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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22화 - 약속
(M) 주제음 (오래전 그날 - 윤종신)
* 이 이야기는 청취자 김영표씨가 보내주신 사연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 술집 분위기
남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에서였다.
정기적인 모임의 자리가 아니고
어떻게 연락이 닿는 녀석들끼리 어쩌다가 만들어진 모임이라
분위기는 산만했다.
친구들의 일행이 있기도 했다.
그녀는 그렇게 누군가를 따라 그 자리에 온
낯선 사람 중 하나였다.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다가
누군가가 나에게 이상형을 물었다.
그리고 나는 대답했다.
담배 안 피우는 여자면 된다고.
누군가를 의식하고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었는데.
내 맞은편에 앉아 있던 한 여자가
황급하게 담뱃불을 껐다.
그제야 난 그녀를 똑바로 보았다.
그 전엔 거기 앉아있는 줄도 몰랐었는데.
참.. 예쁜 여자라고 생각했다.
(M) DJ DOC- 리멤버. 그녀의 속눈썹은 길다. (담배 연기.. 나오는 랩 부분)
(E)시끄러운 소음
남 아까 내 얘기가 신경이 쓰여서 그런건지
그녀는 술을 홀짝댈 뿐..
담배는 피우지 않았다.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었고, 한번쯤 말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남 안녕하세요. 통성명도 못했네요.
여 네? 아, 윤은서라고 합니다. 수정이 따라왔어요.
남 아.. 수정이 친구시구나. 그럼.. 간호학과?
여 네.
남 한 잔 하실래요?
여 그럴까요?
(E) 맥주잔 부딪치는
남 저.. 아까 제 얘기 괜히 기분나쁘신 거 아니죠?
여 뭐가요?
남 아니.. 담배 피우는 여자만 빼고 다 좋다고.. 농담한 건데..
바로 앞에서 담배 피우고 계신지 몰랐어요.
여 아.. 그런 말을 하셨어요? 전 시끄러워서 못 들었어요.
남 아... 그랬구나...
여 (웃으며) 담배 안 피우세요?
남 네. 저는 몸에 안좋은 건 안해요.
여 좋은 습관이시네요. 그런데요. 여자친구 있으세요?
남 (놀라고) 네?
여 (웃고) 있구나? 뭐 죄졌어요? 놀라기는.
남 그녀는 웃으면서 다시 담배를 꺼내 들었다.
(M) 이 바보 - 원더걸스
(E) 걸어가는 소리
남 어떻게.. 방향이 같네요.
여 그러게요.
남 학교 앞에서 자취해요?
여 아뇨. 집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제가 학교 가는 데로 무조건 이사를 가셨어 요.
남 정말요? 왜요?
여 그러게요. 그래서 오빠들 불만이 대단했죠.
나 때문에, 우리 둘째 오빤 서울 끝에서 끝까지 통학을 해야했거든요.
남 귀한 따님이었나봐요.
여 네. 사랑 많이 받고 자랐어요. 그래서 좀 제멋대로에요.
남 춥지 않아요? 옷도 얇게 입고 온 것 같은데. 이거.. 벗어줄까요?
여 그래도 돼요?
남 되죠 그럼.
여 여자친구 있잖아요.
남 그건... 그런데...
여 난요. 여자친구 있는 남자 옷은 안 입어요.
남 네?
여 나두 연애 좋아하긴 하지만, 규칙이라는 게 있거든요.
괜한 친절 받기 시작하면 이게 또 골치 아파지는 거구요.
남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정말 그 짧은 순간에
그녀에게 끌렸기 때문이었을까.
난 말하고 말았다.
남 그럼.. 여자친구가 없으면 되는 거에요?
여 네?
남 여자친구가 없으면.. 내 옷 입을거에요?
남 재미있다는 듯이, 그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여 없다면, 못 입을 거 없죠.
남 그럼 여기서 잠깐 기다려요.
여 왜요?
남 여자친구가 기숙사에 살아요. 가서.. 헤어지고 올께요.
여 미쳤어요?
남 지금 내 마음이 이런데... 이런 마음으로 여자친구 계속 만나는 것도
죄 짓는 걸로 치면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여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해요.
(M) 소녀시대 - 소녀시대
남 잠도 덜 깬 채 불려나온 여자친구에게
밑도끝도 없이 얘기했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겨 버렸는데.
미안하다고. 헤어졌으면 좋겠다고.
세게 뺨 한 대 맞고, 돌아서서 달려오는데.
왜 그렇게 상쾌한 기분이 들었던 건지 모른다.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 싶으면서
해방감까지 느껴졌다.
(E) 달려오는
남 그녀는 그 자리에 선 채 발끝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자
반짝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여 진짜.. 얘기했어요?
남 (가쁘게 숨쉬며) 네. 헤어졌어요. 그러니까.. 이 옷 받아 입을 수 있 죠?
여 그럼.. 그럴까요?
(E) 외투 벗어서 입혀주는 소리 스사삭
여 따뜻하네요.
남 아침에 일어나서 무지 후회할지도 몰라요. 좋은 친구였는데...
여 나도 뭐 하나 얘기해줄까요?
남 네.
여 아까.. 그쪽 얘기 들었어요. 담배 피우는 여자 싫어한다고...
나도 모르게 얼른 끄게 되더라구요.
(M) 내 남자친구에게 - 핑클
(E) 구내식당 소음
남 그날 이후로, 우리는 명실상부한 캠퍼스 커플이 되었다.
모든 게 좋았다.
여 여기..
(E)식판놓고
남 오늘은 반찬이 영 그렇다.
여 잔소리 말고 먹어..
(E)젓가락 몇 번 깔작대다가
남 나갈까? 맛있는 거 사줄까?
여 그냥 먹어요. 이렇게 맛없는 거에 익숙해져야 나중에 내가 편하지.
남 어?
여 나 요리 못한단 말이야.
남 나중에.. 나랑.. 결혼한단 얘기야?
여 그거야 모르는 거잖아.
암튼, 나는 사귈 때.. 입맛 까다로운 거 싫다고 꼭 얘기해.
남 (약간 비아냥대듯) 아 맞어.. 너 남자 많았다 그랬지?
여 당연하지. 내 얼굴 봐. 남자애들이 가만 놔뒀겠어?
남 그래.. 알았다..
여 참나..자기는 나 만나기 직전까지 여자친구 있었잖아.
남 그래. 누가 뭐래냐?
여 유치해 진짜.
남 뭐 하나만 묻자. 그럼 넌 나중에 나랑 헤어지면..
아니 헤어지지 않더라도 누구 좋은 사람 만나면 그쪽으로 갈거야?
여 못 갈 거 없지.
남 뭐?
여 아니.. 좋은 사람이 생기면.. 그건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거잖아.
그렇다고 속이면서 둘 다 만날 수도 없고.
남 암튼.. 이건 솔직한건지.. 못된 건지..
여 자기도 그렇게 해.
남 알았다. 그러지 말래도 그럴거다.
여 대신.. 약속 하나만 하자.
남 (시니컬) 뭐!
여 우리가 헤어져서.. 그 다음에 누구.. 다른 사람을 만나잖아?
그럼 그 사람이랑 결혼하기.
남 뭐어??
여 지금 우리 좋잖아. 좋은데.. 이렇게 좋은 사람과 헤어지면서까지..
만나는 사람이라면 정말정말.. 좋은 사람일거야.
그냥 아무나 만나려고.. 우리 이렇게 좋은 관계를 깨면 안되는거잖아.
남 ........
여 그러니까. 우리 헤어지면, 그 다음에 만나는 사람이랑...
꼭 결혼하자. 그래야.. 나중에.. 소식 듣더라도..
아.. 그래도.. 그만한 사람이니까 나랑 헤어졌구나. 난 최소한 2등은
되는구나.. 이럴거 아냐.
(M) 대낮에 한 이별
/
박진영
남 그렇게 1년 동안.. 우리는 좋았다.
어딜 가나 주목받는 그녀였기 때문에
늘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던 것을 빼면
모든 게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
(E) 조용한 데 뚜벅뚜벅 걷는, 책상 똑똑 두드리는
여 (조용히) 어... 왔어? 앉어. 내가 자리 맡아놨어.
남 (조용히) 잠깐.. 나와. 할 얘기 있어.
(E) 도서관 밖. 새소리. 걷는 소리 등.
여 어우 시원하다. 안그래도 잠왔던 참인데.
(E) 자판기 커피 뽑는 소리
남 커피...
여 고마워.
(E) 한 모금 마시고
여 표정이 왜 그래?
남 나.. 영장 나왔어.
여 (풋 웃고) 애야? 어디 전쟁터 나가? 표정이 뭐 그래?
남 안놀래?
여 뭘 놀래. 갈 때 됐잖아.
남 야.. 그래도 내가 무슨.. 서울에서 인천 갔다가 낼모레 오는 것도
아니고. 군대 갔다 온다는데.. 넌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냐?
여 그럼.. 울어라도 줘? 암튼 유난이야.
남 그래.. 내가 너한테 뭘 바라겠냐.
여 서로한테 바라는 게 없는 게 좋은거야.
남 그럼... 내가 너한테... 기다려달라고.. 말하면 안되는거야?
여 ...
남 그래. 그런 말 안한다..안해..
여 기다릴께.
남 진짜?
여 별 일 없으면.
남 야. 그런 게 어딨어.
여 아니.. 세상 일은 또 모르는거니까. 기본적으론 기다리는데. 별일
있으면 또 모르는 거고..
남 그래.. 그게 어디냐. 나는 암튼.. 너한테 별 일 없기만 기도하는수
밖에 없는거지?
여 (웃고) 빙고..
(M) 첫눈에 - 윤하
남 군대에 갔다.
힘든 훈련과 낯선 사람들 속에서도
난 그녀 사진을 보면서
그 시간들을 견뎌냈다.
그리고, 마침내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부모님껜 죄송했지만,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그녀 목소리를 들을 생각에
가슴은 두근거렸다.
(E) 공중전화 동전 넣고, 버튼 누르고, 통화음
여 여보세요.
남 충성!!! 나다 김봉덕!!! 윤은서 잘 있었냐?
여 (약간 귀찮은) 어.
남 야.. 목소리가 왜 그래.. 안 반갑냐?
여 반가워.
남 어디 아퍼?
여 그냥 감기기운..
남 야. 나 이 전화 우리 엄마 아빠한테도 안하고 너한테 처음으로
거는...
여 (말막듯) 있잖아.
남 어.
여 어쩌지? 엄마가 부르시네. 가봐야할 것 같은데...
남 은서야.
여 미안. 나중에 통화해.
남 은서야. 잠깐만.
(E)뚝 끊기고 뚜뚜뚜....
남 불길했다. 참을 수 없을만큼의 불안함이 엄습했다.
(M)
I Believe / 신승훈
--------------------------------------1부 끝 ---------
(M)
I Believe / 신승훈
남 첫휴가만을 기다렸다.
도대체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훈련 중에 딴 생각을 하다가
혼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첫 휴가날.
(E) 통화음.
여 여보세요.
남 나야.
여 어....
남 나 휴가 나왔어.
여 벌써..?
남 (약간 화나고)벌써? 나한테 무지 긴 시간이었는데.. 너한텐 아니었나 보지?
여 왜 짜증내고 그래.
남 내가 기분 좋겠어 그럼? 너.. 내가 군대 간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러면 안되는 거 아니냐? 진짜... 좀 너무하는 거잖아 이건.
여 애처럼 징징대지 좀 마라.
남 지금 나와.
여 너무 늦었어. 나 피곤해.
남 나... 휴가 나오자마자.. 집에도 안가고 이쪽으로 왔어.
내가.. 그동안... 별별 생각... 다 하고..
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
여 (가볍게 한숨 쉬고) 알았어. 어딘데.
남 니네 집 앞.
여 그럼... 추우니까 길모퉁이 까페에 가 있어.
남 나올거지.
여 그래...
남 지금 바로..나와!!
(M) 그냥
걸었어 / 임종환
남 그날 밤. 그녀는 나오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까페문을 닫는다는 주인의 얘기를 듣고
문 밖을 나오는데. 흰눈이 내렸다.
가벼운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눈물도 나오려고 했다.
이를 꽉 물어.. 눈물을 참았다.
그리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휴가에서 부대로 복귀해야 하는 날.
터미널에서 전화를 걸었을 때.
여 여보세요.
남 이제 받는구나.
여 어... 어디야?
남 어딘지.. 궁금은 하냐?
여 ....
남 터미널이야. 다시 들어가.
여 그래. 잘 가.
남 그게 끝이야?
여 그럼 무슨말을 바래..
남 니 얼굴 보고 가고 싶었단 말이야! 그런데 왜 연락도 안받아?
여 미안해.
남 너 딴 남자 생겼냐?
여 .........
남 그래? 그새 그렇게 됐어?
여 나 알잖아.
남 그래.. 너 아는데...그래도 이렇게 빨리... 벌써....
야... 너 진짜 대단하다.
여 나중에 제대하면.. 그때 볼 수 있으면 보자.
남 내가 제대하고 널 왜 보냐?
여 그럼.. 그러든가...
남 전화를 끊어버리고 버스를 타고 눈이 쌓인 창밖을 보는데
그때는 참을 수가 없어 울고 말았다.
연방 소매 끝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내 모습이
차창에 비치는 게 싫어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M) 미련 - 김건모
남 습관이라는 건 무서웠다.
그녀가 미웠지만, 그녀 사진을 보는 습관을
버릴 수 없었다.
그녀가 미웠지만, 휴가 나가면
그녀에게 전화하는 습관을
버릴 수 없었다.
(E) 공중전화 들었다 놨다...
남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 여보세요.
남 나다.
여 ....
남 나라구. 내 목소리도 몰라?
여 또 휴가 나왔어?
남 또?
여 몸은 건강하구?
남 그래. 니 덕분에 아주 이 악물고 독으로 버티니까.. 감기도 안걸린다.
여 (후..웃고) 다행이네.
남 내가 왜 전화했나 모르겠다.
여 그럼 끊을까?
남 어떤 사람이야?
여 누구?
남 너랑 새로 만나는 놈...
여 좋은 사람.
남 잘해 줘?
여 당연하지. 나야 어딜 가나 공주 대접이지.
남 그래.... 너 니가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하지?
우리가 헤어지면.. 다음에 만나는 사람이랑 꼭 결혼하자던 말.
여 그럼.. 기억하지..
남 너 그럼 그 사람이랑 결혼할거야?
여 글쎄... 아직 정확하진 않지만 그렇게 될 것 같아..
남 그럼.. 제대하고 한번 보자는 것도... 못하겠네?
여 왜.. 안본다며.
남 그래도... 한번은 봐야지.
여 나 안 미워?
남 너 같으면 안 밉겠냐? 지난번에 그 여자친구랑 계속 만났으면 이런 꼴도 안 당하는건데. 내가 천벌 받나보다.
여 (웃고) 그러게? 그렇게 말하니까 좀 미안하기도 하네.
남 이제 이런 전화도 안할께.
여 고마워.
남 잘... 살아라.
(M) 고해성사 - 하림
남 세월은 그렇게 흘러갔다.
웃을 수 없을 것 같더니, 웃을 수 있게 됐고.
어떤 일에도 기쁠 수 없을 것 같더니
기쁘기도 했다.
군대 안에서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리고,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이 까마득하기만 하던
제대날이 왔다.
그런데...어느새
부모님께 조금 늦겠다는 전화를 드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집앞을 서성이고 있는 날 보며
스스로도 참 어이가 없었다.
(E)전화 받지 않는.
남 그리고 밤 늦게까지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자
그제야 난 돌아설 수 있었다.
이제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을 그녀에게
이러면 안되지..... 그럼 안되지....
씁쓸하게 혼잣말을 하면서.
(M)한번 더 이별 - 성시경
남 복학해서야 알았다.
그녀가 자퇴를 했고, 아무도 그녀 소식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집도 이미 오래전에 이사를 갔고.
연락처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무슨 오기가 나서...
그녀가 이사간 집을 찾아 전라도까지 내려가게 됐는지.
(E)버스에서 내리는
남 예전에 그녀가 한번 얘기했던 적이 있는 곳이었다.
외할머니가 살고 계신다던 곳. 담양이었다.
대나무숲 우거진 그 가운데 할머니 집이 있다고 했었다.
(E) 눈밭을 걷는
남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그 집에..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그곳에 없었다.
(M)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에 - 하림
(E) 나무 상자 열어보는
남 그녀는 내가 세 번째 휴가를 나오고 얼마 안 있어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거짓말 하지 마시라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거 다 알고 있다고.. 소리도 질러봤지만
늙으신 그녀 부모님의 눈빛을 보며... 깨달았다.
모든 게 사실이라는 것을.
그녀 어머니가 건네주신 나무 상자 안에는
우리가 함께 찍었던 사진과 몇통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E)부스럭대며 편지 꺼내 읽는
여 오늘 너 봤어. 엠블란스에 실려 가는 그 와중에
몸을 일으키게 해달라고 해서 창문을 열어봤거든.
길모퉁이 그 까페에서 찬물만 들이키고 있는 너를
한순간이지만 봤어.
지금쯤 얼마나 화가 났을까.
(후후 웃고) 화 풀어. 나 지금 아파서 그런거야.
이렇게 얘기하니까 무슨 영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네.
첫 휴가 축하해. 같이 못 있어줘서 미안.
(M) 내가 아는 그대
/
서후
남 마지막 편지는 또박또박..
그녀의 명확한 말투처럼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여 있잖아. 나 때문에 배신감을 느끼거나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 편지 아주 못볼 가능성이 더 높지만.
어딘가에서 어떤 남자 만나서 공주 대접 받으며 잘 살고 있다고
믿어주는 게 더 좋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읽게 된다면. 나랑 약속 지켜줘.
이제 만나게 될 어떤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그 여자와 꼭 결혼해.
그럼. 나는 결혼하기 직전에 가장 사랑했던 여자가 될 수 있지 않아?
최소한 2등. (웃고) 2등으로도 만족해.
진실한 사랑을 하고. 꼭 행복해져. 안녕.
추신. 당신은 나에게 1등이야.
남 난 지금 결혼해서,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그리고 난 진심으로 행복하다.
그녀의 말 때문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한 건 아니다.
많이 사랑해서 결혼하게 됐다.
그녀는 내게 영원히 2등이다.
그러니 약속을 지킨 셈이다.
난 그저.... 이렇게 추운 날이면....
그녀를 떠올리며. 커피를 마신다.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다.
(M)주제음
2008-01-16(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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