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4월 3일 (화) 김기덕의 골든디스크 / 차 한잔 하시죠 최인애 - 손세차 - 저희 어머님은 20년전부터 새벽에 일찍 일어나, 동네 자동차를 닦으십니다.제가 어렸을 때는 엄마가 아침마다 왜 이웃집의 차들을 닦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냥 차가 더러운게 보기 싫어 깨끗하게 닦는 것이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게 알고 보니 그것이 엄마의 직장이었던 것입니다. 노름에 중독되어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님은 그렇게 새벽부터 추운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차를 닦으셨습니다. 그런 엄마가 학년이 올라 갈수록 왜 그렇게 창피하게 여겨지던지...
저는 아침 등교 길에 동네에서 엄마를 보면 ‘엄마, 학교 잘 다녀 올께요’ 라는 말 대신에 엄마의 등을 피해 얼른 뛰어 가곤 했습니다.
하루는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사 주시며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엄마가 아침마다 너희들 밥도 못 챙겨 먹이고, 도시락 반찬도 신경 못 써줘서 미안하구나. 부엌 찬장에다 돈을 놔두고 갈테니, 빵 사먹고 싶으면 학교 갈 때 가져 가거라’ 하지만 언니는 저를 생각해, 저는 동생을 생각해, 그 돈을 손에 쥐고 가는 일이 없었습니다. 서로들 빵 사먹기 위해 돈을 들고 가게 되면 돈이 금방 바닥날거라고 걱정했기 때문이죠. 엄마는 그 후로도 우리들을 잘 키우기
위해 오후에는 연탄 배달일도 시작하셨습니다. 엄마를 도와준답시고, 제 손의 몇 배나 되는 연탄집게로 연탄을 나르다가 깨뜨려 주인 아주머님께 큰소리로 야단맞았던 일, 리어카 뒤에서 밀다가 미끄러져 엄마를 놓쳐 버렸던 일... 이렇게 엄마와 저는 겨울이 되면 함께 떠올릴 추억 거리들이 많습니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추억은 남는거라 했던가요? 엄마 곁에는 제가, 제 곁에는 엄마가 있었기에 과거의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신청곡: Memory / Barbra Streisand 미국 출신의 팝 가수인 '바브라 스트레이샌드'의 1982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52위 기록.
최미경 - 지구가 아파해요~~ -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아들은 어제 자신이 직접 지구가 되었답니다.
병들어 있는 지구를 치료하는 병원놀이를 했다고 하더군요. 저녁을 하고 있는 저에게 아들은 말합니다.
"엄마! 우리 지구가 많이 아파해요! 그러니 제가 쓰레기를 주워야 겠어요" 저는 빙그레 웃으며 까만 봉지 하나를 아이 손에 쥐어줬더니, 아이는 어느새 작은 핀셋 하나를 준비하고, 저를 따라 나섰습니다.
아이는 작은 핀셋으로 집주변에 있는 쓰레기를 주워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고사리 손이 바쁘고, 두 눈은 쓰레기를 따라가며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엄마! 사실 저도 쓰레기를 버린 적이 있어요! 이제부터는 절대로 절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을거예요~" 하는 다짐을 넣어가며, 아이는 열심히 사람들의 흔적들을 주워 담았습니다. 아이 나름의 생각을 존중하며 아이와 귀중한 시간을 보냈더니, 너무나도
보람있었습니다. 아마 우리 아이는 꿈속에서 지구에게 칭찬을 받을테지요. 그리고 아이의 알림장에도 선생님의 칭찬을 기대하는 글을 가만히
적어 놓았습니다. 아이는 칭찬으로 오늘도 이만큼 자라 있을테지요! 신청곡: Heal the World / Michael Jackson 마이클 잭슨이 1991년 발표한 앨범 'Dangerous'에 수록된 곡으로 '93년 빌보드 싱글 차트 27위까지 기록했던 노래.
채대식 - 아내의 옷수선 - 저의 아내는 오늘도 옷 수선을 합니다. 옷 수선을 시작한지 두어 달째, 가게를 내서 하는 것도 아닌, 집에서 아는 분들 위주로 합니다.
꼭 자기 가게를 해보고 싶다던 아내. 담벼락에 조그만 간판을 붙이며 그렇게 좋아하던 아내. 그때의 웃음이 지금도 내 기억에 선명합니다.
꼭 부자가 된것마냥 환하게 웃던 모습을. 아이들 학원비라도 번다고 수선 학원에 다녔는데 의외로 빠르게 배웠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았죠. 어느날 퇴근후 집에 왔더니 아내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새옷을 수선하다가 잘못해서 늘려야할 옷을 줄여버렸답니다. 그것도 비싼 새 옷을 말이죠.
다음날 주인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옷값을 물어주었답니다. 그런데 그 덕에 아내는 실로 오랜만에 비싼 옷을 입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는거 아닙니까. ‘원님덕에 나팔분다’ 이게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내는 오늘도 그 옷값을 이야기 하고 있네요.
언제쯤 그 일이 아내의 기억에서 사라질지요. 여보 우리 조금만 더 고생하고 살자. 여보 사랑해~ 신청곡 : Oh Pretty Woman / Roy Obison 로이 오비슨의 1964년 작품으로 3주간 싱글 차트 No.1에 올랐던 노래. 1990년 리차드 기어,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같은 제목의 영화 주제가로
쓰이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음.
기지현 - 내 가족처럼 - 안녕하세요? 저는 병원에서 위장촬영을 담담하고 있는 방사선사입니다.
제가 이 일을 한지도 20년이 다되어가네요. 그동안 병원에서 숱한 환자를 만났기에 이제는 어떤 환자가 오더라도 별 어려움 없이 그 분들을 편안하게 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저의 그런 자신감이 좀 흔들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팔순이 다 되신 할아버지와 정신장애가 있어 보이는 40대의 아들이 함께 건강검진을 받으러 오신겁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촬영실에 들어오자 제가 숨을 쉴수조차 없을 정도로 악취가 나더군요. 겨울이라 문을 활짝 열어 놓을수도 없고, 문을 열면
그분들이 민망해 할까봐 함부로 열수도 없었습니다. 건강 검진이라서 엑스레이 한 장만 찍는게 아니고, 두 사람을 모두 촬영하려면 빨리해도 족히
30분이 걸렸습니다. 정말 난감했지요. 그런데 정상인도 하기 힘든 위장촬영을 그 아드님은 순간순간 제 눈치를 보면서 잘 움직여 줬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아드님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분이 자신의 장애로 인해
저에게 불편을 줘서 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제 자신이 너무 못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데, 좀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얼마동안 제 본분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까지 위장촬영을 마치고 저는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 할아버지와 아드님은 저에게 몇 번이나 인사를 하시면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 분들의 뒷모습을 모면서
방사선사로서 정말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에서도 환자들을 위해 최고의 서비스를 해야 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환자들이 없으면 제가 존재할 이유도 없으니까요 신청곡:
Here I Am / Air Supply
한동묵 - 우리 모두 같이 행복해 집시다 - 저희 부부는 같은 직장을 다닙니다. 그 날도 퇴근 후, 직장근처 헬스클럽에 갔다가 집에 가려고 차를 탔을 때였어요. 아내가 갑자기 "자기야 만원만 줘" 하길래, “이 밤중에 뭐하게?”
했더니 "아니 이만원만 줘 빨리! 빨리!"
제가 영문도 모른채, 황급히 돈을 건네주자 아내는 차에서 내렸다가 잠시 후
다시 차에 탔습니다. 제가 왜 나갔다왔냐고 물었습니다. “ 응.. 아까 박스를 줍는 할머님을 봤는데, 누가 먹다버린 빵조각을 발견하시고는 그걸 드시는거 있지. 그 모습을 보고 할머니께 맛있는 밥을 사드리고
싶었어. 근데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냥 돈만 드리고 왔지 뭐.. ”
그 할머니께서는 돈을 받으시고는 “젊은이 복받아요” 를 몇 번이나 하시더랍니다. 저는 아내가 너무 대견스러워 진하게 뽀뽀를 해버렸지요.
요즘 주위에 너무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나름대로의 핑계로 자기만을 위해 살았던 것 같습니다. 어느 TV 프로그램에 '만원의 행복'이라고 있잖아요. 그런데 오늘 우리는 2만원으로 이제껏 느낄 수 없었던 가장 큰 행복을 느꼈습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해 집시다!! 신청곡: Happy Girl / Together 스웨덴 출신의 남성 3인조 댄스 그룹 '투게더'의 1997년 작품.
황현성 - 그 대포집 아들... - 제가 대학 다닐 때니까, 한 25년이 다 되어 가네요.
그때는 대학 앞의 술집이 지금처럼 깨끗하지도 않았고, 세련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을 상대로 소주에 찌게 하나, 두부 부침이 전부인 대포집이 많았었죠. 그 당시에 저도 자주 가던 대포집이 하나 있었는데요. 얼마 전에 가보니 이제는 흔적도 없어졌더군요. 그런데, 그 집을 떠올리게 된건 술 때문이 아니라, 그 집 아들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 그 아들은 그 동네에서 꽤나 유명했습니다. 대학생이던 우리보다 한참 위로 보이는 나이였는데, 그 사람을 우리는 매일 학교 앞 사거리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항상 사거리 신호등에서 팔, 다리를 크게 휘두르며 이상한 동작을 하고 있었거든요. 어떤 사람은 춤추는 거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교통정리를 하는 거라고도 했습니다.그렇게 그 사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나 그 자리에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여학생들은 놀라서 피하기도 하고, 교통에 방해가 된다고 경찰에게 쫓겨나기도 했던 그 사람...
그때는 저도 별 관심없이 그저 웃음으로 스쳐지났던 그 사람이 이제 궁금해집니다. 왜 매일 그런 행동들을 했을까요? 혹여, 그 사거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 그런 행동을 하게 된건 아닐런지... 다시는 그런 아픔을 겪게 하지 않으려고 그런 어설픈 교통정리를 한 건
아닐런지... 물론 그 이유를 지금 알 수는 없겠죠. 다만, 지금 마흔을 훌쩍 넘겨버린 이 나이에 세상을 바라보자니,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그래서, 그 '대포집 아들'의 그 우스꽝스럽던 동작들이 그저 웃음으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였을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지금에야 듭니다.
눈으로 보는 세상이 다가 아니라는 걸, 마음으로 읽는 세상이 있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나 봅니다. 신청곡: I will / Beatles 비틀즈의 1968년 앨범 'The Beatles'(일명; White Album)에 수록된 노래.
김희진 - 아버지의 낡은 구두 - 어느날이었습니다.
식구들의 신발이 너무 많이 나와서 정리하다가 아버지 신발을 보게 되었습니다. 너덜너덜해진 낡은 구두였습니다.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가족들에게는 아낌없이 주시는 아버지. 그러나 정작 자신의 신발은 너덜해진것도 모르고 일하시는 아버지...
이날 하루종일 울었답니다. 항상 사고 싶은 것만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아버지께
용돈을 탈까 생각만 하던 제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이번 돌아오는 아버지 생신때
처음으로 아버지께 구두를 선물할까 합니다. 신청곡: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 / Tony Orlando & Dawn 미국 출신의 팝 그룹 '토니 올란도 앤 던'이 1973년 발표한 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기록.
2007-04-0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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