다.

(M)주문을 걸어 - 박혜경 (첨부터)


(E) 차 와서 멈추는 + 거리소음


여     오늘 왜 이렇게 늦었어~

남     미안해. 오늘은 너 혼자 가야할 것 같다.

여     왜?

남     나중에 얘기할께.

여     왜 그러는데.


(E)차 출발하는


여     연애를 한 지 1년이 지났던 어느날.

        그가 나를 거리에 놔두고 황급히 사라진 날부터

        그는 조금씩 달라졌다.

        무언가 일이 생긴 것 같았다.


(E) 사무실 소음

여     (약간 소곤거리며) 말 안할거야? 무슨 일인데.

남     나 지금 가봐야 되거든? 나중에 얘기할께.

여     나중에 얘기한다..얘기한다.. 그런 게 1주일 넘었어.

        도대체 무슨 일인데.

남     미안하다 그랬잖아. 나중에 하자 나중에. 나 지금 머리 아프니까.

여     오늘 내 생일이야!

남     ......

여     일년전에 나한테 어떻게 해줬는지 잊었어?

남     ...미안하다.

여     무슨 일인지만 얘기해달라구. 그게 그렇게 어려워?


여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나는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대로 나가 버렸고.

        난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M)남자 때문에 - 주


여     그리고 그날 밤. 그에게 전화가 왔다.


남     생일 잘 보냈어?

여     잘 보냈겠어?

남     미안해. 

여     무슨 일인지 말해주면 용서할께.

남     아버지가 편찮으셔.

여     .....정말? 그럼.. 진작 얘길하지..

남     암인데.. 말기셔.

여     ........

남     너한테 이렇게 얘기하면, 이 일이 정말 현실이 돼버릴까봐 싫었어.

여     .........

남     은서야.

여     어..

남     우리집... 가난해. 아주 힘들어. 넌 몰랐겠지만 그래.

여     .....

남     아버지 병원비 때문에, 안그래도 힘든데 더 힘들게 될 것 같애.

여     난...그런 거 괜찮아.

남     그리고 너한테 많이 신경도 못써줄 것 같고.

(M) 레인 - 박혜경


여     그리고 우리는 지칠 때까지 싸웠다.

        아버지의 병간호에, 병원비 마련 때문에

        눈코뜰 새 없이 바빴던 그는

        나와 만날 시간이 전혀 없었다.

        난 그냥.. 가끔 만나도 좋으니

        따뜻하게, 다정하게, 예전처럼 그렇게 해주길 바란 거였는데.

        그에겐 그런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같은 차를 타고 가면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들이 늘어갔다.

        그리고 어느날. 아침.

        그의 차가 오지 않았다. 그리고 회사에서 난 알았다.

        그의 아버지가 그날 새벽 돌아가셨다고 했다.

(M) 바보 - 박효신


(E)사람들 북적이는


여     어떡해.. 아침에야 소식 들었어..

남     그래. 와줘서 고맙다.

여     무슨 말이 그래. 당연히 와야 되는 거잖아.

남     은서야.. 

여     어..

남     미안하다. 이런 데서 할 말 아니지만.

        나 회사도 옮기게 될 것 같고.

        이제 너 볼 일도 없어질 것 같다.

여     어?

남     내가 못난 놈인 거 잘 아는데... 아버지 이렇게 보내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졌어.

        지금까지보다 더..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여     아니야. 나는.. 그래도 괜찮아.

        그동안 내가 속좁게.. 굴어서 그래? 아니야. 내가 잘할께. 미안해.

남     내가 미안해. 니가 잘못한 거 없어.

        아직도 나는 후회해. 그때.. 내가 좋다고.. 내 마음대로 너한테

        다가선 거....

여     아니 나는....


여     난 하고 싶은 말을 미처 하지 못했는데

        그는 돌아서서 다른 손님을 맞이하러 가 버렸다.  

(M) 날 위한 이별 - 김혜림


여     그와의 이별은 너무도 깔끔했다.

        그는 전화번호를 바꿨고.

        회사를 옮겼다.

        그와 연락을 할 수 있는 통로는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 후로, 나에겐 버릇이 생겼다.

        어딜 가더라도, 차 번호를 확인하는 습관이다.

        6812... 낡은 남색의 소형차..

        한번은 버스 안에 있다가

        낡은 남색차가 사고가 난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뛰쳐 내려간 적도 있었다.

        사고가 난 차가, 그의 차가 아님에 안도하며.

        돌아서던 순간 눈물이 났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

(E)버스 덜컹거리며 가는 차 안

여     버스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창밖을 보았다.

        버릇대로, 차 번호를 확인했다.

        거기엔 6812라는 번호가 있었다.

        낡은 남색의 소형차. 그의 차였다.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얼른 눈을 닦고 운전석을 봤다.

        그 사람이었다. 앞자리에 달랑거리는 인형은

        내가 언젠가 손으로 만들어 주었던 그 인형이었다.

        창문을 열고 불러라도 보고 싶었지만

        신호는 곧 바뀌었고. 차는 출발했다.

        그는 또다시 멀어졌다.

        여기까진가보다. 이제는 그만 잊으라는 얘긴가보다..

        난 멀어지는 그 사람의 차를 바라보며

        가만히 속삭인다. 안녕...

(M)주제음 






2008-02-20(1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