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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96 화 - 다시 찾은 사랑
(M) 주제음 ( 내 마음의 풍금 - 한동준 & 장필순 )
여 고등학교 3학년,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것만이
인생의 모든 것을
얻는 거라 생각했던 그 때
나 역시... 안 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나에게 천국을 열어준 사람이 있다.
(E) 교실 아이들 웅성거리는 소리, 분필가루 터는 소리
(E) 수업 종 치는 소리, 교실 문 드르륵 열리는 소리
(E) 아이들 후다닥 앉는, 여기저기 의자 끄는 소리
남 (냄새 맡는) 너희들... 또 도시락 까먹었지? 윤은서!
여 네? 아, 전 안 먹었어요.
남 니 옆에 창문 좀 열고, 환기 좀 시키자.
여 네...
남 자, 오늘은 교과서 187쪽...
(E) 책장 넘기는 소리
남 이 시는 선생님이 정말 좋아하는 건데...
누가 멋지게 낭독해볼까?
(침묵)
남 아, 일어난 김에 그냥 은서가 읽어보자. 감정 살려서... 시작~!
(E) 부랴부랴 책 넘기는 소리
여 (목소리 가다듬고 또박또박 읽는)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남 야~ 말괄량이인줄만 알았는데... 낭독솜씨가 제법인데...
나중에 성우해도 되겠다.
여 (쑥스러워하며) 감사합니다.
남 자, 이 시는... 변함없는 사랑을 노래한 서정시로...
(E) 분필로 칠판에 글씨 쓰는 소리 위로
여 그때부터였다.
내가 들어가려고 목표한 곳이
좋은 대학이 아닌
그의 마음속으로 바뀌는 순간이...
(M) 선생님, 사랑해요 - 한스밴드
(E) 컴퓨터 자판 두들기는 소리
여 선생님!
남 어.. 은서구나.
여 지금 바쁘세요?
남 아니 괜찮아. 왜 또 모르는 문제가 있니?
여 네... 이거요. 지문이 이해도 안가고...
문제 핵심이 뭔지도 잘 모르겠어요.
남 어디보자... 은서야!
여 네?
남 이 문제 지난번에도 물어봤던 거잖아.
여 네? 아... 아 어쩐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긴 하더라.
참.. 그 밑에 문제도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
남 너... 수업 시간에 딴 짓 했구나! 수업시간에 다 배운 건데...
여 어... 그런..가요?
남 아무튼 다시 설명해줄테니까 이번엔 잘 들어.
여 그렇게 난 틈만 나면
질문을 핑계 삼아 교무실을 찾았고...
이렇게 선생님을 볼 수만 있다면
고 3 수험생활이
영원하다 해도 좋았다.
(M) 그대만 있다면 - 러브홀릭
(E) 수돗물 흐르는 소리, 빨래 비벼 빠는 소리
(E) 문 열리는 소리
여 어! 선생님~!
남 아! 깜짝이야. 윤은서 너... 누가 너더러 선생님 빨래하래?
(화난 목소리로) 그리고, 너 자꾸 오지 말라니까 왜 또 왔어?
수험생이 일요일에 공부를 해야지 이럴 시간이 어딨어?
여 일요일인데 선생님은 어디 다녀오세요?
설마... 데이트하고 오시는 건 아니죠?
남 그래, 데이트 하고 온다.
(헛기침 하고) 지금 여자친구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야.
여 (약간 울먹이며) 정말... 데이트 하고 오시는 거에요?
남 이거 이리 주고 얼른 집에 가.
여 싫어요.
남 너 정말... 선생님 말 안 들어?
여 그렇게 절 쫓아내고 싶으시면... 번쩍 안아서 내다 버리시든가...
안 그러면... 저 여기서 꿈쩍도 안할 거에요.
남 이 녀석이... 그럼 내가 못할 줄 알구? 으샤~!
여 아~~~
남 아우 무거워... 무슨 여자애가 이렇게 무겁냐...
으! 자! 휴~ 너 쫓아내기 참 힘들다. (엄하게) 다신 오지 마라!
여 아싸~~ 선생님한테 안겨봤다고 애들한테 자랑해야지~~!
남 뭐어? 허... 참... (어이없어 웃는)
여 저 갈게요.
여 그렇게 난 주말마다
선생님 댁을 드나들며
내가 선생님의 애인이라도 된 듯한
행복한 착각에 빠지곤 했다.
(M) 착각의 늪 - 박경림
(E) 학교 운동장 웅성거리는 소리, 가끔씩 공 튕기는 소리
여 (멀리서) 선생님~!
(E) 뛰어오는 소리
여 (숨 헐떡이며) 선생님, 정말이에요?
선보신다는 게 정말이냐구요?
남 무슨 소릴 하는거야?
여 (식식거리며) 수학선생님이 선생님한테 선보라고 한거 다 알아요.
이번 주말에 만나신다면서요?
남 아니...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여 민정이가 교무실 청소하다가 다 들었대요.
남 이 녀석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엉뚱한데 관심은...
여 정말이에요? 진짜 선 보실 거냐구요?
남 글쎄 니가 왜 그런 걸 다 신경 쓰는데?
여 그 약속 얼른 취소해요.
남 뭐라구?
여 취소하시라구요! 안 그러면... 저... 죽어버릴거에요.
남 뭐야?
(M) 내 안에 그대 - 서영은
(E) 캔 뚜껑 따는 소리
남 자, 우선 이거 마시고 마음 좀 가라앉혀.
여 기다려주세요.
남 뭘 기다려?
여 애인 같은 거 만들지 말고... 결혼은 더더욱 하지 말고 기다려요.
저 졸업하려면 1년도 안 남았으니까.
남 너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니?
여 전... 선생님이랑 결혼할 거에요.
남 뭐?
여 지금은 제가... 뭐 그리 예쁜 편은 아니지만,
저희 엄마가 그러셨어요. 대학만 가면 다 예뻐진다고...
저 꼭 예뻐져서... 선생님의 당당한 애인 될 거에요.
남 은서야, 지금은 공부만 생각해도 시간이 모자란 시기야.
여 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선생님한테 떳떳해지기 위해서...
선생님도 대학 나왔으니까... 저도 열심히 해서 대학 갈 거에요.
그리고... 선생님이랑 꼭 결혼할 거에요.
남 은서야, 너 대학 가면 생각이 달라질 걸?
멋진 남학생들이랑 미탕도 하고 연애도 하고
그러다보면 선생님 같은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
여 (발끈해서) 전 절대 안 그래요.
그러니까 선생님이나 한눈팔지 말고 기다려요.
남 (기가 막힌) 허! 허허... 참...
여 약속해요. 기다려주겠다고...
남 말도 안돼는 소리 그만하고 어서 가!
여 그럼 지금은 일단 그 약속부터 취소해요. 선.. 보지 말아요. 네?
남 .....
여 얼른 취소하겠다고 말해요!!
남 나.... 참... 그래.. 알았다! 취소할 테니까
너 다시는 죽는다느니 어쩐다느니 그런 쓸데없는 소리...
여 (볼에 쪽 하고 뽀뽀하는)
남 (화난 듯) 윤은서!!!
여 고마워요. 선생님... (웃으며 달아나는 소리)
남 야!! (소리 멀어지며) 너 진짜... 거기 안서!!
여 그 땐 정말 그랬다.
선생님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는 것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그런 마음도
영원하리라 믿었다.
(M)
A Lover's Concerto / 진혜림
(E) 찌개 보글보글 끓는 소리
(E) 문 열리는 소리
남 은서야! 너 또 언제 온 거야?
여 좀 전에요. 선생님, 제가 된장찌개 끓였어요. 맛보실래요?
남 너 여기 자꾸 오는 거 부모님이 아시면 얼마나 속상하시겠니?
여 에... 선생님도 은근히 저 오는 거 기다리시죠?
남 뭐?
여 아니... 올 때마다 문이 안 잠겨 있으니까 하는 소리에요.
남 그건... 집에 뭐 가져갈 것도 없고...
여 에... 핑계대실 필요 없어요. 선생님 맘 다 알아요.
남 허! 점점... 너 어른 놀려먹으니까 재밌지?
여 자, 얼른 드세요. 찌개 식어요.
남 (찌개 국물 삼키는) 어우... 짜...
여 어! 짜요? 물 많이 붓고 끓였는데...
남 너 찌개 하나도 제대로 못 끓이면서...
어떻게 선생님한테 시집온다고 그래?
여 네?
남 내 말은, 그래서 난 너를 못 받아주겠다 이거야...
여 처음 끓여본 거란 말이에요. 다음번엔 더 잘 끓일 수 있어요.
남 됐다. 다시는 니가 끓인 찌개 안 먹게 해주는 게 나 도와주는 거야.
여 치...
(M)
물끄러미 / 지아
여 선생님은 날 밀어내려 했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고
선생님 곁을 맴돌았다.
그런 나의 행동이
이별의 불씨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E) 뛰어오다가 발걸음 멈추는
여 (숨 헐떡거리며) 선생님! 학교를 떠나신다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남 응, 별 거 아니야.
여 별거 아니라뇨. 선생님이 왜 파면을 당해요?
남 어른들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은서는 그냥 공부 열심히 하면 돼.
여 학교에 저랑 연애한다고 소문나서...
저 때문에 선생님이 이렇게 됐다는 거 저두 다 알아요.
선생님은 아무 잘못 없잖아요.
제가 일방적으로 선생님 쫓아다닌 거잖아요.
무슨 말씀 좀 해보세요, 네?
남 은서야, 선생님은 아직 젊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으니까 걱정 마.
여 안돼요. 선생님 이렇게 보낼 수 없어요.
제가 다 말할게요. 저 혼자 좋아서 매일같이 선생님 찾아간 거라고...
연애를 한 게 아니라 제 짝사랑이었다고 다 말할게요.
남 이미 지난 일이야. 선생님은 괜찮아. 어른이잖아.
어린 니가 이런 일로 상처받을까봐 선생님은 그게 더 걱정된다.
여 선생님, 죄송해요... 죄송해요... (엉엉 우는)
남 누가 뭐래도 신경 쓰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그게 선생님 위하는 길이니까. 알았지?
여 선생님... (엉엉 우는...)
여 그렇게 선생님은 교직을 떠났고
나는 한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랑하면 안 될 사람을
사랑한 대가는
어린 나에겐 너무나 혹독했다.
(M) 그림자
/ 베이지
------------------------- 1부 끝 ----------------------
여 선생님의 마지막 당부를 가슴에 새기고
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덕분에 난 국어교육과에 들어갔지만
선생님이 되겠다는 내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졸업 후 임용고시에 두 번이나 낙방하고
경력이 없는 나의 이력서를 받아준 곳은
낮은 연봉의 변두리 학원이었다.
(E) 또각또각 구두 소리, 문 여는 소리
여 저... 안녕하세요? 혹시... 원장님이신가요?
남 아니요. 원장님은 잠깐 자리 비우셨는...데... 어! 은...서야?
여 (깜짝 놀라) 선생님...
남 윤은서.. 맞지?
여 어머... 김봉덕 선생님..이세요?
남 그래. 인마! 너 설마... 선생님 얼굴도 잊은거야?
여 아... 아니에요.
여 8년 만에...
기적처럼..
운명처럼..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여 근데, 선생님이 어떻게 여기에 계세요?
남 응, 나 이 학원에서 국어 가르쳐.
여 정말요? 저두... 오늘부터 여기서 일하게 됐는데...
남 그래? 무슨 과목?
여 저두 국어 전공했어요. 선생님 때문에 저 국어 공부 열심히 했잖아요.
남 (웃음) 그렇구나. 야... 근데 우리 은서 많이 변했다.
이제 숙녀가 다 됐는 걸?
여 그럼요. 제 나이가 벌써 스물일곱인데...
남 벌써 그렇게 됐나? 하긴 내가 벌써 30대 중반 아저씨가 됐으니
그럴 만도 하지 뭐. 나도 많이 변했지?
여 변하긴요. 그대로세요.
남 에이... 그럴리가... 하하...
여 선생님은 정말 많이 변한 모습이었다.
보기 좋게 살이 있던 얼굴은 수척해졌고
호리호리했던 허리는 뱃살로 뒤덮여 있었다.
불과 8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변한 선생님의 모습에서
나는 세월의 가혹함을 느껴야 했다.
(M)
Melody Fair / Fujita Emi
(E)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남 좀 덥지? 일단 여기 좀 앉아라.
(E) 의자 끄는 소리
남 원장 선생님 곧 들어오실거야.
여 네, 근데... 여긴 에어컨이 없나봐여?
남 응, 그래도 아주 무더운 날 며칠만 빼고는 지낼만해.
여 네... 여기서 오래 일하셨나봐요?
남 응, 5년째야. 아! 난 수업 들어갈 시간이다.
여 학원은 생각보다 더 열악했다.
이곳에서 5년이나 일하신 선생님은
그간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선생님을 이런 곳에 있게 만든 나를
원망하지는 않았을까?
(E) 웅성거리는 소리, 계단 내려오는 소리
남 어! 은서야~ 아직 안 갔네?
여 네... 선생님은 수업 다 끝나셨어요?
남 3시간 후에 또 있어. 원장님하고는 얘기 잘 했구?
여 네, 내일부터 정식으로 강의 들어가요.
남 그래? 야~~ 축하한다, 은서야.
그럼 이제 제자가 아니라 직장 동료가 되는 거네.
여 에이... 별말씀을요...
남 축하하는 의미로 선생님이 맛있는 거 사줄게.
요 앞에 고깃집 괜찮아.
여 네, 선생님...
여 한 때는 그리도
선생님과 동등해지고 싶었는데...
정말로 그런 날이 온 것이
어쩐지 편치만은 않았다.
(M)
그대와 영원히 / 이소라
(E) 고기 익는 소리
남 은서가 이젠 정말 어른이 됐구나. 자, 어른 됐으니까 한 잔 받아라.
(E) 술 따르는 소리
남 건배! 축하한다~!
(E) 술잔 부딪히는 소리
여 참, 근데... 결혼은 하셨어요?
남 아직...
여 아니... 왜요?
남 인마, 너 나보고 결혼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할 때는 언제고
결혼 안했다고 뭐라 그러면 되니?
여 (웃음) 그랬...었죠.
남 그냥 학원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그러면서 사는 게 좋아.
난 이상하게 연애하는 게 제일 힘들더라. 하하...
(E) 거리 소음, 가끔 자동차 경적소리
여 덕분에 저녁 잘 먹었어요, 선생님.
남 별 말씀을요. 전에는 은서가 선생님 밥도 해줬는데 뭐.
그 때... 은서가 해준 찌개 맛을 내가 잊을 수가 없어.
짜고 맵고.... 하하...
여 저 지금은 된장찌개 잘 끓여요. 맛있게...
남 그래? 언제 한 번 그 맛 좀 봐야겠는걸?
여 기회만 주세요. 얼마든지 끓여드릴게요.
남녀 (웃음)
여 일기장에 곱게 접어두었던 추억들이
하나씩 펼쳐지면서
사랑했던 기억들도
조금씩 되살아났다.
그렇게 난
열아홉살 순정파 여고생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M)
설레임 / 이안
(E) 책 넘기는 소리
남 어! 일찍 출근했네.
여 네...
남 어때? 수업은 할 만 해?
여 뭐...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좀 무섭기도 하구...
남 여기 아이들 아주 착한 편이야. 잘 지내봐.
여 네... 아, 선생님! 오늘 끝나면 뭐하세요?
남 글쎄... 노총각이 무슨 계획이 있겠어?
그리고 수업 끝나면 12시가 다 되가는데 뭐...
여 저랑 영화 보러 가실래요? 심야영화...
남 영화?
(E) 영화관 소음
남 (음료 벌컥벌컥 마시는)
여 선생님, 어디 불편하세요?
남 아... 아니..
여 근데, 왜 자꾸 음료수를 드세요?
그리구... 탄산음료를 그렇게 벌컥벌컥 마시는 사람이 어딨어요?
남 몰라.. 그냥 좀 긴장이 되서 그런가봐.
여 어머... 선생님 지금 저랑 데이트 하는 게 떨려서 그러시는 거죠?
남 그게 아니구.. 여자랑 영화 보러 온 지가 워낙 오래되다 보니...
뭐... 너랑 데이트 하는 게 떨리는 건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여 에... 저같이 젊고 예쁜 여자랑 데이트 하니까
긴장되시는 거 맞잖아요. 뭐... 이해는 해요.
남 이 녀석... 선생님 놀리는 취미는 여전하구나.
여 선생님, 저 더 이상 열아홉살 여고생 아니거든요.
아직도 어린애 취급 하시면 곤란해요.
남 아이구... 그러세요? 그런데 어쩌나...
내 눈엔 아직도 열아홉살 철없는 소녀로만 보이는데... (웃음)
여 8년 전,
수없이 꿈꿔봤던 선생님과의 데이트...
오늘... 그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나는 꿈을 꾸는 듯 하다.
(M)
설레임 / 그린티
(E) 거리 소음
여 영화는 어떠셨어요?
남 응? 뭐... 괜찮았어.
여 거짓말... 영화는 안보시고 제 얼굴만 보셨으면서...
내 얼굴 뚫어지는 줄 알았네. (웃음)
남 뭐? 야... 내가 언제?
여 참... 선생님 지금은 어디 사세요?
선생님 집에 한번 놀러가 보고 싶은데...
남 왜... 또 빨래해주고 된장찌개 끓여주게?
여 저요... 팔 힘도 그 때보다 더 세지고...
찌개도 이제 맛있게 끓인다니까요.
남 그래... 언제 한번 초대할게.
여 꼭이에요! 늦었는데 얼른 가세요.
남 그래... (잠시 머뭇하다가) 은서야!
여 네?
남 .... 오늘... 즐거웠다.... 나 간다.
여 돌아서서 걷는 그의 발걸음이 가볍다.
이제 선생님과 나 사이엔
아무런 장애도 없었다.
이제는 선생님을
마음껏 사랑해도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선생님을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M) 쥬땜므 - 헤이
(E) 계단 오르는 소리
여 (숨 차는)
남 자, 다 왔어. 힘들었지?
여 아.. 아니에요.
(E) 문 열리는 소리
남 여기가 선생님 집이야.
여 ......
남 어제 치운다고 치웠는데도 어째 좀 지저분하네.
예전에 살던 그 집이랑 많이 안 다르지?
여 네... 그러네요.
여 정말 그랬다.
낡은 가구들과
몇 안 되는 가전제품들
어수선하게 널려있는 옷가지들이
예전과 똑같았다.
그러나 예전엔 깨닫지 못했었다.
선생님이 이렇게
초라하게 살고 있었다는 것을...
(M)
고백 / 장나라
(E) 찌개 보글보글 끓는
남 야~ 맛있겠다. 어디... 은서 솜씨가 얼마나 늘었는지 볼까?
(국물 한 모금 먹는...)
여 어때요?
남 이야~~ 정말 맛있는데? 간도 아주 딱 맞구...
여 거봐요... 이제 잘 끓인다고 했잖아요.
남 은서 이제 시집와도 되겠다.
여 네?
남 너 예전에 선생님한테 시집온다고 했잖아. 나랑 결혼할 거라며?
여 농담처럼 던진 그 말에
내 심장은 다시 열아홉살 여고생으로 돌아가
방망이질 치고 있었다.
여 그 말... 진심..이세요?
남 설마 진심이겠니? 이렇게 예쁘게 잘 자랐는데...
선생님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 만나야지.
(M)
좋은사람 / 쿨
(E) 찻잔 부딪히는 소리
여 선생님!
남 응?
여 저... 원망 안하셨어요?
남 내가 왜 널 원망해?
여 따지고 보면, 선생님 저 때문에 이렇게 되신 거잖아요.
남 그게 왜 니 탓이니?
여 철없던 제 사랑이 선생님 앞길 다 망쳐놓은 것 같아서...
맘이 아파요.
남 은서 눈엔... 지금 내가 많이 초라해 보이는가보구나.
여 아... 그런 게 아니라...
남 원망 같은 거 한 적 없어. 니가 이렇게 잘 자라줘서 고마울 뿐이야.
여 선생님,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그거 다 보상해드리고 싶어요.
남 보상?
여 선생님 그동안 저 때문에 힘든 길 걸어오신 거...
제가 평생 선생님 곁에 살면서 갚을게요.
남 은서가 다 큰 줄 알았는데, 아직도 철이 덜 든 모양이구나.
여 지난 8년, 선생님이 저 기다려주신 거라 생각할거에요.
선생님이랑 결혼하겠다던 제 마음은 변함없으니까요.
이제는 저... 받아 주실거죠?
남 허허... 허허.. 참...
여 그는 대답 없이
그저 웃기만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웃음 속에서
새 희망을 얻는다.
8년 전보다
더 밝아진 희망을...
흘러간 세월만큼
더 깊어진 사랑을...
(M)
내 마음의 풍금 - 한동준 & 장필순
2007-07-11(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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