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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17일 화요일 대본 및 수록곡
 

2007년 4월 17일 (화) 김기덕의 골든디스크 / 차 한잔 하시죠

 

 

김수영 


- 노란 병아리를 찾아서! -


봄볕이 따스하고 꽃향기를 실은 봄바람이 불어오던 어느 날,

유치원에 다녀오던 딸아이가 아이스크림 사 먹으라고 준 돈을 아껴서 노란 병아리 두 마리를 사 들고 왔습니다.

 “엄마! 이 병아리 우리 식구 하자! 이제 얘들은 내 동생이야 알았지?”  딸은 삐약 삐약 거리는 노란 털의 앙증맞은 병아리를 보고 신기해서 좋아 죽을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손으로 쓰다듬어보고 볼에 대어 보면서 귀여워 죽겠다며 꼬순이, 꼬식이 라는 이름도 지어주었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에 라면 박스로 집을 마련한 병아리는 딸의 하루 일상으로 변했고, 유치원에 오 갈 때 마다 인사하며, 자기 전에는 병아리에게 뽀뽀까지 하고 난리였습니다. 병아리는 무럭무럭 잘 자랐습니다.  초여름이 되자 어느덧 중병아리로 변해 덩치가 꽤 커졌습니다. 털이 제법 어른 닭처럼 커졌는데, 그 때까지도 아이는 마냥 좋아했고 친구처럼 얘기를 주고받아 정서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닭이 여기저기 배설 해낸 닭똥 냄새가 문제였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아래층에서 더러운 냄새가 난다며 제발 치워 달라고 아우성이었고, 창문을 열어 놓으면 닭털이 음식에 날아온다고 불평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그 닭을 경비 할아버지의 손을 빌어 목을 비틀어 잡았고, 뜨거운 물에 넣고 대추와 인삼을 넣고 삶아서 삼계탕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날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와 예전처럼 베란다로 쪼르르 달려가 꼬순이와 꼬식이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휑- 하니, 병아리가 없어진걸 알고 크게 놀라 병아리 어디 갔느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차마 병아리를 잡아서 냄비에 삶아 놓았다고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어... 병아리가 아파트 창문을 넘어서 멀리 날아가 버렸어! 병아리가 집을 찾지 못해 저 멀리 골목으로 갔는가봐!” 하고 거짓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랬더니 딸은 빨리 병아리를 찾아보자며 내 손을 잡아끌며 나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골목마다 병아리가 있나

두리번 거리면서 여기저기 찾아 헤맸습니다. 딸애는 너무도 진지하게 찾으며,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꼬순이 배고프겠다! 꼬식이는 도망도 잘 가는데 바보같이 집도   못 찾아오고...”  하더니, 기어코 울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정말 난감했습니다. 철없는 어린 딸에게 키우던 닭을 잡아먹었다고 하면 과연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진실을 얘기해야하나? 그렇다면 얼마나 실망할까?  어둑어둑해 질 때까지 우리는 동네를 몇 바퀴 그냥 그렇게 헛돌면서 계속 헤맸고, 빈손으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장차 딸아이가 자라면, 지금의 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신청곡 :  The Sun On Your Face  / Orange Blue

독일 출신의 남성 듀오 ‘오렌지 블루’의 2002년 작품으로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발라드.

 

 

권문수 


- 천원으로 할 수 있는 일 -

  

저는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취직을 하기 위해 여기 저기 면접을 봤습니다.  얼마 전 모 회사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더군요. 면접이 끝난 후 직감적으로 불합격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서울까지 왔는데 그 회사에 들어갈 수 없다는 현실에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고향으로 내려와야만 했지요. 지하철을 타려고 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 무거운 발걸음을 세우는 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사람들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지하철역에서 쪼그리고 있는 노숙자 분 이었습니다. 나이는 대략 50대쯤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낡은 바구니를 하나 놓은채 고개를 숙이고 앉아 계시더군요. 저는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아저씨를 지나쳤지만, 그 날따라 왠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제 심정이 그 분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저씨의 바구니를 보니 동전 몇 개밖에 없었습니다.

솔직히, 제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아, 많은 돈을 드리지는 못했습니다. 천원 짜리 한장을 꺼내 고이 접었습니다. 혹시나 바람에 날려갈까봐 정성스레 접어 바구니에 넣었지요. 그리고 저는 다시 고향에 돌아왔습니다. 오늘 갑자기 그 노숙자 아저씨가 생각이 납니다. 무슨 사정 때문에 그렇게 지내시는지는 알 수 없으나, 힘든 생활을 견디고 자신이 찾는 무언가를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의 저도 그렇고... 아마 그 분도 그러시리라 믿습니다.


신청곡:  My Love / Westlife

아일랜드 출신의 보이밴드 '웨스트라이프'의 2000년 UK 차트 정상까지 기록했던 러브 발라드.

 

 

 

이미경 

 

- 동생의 입덧을 달래며 -

  

“언니, 나 요새 입맛 없어서 밥 못먹겠어.”  임신한 동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부한테 뭐라도 좀 사달라고 해봐." 이렇게 말해놓고도 아차 싶어 " 뭐가 먹고 싶은데,, 말만 해봐." 하며 재빨리 말을 돌렸습니다. 이틀에 한번 남편 얼굴보는 애한테 이때 아니면 언제 대접 받냐며, 애가진 유세 떨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번엔 소래가서 게를 사다가 게장을 담궈줬는데, 입맛 없는 요즘, 쌉싸름한 멍게가 괜찮을 것 같아 봉지 한가득 사다주었지요.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한참 투정도 부리고 싶을 때인데, 그렇게 못하는 동생이 안쓰럽습니다. 제부는 경비를 서기 때문에 쉬는 날엔 하루종일 잠자느라 정신없다고 하네요. 처음엔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했는데, 오죽 피곤하면 임신한 아내를 옆에 두고 곯아 떨어지겠나,, 곧 이해를 하게 됐습니다. 피곤한 남편 앞에서 입덧한다고 투정조차 못하는 동생의 그 심정,, 저도 알지만 괜시리 마음이 불편해 집니다. 동생에게 뭐 먹고 싶은거 없냐니까 두말 않고 대답하는게, 기껏 순대, 만두입니다.  입덧 한번 참 소박하죠?

"그까짓거 시장가서 사먹으면 되지. 별로 비싸지도 않은데 참고있니?" “배불러가지고 시장에서 혼자 먹으면 더 서럽단말이야~~ 잉잉..” 이러면서 금방 눈물 범벅이 돼버리는 우리 동생..

"먹고 싶은거 못 먹으면 애기 짝눈 된단말야. 정 같이 먹을 사람 없으면 언니 불러" 하고 돌아왔는데 아직도 마음이 아프네요.

엄마가 그렇게 반대하는 결혼하더니, 잘 사는모습 보여주면 좋을 것을,, 이런 거 아시면 엄마는 더 속상 하실 것 같아 말씀도 못 드린다고 합니다. 어쨌든 잘먹고 순산해야 할텐데 걱정이네요.

두 사람 모두 젊고 건강하니,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날이 오겠죠??

 

신청곡:  Season In The Sun / Clementine

 프랑스 출신의 팝 재즈 여가수 '끌레망띤'의 2004년 곡으로 경쾌하면서도 정겨운 보컬 톤이 인상적인 노래.

 

 

박나림의 차한잔 하시죠

이현우님 사연

신청곡:  We Belong Together / Mariah Carey

 

 

 

 

신분조 


- 부채 두개 원 달러... -

  

봄꽃향에, 어떤이는 현기증이 난다고...  정말 예쁜 봄날 입니다..

얼마전 저는 남편이랑 캄보디아, 그리고 베트남으로 여행을 했습니다. 남편 표현대로는 결혼식때 못해준 신혼여행 대신이라네요.

저 결혼한지 30년 되었거든요. ‘앙코르왓’ 사원입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니 얼굴이 까맣게 그을은 꼬마들이 "부채 두 개 원달러.."

또렷한 우리말을 하며 줄줄이 따라 옵니다.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로... 저만치 보이는 사원에만 온정신이 팔려 있는 저는 ‘No' 라고 매정하게 말하고, 다른 것 다 잊고 구경하기에만 몰두했지요.

다시 차를 타려고 나왔는데, 아까 그 소년이 또 다가와서는 이번엔

‘세 개 원 달러’ 라는 겁니다. 차가 출발하려고 시동을 걸자, 이번에는 차창문을 두드리며 네개 원달러..

얼른 내려서 1달러짜리 지폐 한장 주고 부채 두개만 집어 왔습니다. 눈이 둥그레진 소년.. 아.. 그눈이 얼마나 선하고 순진 한지요... 느닷없이 제눈에서 눈물이 마구마구 났습니다. 알 수없는 눈물이... 남편도 얼른 내리더니 1달러 주고 부채 두개 또 사고..

차속에서 우리부부는 진작 사줄걸.....하며,  똑같이 말했습니다.

그냥 1달러 줄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그 아이를 정말 도와 주는게 아니라고 어줍잖은 변명도 하면서 말입니다.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 소년의 눈빛... 그리고 그 목소리...

" 부채 두개 원 달러..." 어제 마량리 동백숲길에서 보았던, 송이째 바닥에 뚝 떨어진 그 꽃송이에서 묻어나는 애잔함이 먼 그곳에서 만났던 소년을 다시 생각 나게 합니다.. 힘내거라...아이야...!!!

 

신청곡:   Gypsie Boy / Rory Block

 미국 출신의 여성 포크 블루스 가수 '로리 블록'의 1986년 작품.

 

 

 

정현아 


오늘이 아니면 안되기에.(신청곡) 


김기덕 오라버니~~좋은아침입니다.~~  오늘이 아니면 안되기에 이렇게 사연을 올립니다.

오늘이 바로 우리 부부의 결혼 3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8년전 사관학교 생도로 만나 3년전 제가 근무하던 함정에서 결혼식을 올린 우리 부부.. 둘다 항해과이다 보니 서로 출동일정이 안맞는 날엔 얼굴도 못보고 바다 한가운데서 쌍안경으로 서로의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는데에 만족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결혼 1,2 주년차 기념일을 서로 챙겨주지도 못하고 오늘 결혼 3주년 되는 날 남편은 항해가 있어 못들어온답니다..

오늘 사연을 다시듣기 해서 남편이 돌아오면 들려주고 싶네요..

전 지금 출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뱃속아가랑 함께 듣고 싶네요..

우리 남편이 군가다음으로 가장 좋아하는 음악 신청합니다.

꼭 틀어주실거죠?

  

 

 

 

 





2007-04-17(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