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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20화 - 겨울 바다
(M) 겨울바다 - 푸른하늘
(E) 도마질 소리 + 포장마차 소음
남 포장마차의 계절이다.
집에 가던 학생들이 발길을 멈추고
어묵 국물에 언몸을 녹이고
퇴근하던 남자들도 소주 한잔 기울이려고
이곳에 들어온다.
버스 정거장 뒤편에 있는 작은 병원에
오가는 사람들도 여기 들러서 저녁을 때우기도 한다.
큰 돈은 아니지만
월세 내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20만원짜리 적금 부을 정도의
수입을 가져다 주는 곳이기 때문에
나에게 이 작은 공간은
무척이나 소중하다.
(M) 맛있는 세상 - 이하나
남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졌다.
여 (조금 멀리서) 네~ 어서오세요~ 뭐 드릴까요?
남 10미터도 안되는 곳에
또 하나의 포장마차가 들어선 것이었다.
동네에 딱 하나 있는 버스 정류장이다.
여기는 나 하나면 충분하다.
(E) 저벅저벅 걸어가는
여 어서오세요~ 뭐 드릴까요?
남 나 누군지 몰라요?
여 네? 누구...
남 나 저기 앞에서 포장마차 하는 사람이요.
여 (시큰둥) 아.. 그러세요?
남 아니... 기본적인 상도라는 거 모르세요?
여 네?
남 여기서 뻔히 내가 장사하고 있는거 보면서도
바로 코앞에 이런 걸 차린 이유가 뭐냐구요.
여 이 근방에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목이 여기 뿐이잖아요.
남 그렇죠.
여 그러니까 여기 차린거죠.
남 그런데 여긴 내 자리라니까요?
여 뭐.. 전세라도 냈어요?
남 뭐요?
여 그쪽이나 나나.. 단속 피해서 이런 데 이런 거 차려놓고
먹고 사는 사람들이잖아요.
남 그래도 내가 먼저 자리를 잡았는....
(E)누군가 들어오면
여 어서오세요. 뭐드릴까요?
(M) 이 바보 - 원더걸스
(E)포장마차 소음
남 이거 보세요.
여 어? 그쪽 가게 손님 온 것 같은데요?
남 어디요? 어? 손님!!!
(E)후다닥 뛰어가고
남 손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뛰어와야 했지만
분한 마음은 추스릴 수가 없었다.
그날 밤의 수입은 다른 날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평소와 같았던 것이고
그녀와 내가 그 손님을 반반씩
나눠 가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E) 포장 걷고 의자 치우고 하는 등의 소음
남 이거 봐요.
여 (일하면서) 왜요 또....
남 혹시.. 윈윈이라고 들어봤어요?
여 뭔윈요?
남 그렇지. 못 들어봤겠지. 들어봤을 리가 없지.
여 뭐라고 궁시렁대는거야?
남 윈윈. 너도 이기고, 나도 이기고.
그러니까 그게.. 쉬운 말로 해서...
당신도 잘되고 나도 잘되고...
여 그래서요. 하고 싶은 말만 해요.
남 그러니까요. 누이 좋고 매부 좋으려면, 당신이 좀 다른 데로
옮기는 게 어떤가 해서.
여 네??
남 이 구역은 내가 벌써 몇 개월짼데.. 대박 나는 곳이 아니에요.
그냥저냥.. 하룻밤에 2만원. 많으면 3만원씩 버는데.
일요일도 없이 매일 나와봐야.. 재료비 빼고 나면
6-70만원이에요.
여 그래서요?
남 그런데 그걸 우리 둘이 나눠먹어봐요.
한달에 30만원 정도로 먹고 살긴 힘들잖아요.
나 사는데 월세가 15만원인데. 안그래요?
여 (귀찮은 듯) 그래서요~
남 아 참 말 못알아들으시네. 그러니까 그쪽이 다른 데로 옮기시라니까?
여 싫어요. 힘들어서 못하겠으면 그쪽이 옮기세요.
(M)
애송이 / 렉시
남 그 여자는 나의 충고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니, 받아들이기는커녕
오히려 나 보고 자리를 옮기라며
적반하장격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E) 뚝딱뚝딱.. 포장 치는
여 안녕..하세요.
남 네
여 근데... 오늘은 왜 그냥 오셨어요?
남 뭐.. 나와봐야 본전도 안나오고...
(E) 깡통 같은 거 차고
여 어우.. 왜 남의 영업장에서 깡통을 발로 차고 그래요.
남 왜요. 나도 오늘은 손님으로 왔으니까....
뭐 좀 내놔보세요.
여 아직 의자도 안 꺼내놓은 거 안 보여요?
남 아 거... 왜 이렇게 손이 느려요?
이래서 무슨 장사를 하겠다고.
여 그럼 그쪽이 좀 도와주든가.
남 내가 미쳤어요?
(E) 의자 빼서 놔주고
여 자요. 됐죠? 뭐 시킬건데요?
남 어... 아직 뭐 준비도 안됐구만.
여 일단 시켜놔요. 빨리빨리 할테니까.
남 그럼... 제일 저렴한 걸로다가...
떡볶이 한접시만 줘봐요.
여 에게... 그게 다에요?
남 그럼 내가 뭐... 엄청나게 팔아줄 줄 알았어요?
뭐가 이쁘다고?
여 아우 알았어요. 기다려봐요.
(E) 보글보글 끓고
남 그녀가 음식준비를 마치고 떡볶이를 만들어
내 테이블 위에 내놓을 때까지
난 건들대며 시시껄렁한 농담을 건넸다.
기분 나빠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건데
그녀는 피식피식 웃어주기도 하고
맞장구를 쳐주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야기 하는 재미에 빠져들고 있었다.
(M) Good bye - the melody
(E)사람들 바글거리는 소리
남 뭐 이렇게 사람이 많아? 아.. 오늘 그냥 나올 걸 그랬나?
여 (좀 멀리서) 저기요. 이거 좀 그쪽 손님 테이블에 놔주세요.
남 뭐요?
여 아우 바빠요 좀 도와줘요.
남 아니.. 내가 왜 도와줘요?
여 팔 떨어지겠네. 얼른요.
남 아니 왜 나보고 그래? 진짜 이상한 아줌마네?
(E) 접시 테이블 위에 놓고
여 아우... 어떡해. 나 화장실이 급해서 그런데...
노가리 좀 구워줄래요?
남 아니~ 내가 왜 노가리를 구워요!!
여 에이 좀 구워줘요. 나 얼른 갔다 올께요.
남 에이 진짜!!!!
남 어쩌다 보니 난 그날밤..
그녀의 포장마차 일을 도와주게 됐다.
세상에 이런 바보가 어디 있단 말인가.
(M) 바보 - 김건모
(E)빗자루질 싹싹 하는 소리
여 오늘 고마웠어요.
남 참 나...
여 대신 떡볶이값 안받을께요.
남 그거 받으면 그쪽이 사람이에요?
여 초저녁에 그거 한접시 먹고 배 안 고파요?
남 배고프면 뭐... 오늘 장사도 잘돼서
재료도 다 떨어져놓고..
여 나 먹을 건 남겨놨죠. 짠..
(E) 뭔가 꺼내는 소리
여 김밥이에요.
남 이거 뭐.. 다 식어가지구..
여 찬밥 더운밥 가리시는 거 보니까 아직 배가 덜 고프셨네.
그럼 말든가..
남 줘봐요. 어묵국물 남은 거나 좀 같이 먹읍시다.
여 여기요.
(E) 그릇 놓고
남 우리는 별 말도 없이 김밥 한줄을 나눠먹고
어묵국물을 마셨다.
여 커피 마실래요?
남 커피도 있어요?
여 가루 커피. 몇 개씩 갖고 다녀요.
중간에 손님 없으면 졸립기도 하고.. 또 내가 생긴 건 이래도
커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남 참나... 그딴 가루커피 먹는데 생긴 게 무슨 상관이라고.
여 그래두요.
(E) 물 끓이고, 가루 봉지 뜯고, 컵에 물 따르고 휘휘젓는
여 먹어요.
(E) 마시고
여 맛 괜찮죠.
남 뭐.... 그러네요.
(M) 커피 한잔 어때? - 허밍에반스테레오
여 내가 좀 뻔뻔하죠.
남 아니 다행이네.
여 나 여기서 이거 하기 전에, 그쪽 포장마차에 간 적 있어요.
남 예?? 아니 그럼... 사전조사까지 다 하고....
와 치밀하시네.
여 맞아요. 그쪽 포장마차에서 국수 먹으면서
이런 거 하나 해야지.. 생각했으니까..
남 아니.. 내가 국수까지 말아줬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아요?
사람이 그렇게 살면 못써요.
여 나도 다른 데 가서 하고 싶은데요. 그럴 수가 없어요.
남 왜요!!
여 저기 병원... 우리 엄마가 있어요.
남 .........
여 원래는 내가 간병해야 하는데. 지금 엄마 혼자 있어요.
남 아니... 왜....
여 뻔하죠 뭐. 병원비.
이게 장기입원이다 보니까... 이제 뭐 더 헐어 쓸 데도 없고.
남 ..........
여 이런 거라도 하면서 병원비 벌어봐야지...했는데.
그렇다고 너무 먼 데서 할 순 없잖아요.
엄마 병실에서 여기 보면 보이거든요?
남 .......그래요?
여 네. 급한 연락 오면 내가 바로 뛰어가봐야 돼서요.
더 먼 데서는 못해요.
남 ......
여 암튼, 어떤 이유로든.... 그쪽한테 피해준 거는 미안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이거....
남 뭐에요?
여 오늘 다른 날보다 배는 더 벌었어요. 그래서.... 일 도와줬잖아요.
수고비에요. 오늘 나 때문에 공쳤는데.
남 아 됐어요!! 누가 이런 거 받을려고 여기 와 있었는 줄 알아요?
내가 오늘 여기 온 건.... 그쪽 빨리 여기서 나가게 하려고....
여 ...........
남 안나갈거죠?
여 네.
남 내 이럴 줄 알았어. 이렇게 뻔뻔해요 사람이.
여 미안해요.
남 아니 뭐..... 그건 알겠는데. 그럼... 이건 어떤가?
여 네?
남 같이 해보는 거.
여 뭘요?
남 이거. 어차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고..
둘이 나눠먹느니.. 같이 하자구요. 아까 보니까 떡볶이는 꽤 만드는 데. 닭발은 나보다 못하더라구요. 우리 둘이 잘하는 걸 하고....
여 정말... 그래도 되겠어요?
남 뭐.. 혹시라도 그쪽 어머니한테 급한 일 생기면
이거 다 놓고 가야되잖아요. 그럴 때 내가 있으면 더 나을거고...
여 나야..좋죠.
남 수입은 반반.
여 네
남 그럼 그렇게 해요. (약간 어색) 우리..
(M) 키친 - 이소은
------------------------1부 끝 --------------------------
*음악에세이 2부가 이어집니다.
(E) 도마질 소리
남 우리는 그렇게 함께 하게 됐다.
(E) 포장 치는
여 기둥 흔들리는 것 같애. 좀 더 단단히 박아봐.
남 됐어?
여 어.
남 시장 봐온 거 어딨어?
여 여기.
(E)뭔가 올려놓고
남 오징어 물 좋네.
여 응. (한숨 쉬고) 바다 가고 싶다.
남 갑자기 웬 바다?
여 나 원래 바다 좋아해. 바닷가에서 나고 자랐거든.
남 그래?
여 원래는 결혼하면 고향 바닷가 가서 살고 싶었는데. 우리 엄마랑.
남 진짜 결혼 한번도 안했어?
여 뭐어?
남 아니... 결혼 한번도 안한 처녀 손이.... 무슨 40대 아줌마 손 같잖아.
거칠거칠하고... 손가락도 이만큼 두껍고...
여 치....
남 설거지할 때는 찬물에 손 막 담그지 말고
거 뭐냐... 핸드크림 그런 것도 좀 바르고 그래라.
무슨 여자가 자길 가꿀 줄을 몰라. 머리카락도 좀 제대로 묶고.
여 알았어. 자기가 내 남편이야? 왜 간섭이야?
남 같이 일하는 동료로서, 보기가 안좋으니까 그렇지.
너 그러고 살다가는 평생 시집 못간다.
여 그쪽 걱정이나 해. 적금 20만원씩 부어서 언제 장가갈래?
그거 10년 모아봐야 웬만한 아파트 전세도 못얻어.
남 걱정 마. 그쪽 보다 백배는 이쁘고 어린 여자랑 결혼할거니까.
여 아유 그러세요? 꼭 그러세요.
(M) 옥탑방 고양이 - 야옹테마
(E) 사람들 북적대는 소리
여 나 화장실 좀...
남 아니 무슨 화장실을 그렇게 자주 가? 방광에 이상 있는 거 아냐?
여 아우 암튼 말을 해도. 금방 갔다 올께.
남 알았어. 바쁘니까 빨리 와.
(E)휴대전화 벨 소리
남 아우 저 덜렁이. 전화도 맨날 놓고 다니고.
(받고) 여보세요? 네. 윤은서씨 전화인데요. 네? 병원요?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네.
남 잠시 뒤 뛰어온 그녀에게
나는 이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 왜?
남 어...그게...
여 왜 그래.
남 방금.... 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남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병원쪽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M) 애상 - 박효신
남 그녀의 어머니는
추웠던 그 겨울밤. 조용히 세상을 떠나셨고.
나는 장례식장에서 그녀를 잠시 만났다.
그리고 열흘 동안 그녀는 포장마차에 나타나지 않았다.
예전엔 혼자서도 잘하던 일인데.
그녀가 없으니. 혼자서 해내기가 좀 버거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열하루째 되던 날.
그녀가 나타났다.
(E) 걸어오는 소리
남 어, 윤은서.
여 잘 있었어?
남 괜찮아?
여 어...
남 얼굴이 많이 안좋다. 일단 좀 앉아봐.
여 그래..
(E) 자리에 앉고
남 뭐 좀 줄까?
여 아니야. 아직은.. 입이 써서..
남 이거 국물이라도 좀 마셔..
여 커피 좀 줄래?
남 아... 커피? 그래. 잠깐만.
(E) 커피 끓이는 소리. 물잔에 따르는 소리. 휘휘 젓는...
남 자.....
여 어 고마워.
(E) 후우 불고
남 이제 기운 차려야지.
여 그동안 고마웠어. 이 말 하려고 왔어.
남 어? 너... 이거 그만하게?
여 그만해야지. 엄마도 안계신데.. 여기 있을 이유가 없잖아.
남 그래... 그럼 포장마차는 어떡할건데? 처분할거야?
여 너 괜찮으면 그대로 써.
남 아냐아냐. 내꺼는 아직 그대로 있어.
여 그럼 니가 처분해서 쓰든가..
남 니껀데 왜.
여 그동안 수입 나눌 때 항상 나한테 더 줬던 거 나도 알아.
남 그거야 뭐... 니가 쓸데가 더 많으니까.
여 여러 가지로 고맙기도 했고.
남 야.. 너도 죽으러 가냐?
여 죽으러는 안 가고. 고향으로 가려고.
남 고향?
여 응. 내 고향. 바닷가에.
(M) 바다여행 - 이선균
(E) 포장마차 밀면서 걸어가는
남 고향이 어딘데?
여 어.. 태안.
남 태안? 이번에 그 기름 사고 난 데?
여 어.
남 아니... 가면 누가 있어?
여 없어.
남 살 데는?
여 가서 알아봐야지. 그래도 서울 월세방 보증금 빼면
거기 가서 살 데 구할 순 있을거야.
남 가면? 가서 뭐하고 살건데?!
여 우리 엄마가 거기서 40년 동안 해녀셨어.
돌아가시기 전에 텔레비전에서 우리 고향 바닷가가
그렇게 돼 버린 거 보면서... 얼마나 우셨는지 몰라.
아우... 저거 아까워서 어떡하냐....
저거... 굴이랑.... 낙지랑 아까워서 어떡하냐... 그러면서.
남 .......
여 모르겠어. 가서 뭐하고 먹고 살지.
일단은 내려가서... 내가 나서 자랐던 그곳....
거기 끼어있는 기름찌꺼기부터 걷어내야지.
남 야. 그게 너 혼자 한다고 돼?
여 (웃으며) 얼마전에 신문 보니까, 눈 막 오는데
그래도 거기 청소하겠다고 온 타지 사람들이 있더라?
생판 모르는 남도 자기 시간 쪼개주면서 도와주는데...
남 아이고... 참.... 공자님 나셨네.
너 그렇게 착한 척 한다고 아무도 안 알아줘.
여 착한 척은 그쪽이나 그만하셔.
나한테 해 준 모든 거.. 그거 얼마나 웃기는 착한 척인지 알아?
남 ......
여 정말.. 고마워.
손이 아주 작고 손가락도 아주 가늘어서.. 예쁜 반지 같은 거
어울리는 그런 고운 여자 만나서..
꼭 결혼하길 바랄께.
(M)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
god
(E) 휘잉~ 바람 부는, 포장마차 소음들
남 그녀가 떠난지 또 열흘이 지났다.
왜 이렇게 세상에 재미가 없는지.
여기가 원래 이렇게 재미 없는 곳이었던가.
손님은 더 많아졌지만
일이 모두 끝나고, 커피 한잔 함께 마실 사람이 없어져서인지
별로 즐겁지도 않았다.
눈 내리던 어느날 밤.
난 포장마차 가득 들어찼던 손님들에게 얘기하고 말았다.
남 저기 죄송한데요.
제가 오늘밤에 아주 급한 일이 생겨서요.
오늘은 그만 가주셔야겠습니다. 대신 돈은 안받을테니까 그냥 가셔도
돼요.
(M) 너에게 간다 - 윤종신
(E) 파도 치는
남 바다에 도착했을 때.
나도 눈물이 날 뻔 했다. 한때는 푸른 바도가 넘실댔을 이곳.
굴을 까는 해녀가 있고. 바위 틈마다 싱싱한 낙지가
붙어 있었을 이곳.
이곳은 온통 검었다.
여기 사는 사람들의 가슴도 새까매져 있을 것이었다.
마스크에, 장갑을 낀 자원봉사자들의 모습들도
눈에 들어왔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칭찬해주지 않아도
묵묵히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원래는 아무 연락하지 않고 나타나 그녀를 놀래켜 주고 싶었지만.
그 바닷가에서 그녀를 찾는다는 건
그저 내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난 그렇게 한나절을 모두 보내 버렸다.
(E)전화하는, 통화연결음
여 여보세요?
남 어. 나야. 잘 도착했어?
여 응. 장사는 잘돼?
남 어! 너 없으니까 손님이 더 많아졌어.
여 아유.. 잘됐네. 그런데 있잖아. 우리 나중에통화해.
나 지금 일하는 중이라서.
남 그 순간.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녀의 투박한 손은
내 눈에 거슬렸나보다.
남 그래? 많이 바빠?
여 그렇지 뭐.
남 역시 그녀는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듣는다.
장갑이 벗겨지자, 맨손으로 기름덩어리들을 막 주워담는다.
남 내가 장갑 끼랬지.
여 어?
남 그러다 손 더 거칠어지면 누가 데려가냐?
그때는 나도 못 데려간다?
여 뭐? ........ 언제 왔어?
남 비켜봐. 내가 할께.
남 전화기를 든 채 멍하게 나를 보는 그녀를 옆으로 밀어놓고
나도 소매를 걷어 부쳤다.
먼 미래에.. 이 바다가 다시 그 색을 되찾았을 때.
그녀와 함께 여기 살아보는 건 어떨까.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성질 급한 겨울해가... 어느새 저 검은 바다 너머로
뉘엿뉘엿 져가고 있다.
(M) 주제음
2008-01-02(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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