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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7일 목요일 대본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22화 - 약속


(M) 주제음 (오래전 그날 - 윤종신)


* 이 이야기는 청취자 김영표씨가 보내주신 사연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 술집 분위기


남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서였다.

        정기적인 모임의 자리가 아니고

        어떻게 연락이 닿는 녀석들끼리 어쩌다가 만들어진 모임이라

        분위기는 산만했다.

        친구들의 일행이 있기도 했다.

        그녀는 그렇게 누군가를 따라 그 자리에 온

        낯선 사람 중 하나였다.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다가

        누군가가 나에게 이상형을 물었다.

        그리고 나는 대답했다.

        담배 안 피우는 여자면 된다고.

        누군가를 의식하고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었는데.

        내 맞은편에 앉아 있던 한 여자가

        황급하게 담뱃불을 껐다.

        그제야 난 그녀를 똑바로 보았다.

        그 전엔 거기 앉아있는 줄도 몰랐었는데.

        참.. 예쁜 여자라고 생각했다.

(M) DJ DOC- 리멤버. 그녀의 속눈썹은 길다. (담배 연기.. 나오는 랩 부분)


(E)시끄러운 소음


남     아까 내 얘기가 신경이 쓰여서 그런건지

        그녀는 술을 홀짝댈 뿐..

        담배는 피우지 않았다.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 한번쯤 말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남     안녕하세요. 통성명도 못했네요.

여     네? 아, 윤은서라고 합니다. 수정이 따라왔어요.

남     아.. 수정이 친구시구나. 그럼.. 간호학과?

여     네. 

남     한 잔 하실래요?

여     그럴까요?


(E) 맥주잔 부딪치는


남     저.. 아까 제 얘기 괜히 기분나쁘신 거 아니죠?

여     뭐가요?

남     아니.. 담배 피우는 여자만 빼고 다 좋다고.. 농담한 건데..

        바로 앞에서 담배 피우고 계신지 몰랐어요.

여     아.. 그런 말을 하셨어요? 전 시끄러워서 못 들었어요.

남     아... 그랬구나...

여     (웃으며) 담배 안 피우세요?

남     네. 저는 몸에 안좋은 건 안해요.

여     좋은 습관이시네요. 그런데요. 여자친구 있으세요?

남     (놀라고) 네?

여     (웃고) 있구나? 뭐 죄졌어요? 놀라기는.


남     그녀는 웃으면서 다시 담배를 꺼내 들었다.

(M) 이 바보 - 원더걸스


(E) 걸어가는 소리

남     어떻게.. 방향이 같네요.

여     그러게요.

남     학교 앞에서 자취해요?

여     아뇨. 집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제가 학교 가는 데로 무조건 이사를 가셨어        요.

남     정말요? 왜요?

여     그러게요. 그래서 오빠들 불만이 대단했죠.

        나 때문에, 우리 둘째 오빤 서울 끝에서 끝까지 통학을 해야했거든요.

남     귀한 따님이었나봐요.

여     네. 사랑 많이 받고 자랐어요. 그래서 좀 제멋대로에요.

남     춥지 않아요? 옷도 얇게 입고 온 것 같은데. 이거.. 벗어줄까요?

여     그래도 돼요?

남     되죠 그럼.

여     여자친구 있잖아요.

남     그건... 그런데...

여     난요. 여자친구 있는 남자 옷은 안 입어요.

남     네?

여     나두 연애 좋아하긴 하지만, 규칙이라는 게 있거든요.

        괜한 친절 받기 시작하면 이게 또 골치 아파지는 거구요.


남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그 짧은 순간에

        그녀에게 끌렸기 때문이었을까.

        난 말하고 말았다.


남     그럼.. 여자친구가 없으면 되는 거에요?

여     네?

남     여자친구가 없으면.. 내 옷 입을거에요?


남     재미있다는 듯이, 그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여     없다면, 못 입을 거 없죠.

남     그럼 여기서 잠깐 기다려요.

여     왜요? 

남     여자친구가 기숙사에 살아요. 가서.. 헤어지고 올께요.

여     미쳤어요?

남     지금 내 마음이 이런데... 이런 마음으로 여자친구 계속 만나는 것도

        죄 짓는 걸로 치면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여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요.

(M) 소녀시대 - 소녀시대


남     잠도 덜 깬 채 불려나온 여자친구에게

        밑도끝도 없이 얘기했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겨 버렸는데.

        미안하다고. 헤어졌으면 좋겠다고.

        세게 뺨 한 대 맞고, 돌아서서 달려오는데.

        왜 그렇게 상쾌한 기분이 들었던 건지 모른다.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 싶으면서

        해방감까지 느껴졌다.


(E) 달려오는


남     그녀는 그 자리에 선 채 발끝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자

        반짝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여     진짜.. 얘기했어요?

남     (가쁘게 숨쉬며) 네. 헤어졌어요. 그러니까.. 이 옷 받아 입을 수 있        죠?    

여     그럼.. 그럴까요?


(E) 외투 벗어서 입혀주는 소리 스사삭


여     따뜻하네요.

남     아침에 일어나서 무지 후회할지도 몰라요. 좋은 친구였는데...

여     나도 뭐 하나 얘기해줄까요?

남     네.

여     아까.. 그쪽 얘기 들었어요. 담배 피우는 여자 싫어한다고...

        나도 모르게 얼른 끄게 되더라구요.

(M) 내 남자친구에게 - 핑클


(E) 구내식당 소음


남     그날 이후로, 우리는 명실상부한 캠퍼스 커플이 되었다.

        모든 게 좋았다.


여     여기.. 

(E)식판놓고

남     오늘은 반찬이 영 그렇다.

여     잔소리 말고 먹어..

(E)젓가락 몇 번 깔작대다가

남     나갈까? 맛있는 거 사줄까?

여     그냥 먹어요. 이렇게 맛없는 거에 익숙해져야 나중에 내가 편하지.

남     어?

여     나 요리 못한단 말이야.

남     나중에.. 나랑.. 결혼한단 얘기야?

여     그거야 모르는 거잖아.

        암튼, 나는 사귈 때.. 입맛 까다로운 거 싫다고 꼭 얘기해.

남     (약간 비아냥대듯) 아 맞어.. 너 남자 많았다 그랬지?

여     당연하지. 내 얼굴 봐. 남자애들이 가만 놔뒀겠어?

남     그래.. 알았다..

여     참나..자기는 나 만나기 직전까지 여자친구 있었잖아.

남     그래. 누가 뭐래냐?

여     유치해 진짜.

남     뭐 하나만 묻자. 그럼 넌 나중에 나랑 헤어지면..

        아니 헤어지지 않더라도 누구 좋은 사람 만나면 그쪽으로 갈거야?

여     못 갈 거 없지.

남     뭐?

여     아니.. 좋은 사람이 생기면.. 그건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거잖아.

        그렇다고 속이면서 둘 다 만날 수도 없고.

남     암튼.. 이건 솔직한건지.. 못된 건지..

여     자기도 그렇게 해.

남     알았다. 그러지 말래도 그럴거다.

여     대신.. 약속 하나만 하자.

남     (시니컬) 뭐!

여     우리가 헤어져서.. 그 다음에 누구.. 다른 사람을 만나잖아?

        그럼 그 사람이랑 결혼하기.

남     뭐어??

여     지금 우리 좋잖아. 좋은데.. 이렇게 좋은 사람과 헤어지면서까지..

        만나는 사람이라면 정말정말.. 좋은 사람일거야.

        그냥 아무나 만나려고.. 우리 이렇게 좋은 관계를 깨면 안되는거잖아.

남     ........

여     그러니까. 우리 헤어지면, 그 다음에 만나는 사람이랑...

        꼭 결혼하자. 그래야.. 나중에.. 소식 듣더라도..

        아.. 그래도.. 그만한 사람이니까 나랑 헤어졌구나. 난 최소한 2등은

        되는구나.. 이럴거 아냐.

(M) 대낮에 한 이별 / 박진영


남     그렇게 1년 동안.. 우리는 좋았다.

        어딜 가나 주목받는 그녀였기 때문에

        늘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던 것을 빼면

        모든 게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


(E) 조용한 데 뚜벅뚜벅 걷는, 책상 똑똑 두드리는

        

여     (조용히) 어... 왔어? 앉어. 내가 자리 맡아놨어.

남     (조용히) 잠깐.. 나와. 할 얘기 있어.


(E) 도서관 밖.  새소리. 걷는 소리 등.


여     어우 시원하다. 안그래도 잠왔던 참인데.


(E) 자판기 커피 뽑는 소리


남     커피...

여     고마워.

(E) 한 모금 마시고


여     표정이 왜 그래?

남     나.. 영장 나왔어.

여     (풋 웃고) 애야? 어디 전쟁터 나가? 표정이 뭐 그래?

남     안놀래?

여     뭘 놀래. 갈 때 됐잖아.

남     야.. 그래도 내가 무슨.. 서울에서 인천 갔다가 낼모레 오는 것도

        아니고. 군대 갔다 온다는데.. 넌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냐?

여     그럼.. 울어라도 줘? 암튼 유난이야.

남     그래.. 내가 너한테 뭘 바라겠냐.

여     서로한테 바라는 게 없는 게 좋은거야.

남     그럼... 내가 너한테... 기다려달라고.. 말하면 안되는거야?

여     ...

남     그래. 그런 말 안한다..안해..

여     기다릴께.

남     진짜?

여     별 일 없으면.

남     야. 그런 게 어딨어.

여     아니.. 세상 일은 또 모르는거니까. 기본적으론 기다리는데. 별일

        있으면 또 모르는 거고..

남     그래.. 그게 어디냐. 나는 암튼.. 너한테 별 일 없기만 기도하는수

        밖에 없는거지?

여     (웃고) 빙고..

(M) 첫눈에 - 윤하


남     군대에 갔다.

        힘든 훈련과 낯선 사람들 속에서도

        난 그녀 사진을 보면서

        그 시간들을 견뎌냈다.

        그리고, 마침내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부모님껜 죄송했지만,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그녀 목소리를 들을 생각에

        가슴은 두근거렸다.


(E) 공중전화 동전 넣고, 버튼 누르고, 통화음


여     여보세요.

남     충성!!! 나다 김봉덕!!! 윤은서 잘 있었냐?

여     (약간 귀찮은) 어.

남     야.. 목소리가 왜 그래.. 안 반갑냐?

여     반가워.

남     어디 아퍼?

여     그냥 감기기운..

남     야. 나 이 전화 우리 엄마 아빠한테도 안하고 너한테 처음으로

        거는...

여     (말막듯) 있잖아.

남     어.

여     어쩌지? 엄마가 부르시네. 가봐야할 것 같은데...

남     은서야. 

여     미안. 나중에 통화해.

남     은서야. 잠깐만.

(E)뚝 끊기고 뚜뚜뚜....


남     불길했다. 참을 수 없을만큼의 불안함이 엄습했다.

 

(M)    I Believe / 신승훈


--------------------------------------1부 끝 ---------

 

(M)    I Believe / 신승훈


남     첫휴가만을 기다렸다.

        도대체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훈련 중에 딴 생각을 하다가

        혼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첫 휴가날.


(E) 통화음.


여     여보세요.

남     나야. 

여     어.... 

남     나 휴가 나왔어.

여     벌써..?

남     (약간 화나고)벌써? 나한테 무지 긴 시간이었는데.. 너한텐 아니었나        보지?

여     왜 짜증내고 그래.

남     내가 기분 좋겠어 그럼? 너.. 내가 군대 간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러면 안되는 거 아니냐? 진짜... 좀 너무하는 거잖아 이건.

여     애처럼 징징대지 좀 마라.

남     지금 나와.

여     너무 늦었어. 나 피곤해.

남     나... 휴가 나오자마자.. 집에도 안가고 이쪽으로 왔어.

        내가.. 그동안... 별별 생각... 다 하고..

        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

여     (가볍게 한숨 쉬고) 알았어. 어딘데.

남     니네 집 앞.

여     그럼... 추우니까 길모퉁이 까페에 가 있어.

남     나올거지.

여     그래...

남     지금 바로..나와!!

(M)  그냥 걸었어 / 임종환


남     그날 밤. 그녀는 나오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까페문을 닫는다는 주인의 얘기를 듣고

        문 밖을 나오는데. 흰눈이 내렸다.

        가벼운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눈물도 나오려고 했다.

        이를 꽉 물어.. 눈물을 참았다.

        그리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휴가에서 부대로 복귀해야 하는 날.

        터미널에서 전화를 걸었을 때.

        

여     여보세요.

남     이제 받는구나.

여     어... 어디야?

남     어딘지.. 궁금은 하냐?

여     ....

남     터미널이야. 다시 들어가.

여     그래. 잘 가.

남     그게 끝이야?

여     그럼 무슨말을 바래..

남     니 얼굴 보고 가고 싶었단 말이야! 그런데 왜 연락도 안받아?

여     미안해.

남     너 딴 남자 생겼냐?

여     .........

남     그래? 그새 그렇게 됐어?

여     나 알잖아.

남     그래.. 너 아는데...그래도 이렇게 빨리... 벌써....

        야... 너 진짜 대단하다.

여     나중에 제대하면.. 그때 볼 수 있으면 보자.

남     내가 제대하고 널 왜 보냐?

여     그럼.. 그러든가...


남     전화를 끊어버리고 버스를 타고 눈이 쌓인 창밖을 보는데

        그때는 참을 수가 없어 울고 말았다.

        연방 소매 끝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내 모습이

        차창에 비치는 게 싫어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M) 미련 - 김건모


남     습관이라는 건 무서웠다.

        그녀가 미웠지만, 그녀 사진을 보는 습관을

        버릴 수 없었다.

        그녀가 미웠지만, 휴가 나가면

        그녀에게 전화하는 습관을

        버릴 수 없었다.


(E) 공중전화 들었다 놨다...


남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     여보세요.

남     나다.

여     ....

남     나라구. 내 목소리도 몰라?

여     또 휴가 나왔어?

남     또? 

여     몸은 건강하구?

남     그래. 니 덕분에 아주 이 악물고 독으로 버티니까.. 감기도 안걸린다.

여     (후..웃고) 다행이네.

남     내가 왜 전화했나 모르겠다.

여     그럼 끊을까?

남     어떤 사람이야?

여     누구?

남     너랑 새로 만나는 놈...

여     좋은 사람.

남     잘해 줘?

여     당연하지. 나야 어딜 가나 공주 대접이지.

남     그래.... 너 니가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하지?

        우리가 헤어지면.. 다음에 만나는 사람이랑 꼭 결혼하자던 말.

여     그럼.. 기억하지..

남     너 그럼 그 사람이랑 결혼할거야?

여     글쎄... 아직 정확하진 않지만 그렇게 될 것 같아..

남     그럼.. 제대하고 한번 보자는 것도... 못하겠네?

여     왜.. 안본다며.

남     그래도... 한번은 봐야지.

여     나 안 미워?

남     너 같으면 안 밉겠냐? 지난번에 그 여자친구랑 계속 만났으면 이런         꼴도 안 당하는건데. 내가 천벌 받나보다.

여     (웃고) 그러게? 그렇게 말하니까 좀 미안하기도 하네.

남     이제 이런 전화도 안할께.

여     고마워. 

남     잘... 살아라.

(M) 고해성사 - 하림


남     세월은 그렇게 흘러갔다.

        웃을 수 없을 것 같더니, 웃을 수 있게 됐고.

        어떤 일에도 기쁠 수 없을 것 같더니

        기쁘기도 했다.

        군대 안에서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리고,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이 까마득하기만 하던

        제대날이 왔다.

        그런데...어느새 

        부모님께 조금 늦겠다는 전화를 드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집앞을 서성이고 있는 날 보며

        스스로도 참 어이가 없었다.


(E)전화 받지 않는.


남     그리고 밤 늦게까지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자

        그제야 난 돌아설 수 있었다.

        이제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을 그녀에게

        이러면 안되지..... 그럼 안되지....

        씁쓸하게 혼잣말을 하면서.

(M)한번 더 이별 - 성시경


남     복학해서야 알았다.

        그녀가 자퇴를 했고, 아무도 그녀 소식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집도 이미 오래전에 이사를 갔고.

        연락처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무슨 오기가 나서...

        그녀가 이사간 집을 찾아 전라도까지 내려가게 됐는지.


(E)버스에서 내리는


남     예전에 그녀가 한번 얘기했던 적이 있는 곳이었다.

        외할머니가 살고 계신다던 곳. 담양이었다.

        대나무숲 우거진 그 가운데 할머니 집이 있다고 했었다.

(E) 눈밭을 걷는

남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그 집에..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 없었다.

(M)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에 - 하림


(E) 나무 상자 열어보는


남     그녀는 내가 세 번째 휴가를 나오고 얼마 안 있어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거짓말 하지 마시라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거 다 알고 있다고.. 소리도 질러봤지만

        늙으신 그녀 부모님의 눈빛을 보며... 깨달았다.

        모든 게 사실이라는 것을.

        그녀 어머니가 건네주신 나무 상자 안에는

        우리가 함께 찍었던 사진과 몇통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E)부스럭대며 편지 꺼내 읽는


여     오늘 너 봤어. 엠블란스에 실려 가는 그 와중에

        몸을 일으키게 해달라고 해서 창문을 열어봤거든.

        길모퉁이 그 까페에서 찬물만 들이키고 있는 너를

        한순간이지만 봤어.

        지금쯤 얼마나 화가 났을까.

        (후후 웃고) 화 풀어. 나 지금 아파서 그런거야.

        이렇게 얘기하니까 무슨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네.

        첫 휴가 축하해. 같이 못 있어줘서 미안.

(M)  내가 아는 그대 / 서후


남     마지막 편지는 또박또박..

        그녀의 명확한 말투처럼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여     있잖아. 나 때문에 배신감을 느끼거나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 편지 아주 못볼 가능성이 더 높지만.

        어딘가에서 어떤 남자 만나서 공주 대접 받으며 잘 살고 있다고

        믿어주는 게 더 좋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읽게 된다면. 나랑 약속 지켜줘.

        이제 만나게 될 어떤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그 여자와 꼭 결혼해.

        그럼. 나는 결혼하기 직전에 가장 사랑했던 여자가 될 수 있지 않아?

        최소한 2등. (웃고) 2등으로도 만족해.

        진실한 사랑을 하고. 꼭 행복해져. 안녕.

         

        추신. 당신은 나에게 1등이야.


남     난 지금 결혼해서,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그리고 난 진심으로 행복하다.

        그녀의 말 때문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한 건 아니다.

        많이 사랑해서 결혼하게 됐다.

        그녀는 내게 영원히 2등이다.

        그러니 약속을 지킨 셈이다.

        난 그저.... 이렇게 추운 날이면....

        그녀를 떠올리며. 커피를 마신다.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다.

(M)주제음 






2008-01-16(1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