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조회:
2007년 12월 27일 목요일 대본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19화 - 그 사람의 아내


(M) 주제음  -  내 사람 / SG워너비


여     그를 처음으로 알게 된 곳은

        어느 인터넷 블로그였다.

        그곳은 무척 우울한 음악과 우울한 글들로 가득했다.


(BG)  


남     나는 아내를 처음 만난 순간을 후회한다.

        그때 내가 아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니, 결혼하자고만 하지 않았더라면.

        결혼을 망설이는 아내를 애써 설득하지만 않았더라면.

        아내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았을 것을.

        우리 가연이가 빨리 어른이 되어

        혼자서 살 수 있을 때가 어서 왔으면 좋겠다.

        그때라면, 내가 아내를 따라가도 괜찮을텐데.

(M) 사랑하는 이여 나 죽으면 / 송골매


(E) 전화번호 누르는

남     여보세요

여     안녕하세요. 저는 하늘샘 출판사의 윤은서라고 합니다.

남     그런데 무슨 일로...

여     선생님 블로그에 있는 글들을 보고 전화드렸어요.

남     제..글을 보구요?

여     네. 요즘 그 글들이 네티즌들에게 좋은 반응 얻고 있으시잖아요.

        그래서 저희 출판사에서 선생님이 블로그에 올리신 글들을 묶어서

        책으로 출판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기획을..

남     그런 거라면 괜찮습니다.

여     선생님! 선생님!

(E)뚜뚜뚜뚜 


여     글을 읽을 땐 참 여리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그 사람은

        냉정하기 짝이 없었다.

(M)Running - Eliane Elias


(E) 캠퍼스 걸어가는, 새소리

여     몇 번의 통화 끝에도 그가 마음을 움직일 기미를 보여주지 않자

        난 어쩔 수 없이 그를 찾아가게 되었다.

        그가 일하고 있는 곳은 어느 대학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시간 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E) 노크하고 들어가는


여     안녕하세요.. 여기 혹시 김봉덕 강사님이라고 계신가요?

남     ...누구시죠?

여     혹시 김선생님 맞으세요?

남     네.

여     아.. 제가 제대로 찾아왔네요. 날씨가 왜 이렇게 추운지..

        찾느라 혼났어요. 학교가 워낙 넓어서..

남     누구시냐구요.

여     아.... 그러니까요.

(E) 지갑 뒤적이고

여     지난번에도 몇 번 전화 드렸었죠. 저 출판사 기획실에서 일하고 있는

        윤은서에요.

남     그 문제라면 제가 분명히 거절의 의사를 밝힌 걸로 아는데요.

여     조금만 더 생각해 보세요.

남     죄송한데요. 저 계절학기 수업 준비를 해야 돼서..

        나가주시겠어요?

여     먼저 가신 아내분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블로그 만드신거잖아요

        그리고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그 글들을 봐줬으면 해서

        만든 거기도 하구요.

남     뭐라구요?

여     아니면 혼자서 일기를 쓰지.... 그 글을 인터넷에 공개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닌가요?

남     당신이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하죠?

여     그러니까 제 말은요, 어차피 누군가가 김선생님의 아픔을

        알아줬으면 해서 시작한 일이라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 해서요.

남     나가세요. 당신 같은 사람하고는 한마디도 섞고 싶지 않으니까.

(M) 벌써 1년 / 브라운 아이즈


(E) 복도로 밀려나오는 발소리. 문 쾅 닫히는.


여     어우 진짜... 왜 밀고 그래? 웃겨 진짜.

        

여     하지만 이대로 돌아갈 순 없었다.

        돌아가면 사장에게 쪼일 게 분명했으니까.

        어떻게든 이 일을 성사시키고 가는 것이

        내 임무였다.

        복도를 서성이고. 쪼그리고 앉아 있기를 1시간 쯤.

        

(E) 복도 문 열리고. 누군가 나오는.


여     어머. 나오셨네요? 수업 준비를 꽤 길게 하시네요?

남     지금 여기서 뭐해요?

여     지금 수업하러 들어가세요?

        하고 나오세요. 기다릴거니까.

남     왜 이래요 진짜?

여     할 수 없잖아요. 나도 이게 내 일인데.

        나두요. 집에 가면 귀한 딸이고. 누군가에겐 사랑하는 사람이고.

        나도 그런 사람이거든요. 그치만 책을 기획해서 그걸 만들어내는 게

        일인 사람이니까요 난.... 그렇다고 우리 출판사가 엄청 돈 많은

        그런 데라서 금전적으로 많은 부분을 약속드리거나

        그러지도 못하니까

        박대하면 그러는대로... 이렇게 좀 당하고... 기분 나빠도 참고

        그러는 거밖에 할 수가 없으니까요 전.

(M)If you only knew - OLIVIA


(E) 차 따라주는

남     마셔요. 추웠을텐데.

여     말이라구요? 암튼. 감사합니다.

(E) 마시고

여     차 향이 좋으네요.

남     아내가 좋아했던 녹차에요.

여     네..

남     책 문제는 좀 더 생각은 해볼께요.

        그렇지만 아마 안될 겁니다.

여     왜요?

남     물론 그럴만한 글도 안되구요.

        내 감정에 젖어서 나만 생각하면서 쓴 글이니까...

여     그런 글이 독자에게는 감동을 주기도 하니까요.

        저도 처음에 선생님 블로그에 갔다가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특히 혼자서 세살박이 딸을 키우면서

        엄마를 찾는 아이 달래는 부분 볼 땐....

남     다들 그렇게 동정의 시선으로 나를 봐요.

여     사고였잖아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남     아내가 떠나기 전엔 내가 굉장히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 떠나고 나니까...

        내가 이렇게 비뚤어지고 시니컬했었나... 나도 놀랄 때 있어요.

여     ....그럴 수 있죠 뭐..

남     남들한텐 닥치지 않는 일인데. 왜 하필 나에게.

        왜 하필 그 사람에게. 왜 하필 우리 가족에게.

        이런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요.

        내 아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왜.....

(M) 함께 있으면 좋을 사람 / 최재훈


남     암튼 부탁 들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여     정말 안되시겠어요?

        그냥 허락만 해주시면 있는 글 저희가 모아서 편집하고 출판하는 거

        다 알아서 할텐데요.

남     죄송합니다.

여     암튼, 그럼 저는 또 올께요.

남     또 오셔도 대답은 바뀌지 않아요.

여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이번 달 저의 임무는 이 기획을

        완성시키는 거니까요. 저도 밥값은 해야죠.

        그럼 안녕히 계세요.


(E) 문 닫는 소리


여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나는 그를 찾아갔다.

        처음처럼 나를 냉대하진 않았지만

        그의 말처럼 그의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자꾸만 그를 찾아갔다.

        그를 보면 볼수록.

        안된 마음이.

        불쌍한 마음이.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갔다.

(M) too far away /  정여진


(E) 노크하고

여     선생님. 

(E)들어가고 

여     점심 드셨어요?

남     네. 오늘은 또 뭐하러 오셨어요. 일요일인데.

여     그러는 김선생님은 일요일에 왜 여기 나와 계세요?

남     그냥 주말엔 집에 있기가 그래서요.

여     왜요?

남     주말엔... 항상 집에서 아내와 시간을 보냈는데.

        집에 있다 보면 그런 생각이 너무 많이 나요.

여     그럼 애는요?

남     어머님이 봐주고 계세요.

여     선생님도 선생님이지만 아이가 불쌍해요.

남     ....

여     아이가 말은 잘 못해두

        주말마다 엄마 아빠랑 재밌게 놀던 기억이 분명히 있을텐데

        엄마가 없는걸로도 부족해서, 아빠까지 주말만 되면 나가 버리고.

        얼마나... 허전하고 그렇겠어요.

남     그럴지도..모르겠네요.

여     괜히 추운데 여기 나와 계시지 말구요. 일찍일찍 집에 들어가세요.

남     그 말 하러 오셨어요?

여     그 말 하러 온 건 아니지만... 암튼 그렇게 하시라구요.

남     (피식 웃고) 오랜만에 잔소리 들어보네요.

여     이게 잔소리에요?

남     아내가 잔소리 할 땐 그게 그렇게 싫더니.

        지금은 그게 그렇게 그립네요.

(M) 잔소리 - 김건모


(E)걸어가는 소리.


여     저 차 가지고 왔는데요. 제가 모셔다 드릴께요.

        댁이 잠실 쪽이시라 그랬던가요?

남     괜찮아요. 바로 가는 버스가 있어요.

여     날도 추운데 타세요. 제가 모셔다 드린다니까요?

남     수고스럽게 그러실 필요 없어요.

        괜히 불편해요.

여     왜요... 제가 또 책 얘기 꺼낼까봐요?

남     솔직히 그런 부담감도 있구요.

        왜... 보험사 직원이 끔찍하게 잘해주는데 보험 들 마음이 없으면

        아무리 잘해줘도 같이 있는게 부담스러운.. 그런 마음 있잖아요.

여     (웃고) 실은 오늘은 드릴 말씀이 따로 있었어요.

남     뭔데요?

여     책... 내는 거 포기하겠다구요.

남     그래요?

여     네. 사장님한테 말씀드린 건 아니고.

        제가 그냥 포기하는거에요.

남     미안해요. 그동안 많이 애쓰셨는데. 작가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저 같은 사람 때문에...

여     제가 왜 포기하는지 아세요? 김선생님 고집이 너무 세서가 아니에요

남     그럼요?

여     제가 싫어졌어요.

남     ........?

여     아내가 불의의 사고로 떠난지 3년이 지나도록 못 잊고 있는 남자.

        그 사람의 이야기가 책으로까지 만들어져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거. 그게 싫구요.

        책으로 문자화되어 잊혀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겨지는 것도 싫어졌어        요 왠지.

남     ....네?

여     너무나 갑작스럽고. 너무 황당하실텐데..

        그런 거 잘 알지만. 저는요. 책을 만드는 대신에..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그 기억을 조금이라도 지워드리고 싶어졌어요.

        제가.. 그 기억을 대신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구요.

(M) 기억의 습작 - 김동률


---------------------------1부 끝 -----------------------



* 잠시 후 2부가 시작됩니다.


여     미쳤어 미쳤어. 아우 미쳤어.

        술도 안 마시고 맨정신에 내가 왜 그런거야.

        왜 그랬을까. 윤은서. 니가 진정 미쳐가는구나. 아흐흑.....


여     한 시간 째 집앞 주차장에서 이러고 있다.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왜 갑자기 그런 고백 아닌 고백을

        해 버렸는지.

        물론 그를 만날 때마다, 그의 쳐진 어깨를 감싸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늘 똑같은 넥타이를 매고 있는 그에게, 잘 어울릴만한 넥타이를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입술이 하얗게 터서 갈라져 있는걸 보면, 입술보호제라도 좀 발라

        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밥도 잘 챙겨먹지 않은 채 늘

        차만 입에 달고 있는 그를 보면. 맛있는 도시락이라도 좀

        싸다 주고 싶다는 생각도, 물론 했다.

        그렇지만, 나도 이렇게 불시에 이런 고백을 해버리게 될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이렇게 황당한데, 그는 얼마나 황당할까.

        아마 나를 미친 여자쯤으로 생각할 것이다.

        나는 계속 계속... 운전대에 이마를 부딪치며.....

        미쳤어... 미쳤어....를 연발했다.

(M) 늘 - 보아


(E) 핸드폰 전화벨


여     엄마야....


여     그의 전화였다.

        내가 그에게 정말 쌩뚱맞은 고백을 해 버리고 난

        정확히 일주일 후였다.


여     (떨리는) 여..보세요.

남     안녕하셨어요.

여     네...

남     그냥 그날 그렇게 보내드리고 나서... 또 아무 연락도 하지 않는다는

        게 좀 그래서요.

여     그날은 정말 죄송했어요.

남     아니에요. 순간적으로 그러셨을 수 있어요.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        요.

여     네?

남     이런 일 있었어요.

여     .. 있었어요?

남     그땐 너무 정신이 없을 때라 이렇다 저렇다 대답조차 못해드렸어요.

        나중에 그 분이 그러시더라구요.

        너무 안돼보여서 순간적으로 같이 있어주고 싶었다구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게 사랑은 아니었다고....

        아무 대답 해주지 않아서 오히려 고마웠다고...

여     ........

남     은서씨도 그런 마음일 거에요.

        그러니까 저한테 그런 얘기했다고 마음 쓰지 말고.. 잘 지내세요.

        연말도 잘 보내시구요.

여     난 그런 거 아니에요.

남     .........

여     물론 안된 마음.. 그런 거 있었지만요. 그래서 같이 있어주고 싶었던

        그런 마음도 있었지만요. 저 그렇게 동정심 많고 착한 애도 아니구요.

        제가 좋아야 좋은 그런 애거든요. 그런데 선생님...

        제 스타일이에요!!!!

(M) A Lover's Concerto / 진혜림


(E) 캠퍼스 분위기


여     (어색) 오늘은 그래도 날씨가 꽤 따뜻하네요.

남     네....

여     그래도 그렇게 전화 걸어주셔서 고마웠어요.

남     네....

여     네..밖에 할 줄 모르세요?

남     네?

여     솔직히 선생님도 제가 싫은 건 아니었을 거 아니에요.

남     ......

여     아무리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게 마음이구요. 기억이에요.

        먼저 가신 분에 대한 의리 때문에 마음도 기억도 지키고

        싶으시겠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 계속 그렇게 자기자신을

        괴롭히면서 살 수는 없는 거잖아요.

남     난 여러 가지로 준비가 전혀 안돼 있어요.

여     그건 나도 마찬가지에요. 나두... 사별남... 거기다가 아이 아빠인

        남자랑 연애하겠다고 준비된 여자... 아니에요.

        그냥 나는... 선생님이 좋아서.. 그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는 거

        뿐이에요.

(M) 혼자만의 겨울 - 간미연


여     그와의 데이트가 시작됐다.

        데이트라고 하기엔 초라했지만.

        내가 학교로 찾아가면, 우리는 같이 점심을 먹고 차도 마셨다.

        주말에는 그의 아이인 가영이를 데리고 공원에도 가고

        서점에도 갔다.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가영이는 나를 진심으로 잘 따랐고.

        나도 그런 아이가 예뻤다.

        나는 점점 그들의 가족이 되고 싶어졌다.

        부모님의 반대나....

        친구들이 뭐라고 할지나.... 뭐 신경쓰이는 게 한 두 가지는

        아니었지만. 

        내 마음 앞에서 많은 걱정들이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남     이 책.. 읽어볼래?

여     뭐야 이건?

남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은서 취향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여     고마워. 난 출판사에 다녀두, 오히려 이런 순수문학쪽

        책은 잘 못 읽어. 맨날 컨셉이 확실한 책들만 만들고 접하다 보니까.

남     어제 저녁엔 전화가 안되던데.

여     어~ 몰라. 저번에 물에 한번 빠지고 나서부터 잘 안되더라구.

남     그래? 

여     하나 사든가 해야겠어.

남     내가... 하나 줄까?

여     응?

남     아니... 전에 쓰던 게 있는데. 아직 새거야.

        그거 줄까?

여     그래? 그럼 나야 좋지.

남     그런데 그게... 번호가 살아있는 거라서....

        은서 번호 바꿔야 할텐데 괜찮겠어?

여     뭐... 내 주소록에 있는 사람들한테

        전체 문자 한번 돌려서 바뀐 번호 가르쳐 주면 되잖아.

남     그래. 그럼 그거 줄께.

여     와... 공짜로 전화기 생겼네? 고마워.

(M) Geek In The Pink - Jason Mraz


여     그가 내게 전화기를 선물하고 나서부터

        부쩍 그가 나에게 전화를 하는 횟수가 늘었다.

        난 그게 좋았다.


(E)전화벨 소리


여     여보세요.

남     잘 들어갔어?

여     응.. 그런데 웬일이야? 옛날엔 이런 전화 안하더니.

남     그냥 뭐....

여     나 어제 우리 엄마 아빠한테 정식으로 자기 얘기했어.

        뭐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계셨지만...

남     뭐라셔?

여     난리지 뭐. 시간이 좀 걸릴거야.

        그런데, 우리 부모님 그렇게 꽉 막힌 분들은 아니라서

        설득하면 괜찮아지실거야.

남     너무 힘들게 그러지는 말아.

여     왜...

남     아니... 꼭 지금 당장 결혼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여     나랑 결혼하는 게 싫어?

        가영이도 생각해야지. 언제까지 할머니 손에 맡길거야?

남     .......

여     난 결혼하면 자기랑 가영이 위해서 회사도 관두고

        집에서 살림할 결심도 했단 말이야.

남     고맙다... 

여     치... 고마운 거 알면 됐네.

        그 얘기는 안해줘?

남     .....뭐.

여     아니.. 고맙다는 얘긴 맨날 듣는 거구... 사랑한다는 얘기는

        왜 안해줘?

남     ..........

여     됐다. 또 이런 걸로 보채는 내가 바보지.

        아니~ 그래도 그렇지. 사랑한다는 말... 그 흔한 말을

        왜 한번도 못해줘? 진짜 너무해.

(M) 사랑한다는 흔한 말 - 김연우


여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E)전화벨


여     여보세요?

        네? 한연우씨요? 아닌데요. 잘못 거셨어요.

        아뇨.. 번호는 맞는데요. 잘못 거셨다구요.

        글쎄요. 제가 이 번호 쓴지 한참 됐거든요?

        아니 잠깐만요. 한연우씨가 누구..엄마라구요?

        (깨닫고) 아... 제가 그분을 좀 아는데요.....

        그분.... 돌아가셨어요. 네... 3년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이 번호가... 그분 번호였나요?

(M) 닮았잖아 - 이소은


(E) 까페 소음, 찻잔 소리

남     일찍 와 있었네?

여     어.


(E)의자 끌어 자리에 앉고


남     표정이 왜 그래?

여     뭐 확인해 볼 게 있어.

남     얘기해. 

여     나한테 준 전화기. 누가 쓰던 거였어?

남     어?

여     누가 쓰던 전화기였냐구.

남     그게....

여     ........

남     그 사람이 쓰던 전화기였어.

여     번호두?

남     어....

여     왜 말 안했어?

남     그냥.... 말하면 니가 안받을 것 같아서.

여     그런데 왜 줬어?

남     ..........

여     그 번호로 전화해 보고 싶었던 거 아냐?

남     .........

여     (눈물 참을 수 없고) 아무리 전화해도 받지 않던 그 전화번호에...

        전화를 하면... 누군가 받아주길 기대했던 거 아냐?

남     미안하다.

여     그게 나였던거야?

        사랑했던 그 여자 대신에... 내가 그 전화 받아주니까 좋았어?

남     ..........

여     말해봐!

남     그래. 좋았어.

        아내가 떠난 뒤에 가장 힘들었던 게...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그 전화였어. 그런데 니가 전화를 받아주니까.. 좋았어.

여     ..........

남     너를 이용했다고 생각해도 좋아.

        니가 좋기도 했지만. 아직은...... 아직은 시간이 모자랐었나봐.

여     차라리 거짓말이라도 하지.

        그 전화기 준 거 아무 의미 없던 거였다고.

        난 속아줄 결심도 다 하고 나왔는데.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다 속아주려고도 했는데.

남     .......내가 이 모양으로 생긴 사람인 걸 어떡하냐.

        니 덕분에 잠깐 기억을 덮고. 잊은 듯이 살았지만.

        사실은 하나도 잊지 않고.

        오히려....하나하나..... 너랑 그 사람을 비교하기까지 했어..

여     그만...해.. 알았으니까 그만해.

남     ............

(M) Missing you - 플라이 투더 스카이


(e) 까페 문 열고 나오는

남     은서야...

여     여기 있어 전화기....

남     ........

여     만약에 시간이 더 많이 지난 뒤에

        그 사람을 생각하는데. 내가 생각이 나거든...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데. 나에 대한 그리움이랑 비교가 되거든...

        그때 다시 나를 찾아와.

        만약에 그때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면.....

        참 좋겠다.

남     ..........

여     갈께.


(E) 걸어가는


여     2007년이 끝나가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사람과의 인연도

        이렇게 끝나가고 있다.

(M) 주제음





2007-12-19(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