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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6일 목요일 대본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16화 - 하수빈은 예쁘다

(M) 주제음 (노노노노노 - 하수빈)


남     하수빈을 기억하는가.

        학창 시절 나의 우상은

        가수 하수빈이었다.

        작은 얼굴에 커다란 눈.

        가녀린 어깨와 청아한 목소리.

        그리고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

        그렇게 청순하고

        보호해주고 싶은 여자를 만나 결혼하는 게

        나의 오랜 소망이었다.

        하지만 그런 여자를 만난다는 건

        말 그대로 로망이었다.

        내가 만났던 여자들은

        하나같이 드세고.. 거칠고.. 사나웠다.

        내가 꿈꾸는 여자는

        텔레비전 속에만 존재하는 것인가...

        나는 현실과 이상형 사이에서

        크나큰 괴리감을 느껴야 했다.

(M) 허그 - 동방신기 


(E) 교실, 아이들 소음


남     나는 초등학교 교사다.

        아이들 틈바구니속에서 하루종일 지내다 보면

        엄마가 되어버리는 심정이다.

        목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정말 피곤하다.


(E) 소나기 내리는 소리


남     게다가 오늘은 때아닌 소나기까지 내리는 바람에

        미처 우산이 준비되지 않은 아이들이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지도를 해야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돌아가고

        한명의 아이만 남았을 때였다.


(E) 창문 드르륵 열고


남     뭐야.. 애 혼자 놔두고 왜 안와? 맞벌이 부몬가...?


남     그때였다.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걸어오는 한 여자가 있었다.

        노란 우산을 쓰고 다가오는 그녀는..

        정말.. 하수빈과 똑같이 생겼다.

(M) 더 이상 내게 아픔을 남기지 마 - 하수빈


(E) 교실문 열고 들어오는


여     안녕하세요. 민지...

남     네. 민지 피곤했나봐요. 저쪽에서 자네요.

여     죄송해요. 선생님. 저희 민지 때문에 못가시고 계셨던 거에요?

남     아뇨. 괜찮아요. 뭐.. 그럴 수도 있죠.

        저는 워낙에..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뻐하다 보니까....

        이렇게 수업 외 시간이라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쁨과 보람을 느끼거든요.

여     어머.. 그러시구나.

        정말 멋진 선생님이시네요.

남     그런데... 제가 민지 어머님은 학기초에 뵈었던 것 같은데...

        어머니는... 아니시죠?

여     네. 이모에요.

남     (좋은) 아~ 이모~

        민지에게 이렇게 이쁜 이모가 있으셨구나.

여     네?

남     아니... 민지가 왜 그렇게 이쁜가 했더니

        이모 닮았나봐요.

여     절 닮아요? 그런 소린 첨인데.

        민지는 다들 지 아빠 식구들 닮았다구.. 그러거든요.

남     아.. 그래요? (하하 웃고) 제 보기엔 이모도 닮은 것 같은데.

여     안되겠어요. 민지 쟤가.... 아무데서나 잘 자구요..

        한번 잠들면 못 일어나거든요. 제가 업고 갈께요.

남     예?? 무거우실텐데.

여     (연약) 좀... 무겁긴 할 것 같긴 하네요. 그래도... 하는 수 없잖아요.

남     그렇게 가녀리신데.... 민지 업고 가다간 허리 상하세요.

        제가... 업어줄께요.

여     그래두요.. 죄송해서...

        민지가 보기보단 무거워요.

남     (호탕하게 웃고) 애가 무거워봤자 애죠 뭐...

        제가 업을께요. 자... 하나.... 둘....

        (으차.... 아이 업는 듯한)

(E/ 뼈 우두둑 꺾이는 소리)

(M) 난 너에게 - 정수라


(E) 비오는 소리, 걸어가는 소리


여     허리... 아프시죠.

남     네? 아프긴요. 하하하...

여     정말 민지는 좋겠네요. 이렇게 멋진 담임 선생님이 있어서...


남     멋진....담임 선생님.

        허리의 통증도.... 그녀의 이 한마디에

        모두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빗물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옆모습은

        그야말로 하수빈과 흡사했다.

        긴 속눈썹과 사슴같은 눈망울은

        내 가슴을 몹시도 설레게 했다.


여     ....왜요?

남     네?

여     아까부터 자꾸 보시는 것 같아서...

남     아니... 누구랑 좀 닮은 것 같아서요.

여     누구..요?

남     혹시... 하수빈이라고 아세요?

        90년대에 활동했던 여자 가수....

여     아~ 

남     알죠. 

여     네.

남     혹시 닮았다는 얘기 못 들어봤어요?

여     (훗...) 아직도 그런 얘기하시는 분이 계시네요.

        예전에 그분 한참 활동하실 때... 그런 얘기 많이 들었었어요.

남     진짜 똑같아요.

여     네에..

남     그리고.. 진짜.. 이쁘세요.

여     (수줍게) 진짜 이쁘긴요. 그냥 뭐... 좀 이쁜 거죠.

(M) 뷰티풀 걸 -김아중


남     방학이 시작됐다.

        상대가 학생의 이모라서 좀 걸리는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나에게 이런저런 상황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참다 못한 나는 민지네 집으로 전화를 했고.


여     여보세요.


남     다행히... 그녀가 직접 전화를 받았다.


여     여보세요?

남     아.... 음.. 안녕하세요. 저...민지 담임입니다.

여     아~ 안녕하세요 선생님.

남     네. 민지.. 잘 있죠?

여     방학 했다고 신났죠 뭐. 눈썰매장 갔어요.

남     그렇군요. 

여     어쩌죠? 지금 집에 없는데...

        뭐 전달하실 사항이라도...

남     네. 전달 사항이 있긴 한데요.

여     그래요? 저한테 말씀하세요. 잠깐만요 적을 것 좀....

(E)잠깐 부시럭대다가


여     말씀하세요.

남     오늘 저녁 7시...

여     (적는 듯) 오늘.. 저녁... 7시...

남     학교 앞 사거리

여     학교 앞 사거리...

남     지하철역 1번 출구

여     지하철 역 1번 출구...

남     고호의 아침이라는 스파게티 집에서 만날래요?

여     고호의 아침이라...네?

남     저랑... 저녁 같이 안 드실래요?

(M) 우리 산책할까요 - 조규만


(E) 밥 먹는 듯한

남     어떠..세요?

여     네.. 맛있네요.

남     다행이네요. 저희 학교 여자 선생님들이 여길 자주 오더라구요.

        저야 뭐... 이런 데는 잘 몰라서....

여     보통 어디 잘 가시는데요?

남     예? 저야 뭐... 주로 친구들 만나거나 회식할 때...

        곱창집이나 선지해장국집이나 감자탕집.... 하하하...

여     (비위 상하는 듯) 어머... 그런 거 좋아하세요?

        전... 비위가 약해서. 그런 거 먹는 사람들 좀 이해가 안되는데...

남     네? 아뇨! 좋아하긴요. 그냥 어쩔 수 없이 먹는 겁니다.

        남자들이 워낙 그런 데를 가니까. 저도 비위 약합니다.

        저도 그런 거...아우... 싫어해요.

여     네에..

(E) 포크 놓는

남     왜요. 그만 드시게요?

여     많이 먹었어요.

남     아니... 그래도 겨우 요깟거 드시고...

        아직 반도 안 드셨는데.

여     전 음식 과하게 먹는 편이 아니라서요.

        처음엔 음식의 맛을 느끼면서 먹는데, 반 이상 먹다 보면

        맛은 신경도 안쓰고... 오로지 먹기 위해서 먹잖아요.

남     아.... 그렇죠. 맞습니다.

여     그냥 에스프레소나 한잔 했으면 좋겠는데.

        계속 드시겠어요?

(E) 얼른 포크 놓고

남     아뇨? 저도... 과식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배 부릅니다 이제.

(E/꼬르르륵) 

남     그럼 그렇지.

        이슬만 먹고 살 것 같고. 화장실도 안 갈 것 같은 그녀인데

        이 큰 접시에 있는 걸 다 먹을 리가 없지.

        점점 더 그녀에게 빠져드는 느낌이다.

(M) 착각의 늪  / 박경림


(E) 걷는 소리

여     커피는 제가 샀어야 했는데...

남     무슨 말씀이세요. 이렇게 만나주시는 게 어딘데요.

여     (훗...)

남     그런데 은서씨는 무슨 일..하세요?

여     저.. 아무 일도 안해요.

남     아.. 그럼 언니댁에서 신부수업...

여     그런 것두 안해요.

남     ...네?

여     워낙에 제가... 일을 못해요.

        사실, 요리가 언뜻 보면 우아해보이죠...

        찬물에 손 담궈야지... 칼로 재료 다듬어야지...

        기름이며 끓는 물이며... 다칠 수도 있잖아요.

        거기다가... 생선 요리 같은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남     아....

여     한번은 용기 내서 생선 요리를 해볼까 했는데요.

        고등어의 눈이 저를 빤히 보는데...

        무섭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암튼~ 그런 잔인한 짓은 못하겠더라구요.

(M)   내 남자 친구에게 / 핑클


남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나는 그 오랜 세월을

        혼자 지내야 했는지 모르겠다.

        오늘 헤어지기 전에 무언가 얘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어떤말부터 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여     어머... 눈 와요.


남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며..

        지금이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해 버리고 말았다.


남     은서씨. 우리...

여     네?

남     우리... 그러니까 우리....

여     ..... 우리.. 뭐요?

남     사...

여     네?

남     사귈래요? 

(M)   비와 당신의 이야기 / 부활


-----------------------1부 끝 -------------------


* 잠시 후 2부가 계속됩니다.


남     꿈에도 그리던 연애가 시작됐다.

        그리고 꿈같은 1년이 지났다.

        

여     자기야... 


남     하얀색 털코트에 빨간색 목도리를 칭칭 감은 그녀가

        나를 향해 뛰어온다.


여     자기 미워. 왜 이렇게 추운데서 만나자고 한거야?

        은서... 너무 추워서 오는 내내 덜덜 떨었던 거 알아?

남     아..미안. 빨리 차라도 한 대 사서

        데리러 가고 데려다 주고 해야 하는데.

여     치... 말만 하지말고 사든가 그럼.

남     어.. 다음달에 적금 타면 살께.

여     (긴 한숨)

남     왜 그래?

여     아니야..

남     왜.

여     이런 말 하면 괜히 자기 마음만 아프구. 안 할래.

남     해봐. 뭔데 그래.

여     아니... 예전에 내가 만나던 오빠는.... 시트에 열선까지 깔린

        3천씨씨 자동차가 있었거든. 그냥 그땐.. 이렇게 힘들게

        데이트했던 것 같진 않아서. 어머.. 기분 나빴다면 미안.

(M) 뚜벅이 사랑 / 철이와 미애


남     난 당장 적금을 해약했고.

        무리를 해서 중형 승용차를 구입하고 말았다.


(E) 차 문 열어보고

여     어머~ 이거 새로나왔다는 그거구나. 너무 좋다.

남     (뻐기고) 마음에 들어?

여     응~ 너무 폼 나. 이 옆자리는 내껀 거 알지?

남     당연하지. 너 아니면 아무도 안 태워.

여     아... 따뜻하고 좋다. 우리.. 출발해.

남     오케이.

(E)차 출발하고


남     참...근데 은서야.

여     응?

남     내 친구 동생이 음대 목표로 공부하는 아인데.

여     (무심) 응..

남     개인레슨 안해볼래? 은서 너.. 음대 나왔잖아.

        물론 피곤하니까 쉬는 것도 괜찮지만.. 심심할 것 같기도 하구.

여     (기막히다는 듯) 심심하다고.. 일을 해?

남     어?

여     심심하지 않게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책도 볼 수 있고, 해외여행도 갈 수 있고, 요가나 뭐 그런 운동들

        배울 수도 있고, 도자기 같은 거 만들면서 명상할 수도 있고....

남     아.. 물론 그렇지.

여     심심하지 않기 위해서, 그 말도 안통하고 피아노가 뭔지도 모르는

        애 붙들고 씨름하라구? 어머..난 싫어.

남     응... 그렇구나. (생각하다가) 그런데.. 은서 니 언니나 가족들이..

        뭐라고 잔소리 같은 건 안해?

        대학 졸업까지 하고 아무 일도 안하고.. 집안일도 안 돕고..

        그러고 있으면 뭐라고..할 것 같은데.

여     뭐라고... 하긴 하지. 그런데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

        내가 귀기울여 들어본 적이 없어서.

남     응?

여     언니가 잔소리 시작하면, 난 이어폰 끼고 음악 듣거든.

        우리 언니..학습지 교사하는 거 알지.

남     어... 알지.

여     자기처럼 힘들게 아파트 계단 올라다니면서

        학부모들 비위 맞춰가면서 살라는 거... 이해가 안돼.

        왜 그렇게 살아야 돼?

        사람은... 자기가 마음 먹은대로... 계획한대로...

        얼마든지 멋지게 살 수 있는데.

남     음.... 은서 너는 어떻게 살고 싶은데?

여     봉덕씨... 처음에 나 보고... 동화책 속에 있는 공주가 튀어나온

        것 같았다고 했지.

남     그랬지.

여     봉덕씨가 반했던 내 이미지 그대로 살고 싶어.

        진짜 동화책 속의 공주처럼. 성안의 공주님처럼.

남     공...주...처럼...?

여     공주님이 애들 피아노 레슨하거나 학습지 교사를 하거나..

        그러진 않잖아?

        공주님은 하고 싶은 거 마음껏 누리면서.. 가끔 창밖으로

        손만 흔들어주면 되는거야.

(M) 공주는 외로워 / 김자옥


남     갑자기 조금 심각한 고민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내 눈에 더할 수 없이 예쁜 그녀긴 하지만

        정말 동화책 속의 공주처럼

        살겠다는 건

        지나친 욕심 아닌가.


(E) 캐롤 흘러나오는


여     내가 1년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날이야... 크리스마스 이브....

남     그래? 난 사람들 복작대는 거 좀 싫은데.

여     왜? 이럴 땐 사람들 많은 데 가서 같이 즐겨야 제맛이지.

남     그럼 명동이나 종로 같은 데 갈까?

여     (가볍게 한숨 쉬고) 이럴 땐 뉴욕에 있어줘야 하는데.

남     뉴....욕?

여     자기 뉴욕에서 크리스마스 보내본 적 없지.

남     나 해외 나가본 적 없는데?

여     (충격) 그게 진짜야?

남     어.... 

여     대학 때 뭐했어?

남     학교 다닐 땐 등록금 알바 뛰고.. 군대다녀와서 취직 준비하고.

        뭐 그러느라 바빴어.

여     너무 낭만이 없다...

남     그러는 자긴 언제 뉴욕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냈는데?

여     응? 아... 내가 예전에 말했던 오빠 있지?

남     어....

여     그 오빠네 본가가 뉴욕에 있었어.

        부모님이 초대를 해 주셔서 크리스마스를 거기서 보냈었어.

남     아...

여     기분 나빴구나..

남     솔직히 좋지는 않은데. 다 지난 일이잖아. 상관없지 뭐.

여     내가 이래서 자기가 좋아. 사람이 착하고 따뜻하고.

        또 나만 공주처럼 받들어주잖아.

(M) lonely christmas - 샤크라


남     이거... 

여     뭐야?

남     크리스마스 선물...

여     진짜? 너무 기대된다.

(E) 열어보고

남     커플링... 

        두개 맞추느라구 화려한 건 못했구.. 18금인데 그래도 이쁘지.

여     (실망한 기색 감추고) 어... 이쁘다.

남     마음에 안 들어?

여     예뻐..

남     표정은 안 그런데?

여     미안해. 난 그냥 금반지 말구.. 뭔가 보석 같은 게 박혀서

        반짝거리는 게 좋거든. 내 취향이 그래.

남     어..그래..

여     그래두 자기랑 같이 나눠끼는 반지니까 의미가 있잖아.

        손가락 줘봐.

남     ......

여     딱 맞네. 나두 끼워줘봐.

남     .......

여     왜?

남     왜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건지는 모르겠는데...

여     응?

남     니가 너무 좋고. 너무 이쁘고.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자기 만날 때마다....

        똑같은 생각이 들었어. 내가 널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가....

여     그게.. 무슨 소리야?

남     나는 너한테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사람인데...

        내가 욕심을 내고 있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

여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남     ........

여     말 빙빙 돌리지 말고 그냥 해도 돼.

        헤어지고 싶은거지 나랑...

(M) 이별하는 날 - 서후


남     말했잖아. 니가 싫어서가 아니야. 니가 좋아. 그런데.

여     알아. 감당이 안된다는거지.

        내가 만나는 남자들이 마지막에 하는 말은 둘 중에 하나야.

        나는 니가 감당이 안돼.

        아니면....넌 내가 생각했던 여자가 아니야.

남     .......

여     처음에 내 겉모습만 보고 나한테 다가왔던 남자들은..

        내가 밥도 잘먹고 털털하게 굴면...

        자기가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라고 하면서 가버렸어.

남     .....!

여     그래서.... 그 남자 환상 깨주기 싫어서

        밥도 조금만 먹고.. 공주처럼 굴면...

        또 그래서 싫대. 감당이 안된대. 도대체 나보구 어쩌라는거야?

(M)  나도 여자랍니다 / 장나라


(E) 눈 밟으며 뛰어가는

남     야... 조심해. 너 미끄러져.

여     됐어. 평생 나를 지켜줄 거라는 둥... 보호해주고 싶다는 둥...

        그런 소리들도 다 집어치우라 그래!

남     내가 보고 싶었던 건... 진짜 니 모습이었어.

여     웃기지 마. 그랬으면 당신은 실망했을걸?

        당신 환상 속에서 바라는 내 모습이 뭐였어?

        겉모습은 천사처럼 예쁘고.. 마음 씀씀이는 착하고..

        그러면서 자기 일도 열심히 할 줄 알고... 검소하고..

        그런 완벽한 여잔거잖아!

        그러는 당신은 그렇게 완벽한 남자야?

        남자들 다 똑같아. 똑같은 속물이야.

        나한테 그렇게 바라는 거 많으면서, 왜 나는 남자한테 바라는 게

        많으면 안돼?

남     난.... 니가 지금 하는 말... 잘 모르겠어.

        알아들을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역시 잘 모르겠어.

        나는 그냥 니가 좋았고. 너랑 같이 있고 싶었는데.

        너는 자꾸 다른 나랑 같이 있고 싶어하는 것 같았어.

        더 큰 차를 가져야 할 것 같았고.

        더 멋진 직업을 가져야 할 것 같았고.

        더..더... 다른 나로 스스로를 포장해야 할 것 같았어.

        그래서 너를 속이는 것 같아서... 자신이 없었던 것 뿐이야.

(M)   남자라서 웃어요 / 김장훈


남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린 결국 헤어졌다.

        서로 알아듣지 못할 말들만 남긴 채.

        결국은 서로가 맞지 않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봄이 왔다.

(E)병아리 소리


남     학교 앞에는 매년 오는 할머니가

        병아리들이 가득 든 상자를 가지고 왔고.

        아이들은 조물조물 그 곁에 모여서

        병아리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E) 걸어가는


남     차를 팔아치운 나는 터벅터벅 걸어서

        버스 정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E) 오락실 뿅뿅 소리


남     그런데. 작은 문방구 앞에

        100원짜리 오락기계에 어떤 여자가 딱 붙어앉아

        오락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렇게나 틀어올린 머리에 츄리닝 차림.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는 여자였다.

        이 시간에 저러고 있다니... 참 한심하기도 하다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려는데. 다시 보니 그 모습이 참 낯익다.

        

남     윤은서.

여     (화들짝/ 나름대로 음성변조) 누..누구세요?

남     은서 너..맞아?

여     은서라뇨? 저는 모르는 사람인데....

(E) 뛰어가는. 뛰어가서 잡는

남     모르는 사람이야?

여     왜 이러세요. 나 진짜 윤은선지 뭔지 모르는 사람이라니까.

남     윤씬 건 어떻게 알았대? 난 그냥 은서라고 그랬는데.

여     네? 아...그...그게...

남     이러고 있으니까 진짜 몰라 보겠네. 딴 사람 같네.

여     놔 이거....

남     못놔.

여     놓으라구.

남     앞으로 그냥 이러고 다녀.

여     뭐? 오늘은 내가... 좀 짬이 없어서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나온건데..

남     이러고 다니면, 차 없이... 그냥 이렇게 손 잡고 다녀도 괜찮을 것

        같잖아.

여     .......

남     아무데나 들어가서 떡볶이도 먹고 오뎅도 먹고....

여     .......

남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잔디밭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워서 낮잠도

        자고..... 그래도 될 것 같애. 지금 니 모습이라면.

여     나보구..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다니라구?

남     편하게 해. 그냥... 편하게.

여     ..........

남     그렇게..... 한번만 더 만나보자. 서로 맨얼굴 내놓고.. 한번만 더.


남     그녀는 망설이는 걸까.

        햇살 아래서.... 큰 눈망울을 반짝이며 나를 본다.

        나는 대답을 기다린다.

(M) 주제음





2007-12-05(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