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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일 목요일 대본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99 화 - 쥐구멍에 볕뜰 날


(M) 주제음 - Somethin' Stupid / Robbie Williams & Nicole Kidman


(E) 종이 펼쳐 보는

여     (날카롭게) 여보! 이거 뭐야?

남     어! (종이 탁 뺏으며) 아... 아무것도 아니야.

여     아무것도 아니긴... 당신... 또 누구 보증 서줬어?

남     아... 그게...

여     (이 악물고) 바른대로 말해. 어서!!

남     아.. 당신도 알지 왜... 정현이 있잖아...

        지난 번 하던 일이 잘 안돼서 은행대출을 좀 받았는데...

        집도 날려서 담보도 없구...

여     (말 끊고) 아~~ 내가 못살아 증말...

        우린 뭐... 지금 이집이 우리 집이야? 그렇게 당하고도 진짜...

남     우린... 땅이라도 있잖아. 장인어른이 물려주신...

여     촌구석에 있는 그 땅이 무슨 소용이 있어?

        재산세도 삼천원 나오는구만...

        그리구... 그게 왜 당신 땅이야? 내 땅이지.

남     당신 땅이 내 땅이구 내께 또 당신꺼구 그런거지 뭐...

여     당신께 뭐가 있는데?

        다 남들 퍼주기나 했지 자기 실속은 하나도 못 차리면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언제까지 남 뒤치다꺼리만 하며 살건데?

남     그럼 어떡해... 사정이 그렇게 딱한데...

여     당신한테 딱하지 않은 사람이 있어?

남     이번에 정현이 애기도 태어났는데... 당장 분유 값도 없대잖아.

여     우린 뭐... 아이도 없으니까 돈 들어갈 일도 없다... 그거야 지금?

남     아이... 당신은 왜 또 그걸... 그렇게 연결시키냐?

여     내말 틀렸어?

        내가 애 못 낳는다구... 당신 그렇게 만만하게 사는 거잖아.

남     그건 아니야 여보...

여     아... 속상해 진짜... 당신 땜에 내가 속 터져 죽을 것 같애.

남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응?

여     지난번에도 마지막이라고 했어.

남     진짜야. 한번만 봐주라... 응?

(M)  미안해, 용서해, 사랑해 / 빛과 소금


(E) TV 소리

여     야~~ 저긴 어딘데 저렇게 바다가 이뻐?

남     당신... 저런데 가보고 싶어?         

여     가보고 싶으면... 우리가 저런 해외 바다 구경 갈 돈이나 있어?

        동해바다도 3년에 한번 갈까 말깐데...

남     왜... 지난번에 대천 가서 바다 봤잖아.

여     그게 어디 놀러간거였어?

        당신 후배가 거기서 무슨 장사 시작했다구...

        자기가 가서 꼭 팔아줘야한다구 난리를 쳐서 그 먼데까지 갔구만...

남     아.. 그랬..나?

여     에휴~ 남들은 휴가철이다 뭐다 해서 다들 놀러가는데...

        난 이게 무슨 팔자냐구.

        TV속에서 남들 수영하는 그림이나 쳐다보고있구...

남     우리도 가면 되지... 어디로 갈까? 동해바다 보구 싶어?

여     됐어. 이달 집세 내기도 빠듯해. 

남     그래... 이게 다 남편을 잘못만나서 그렇지.

여     아이구... 알긴 아셔?

남     여보... 조금만 참아. 회사택시 몰다가 개인택시로 바꾸면 훨씬 낫대.

        앞으로 한 1년만 더 고생하면 나두 개인택시 장만할 수 있을거야.

여     그 얘기도 벌써 3년째네요...

남     아이... 진짜라니까...

여     알았어. 알았어... 운전이나 조심 하구 다녀. 괜히 사고내지 말구...

남     이 사람 참.. 내가 무사고 운전경력이 15년이다.

여     치... 면허 딴 지가 15년이겠지.

남     아무튼... 당신은 날 너무 못 믿더라.

여     어디 하나 믿을만한 구석이 있어야 믿지! 

(M) 여름 이야기 - 디제이디오씨


(E) 차 가는 소리

여     웬일이야? 날 밖으로 다 불러내구?

남     오랜만에 당신이랑 드라이브나 할까 하구...

여     치... 어! 근데 여?던 등받이 어디 갔어? 내가 사준 대나무등받이...

남     아... 그거... 우리 회사 이기사가 더위를 좀 많이 타더라구...

        나보단 그 사람한테 더 쓸모있겠다 싶어서 줬어.

여     뭐? 그게 얼마짜린데...

남     에이... 그깟 등받이가 뭐 얼마나 한다구...

여     그깟 등받이?

        그거 내가 몇 달 동안 500원짜리로 꽉꽉 채운 돼지저금통 털어서

        큰 맘 먹고 산거란 말이야. 근데 그걸 남을 줘?

남     아... 그랬어?

여     당신이 무슨 예수님이야?

        왜 세상 모든 사람들한테 자기 꺼 퍼주며 사는데?

남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 난 그 말씀이 제일 와 닿더라.

여     하... 말을 말아야지 내가... 다시는 당신한테 뭐 사주나 봐라.

        어차피 남 좋은 일만 시킬건데 뭐...

남     어! 저기... 저기 임산부 아니야?

여     우리 지금 드라이브 중이야. 손님 태우러 나온 거 아니거든!

남     그래도 저 사람은 임산부잖아.

        공짜로라도 태워야지 어떻게 그냥 가...

여     어차피 다른 택시 또 올 거 아니야. 그냥 가!

남     여기 외곽이라 택시 잘 안 다니는 곳이야.

(E) 자동차 끽 서는 소리

남     저기요! 어서 타세요!

여     허... 나 그럼 여기서 내린다. 임산부 잘 모시구 가!

남     아.. 여보!

(E) 자동차 문 열렸다 쾅 닫히는 소리

(E) 자동차 창문 열리는 소리

남     그냥 타!

여     그냥 가! 상관 말고...

남     아... 참... 일단... 미안해 여보.. 이따 연락할게!

(E) 자동차 출발하는...

여     허... 기가막혀 정말...

(M) 정신차려 이친구야(?) - 김수철


여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도 싫었지만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내가

        임산부 챙기는 남편을 보는 건 더 싫었다.

        결국 난 다른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E) 전화벨 소리

여     여보세요? 네.. 맞는데요. 네? 교통사고여?

        거... 거기가 무슨 병원이라구여? 네.. 저 근데.. 많이 다쳤나요?

        ... 아... 네.. 알겠습니다.

 

(E) 병원 소음, 뛰어오는 소리

남     왔어?

여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남     급해서 좀 밟았는데... 앞에 차가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여     어휴... 뭐가 그렇게 급해서?

남     그래두 산모는 안전하대. 나만 다쳐서 천만다행이지 뭐.

        방금 전화왔는데, 순산했다지 뭐야? 진짜 다행이지.

여     천사가 하늘에서 강림하셨네 아주.... 다친데는... 어디 좀 봐...

남     팔이 부러져서 그렇지 다른 데는 멀쩡해. 타박상 조금 있구...

여     잘~한다. 하필 또 오른팔을 다치냐... 아무것도 못하게...

남     그나저나... 내가 일 못하면... 당장 집세는 어떡하냐...

여     몰라 나두... 언제 당신이 그런 걱정이나 하는 사람이었어?

남     미안해.. 여보...

(M) 미안해요 - 김건모


(E) 신문 펼치는

여     어! 이게 뭐야?

        파주의 버려졌던 돌산, 신개발구역으로 지정...

        로또맞은 땅, 벌써부터 부동산 투기꾼들 모여들어...

        가만... 지도상으론... 분명 우리 땅도 포함인데... (놀라는)

        

여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내게 벌어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외동딸인 내게 물려주셨던 돌산...

        헐값에 팔아버리려던 그 땅이       

        기적의 땅이 된 것이다.

        내 인생 드디어... 로또 맞았다.

(M)  할렐루야 / 파리나무 십자가


(E)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걸어오는...

여     여보, 나왔어. 하루 종일 심심했지?

남     괜찮아. 그나저나... 당신 이렇게 매일 왔다 갔다 하느라

        힘들어서 어쩌냐?

여     괜찮아. 내가 체력하난 타고 났잖아.

        참... 사골국물 좀 가져왔어.

남     이런 거 비싼 데 뭐하러... 병원 밥도 잘 나오는데...

여     이런 거 먹어야 뼈가 잘 붙는대.

남     당신... 그래도 내 생각 해주는구나? 미워하는 줄만 알았는데...

여     치... 당신이 허튼 짓만 안하면 내가 왜 미워해...

남     허튼 짓이라니.. 누가 들으면 내가 뭐 바람이라도 핀 줄 알겠다.

        자, 당신도 좀 먹어...

여     됐어. 난 먹고 왔어....(가만있다) 여보..

남     어.. 

여     만약에... 만약에 우리가 로또에 당첨되면...

        당신은 그 돈 어디에 쓸거야?

남     로또? 

여     어..

남     아~ 당첨만 되면... 일단... 정현이 은행대출금 내가 갚아주고...

        아... 우리 같은 층 백혈병 병동에

        수혁이라고 열 살 짜리 애가 있는데... 수술비가 없나봐.

        그 애 수술비 대주면 되겠다.

        그리구... 우리 쓸 돈 조금 남기고 나머진 다 사회에 환원할거야.

여     허.. 그럼 그렇지...

남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당신 로또 샀어?

여     로또를 왜 사!!

        에이 몰라... 국물이나 더 마셔. 그거 비싼 고기 사다 끓인거야.

남     알았어. (하고 국물 후 마시는)


여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는 게 내키진 않았지만

        사실을 말하기엔 왠지 불안했다.

        남편이 알게 되면

        모든 게 순식간에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M)   Happy / Mocca


남     와~ 드디어 갑갑한 병실에서 탈출이네.

여     고생했어. 사서 고생이었지만...

남     아.. 근데.. 병원비는 어떻게 해결했어?

여     어? 뭐... 내가 어떻게 마련했어.

남     어떻게?

여     나중에 얘기해. 얼른 가자.


(E) 거리 소음, 경적 소리

여     저 택시 타자.

남     택시는 왜... 그냥 버스 타도 되는데...

여     그냥 타... 몇 푼이나 한다고...

남     웬 일이래?

(E) 자동차 문 열리고... 잠시 후 닫힌다.

남     저.. 합정동이요.

여     아니... 신사동으로 가주세요.

남     집으로 안가? 신사동엔 왜...

여     가보면 알아.

남     갑자기 왜그래 당신... 뭐 깜짝 이벤트라도 준비해놨어?

여     그래... 

남     뭔지 디게 궁금하네...

여     심장 간수나 잘해. 이번엔 또 심장마비로 실려 올라...

남     말을 해두 참... 무섭게시리...

(M)   랄랄라, It's Love / The Melody


(E) 차에서 문열고 내리는

(E) 두 사람 터벅터벅 걸어가는

남     아... 진짜 어디가는건데?

여     다 왔어.

남     어디... 여기?

여     응...

남     그냥 집인데? 누구.. 만나러 왔어?

여     우리 집이야.

남     뭐? 

여     일단 들어가자.

남     은... 은서야!

(E) 대문 열렸다 닫히는

여     우린 넓은 정원을 지나

        현관문에 도착했다.


남     야.. 뭐야 이거 대체... 무슨 몰래카메라도 아니구... 나.. 참...

        남의 집에서 뭐하는 짓이야 이게.

여     자 들어와.

(E) 현관문 여는

남     (감탄사 연발) 와... 이야... 넓다. 여기가 어디야? 으리으리한데?

여     우리집이라니까.

남     에이... 당신 왜 안하던 거짓말을 하고 그래.

여     저기 봐. 우리 결혼사진 걸려있잖아.

남     어.. 진짜네. 그럼 여기가 진짜 우리집이야? 

        (그제야 약간 믿는) 여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여     여보... 

남     응..

여     하나만 약속해.

남     뭘?

여     내 말대로 해준다는 약속. 그럼 어떻게 된건지 얘기할께.

남     뭘.. 당신 말대로 해?

여     그러니까... 그냥 무조건 약속해.

남     그래. 약속해. 뭔데? 어떻게 된건데?

여     우리 아빠가 물려주신 땅... 그 땅이 완전 대박 났어.

남     뭐? 그게.. 정말이야?

여     그렇다니까. 그거 팔아서 당신 병원비도 낸 거구... 집도 샀어.

        이집.. 정말 우리 집 맞아.

남     아... 하... 여보... 이거.. 꿈은 아닌거지?

여     (웃음) 내가 꼬집어줄까?

남     아~~~ 진짜구나! 그럼... 우리 이제 부자 된 거야?

여     그래. 말로만 듣던 벼락부자.

 

M    하하하쏭 / 자우림


---------------------- 1부 끝 ---------------------------


여     우린 한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기 시작했다.


남     와~ 당신 덕분에 여권도 만들고... 해외여행도 가보고...

        고마워 여보...

여     고맙기는... 대신... 우리 돈 사회에 환원하자느니

        누구 돈을 대신 갚아주겠다느니... 그런 소린 하지 마!

남     에이... 그래도 있으면 더 나누면서 살아야지.

여     여보...

남     아.. 알았어.

                

여     돈이 생기니

        생활의 여유와 함께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한동안은 그렇게

        하루하루가 

        구름 위를 걷는 듯 했다.     

(M) 하와이안 커플 / 허밍어반스테레오

 

(E) 문 열었다 닫히며 뭔가 부스럭거리는...

여     여보! 이것 좀 받아봐.

남     (놀라고) 뭘 이렇게 많이 샀어?

여     백화점 갔다가 이것저것...

(E) 쇼핑백 뒤적뒤적하는

남     이게 다 뭐야?

여     아, 그 옷 한번 입어봐. 마네킹이 입고 있는 거 고대로 벗겨왔어. 

        당신한테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남     내가 이런 옷 언제 입는다구... 멋있긴.. 멋있네...

여     내가 보는 눈은 있잖아.

남     근데.. 이거 가격표야? 일..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허~ 이백 삼십 팔만원? 아니 당신... 이렇게 비싼 옷을 샀단 말이야?

여     비싸긴 뭐가... 품위 유지하려면 그정도는 입어 줘야지.

남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낭비고 사치잖아.

여     사치 그건.. 돈 없는 사람들 얘기지... 있는 사람은 좀 쓰고 살아야...

        이 나라 경제가 제대로 돌고 도는 거라구.

남     어... 이건 또 뭐야?

여     아 그건 골프채.. 이젠 취미생활도 좀 하고 살아야지.

남     당신이 언제부터 골프에 관심 있었다구?

여     이제부터 갖을거야. 당신 것두 사려다가

        당신이 직접 고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안 샀어.

남     됐어. 난 골프같은 거 안해.

여     왜... 부부가 같이 취미생활 하면 좋잖아. 운동두 되구...

        이제 우리.. 수준에 맞게 살자.. 응?

남     그러니까 내 말은 이런 게 우리 수준에 안 맞다구.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간 어떻게 된다는 거 알지?

여     당신은 그게 문제야. 왜 아직도 우리가 뱁새라고 생각해?

        우린 이제 황새야... 훨훨 날아다니자구... 응?       

남     아무튼... 난 골프 같은 거 안 해도 되니까 그렇게 하고 싶음

        당신이나 해.

여     흠... 그러시든가...


여     난... 없이 살았던 세월을

        이제라도 보상 받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은

        그런 나를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M) 대화가 필요해 / 자두


(E) TV 소음

(E) 과자 씹는 소리

여     근데 당신... 언제까지 그렇게 놀 생각이야?

남     놀긴 누가 놀아... 요즘 사업 구상하느라 바쁜데...

여     사업구상? 무슨 사업?

남     고아원을 하나 지어볼까 생각중이야.

여     고아원? 

남     응... 최고 시설을 갖춘 고아원. 부모 있는 아이들 못지않게

        잘 자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거야. 

여     우리가 무슨 백억대 부자도 아니구... 당신이 자선사업가야?

        가진 돈이 얼마나 된다구...

남     어쨌든 전보단 많아졌잖아.

여     그러면 이 돈으로 뭘 하면 더 불릴 수 있을까를 생각 해야지.

        엉뚱한 생각은...

남     당신 참 야박하다. 사람이 있으면 좋은 곳에 쓸 줄도 알아야지.

여     됐어. 난 애들이랑 엮이는 거 싫어.

남     당신... 그거 너무 예민한 거야.

여     뭐? 아니 그리구... 그 돈이 당신거야?

        왜 당신 맘대로 고아원을 짓네 마네 해?

남     여보...

여     당신이 그동안 한 게 뭐가 있다구...

        이제 좀 살만하니까... 또 어디 퍼줄 생각만 하는거봐.

        당신 이제 내 돈 마음대로 못쓰는 줄 알어!

남     뭐야? 

(M)  머니 / 왁스


(E) 현관문 닫는 소리

남     (술취한) 아~~ 은서야! 서방님 왔는데 왜 나와 보지도 않아?

여     어우.. 술냄새. 대체 이시간까지 누구랑 마신거야?

남     누구랑 마시긴... 동혁이랑 준수랑 경준이랑 대구랑... 또 경표랑...

여     또 당신이 계산했지?

남     당연하지! 내가 우리 중 제일 부잔데... 안그래?

여     허.. 기가 막혀... 당신 자꾸 이러면 카드를 뺏는 수가 있어.

남     뭐? 이 여자가 돈 좀 있다고 이제 협박까지 하네.

        그깟 카드... 더러워서 안 쓴다 내가...

        대신... 현금으로 많~이 주라. 허허...허허허...

여     내가 못살아 증말... 하는 일은 없이 있는 돈만 계속 축내고...

        대체 어쩌려구 그래?

남     아... 머리 아프다. 아...

여     그러게 술 좀 작작 마셔.

남     당신... 변했어... 부잣집 마나님 되시더니... 너무 변했어.

여     변하긴 내가 뭘?

남     (서서히 말 느려지는) 예전의 당신이 좋았는데...

        순수하고... 다정하고... 아니다.. 그때도 뭐 그리 다정하진 않았지만...

        아... (하다가 잠드는)


여     그 날 이후로

        남편과 나 사이엔

        조금씩 벽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벽은 어느새

        겉잡을 수 없이 높아져만 갔다.

(M) 벽 - 김동률


(E) 시계 가는 소리

여     (한숨 쉬고) 지금이 몇신데 안들어와...

(E) 전화 걸면 (전화기가 꺼져있습니다.)

여     전화기는 왜 또 꺼놓은 거야 대체.. 휴...


여     어느 때 부터인가

        남편은 가끔씩 연락이 두절됐고... 

        이유를 물으면

        그저 배터리가 나갔을 뿐이라고 둘러댔다.

        난 사람을 시켜 그를 미행했고

        남편이 찍힌 사진 속에는

        다른 여자도 함께였다.


(E) 스위치 켜는 소리

남     아 깜짝이야... 다.. 당신.. 여태 안 잤어?

여     뭘 그렇게 놀래?

남     불 끄고 귀신처럼 그러고 앉아있는데 안놀래냐 그럼?

여     당신... 이리 와서 좀 앉아.

남     아... 나 피곤해...

여     뭐 한다구 피곤해?

남     아~ 정말... 뭔데 그래?

여     당신 요즘 뭐하구 다녀?

남     뭐하긴... 사업 준비 상 중요한 미팅들도 있고...

여     허... 사업 좋아하네. 애 딸린 과부랑 연애하는 것도 사업이냐?

남     (버럭) 무.. 무슨 소리야 당신!

여     허! 내가 준 돈으로 얼굴에 철판도 깔았냐?

남     여보...

(E)사진 던져 흩날리는 소리

여     자 봐! 이래두 딴소리야?

(E) 사진 넘겨보는 소리

남     다... 당신이 이걸 어떻게...

여     당신이야말로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당신이 사람이야?

(M)  When You Told Me You Loved Me / Jessica Simpson


남     당신이 날 미행이라도 한거야?

여     내가 왜 직접 당신을 쫓아다니겠어?

        돈만 주면 이런 거 얼마든지 잡아낼 수 있어.

남     (한숨 쉬는)

(E) 사진 찢는 소리

남     (버럭) 뭐하는 거야 지금!

여     뭐라구? 허.. 왜...

        아무리 사진이지만 그 여자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게

        마음이 아파? 내 가슴... (가슴 치며) 여기가 찢어지는 건 상관없구?

남     미안해.

여     뭐가 미안한데?

남     너무 불쌍해서...

여     내가 그 얘기가 왜 안나오나 했다.

        그럼... 돈 갖다주느라 그렇게 매일 만났어?

남     .... 내가 예전에 얘기한 적 있지...

        나 입원했을 때 백혈병으로 입원한 아이 있었다구...

        수술비가 없어서 동동대는데... 그 여자 너무 불쌍하고...

        애도 불쌍해서....

여     그래서 기어이 수술비를 대줬어?

남     응... 

여     (참으며) 그래. 수술비 대줬음 됐지. 왜 또 만났어?

남     그게.....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

여     그래서 내 돈 다 퍼다가 그 여자네 갖다주고.....

        그 여자랑 정분나고?

남     아직...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애가 아빠를 그리워한대서

        유치원 생일잔치 때 같이 가주고.... 놀이동산 같이 가주고....

여     뭐가 어째??

남     미안해...

여     뭐가 미안한데? 알기나 하고 말하는거야?

남     우리.... 이혼하자.

        그 여자한텐 내가 필요해. 당신은.... 혼자도 괜찮잖아.

        우리.... 헤어지자.

(M) 헤어지자 / 최재훈


여     (바르르 떨며) 나랑 이혼하면.. 국물도 없어.

        위자료도 한푼 없을거고. 그냥 빈몸으로 나가야 될거야!

        그래도 좋아?

남     괜찮아. 어차피 그거 다... 당신 돈이잖아.

여     어이구. 아주 부처님 나셨네.

남     그동안 당신 돈으로 내가 호강한 거지. 더 이상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지.

여     (잡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오기 부리며) 나는.... 왜 혼자도 괜찮은        데! 내가 왜 혼자도 괜찮다고 생각해?

남     당신은.... 돈도 많고... 계획적이기도 하고... 강하잖아.

        당신은 오히려 내가 옆에 있는 게 걸림돌일거야.

여     아니 다행이네!!!! 맞아. 당신은 내 인생의 걸림돌이야.

남     그러니까... 내가 사라져주려고 그러는거야.

        절대로 당신한테 서운하거나 그런 거 없어.

여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나한테 서운할 게 뭐 있어!!

        나는 당신이랑 결혼했어 잘못한 거 없어.

        당신 빚갚아주고. 당신 사고친거 뒷수습해주고.

        내가 당신 아이 못낳아준 거 빼고. 잘못한 게 뭐 있는데....

(M)눈물로 - 제이     

        

(E) 거리소음

여     자... 서류야. 내 도장은 찍었어.

남     미안해.

여     앞으로 어떻게 할건데.

남     일단.... 있던 돈으로 원룸 얻었어.

여     .....그 여자랑.... 같이 안 살아?

남     아직 그런 사이는 아니라고 했잖아. 내가 당신이랑 이혼한다고 해서

        그 여자랑 같이 살거나.... 그러진 않아.

여     ....

남     당신은... 괜찮지?

여     나야 괜찮지. 당신처럼 이 사람도 걱정스럽고, 저 사람도 돌봐줘야

        될 것 같고.. 이런 사람 아니거든 난. 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하나 보고. 그 사람 하나 챙기면서. 그렇게 살거야.

남     그래... 미안해.

여     갈께.


여     괜찮다고 말하고 뒤돌아 걸어가는데

        눈물이 왜 이렇게 나는건지.. 알 수가 없다.

        허허로운 가슴은... 이제 그 무엇으로 채워나가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M)  Fields of Gold / Eva Cassidy

 

 

 





2007-07-30(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