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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3일 목요일 대본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17화 - 엄마의 추억


(M) 주제음 (옛사랑)


남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내가 늘 엄마라고 불렀던 그 분.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

        어머니도 아닌 엄마가 뭐냐고..

        아내는 핀잔을 주곤 했지만.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난..

        그 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그 분은 내게..

        어머니이기 보단 친구고 연인이었다.

(M) 에버그린 -Susan Jacks


남     지난 가을..

        그렇게 급하게 돌아가실 줄 모르고

        함께 떠났던 마지막 여행.

        그 여행에서 난 처음으로

        아버지 이야기를 들었다.


(E) 낙엽 밟는 소리 들리고


여     (너무 할머니 같은 건 아니고. 단아하면서도 다정한 목소리)

        니 아버지? 왜 갑자기?

남     그냥요. 30년만에 처음 물어보는건데..

        웬만하면 대답 좀 해 주시지?

여     (피식 웃고) 내 말이 그 말이야. 사춘기 때도 용케

        안물어보더니....

남     그때야 생각이 많아서 그랬고. 지금은 뭐.. 다 컸고..

        결혼도 했는데.. 어떤 얘기든 아무렇지 않을 거니까..

        걱정 말고 얘기해도 된다니까...

여     여기 잠깐 좀 앉을까?

(E)  걸음 멈추고 앉는


여     니 얼굴도 그렇지만.. 니 목소리 듣고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

남     왜요?

여     너무 닮아서.

(M) 풍경 - 시인과 촌장


(BG로 이어지며)

여     니 아버지랑 나는 참 우연히 만났어.

        우연이 인연이 되기도 하는게지.


(E/ 기차소리)

여     난 그때 대학생이었구..

        방학이 돼서 담양에 있는 집으로 내려가는 길이었어.

        기차표를 끊었는데..

        돈이 없어서 입석을 샀지.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책을 보고 서 있었는데.


남     저기요. 

여     네?

남     여기 앉을래요?

여     네?

남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사람.. 아까 내렸거든요.

        아직 아무도 안 타는 거 보니까 빈 자리 같은데..

        앉아서 가시라구요.

여     괜..찮아요. 좀 있으면 자리 주인 타겠죠 뭐.

남     여기저기 빈자리 꽤 있는 거 보니까..

        오늘은 그렇게 붐비는 날은 아닌가봐요.

        다리 아픈데 앉아서 가요.


여     다른 때 같으면, 참 오지랖도 넓은 이다..

        왜 남의 다리 아픈 것까지

        자기가 걱정할까.. 하면서

        그냥 모른 척 했을거야.

        그런데 그날은 그래지지가 않더라.

        아마.. 겨울햇살 때문이었을거야.

        그 사람이 슬핏 웃어 보이는데..

        겨울 햇살을 받아선지... 그 웃음이 참 따뜻해 보였거든.

(M) 우울한 편지 / 유재하


(E) 기차 소리

남     어디까지 가요?

여     담양요.

남     어... 나도 그런데..

여     집이 거기세요?

남     아뇨, 사진 찍으러 가요.

여     사진요?

남     눈덮인 대나무밭이 좋다고 해서..

        소쇄원도 찍고...

여     사진 찍는 분이세요?

남     신문사 기잡니다. 문화부에서 일하는.

여     아.. 그러세요. 영광이에요.

남     영광은요. 저야말로.. 이렇게 어린 여대생이랑 나란히 앉아서

        갈 수 있어서 영광인데요.

여     저기... 

(E) 뭔가 부스럭대며 꺼내고

여     이거.. 같이 드실래요?

남     찐계란?

여     촌스럽죠. 기차 탈 땐 계란이 맛있어서..

남     사이다 한병 사서 먹을까요?

여     (웃고) 좋죠.

(M)  기차와 소나무 / 이규석


(E) 기차에서 내리는 듯


여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왔어요. 감사합니다.

남     나두요. 어디로 가요?

여     집에 가야죠.

남     아..

여     안녕히 가세요.


(E) 몇걸음쯤 가면


남     저.. 은서씨.

여     네?

남     소쇄원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돼요?

여     아... 그게요. 설명하기가 좀 복잡한데..

남     그냥.. 같이 가주면 안돼요?

(M) 숙녀에게 - 변진섭


(E) 눈 밟는 소리

여     언제 눈이 이렇게 왔대?

남     딱 맞춰서 잘왔네요. 이런 풍경 찍어보고 싶었는데.

        잠깐만요. 이거 설치 좀 하고...

(E) 삼각대며.. 이거저거 놓고 설치하는 듯..

여     와... 장비가 이렇게나 많아요?

남     남들은 이 직업이 우아한 줄 아는데요.

        이거 완전 막노동이에요.

(E) 찰칵 찍고

남     좋은데요.

여     이 정도루요?

        저 안쪽으로 들어가면 대나무밭 있어요. 눈까지 왔으니

        더 멋지겠다.

남     그럼 여기서 몇컷만 더 찍고.. 들어가봐요.

(E) 찰칵 찰칵 찍는 소리와 눈을 꾹꾹 밟으며 서성대는 소리


여     한쪽 눈을 감은 채

        이리저리 풍경들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는

        그 사람을 보고 있자니...

        왜 그렇게 가슴이 쿵쾅거렸는지.

        이상하게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어서

        괜히 눈밭에 발그림자만 꾹꾹 눌어찍었댔지.

(M) 혼자만의 겨울 - 강수지


(E) 눈밭 걷는

남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는데..

        겨울풍경으론 최고네요.

여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제 기분도 좋아요.

남     오늘은 해도 다 졌고.. 내일 해 뜰 무렵 와서

        나머지 작업해야겠어요.

여     네에..

남     미안해요. 나 때문에 집에도 못 가고..

        여기까지 끌려와서.. 추웠죠.

여     아뇨. 집이 담양인데두.. 여기 자주 못왔거든요.

        가까운 데에 있으면 잘 안 가게 되잖아요.

남     그렇긴 해요. 가까이 있으면 장소든.. 사람이든..

        좋은 줄을 몰라요.

여     어느 쪽으로 가실거에요?

남     일단 읍내 쪽 가서 밥부터 먹고.. 숙소 정해야죠.

        저녁 대접하고 싶은데. 괜찮아요?

(M) 꿈에 - 조덕배


(E) 밥 먹는 소리들

남     전라도 올 때마다 살이 1킬로그램씩은 늘어서 가요.

        여기 음식 너무 맛있어요.

여     좀 맵지 않으세요?

남     나 매운 거 잘 먹어요.

여     서울 살면 제일 그리운 게.. 여기 음식맛이에요.

남     그럴 것 같아요. 이렇게 맛있는 거 먹다가..

        솔직히 서울 음식은 좀 밍밍하잖아요.

여     (웃고) 맞아요.

남     오늘 진짜 횡재했네요.

        은서씨 만나서 말동무도 하고.. 길안내도 받고..

        좋은 맛집까지 알게되고..

여     ...사진은 언제 신문에 실려요?

남     이번주 주말판 보세요. 겨울여행지 특집을 하고 있는데..

        아마 거기 실릴 거에요.

여     네. 꼭 사서 볼께요.

남     일하러 이런 데 오면.. 힘들었는데.

        오늘은 꼭.. 여행 온 기분이에요.

(M) 별이 진다네 / 여행 스케치


(E) 멀리 개짖는 소리도 들리고.. 걸어가는..


여     다 왔어요. 여기에요.

남     밤늦게까지 붙들고 있어서 미안해요. 얼른 들어가요.

여     네. 그럼.. 오늘 감사했습니다.

남     그래요.


여     그 사람은 먼저 돌아서더니

        그대로 걸어갔어.

        난 그래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겠냐는 질문이나..

        아니면 집전화번호 정도라도 물어볼 줄 알았는데.

        그냥 그렇게 돌아서 가더라.

        그 모습이 참.. 야속해서..

        그날 밤 이불을 깔고 누웠는데.. 잠이 안 오더라구.

        새벽까지 뒤척뒤척..하다가..

        아침 해가 뜰 무렵에.. 나도 모르게 옷을 챙겨입고..

        소쇄원으로 달려갔어.

(M) 한번만 더 - 박성신


(E) 멀리서 찰칵거리는 소리


여     멀리.. 그 사람이 아침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모습이 보였지. 그 뒷모습이 참 무심하고 냉정해 보였어.

        어제 느꼈던 그 친밀감은 나 혼자만의 것이었구나.

        괜히 눈물까지 나려고 해서 돌아서는데.


남     (멀리서) 은서씨.


(E) 뛰어오는


남     왜 왔다가 그냥 가요.

여     나 온 거 알고 있었어요?

남     알고 있었죠.

여     어떻게요?

남     느낌으로.

여     그런데.. 왜 안 돌아보셨어요?

남     그냥요.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요.

여     ........왜요?

남     나... 결혼한 사람이니까.

(M) 사랑하기 때문에 - 유재하


----------------------------1부 끝


*잠시 후 2부에서 계속됩니다.


여     (애써 아무렇지 않게) 정말.. 결혼하셨어요?

남     네. 

여     아.. 그러셨구나. 하긴.. 나이가 있으시니까..

남     ....

여     그런 걸 왜 그런 표정으로 얘기하세요.

        저랑.. 뭐..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우리 길동무한 건데.. 그죠.

남     ....

여     전 그냥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오늘 여기서 사진 찍겠다고 하셨던 게

        생각이 나서... 와 본 거에요.

        혹시라도 오해하셨다면...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세요.

남     .....

여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말라구요!

        왜 날 그렇게 봐요? 난 아무렇지 않은데요.

(M) 내 아픔 아시는 당신께 - 조하문


(E) 차 마시는

남     괜히 어젠 그렇더라구요. 얘길 해야지.. 틈 봐서 얘기해야지..

        하는데 말이 안 나오고..

여     ...

남     나도 모르게.. 은서씨한테 그런 얘기 하고 싶지 않았었나봐요.

여     (애써 참으며) 뭐.. 그럴 필요가 없었던 거 아닐까요.

        어차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이니까.

남     그런 건 아니에요.

여     웃겨요. 이런 변명하는 것도.

        우리한테 그럴만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남     마음이 흔들렸으니까.

여     ...

남     나는 그랬어요. 마음이.. 흔들렸어요.

여     ...

남     미안해요. 

(M) 사랑이 지나가면 - 이문세


여     그해 겨울은 내내 우울했단다.

        겨우 하루 함께 있었던 사람인데

        왜 그렇게 마음이 동요하는건지 나도 모르겠더라.

        다시 학기가 시작되고. 서울에 왔어.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어느날.

        수업을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남     잘 있었어요?


여     그 사람이 서 있었어.

        난 잠깐 아무 말도 못한 채 가슴에 모아안은 책을

        더욱 꼭 끌어안기만 했어.


남     이 학교에 취재 나왔어요. 영문과 다닌다고 했던 게 생각나서

        인문대 앞에서 30분만 기다려보자..했는데. 만났네요.

여     30분 기다리신 거에요?

남     아뇨. 세시간.


여     그 얘기를 듣는데, 그리고 그 사람 얼굴을 보는데.

        왜 이렇게 반갑고 좋든지.

        불나방은 불빛에 홀려서 죽을 줄 알면서도

        불속에 뛰어든다고 하지.

        아마... 그 불빛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황홀한 빛일거야.

        내가 눈이 멀어보니까 알겠더라.

(M) 행복한 나를 - 에코


(E) 도심. 걷는 소리

여     책을 왜 이렇게 많이 사주세요.

남     책 읽는 거 좋아하잖아.

여     그래두요, 이거 원서라 다 비싼건데.

남     그냥.. 내가 해줄 것도 없고.. 공부 열심히 해.

        영어 교사되는 게 꿈이라며.

여     ....그렇죠.

남     나... 이혼할까 해.

여     .....왜요? 

남     ...

여     혹시 나 때문에?

남     그런 건 아니고... 예전부터 좀 힘들었어.

        아내가 아이를 못 갖는데... 부모님 성화도 있으셨고...

여     그래서 헤어져요?

남     아내가 힘들어해. 원래 마음이 약하고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야.

여     그럼... 헤어지면... 더 힘들어하시는 거 아니에요?

남     그럴지도...모르지.

여     나 때문이 아니라고 아무리 말씀하셔도 그게 아닌 거 아니까...

        난 어쩔 수 없이.. 미안하네요.

(M)  I'm Sorry / 린


여     그 사람은 정말 얼마 후에 이혼을 했단다.

        그리고 1년쯤 지나.. 내가 대학을 졸업하자

        우리는 결혼하기로 했어.

        우리 부모님의 반대가 있으셨지만

        내가 하도 좋다고 우겨대니까...

        날 이기지 못하셨지.

        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성당에서 결혼하기로 했어.

        

(E) 크리스마스 캐롤 / Silent Night - il Divo


남     진짜 패물 안해도 되겠어?

여     반지 받았잖아요. 거기에 뭘 더해요.

남     그래도... 평생에 한번인데...

여     처음에 많이 해줬을 거 아니에요. 난 됐어요.

남     그렇게 말하면 미안하잖아.

여     미안하라고 그런건데?

남     참나...

여     위자료 물어주고 돈도 없으면서.. 할 건 다 할라 그래요.

        그냥 간소하게 해요.

남     난 요즘 가끔... 잠을 자다가도 웃어.

여     왜요?

남     이게... 꿈인지 생신지 싶어서.

여     나... 할 말 있는데.

남     응?

여     결혼 날짜도 잡혔으니까 얘기해도 되겠다..싶어서요.

남     뭔데....

여     나.. 아기 가졌어요.

(M)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 김광민


여     요즘이야 그런 일들이 많지만

        그때만 해도.... 처녀가 애를 먼저 갖고 시집을 간다는 건

        큰 허물이었단다. 니 아버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

        말도 못하고 끙끙댔었던건데. 그 사람은 그 얘길 듣더니.

        명동 한복판에서 만세를 불렀단다.

        아이가 없어서 맘고생을 해서 그렇겠거니... 하면서도.

        그 사람이 그렇게 해주니 어찌나 고맙고 기쁘던지.


남     거기 얼음 있잖아. 살살... 조심해서 걸어.

여     괜찮아요. 

남     내 팔 잡고...

여     유난이셔..

남     유난 안떨게 됐어? 뱃속에 애기가 있는데?

여     웨딩드레스 입을 때 배나오면 어쩌나 걱정인데.

남     괜찮아. 하나도 티 안나. 아, 그리고 티 좀 나면 어때.

        괜찮아 괜찮아.

여     우리 엄마 아부지도 아직 모르세요. 알면 나 맞아죽을거야.

남     누구 맘대로? 내 색신데. 내 허락 받고 때리시라그래.

여     (웃고)

남     맞아죽어도 내가 가서 맞아죽을거니까 은서 넌 아무 걱정 마.

여     알았어요.

남     그리고 고맙다.

(M)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 지오디


여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남겨놓았던 그날 밤이었어.


(E) 옛날 전화벨 따르릉...

여     여보세요.

남     어, 난데. 지금 집으로 가고 있어.

여     뭐하러요. 여기까지.

남     저번에 귤 먹고 싶다 그랬잖아. 그거 사가지고 가는 길이야.

여     정말?

남     여기 광화문이니까. 버스 타고 가면 30분쯤 걸릴거야.

여     눈 오니까.. 길 미끄러울거에요. 조심해서 와요.

남     그래. 이따가 만나.

(E) 전화 끊기고


여     그날 밤엔 눈이 정말 많이 왔단다.

        창밖으로 무서울 정도로 쏟아지는 눈을 보면서

        그 사람이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때야 연락할 수단이 없었으니...

        애만 탈 수밖에.

        온다 해놓고 아무 소식 없이 안오는 그 사람을 기다리면서

        수천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애.

        방안을 서성이다가... 집앞을 서성이다가...

        골목길을 서성이다가.... 버스정류장에 서 있다가....

        그렇게 밤새 기다렸지만

        니 아버지는 끝내 오지 않았단다.

(M)   Right Here Waiting / Brenda Cochrane


여     그리고 다음날.

        그 사람 회사에 전화를 해 보고서야.. 그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

        아무리 울고 몸부림쳐도...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됐다는 걸.


(E) 낙엽 밟는 소리 조금 이어지다가


남     어머니를 만나러 오시다가.. 그렇게 되신 거에요?

여     그런 셈이지..

남     그래서... 혼자 저를 낳아서 키우신 거에요?

여     그렇지.

남     왜요?

여     왜?

남     물론 저야 태어나서 좋았지만...

        어머니 인생을 보면.... 그때 그러지 않았던 게

        더 좋았지 않았나요?

여     아니...

남     .....

여     남들은 외로웠을 거라고 얘기하지만...

        니 아버지를 꼭 닮아 늘 다정한 니가 옆에 있어줘서

        난 외로운 줄 모르고 살았어.

        남편 자식 다 있어도 늘 허허롭고 외롭다는 친구들을 보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니. 그리고.....

남     .......

여     (잠깐 감정 추스르고) 적어도 내 추억은 빛바래지 않았잖니.

        몇십년을 같이 살면서 이제는 영감 뒷통수만 봐도 싫증이 난다는

        친구들도 있더라. 나에게 니 아버진... 눈밭에서 사진을 찍던

        그 멋진 사람으로... 내가 좋다고 하면 뭐든지 다 해주던..

        그런 다감한 사람으로.. 영원히 남아 있잖니.

        그런 추억을 껴안고 살아왔던 것도... 나쁘진 않았단다.

        다행히 교사 일을 하면서 너나 나나... 넘치진 않아도

        부족하지 않게 살 수 있었으니. 그것 또한 고마운 일이고.

남     그런데... 왜 한번도 아버지 얘길하지 않으셨어요?


남     어머니 얼굴에 잠시 그늘이 스쳤다.


여     글쎄... 내 추억이 나에겐 아름답지만....

        너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었으니까.

        혹시라도 상처가 되지 않을지.... 두려웠으니까.

(M) 사랑보다 깊은 상처 / 박정현 & 임재범


(E) 낙엽 밟는 소리


남     여기가... 바로 거기에요? 아버지랑 처음 만났던 소쇄원?

여     응... 여전하구나...

        겨울엔 더 아름다운 곳인데...

남     겨울에 또 와요.

여     ...... 그럴까?


(E) 걸어가는 소리 멀어지고


남     그게 마지막이었다.

        어머니는 그 여행에서 돌아와

        갑자기 쓰러지셨고.

        병원으로 옮긴지 반나절만에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아무런 지병도 없으셨던 분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난 눈물도 나지 않았다.

        정신없는 장례식장에서 그렇게 넋을 놓고 앉아 있다가..

        난 보고 말았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차마 장례식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바깥에 서 있는 모습을.

        그 노인의 눈빛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그분이 바로... 내 아버지임을.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보는 눈빛에서

        애틋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어머니의 말대로, 나와 꼭 닮아있는 그분이...

        그렇게 한참 동안 어머니를 바라보다가 돌아서실 때까지

        난 움직이지 않았다.

        어머니의 추억을 지켜드리고 싶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 추억을 고스란히 안고

        행복하게 떠나셨으므로.

        나는 그것을 지켜드리면 그만인 것이다.

(M) 주제음  

 





2007-12-12(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