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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27화 -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M)주제음 -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god)
남 이 이야기는, 골든디스크 청취자 서선영씨의 사연을 각색한 것입니다.
-BG UP/DOWN-
(E) 거리 소음 + 하이힐 신고 타다닥 뛰어가는 소리
여 오늘은 첫출근하는 날.
큰 회사는 아니지만, 내 힘으로
취업을 했다는 사실은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하늘은 눈부시게 파랬고.
어디선가 봄기운을 실은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M)칵테일사랑 - 마로니에
(E) 사무실 소음
여 많은 사람들에게 내 소개를 하고.
근사한 컴퓨터가 있는 내 자리에 앉아서
뿔테안경을 쓴 채 멋지게 사무를 보고.
옆자리에 앉은 선배에게 모르는 걸 물어보며
돈독한 선후배의 정을 쌓으면서....
그렇게 사회생활의 첫날을 보내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의 소개 같은 걸 받기엔
회사 일이 너무들 바빴나보다.
컴퓨터도 없이 서류만 잔뜩 쌓여있는 빈책상 앞에 가서
나는 무슨 일을 해야할지도 모른 채
멀뚱멀뚱 서 있었다.
남 거기... 누구에요?
여 네? 저요? (반갑고) 네. 저는 오늘자로 영업부에 배정받은 윤은서...
남 아~ 나는 또...
(멀리에 대고) 이대리! 김밥 시킨 거 왜 안와?
여 저기요. 김밥요?
남 아니.. 나는 김밥 배달 온 줄 알고...
여 내 옷차림이 그 정도인가?
나름대로 옷장에서 가장 좋아 보이는,
그리고 가장 정장스러워 보이는 옷을 꺼내 입고 온건데.
남 그런데 누구라구요?
여 (풀죽어서) 오늘로 영업부에 배정받은 윤은서라고 합니다.
남 그럼 나 커피 한잔만.
여 네?
남 커피 한잔만 달라고.
(M) 1과 2분의 1 - 투투
남 아니.. 왜 그렇게 봐?
여 물론 제가 신입사원이긴 합니다만, 처음 보는 사람인데
어떻게 바로 반말을 하세요? 그리고 커피요?
하참... 제가 커피 타러 이 회사에 들어왔나요?
지금 제가 여자라고 무시하시는 거에요?
남자후배라도 이런 거 시키시겠냐구요!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여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 남자의 얼굴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남 왜 그러냐구?
여 커피... 어디서 타는지 몰라서...
남 저기 끝에 주전자 보이지? 그 옆에 커피믹스 있어.
여 그 남자가 시키는대로 커피를 타고 있는데
울화통이 터질 것만 같았다.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걸어주지도 않고
뭔가, 일다운 일을 시켜주지도 않고
겨우 출근 첫날 하는 일이 커피 심부름이라니.
(E) 커피 탁 놓는
남 어?
여 ....네?
남 아니... 기분 나빴나 해서?!
여 ..........(참다가 말하는)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나요?
남 좋을대로.
여 기분이.. 나빴습니다. 왜냐면, 저는 커피심부름하러 이 회사에 입사..
남 ........한 게 아니다. 지금 여자라고 무시하냐. 남자라도 이런 일 시키 겠냐. 뭐 그런 거?
여 .....네!
남 남자라도 이런 일 하는 데가 우리 회사야.
커피 심부름은 막내가 하는 거거든.
여 ...네?
남 아 보다시피 직원수도 얼마 안되고. 워낙들 바빠서 말이야.
그나마 막내가 일이 제일 적으니까, 커피심부름 팩스보내기
각종 청소와 뒤처리. 퀵서비스 대신 물건 심부름 하기 등등..
다 막내 일이거든. 설명 못 들었지?
여 .....네. 뭐 그런 건 잘...
남 싫으면 아직 안늦었으니까 그만둬도 될거야.
여 아뇨. 제가 뭐 언제... 싫다고...
남 나도 재작년까진 이런 일 다 했었어. 그쪽 들어오기 전까진
저기 보이는 한민수가 다 했고.
여 ......네에...
남 이거 팩스 좀 보내줄래?
여 아...네.
(M) 행복 - H.O.T
(E) 걸어나오는 소리
여 정신 없는 가운데 하루 업무를 끝마쳤다.
회사에서 나오는데, 주차장에서 나오던 차 한대가
털털거리며 멈춰섰다.
(E) 털털거리며 멈추는
여 누군가? 해서 보니. 내 옆자리의 김대리였다.
여 어머. 김대리님.
남 집에 가?
여 네.
남 그럼 말이야...
여 얼른 눈치를 보니, 나를 옆자리에 태우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이 사람이 날 어떻게 보고!
게다가 이런 똥차에 내가 탈 것 같은가 말이다.
그래서 난 얼른 도도하게 말했다.
여 아니에요 김대리님. 저는 버스 타고 가면 돼요. 신경쓰지 말고
얼른 출발하세요.
남 어?
여 어서 출발하시라구요. 버스 정류장 바로 저기잖아요.
남 누가 윤은서씨 타래?
여 네?
남 차 멈춰선 거 안 보여?
여 아...이게... 저 때문에 멈추신 게 아니라..
고장나서 멈춰선 거에요?
남 좀 밀어봐.
여 네에?
남 뒤에서 좀 밀어주면 시동 걸리거든? 좀 밀어줘봐.
여 아니 제가... 어떻게....
남 얼른?!
여 네....
(E) 시동 걸려고 하는데 푸지지직... 잘 안되는 소리
여 (힘들어 죽으려고 하며) 아직 안됐어요?
남 (멀리서) 좀 더 세게 밀어봐.
여 아... 진짜 오르막길에서 어떻게 더 세게 밀어. 팔아퍼 죽겠구만.
(E) 시동 걸린다.
여 어? 된 거에요?
(E) 차 서서히 출발하며
남 (멀리서) 타.
여 네?
남 아 멈추기 전에 타라고. 빨리.
여 네? 네...
(E) 차 문 열고
여 엄마야!
(M)Dream a little dream
(E) 차 덜덜거리면서 가는
남 집이 어디야?
여 돈암동이요.
남 우리집 길음동인데.
여 가깝네요.
남 아침에 8시까지 삼선역 앞에 서 있어.
여 네?
남 카풀하자고. 싫어?
여 아니..뭐 싫은 건 아니지만.
남 그냥 한달에 오만원씩 기름값만 줘.
여 5만원요?
남 비싼 거 아닌데? 한달 버스비 계산해봐. 거기서 우리 회사 오려면
한번 갈아타야 될걸?
여 그렇기는 한데.
남 맘대로 해.
여 그럴께요.. 그럼. 그런데요. 제 신조가요,
사내커플은 반대다..거든요?
남 뭔소리야?
여 아니 그러니까요. 대학교 다닐때두 그냥 저 좋다구 쫓아다니는
남학생들 많았지만, 저는 같은 과나 같은 서클에 있는 애들하곤
절대 안사귀었거든요. 그건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일 거구요.
남 그걸 왜 나한테 얘기해?
여 아니 또 저는 혹시나.. 아닌 척 하면서도 저한테 자꾸 말 걸구
차 같이 타고 다니자고 하시는 게.. 혹시나 해서...
남 나 키 작은 여자 싫어해.
여 어머? 저 키 160넘어요!!
남 하이힐 신고?
(M) 빛 - HOT
여 다음날부터 우리는 함께 차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김대리는 참 이상한 사람이었다.
가령. 아침에 차를 탔을 때.
여 어머. 샌드위치 드세요?
남 (먹으며) 어.
여 하나..싸오신 거에요?
남 어.
여 그럼.. 맛있게 드세요.
남 어.
여 이래놓고. 그 다음날 내가 샌드위치를 싸가서 먹으려고 하면.
남 뭐야 너. 그거 하나 싸온거야?
여 네..
남 뭐 넣었어?
여 참치랑 마요네즈랑 토마토..
남 이리 내. 나 참치샌드위치 좋아한단 말이야.
여 네??
남 아니.. 넌 애가 왜 그렇게 손이 작냐? 사람이 둘인데 하나만 싸오면
어쩌자는거야? 잘 먹는다.
여 이런다. 이 정도면 배려를 할 줄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 철면피에 뻔뻔한 인간이 아닌가.
남 야. 다음엔 김밥 같은 거 싸와봐. 역시 아침엔 빵보단 밥이야.
(M) 김밥 - 자두
여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이대리의 짠돌이 근성에도
점점 익숙해져갈 때 쯤이었다.
(E) 거리 걸어가는
여 이번 프리젠테이션요. 벌써 다섯 개 업체에서 달라붙었대요.
남 뭐 그 정도 갖고 그래.
여 떨어지면 어떡해요?
남 그런 생각을 왜 해. 무조건 되게 만들어야지.
여 그럼 선배가 한 거.. 한번도 안된 적 없으세요?
남 아니?
여 그런데 왜 그렇게 자신감이 넘쳐요?
남 자기 최면...
여 ....아..
남 저녁에 시간 있냐?
여 왜요?
남 나랑 야근 좀 하자.
여 단..둘이요?
남 나 키 작은 여자 싫댔지. 너한테 개인적인 관심 요만큼도 없으니까
걱정 말고. 편의점 가서 참치 샌드위치나 좀 사와라.
여 그렇게 말해놓고 앞서 걷는 그 사람을 보는데
이상했다. 이상하게 서운했다. 그리고 이상하게 멋졌다.
(M) 오 마이 러브 - SES
---------------------1부 끝 ---------------------
* 음악에세이 2부가 계속됩니다.
(E)컴퓨터 자판 치는 소리
(E)걸어와서 커피잔 놓는
여 커피 드세요.
남 어? 이제 자동이네.
(E) 마시고
여 잘 마실께. 이런 말 좀 하면 안돼요?
남 왜?
여 다른 선배들은 적어도 그런 말 하거든요.
잘 마실께. 고마워. 이런 말.
남 다른 사람들한테도 다 듣는 말, 나한테까지 들어서 뭐하게.
여 궁금한 거 있어요.
남 뭐..
여 난 선배가 돈 쓰는걸 거의 본적이 없거든요?
밥값도 자기껏만 딱딱 내잖아요? 술 마시는 거 본 적도 없고.
월급 거의 다 모으지 않아요?
남 ...그래서?
여 아니.. 그 돈 다 어따 쓸려고 그러는 지 모르겠어서.
남 (피식) 니가 그래서 아직 어리다는거야.
여 네?
남 니가 몰라서 그러는데. 세상은 말이야. 돈 쓸 곳이 너무너무
많은 데거든?
(M) 종로에서 -JS
여 그는 계속 일을 했고.
나는 새벽녘쯤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던 내 어깨엔
그의 커다란 옷이 덮여 있었다.
부신 눈을 비비며 눈을 들었을 때
그 사람이 희뿌옇게 동이 터오는 창밖을 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 등이 참 넓어 보였다.
멀리서 새벽종이 댕댕... 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M)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
(E) 거리 소음, 차에 올라타는
여 선배. 이거.. 김밥이에요.
남 웬일이냐?
여 하나 입에 넣어드릴까요?
남 됐거든. 나도 손 있어.
여 아니.. 운전하는데 위험하니까. 드세요 이거. 아...
남 왜 이래... (하면서도 먹고) 간이 좀 덜됐다.
여 새벽부터 일어나서 열심히 김밥 말아온 사람한테.. 첫마디가 뭐 그래 요?
남 암튼 생색으로 너 따라올 사람이 없지. 지가 해와놓고, 고맙단 소리가
그렇게 듣고 싶을까.
여 치..
(E) 시동 푸드득 꺼지는
여 어? 왜 이래요 이거 또?
남 가서 밀어라.
여 또요?
(M)참아주세요(앗뱀이다) - 김혜연
(E) 차 밀고, 시동 푸득푸득...
여 궁시렁대면서 차를 밀다 보니, 그 사람 차 번호가 보인다.
6812... 내가 날마다 타고 다니는 차 번호가 6812였구나.
혼자서 되뇌여 본다. 이제 너무 낡아서
거리에서 찾아보기도 힘든 남색 중고차.
하지만, 이 차가 그 사람차라고 생각하니
왠지 특별해 보였다.
남 (멀리서) 야. 미는거야 마는거야. 제대로 밀어봐 좀!
여 알았어요! 지금 밀고 있잖아!
(M) 좋아하면 다 그래 - 디바
여 차를 밀다가 검어진 손을 씻어내고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그 사람이 거기 서 있다.
여 왜요?
남 이거..
여 네?
남 너 오늘.. 생일 아니냐?
여 아닌데..
남 아니야..??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여 아... 난 음력 쇠는데?
남 아.....
여 그거 뭔데요?
남 아니야.
(E) 실랑이하며
여 아 줘봐요. 줘봐요.
여 뺏어서 상자를 열어보니, 예쁜 목걸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목걸이다.
우리 회사 최고의 짠돌이가. 밥 한끼 안사는 걸로 유명한
저 짠돌이가. 그 고물차를 꾸역꾸역 몰고 다니는 천하의 짠돌이가.
나를 위해 이런 선물을 했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
여 이거.. 나 주려고 산 거에요?
남 ........
여 그런데 이걸 이런 데서 줘요? 화장실 앞에서?
남 아니... 사무실에선 사람들도 있고...
여 그럼 차 안에서 주면 됐잖아요.
남 아니.... 뭐... 그럴까 했는데 아침에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여 그럼....그럼..... 이따 저녁에 잠깐 밥이라도 먹자고...
왜 그런 데 있잖아요. 분위기도 좋고 그런 데.. 그런 데
가자고 해서 줄 수도 있잖아. 꼭 이렇게 여자 화장실 앞에서
줘야 돼요?
남 내가 그런 데 가자고 하면 갈거야?
여 못갈 것도 없잖아요.
남 단 둘인데?
여 뭐 어때요. 어차피 선배는 키 작은 여자 안좋아한다면서요.
남 ......그렇긴 하지.
여 ........
남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키가 작다면, 그건 얘기가 달라지지.
(M) 너 없는 동안 -김원준
여 키 작은 여자가 싫다던 그는 나를 좋아하게 됐고.
사내커플은 절대 안된다던 나는 그를 좋아하게 됐다.
우리는 그렇게 연인이 됐다.
우리가 커플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도록
유난스럽게 연애를 했다.
특히, 내가 그랬다. 그와 함께 있는 걸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
싶었고. 언제나 같이 있고 싶어했다.
난 태어나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겪고 있었다.
(M)주문을 걸어 - 박혜경 (첨부터)
(E) 차 와서 멈추는 + 거리소음
여 오늘 왜 이렇게 늦었어~
남 미안해. 오늘은 너 혼자 가야할 것 같다.
여 왜?
남 나중에 얘기할께.
여 왜 그러는데.
(E)차 출발하는
여 연애를 한 지 1년이 지났던 어느날.
그가 나를 거리에 놔두고 황급히 사라진 날부터
그는 조금씩 달라졌다.
무언가 일이 생긴 것 같았다.
(E) 사무실 소음
여 (약간 소곤거리며) 말 안할거야? 무슨 일인데.
남 나 지금 가봐야 되거든? 나중에 얘기할께.
여 나중에 얘기한다..얘기한다.. 그런 게 1주일 넘었어.
도대체 무슨 일인데.
남 미안하다 그랬잖아. 나중에 하자 나중에. 나 지금 머리 아프니까.
여 오늘 내 생일이야!
남 ......
여 일년전에 나한테 어떻게 해줬는지 잊었어?
남 ...미안하다.
여 무슨 일인지만 얘기해달라구. 그게 그렇게 어려워?
여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나는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대로 나가 버렸고.
난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M)남자 때문에 - 주
여 그리고 그날 밤. 그에게 전화가 왔다.
남 생일 잘 보냈어?
여 잘 보냈겠어?
남 미안해.
여 무슨 일인지 말해주면 용서할께.
남 아버지가 편찮으셔.
여 .....정말? 그럼.. 진작 얘길하지..
남 암인데.. 말기셔.
여 ........
남 너한테 이렇게 얘기하면, 이 일이 정말 현실이 돼버릴까봐 싫었어.
여 .........
남 은서야.
여 어..
남 우리집... 가난해. 아주 힘들어. 넌 몰랐겠지만 그래.
여 .....
남 아버지 병원비 때문에, 안그래도 힘든데 더 힘들게 될 것 같애.
여 난...그런 거 괜찮아.
남 그리고 너한테 많이 신경도 못써줄 것 같고.
(M) 레인 - 박혜경
여 그리고 우리는 지칠 때까지 싸웠다.
아버지의 병간호에, 병원비 마련 때문에
눈코뜰 새 없이 바빴던 그는
나와 만날 시간이 전혀 없었다.
난 그냥.. 가끔 만나도 좋으니
따뜻하게, 다정하게, 예전처럼 그렇게 해주길 바란 거였는데.
그에겐 그런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같은 차를 타고 가면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들이 늘어갔다.
그리고 어느날. 아침.
그의 차가 오지 않았다. 그리고 회사에서 난 알았다.
그의 아버지가 그날 새벽 돌아가셨다고 했다.
(M) 바보 - 박효신
(E)사람들 북적이는
여 어떡해.. 아침에야 소식 들었어..
남 그래. 와줘서 고맙다.
여 무슨 말이 그래. 당연히 와야 되는 거잖아.
남 은서야..
여 어..
남 미안하다. 이런 데서 할 말 아니지만.
나 회사도 옮기게 될 것 같고.
이제 너 볼 일도 없어질 것 같다.
여 어?
남 내가 못난 놈인 거 잘 아는데... 아버지 이렇게 보내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졌어.
지금까지보다 더..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여 아니야. 나는.. 그래도 괜찮아.
그동안 내가 속좁게.. 굴어서 그래? 아니야. 내가 잘할께. 미안해.
남 내가 미안해. 니가 잘못한 거 없어.
아직도 나는 후회해. 그때.. 내가 좋다고.. 내 마음대로 너한테
다가선 거....
여 아니 나는....
여 난 하고 싶은 말을 미처 하지 못했는데
그는 돌아서서 다른 손님을 맞이하러 가 버렸다.
(M) 날 위한 이별 - 김혜림
여 그와의 이별은 너무도 깔끔했다.
그는 전화번호를 바꿨고.
회사를 옮겼다.
그와 연락을 할 수 있는 통로는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 후로, 나에겐 버릇이 생겼다.
어딜 가더라도, 차 번호를 확인하는 습관이다.
6812... 낡은 남색의 소형차..
한번은 버스 안에 있다가
낡은 남색차가 사고가 난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뛰쳐 내려간 적도 있었다.
사고가 난 차가, 그의 차가 아님에 안도하며.
돌아서던 순간 눈물이 났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
(E)버스 덜컹거리며 가는 차 안
여 버스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창밖을 보았다.
버릇대로, 차 번호를 확인했다.
거기엔 6812라는 번호가 있었다.
낡은 남색의 소형차. 그의 차였다.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얼른 눈을 닦고 운전석을 봤다.
그 사람이었다. 앞자리에 달랑거리는 인형은
내가 언젠가 손으로 만들어 주었던 그 인형이었다.
창문을 열고 불러라도 보고 싶었지만
신호는 곧 바뀌었고. 차는 출발했다.
그는 또다시 멀어졌다.
여기까진가보다. 이제는 그만 잊으라는 얘긴가보다..
난 멀어지는 그 사람의 차를 바라보며
가만히 속삭인다. 안녕...
(M)주제음
2008-02-20(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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