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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16일 (화) 골든디스크 김기덕입니다 / 차 한 잔 하시죠
Autumn Of My Life / Bobby Goldsboro 미국 출신의 팝 컨트리 가수 '바비 골스보로'의 1968년 작품으로 가을을 대표하는 노래. 지난 시절 사랑했던 여성과 만나 결혼하며 언제나 행복할 줄 알았는데 결국 가을에 헤어져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됐다는 내용.
진경숙
- 어머니의 아침 -
아침에 밥상을 차리며 수저를 놓다가 문득 시어머니가 생각나서 혼자
웃었습니다. 결혼해서 처음 시댁에서 밥을 먹을 때, 어머니께서는 밥그릇과
수저를 주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이건 아버님꺼고, 이건 내꺼, 이건
니 신랑꺼, 그리고 이건 니꺼란다..” 각기 다른 수저와 밥그릇, 심지어
국그릇도 다른 모양이었습니다. 사실 요즘 밥그릇, 국그릇, 수저까지 세트로 나와서 다 똑같은 모양이잖아요. 그런데 시댁은 모두 틀린 모양으로
준비해, ‘니것, 내것’ 하시면서 밥상을 차리는더라구요. 저는 너무 익숙치않은 일이고, 또 모양이 비슷한 수저는 누구 것인지 항상 헷갈렸습니다.
게다가 시댁에는 가끔 오기 때문에 밥상을 차리다 보면 이게 누구껀지
헷갈렸는데, 어머니께서는 언제나 "이건 내꺼야~" 하시면서 자신의 수저를 챙기셨답니다. 그 때마다 저는 몰래 웃음을 짓고 했지요. 어머니께서 찌개를 끓이신다고 숟가락을 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시다가 갑자기 "어? 숟가락이 없어졌네." 하시는 겁니다. ‘니것내것’ 하시면서 애지중지하시던 숟가락이 어디에 갔을까요? "어... 이상하네. 내가 금방까지 들고 다녔는데..." 계속 숟가락을 찾으시다가 포기하고, 다른 것으로 찌개를 끓이시는데, 건더기를 한번 휘저었더니 어머니가 그토록 아끼시는 숟가락이 딸려 나오는게 아닙니까? 저는 어쩔 수 없이 박장대소를 했고, 어머니는 자신의 숟가락을 찾았다는 기쁨에 안도의 미소를 지으셨지요. 식사를 하시고 늘 커피 한잔을 꼭
드시는 어머니.. 그런데 어느 날은 항상 드시던 커피믹스가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커피믹스로 바뀌었길래 물었더니, "어~ 이거.. 아이스박스를 공짜로 준다길래 샀거든. 근데 커피가 너무 맛이 없네.." 공짜 아이스박스 때문에 맛없는 커피를 드시는 어머니 때문에 우리는 또 한 번 웃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는 오늘도 자신의 밥그릇에 자신의 수저로 아침밥을 드시고, 늘 드시던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활짝 여시겠지요.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신청곡: Can't Smile Without You / Barry Manilow
미국 출신의 팝 가수 '배리 메닐로우'의 1978년 작품.
김현주
- 친구의 신발 -
가을 햇살을 핑계 삼아 오랜만에 친구가 왔습니다.
마중나간 역 광장에 쏟아지던 하얀 비늘 같던 햇살은, 우리의 반가움을
대신하고 있었지요. "주야! " "성임아!"
그저 두 손 맞잡고 웃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두어해 동안의 소원했던 시간을 싹 물리칠 수 있었죠. "밥부터 묵자.. 우리 뭐 묵을까?"
그래서 찾아간 곳이 한정식 집이었습니다. 8000원짜리 한정식이라 그다지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맛깔스럽고 정갈하게 나온 음식들로 우리는 입이
즐겁웠고, 같이 있음으로 마음이 행복했습니다.
커피 한잔값과 반찬값을 비교하며, 자판기 커피만 마시는 아줌마지만,
그날만큼은 사치를 하고 싶었습니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찻집에 앉아 원두커피를 주문했죠. “나...이제 원두커피 마실수 있어.”
친구는 가만히 웃으며 커피 잔을 만지작거렸습니다.
친구는 한참 전부터 커피를 마시지도, 아예 커피향이 나는 곳엔 얼씬도 안했거든요. 알싸한 원두커피향이 먼저 떠나버린 남편을 기억나게 한다고...
벌써 7년이 지난 일이지만, 어제 일처럼 기억이 새로운 그날의 사고였습니다. 원두커피를 유난히 좋아하던 친구 남편이 심장마비로 갑자기 떠났던
그날은 , 친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많은 업무량으로 그날도 그는 출장 중이었고, 같이 있지 못해 미안하다
전화를 해왔다고, 그런 남편에게 부담을 줄까봐 괜찮으니, 일 다 마치면
근사한 곳에서 저녁먹자 했다던 친구... 그날 밤, 참 많이 남편 팔베개가
그리웠었는데, 당신 없으면 안 된다고 응석부리며 당장에 오라고 했다면
심장마비란 병마가 달려들지 못하지 않았을까..친구는 혼잣말처럼 했습니다. 친구의 잔잔한 이야기를 들으며 무심히 내려다 본 친구의 신발, 조금은 썰렁해 보이는 여름 샌들인데다 앞코는 다 낡아 입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나의 시선이 낡은 샌들에 있다는 걸 알았는지 친구는 나직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 신발, 그이가 내게 준 마지막 선물이야. 그가 떠나고 3일 뒤에 소포로 왔더라. 출장지에서 사서 깜짝 선물 하려고 그렇게 보냈던 모양이야. 한참동안 신지도 못하고 가만히 올려놓고 울기만 했는데... 벌써 7년쯤
신었으니 다 낡았지 뭐. 하지만 나, 이 신발 죽을 때까지 못 버릴 거야.
내 마음에서 그를 밀쳐 내지 않는 한... 근데 나, 평생 이 신발 안고
살 것 같아.” 눈물이 어룽지며 말하는 친구에게 살포시 가을이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으러 갈 땐, 친구에게
예쁜 단화 한 켤레 사주어야겠습니다.
신청곡: Without You / Mariah Carey
미국 출신의 디바 '머라이어 캐리'의 1994년 리메이크 곡으로 싱글 차트
3위까지 기록했던 노래. 원곡은 영국 출신의 록 그룹 ‘배드 핑거’의
1970년 작품으로 해리 닐슨이 1972년 리메이크해 싱글 차트 정상까지
기록했음.
이혁재
- 전어회 -
주말이라 본가에 가면서 아버지 생각에 전어회를 떠가지고 갔습니다.
손주들의 인기척에 맨발로 달려나오시는 아버지.....
"아이쿠 이게 누구냐?.....누가 왔냐~~~~" 반가움에 어쩌줄을 못하십니다.
"여보. 얼른 술상 좀 봐 와. 아버지, 오늘은 아버지랑 술 하잔 하려고,
전어회 좀 떠왔어요. 전어가 제철이잖아요."
"좋지.... 전어회 먹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어머니는 지난 가을에 담아 두셨던 아끼던 모가주를 분주히 가져오시고,
아버지, 어머니, 아내, 나 이렇게 네 명이 둥그런 상에 마주 앉았습니다.
"아버지, 제가 한잔 드릴게요. 먼저 받으세요."
"그래, 자, 너도 받아라. 당신도 한잔하구료.....에미야 너도 한잔 받거라."
우리 네 식구는 은빛으로 빛나는 싱싱한 전어회를 가운데 두고 잔을 높이들어 건배를 했습니다. "아버지, 건강하셔야합니다.. 어머니두요."
"오냐....너희들도 그저 건강이 최고다. 나이 들수록 더 그렇다. 애비도 술 좀 조금씩하고. 나이들면 다 후회되거든.. 그나저나 오늘은 술이 달다. 달아....."
예전 아버지는 거대한 산이셨는데, 이제 제 앞에 골이 깊이 페인 주름진
얼굴로 점점 작아만 지시는 아버지가 오늘따라 더 수척해지신 느낌이 듭니다. 자주 ?아뵙지도 못하는 제 자신이 한잔 술에 더욱더 죄송해졌습니다.
그래도 맛나게 꼭꼭 씹어서 회를 드시는 모습을 뵈니 조금은 위안도 되더군요. 아버지와 아들인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젠 정말 짧습니다.
별다른 대화 없이 지금 이렇게 아버지와 마주앉아 있지만, 우린 남자대 남자로 분명 끈끈하게 느껴지는게 있었습니다. 어린 제 아들도 나중에 저와 한잔 술을 하면서 이런 기분이 들겠지요? 오늘따라 재잘거리며 철없이 알짱대는 녀석들이 더 없이 사랑스럽고, 모처럼 부모님께 효도한다는 마음에 뿌듯해졌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길이 참 가볍게 느껴지더군요.
아버지, 어머니 앞으러도 자주 ?아 뵙겠습니다.
신청곡: Papa / Paul Anka
캐나다 출신의 남성 가수 ‘폴 앵카’의 1974년 작품.
박나림의
차 한 잔 하시죠
황진옥님
사연
김재숙
- 맛있는 가을의 점심 -
오랜만에 가까운 산으로 등산을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신랑과 두 남매 녀석은 일찍 일어나, 설레이는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더군요.
가뿐한 배낭에는 점심대용으로 컵라면 몇개와 삶은 계란 몇 알, 음료수,
김치 등, 그다지 화려하지 않게 점심 식사짐을 꾸렸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산이라는 것도 왠지 친근함을 더했고, 발걸음조차 날아갈듯 가볍게 산을 올랐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 듯한 여섯살난 둘째아들이 걱정이 되더군요. 혹시 가다가 못간다하여 신랑이 업고가지는 않을까.
아무리 조촐히 준비한 점심배낭이지만, 산에서는 무거움이 몇 배로 더
느껴지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건 저만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아들 녀석은 "엄마 여기 좀 봐요. 밤이 있어요. 도토리가 있어요."
시끄러운 아들 녀석 목소리가 온 산에 메아리치고, 어쩜 저렇게 가뿐히 산을 뛰어 올라가는지. 너무 예뻤어요. 신랑은 잔잔한 미소에 아들, 딸을 보면서 이마에 흐르는 땀이 달게만 느껴지는듯 행복해 보였고, 저 역시 우리 가족이 이렇게 같은 행동을 하면서 행복의 미소를 지을수 있다는 것.
이 자연이 가져다 주는 큰 기쁨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느덧 산 정상에 올라 모두가 "야호" 크게 외치면서 각자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메아리와 함께 날려 보내고 점심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우리 예쁜 딸이 하는 말 "아빠, 산에서 먹으니까 집에서 먹는 밥 보다 백배 더 맛있다." 그러면서 잘 먹지도 않던 김치를 호호 맵다고 불면서도
맛나게 먹더라구요. 제가 준비한건 화려한 점심도 아닌 겨우 컵라면뿐이었는데.... 둘재 아들은 거기에 덧붙여 하는 말 "누나~ 계란 진짜 맛있어. 엄마가 해주는 요리가 식당에서 먹는 요리보다 훨씬 맛있지?" 그 말을 듣고 신랑과 저는 어이가 없어 박장대소 했답니다. 은근히 제 볼이 빨갛게 붉어지기도
했구요. 좀더 일찍 일어나 김밥이라도 쌀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오늘은 우리가족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가족인양 기분이 좋았어요.
나무야, 바람아, 산새야, 우리가족의 발자욱이 다 지워지기 전에
또 마실오마.....
신청곡: Rocky Mountain High / John Denver
가장 미국적인 아티스트로 평가받았던 존 덴버의 1972년 작품
장희경
- 4층 할머니 -
우리 빌라 4층에는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십니다. 자식들은 결혼해서
분가하고, 그 크신 집에서 덩그러니 할머니 혼자 지내십니다.
홀로 삼시 세끼 드셔야 한다는 할머니의 외로움도 외로움이겠지만,
할머니의 그 마른 체구를 보고 있으면, 무엇보다 할머니 건강이 더 걱정됐습니다. 새우를 연상시키는 할머니의 굽은 등, 50kg도 훨씬 못 미칠 것 같은 작은 체구.. 어제는 외출하는 길에, 빌라 앞에서 할머니를 만났지요.
할머니는 병원을 갔다 오셨는지, 손에 약봉투를 들고 계셨습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하며 빌라를 빠져 나오려는데,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할머니는 걸어 올라가야 할 계단 앞에서, 한참을
쩔쩔 매시더니 계단을 기어 올라가시는 겁니다. 아직 걸음마를 배우지 못한 아이처럼 말이죠. 힘겹게 계단을 올라가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께 달려갔죠.
"할머니 제 등에 업히세요. 제가 4층까지 모셔다 드릴께요"
할머니는 손사래를 하시며 괜찮다고 하셨지만, 저희 집안내력이
황소 고집인지라, 전 한치의 양보도 없이 할머니께 무조건 업히라고 했답니다. 그렇게 할머니를 등에 업고, 비틀비틀 4층까지 올라갔습니다.
할머니를 집까지 모셔다 드리니, 그리 큰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온몸에서
힘이 다 빠져나간 기분이더라구요. 할머니를 업고 계단을 힘겹게 오르면서
'아, 할머니에겐 이 계단이 참으로 큰 적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어쩌면 이 계단에서, 할머니는 더 큰 외로움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외출 차 밖에 나오는데, 집 앞에 요구르트 한 줄이
있더라구요. 처음엔 누굴까.. 했는데, 왠지 4층 할머니일 것 같은 감이
왔습니다. 어제 할머니손에서 달랑거리던 그 검은 봉지안에
약봉지하고, 천 원에 석줄하는 요구르트가 들어 있었거든요.
할머니 잘 먹을께요. 그리고 나중에 또 업어드릴게요~
신청곡은 : Life is Flower / Ace of Base
스웨덴 출신으로 혼성 4인조 그룹 ‘에이스 오브 베이스’의 1999년 작품으로 인기 차트와 상관없이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
2007-10-15(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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