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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29일 목요일 음악 에세이 대본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81화 - 바람 부는 봄날


(M) 주제음 - Way back into love


(E) 바람 부는

남     하늘이 온통 흐리다

        황사를 잔뜩 품은 바람이

        거칠게 창밖을 때린다.

        이런 날엔

        왠지.... 우울한 일이 생길 것 같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E) 전화벨

남     여보세요. 그 환자가 또 그래?

        알았어. (한숨) 쉴 틈을 안 주네.

(E) 노크 소리, 문 열고 들어가고

남     윤은서씨, 안녕하세요?

여     나 내보내 달란 말이에요. 내가 정신병자에요?

        왜 환자 취급을 해요?

남     (부드럽게) 그렇다고 병원기물 파손하면 어떡합니까~

        은서씨가 다 물어내실 거에요?

여     물어낼테니까 내보내 주세요.

남     내보내주면, 다시는 자살 시도 안할거에요?

여     내 맘이잖아요.

남     은서씨, 치료받을 때 혹시 어머니 얼굴 봤어요?

여     .........

남     치료는 은서씨가 아니라 어머니가 받으셔야겠던데.

        미안하지도 않아요? 은서씨 목숨을 담보로 그렇게 시위하면

        가장 가슴아플 사람은 어머니라는 생각, 안 들어요? 

여     ...........           

(M) 이럴거면 - 아이비


(E)똑똑 노크소리

남     네.

(E) 들어오는

남     앉아요.

여     ........

남     웬일이에요. 은서씨가 먼저 상담요청을 하구.

여     그냥... 벽하고라도 얘기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정신과 전문의면.. 벽보단 나을 것 같아서.

남     고마워요. 벽보단 나은 사람 취급해줘서.

여     제가 정말.. 치료받아야 할 사람으로 보이세요?

남     네. 누구보다두요.

여     왜요?

남     감기에 걸린다는 건, 그만큼 면역체계가 약해져 있다는 얘기죠.

        은서씨 마음도 그래요. 자꾸만 열이 나고 떨리고 춥고.

        순간적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해 버리는 거.

        그만큼 약해져 있어서 그래요.

여     치료를 하면 나아질 거라고 확신하세요?

남     확신은 못하죠. 그거야...

여     내 의지에 달렸다구요?

남     그래요

여     내 의지에 달린 거면, 치료가 무슨 소용이에요?

        어차피 내가 해야 하는 일인데?

남     내가 도와줄 순 있어요. 왜 그러는데요. 왜 그러는건지

        얘기해봐요. 도와줄께요.

(M) 바보처럼 - 버블시스터즈


(E) 바람 부는

남     안 추워요?

여     네. 지가 아무리 세게 불어봐야, 봄바람이죠 뭐.

        병원 앞마당이래도 일단 나오니까 좀 살겠어요.

남     그렇게 웃으니까 다른 사람 같네요.

        그래요, 이제 좀 말썽 좀 그만 펴요. 나두 좀 삽시다.

여     선생님. 나 어때요?

남     네?

여     저 어떠냐구요. 저, 쌩얼이 이 정도면 예쁘지 않아요?

남     (약간 기막히지만) 은서씨 치료 부문에 공주병은 없었는데

        그것도 추가해야겠네요.

여     난 모르겠어요. 내가 왜... 차여야 했는지.

남     남자한테.. 차였어요?

여     네.

남     그것 때매 죽으려고 했다구요?

여     그 사람 아니면, 살고 싶지가 않았으니까.

남     지구상에 65억명이 사람이고, 그 중에 반이 남자에요.

        남들은 강아지 한 마리 의지해서도 사랑해주면서 잘만 살던데

        그깟 남자 한명한테 채였다고 살고싶지가 않아요?

여     지구상에 65억명이 있으면 뭐해요. 아무리 이쁜 강아지들이 있으면         뭐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 하난데.

(M) 미인 - 이기찬


남     그 뒤로, 윤은서의 담당의는 바뀌었다.

        그리고 얼마 뒤

        간호사로부터, 윤은서의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얘길 들었다.

        식사도 거부하고 우울증이 더욱 심각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E) 문열고 걸어가는 소리, 멈추고

남     윤은서씨

여     ...........

남     은서씨.

여     강아지 얘기 할 거면 나가세요

남     그게 아니라.... 정말 이대로 굶어죽기라도 할 거에요?

여     선생님. 내가 죽기전에 유서 써놓고 갈테니까

        꼭 그 사람한테 전해 주셔야 돼요.

남     은서씨 정말!

        일어나 봐요. 얼른요.

여     나 힘없어요. 왜 이래요. 무슨 의사가 환자를 편하게 해줘야지...

남     환자 죽게 내버려두는 게 의사에요? 글쎄 일어나 보라니까.

여     아 정말... 선생님이 무슨 하얀거탑 장준혁이라도 돼요?

남     내가 장준혁보다 못할 건 없죠.

여     인물이 못한데?

남     네?

(M) 하얀 거탑


(E) 뭔가 먹는

남     잘 먹네. 먹으면서 왜 그랬어요.

여     선생님 어디 갔었어요?

남     네?

여     정신과 치료 담당의가 왜 바뀌었냐구요.

남     그것 때문에 화났었어요?

여     내가 그렇게 까다롭고 귀찮은 환자였어요?

남     그게 아니라... 은서씨 오해에요. 전체적으로 변동이 있었어요.

여     거짓말. 선생님 B형이죠.

남     네?

여     B형이 임기응변에 강해. B형 맞어.

남     (피식) 은서씨가 의사해요.

여     난 딱 보면 알아요. AB형이 그런 눈치 하난 빠삭하니까.

남     보통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애가 없어요.

        그런데 은서씬 안 그래요. 자기를 지나치게 믿고 사랑해요.

여     .........

남     그래서 은서씨는 자신을 죽이는 바보짓 같은 거... 절대 못해요.

(M) 다시 사랑해줘요 / 페이지


(E) 걷는 소리

여     내가 좋아했던 사람요, 유부남이었어요.

남     .....

여     왜 안놀래요?

남     내가 놀라운 얘기 해줘요? 내가 봤던 자살미수 환자들 중 절반은

        유부남을 사랑했던 여자들이었어요.

여     .........정말이에요? 다들 너무 불쌍하다.

남     은서씨가 할 다음 얘기 내가 해봐요?

        남자는 부인한테 마음이 없다고 했고, 곧 이혼할거라고 했다...

        그런데 이혼 안하고 질질 끌더니, 이제는 가정으로 돌아가야겠다고

        한다.... 내 말이 틀려요?

여     ...........비슷해요.

남     거봐요. 내가 은서씨 어떻게 될 건지 얘기해줄까요?

        지금은 이렇게 죽네사네 하다가요, 한 일이년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른 사람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고

        그렇게 잘 살아요.

(M) 잊었니 - T


남     그리고 얼마 후

        외과 치료를 모두 마친 그녀는

        퇴원하게 됐다.


여     선생님. 저 이제 가요. 통원치료만 하면 된대요.

남     그래요. 이제 우리 보지 맙시다.

여     왜요? 저 보고 싶지 않아요?

남     네? 아니.. 내 말은... 또 안좋은 일로 병원에 실려오지 말란 거죠.

여     그럼... 병원 밖에선 봐두 된다는 얘기죠?

남     네? 

여     선생님은 절대 장준혁처럼 능력있는 의사 같진 않은데요.

        좀 웃겨요.

남     ......뭐에요?

여     (웃음) 그래서 같이 얘기하면 좀 재밌긴 해요.

        최소한 벽보고 얘기하는 것 보단.

(M) 러브러브러브 - 에픽하이


(E) 시끄러운 까페

남     내가 왜 여기 와있는지 모르겠다.

        차라도 한잔 마시자는 전화를 받고

        조금 망설이다가

        왜, 바쁘다며 거절 못하고

        여기까지 오게 된건지.


여     선생님. 먼저 오셨네요?

남     어. 왔어요?

여     (콜록콜록)

남     왜 그래요? 몸이 또 안좋아요?

여     황사 때문에요. 목이 칼칼해요.

남     아직 몸상태가 좋지 않을텐데, 조심해요.

여     선생님. 우리 삼겹살 먹으러 갈까요?

        황사엔 그게 최고라던데.


(E) 지글지글 삼겹살 굽는 소리

여     와... 맛있겠다.

남     삼겹살엔 소주가 있어야 되는데.

여     시켜요 그럼. 아줌마! 여기 소주 한병요.


남     지금 보니, 이 여잔

        정말 밝고 귀염성이 있다.

        두어달 전에 자살을 시도했던 여자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

(M) 이런 남자 없나요 - 이소은


(E)소주잔 부딪치는

남     천천히 마셔요.

여     나 술 세요. 걱정 말고 드세요.

남     그래두... 컨디션이 아직 정상은 아닐테니까.

여     치... 누가 의사 아니랄까봐.

        선생님, A형이에요? 세심한 게 A형 같기도 해.

남     왜 이렇게 남의 혈액형에 관심이 많아요?

여     혈액형이 뭔데요.

남     안 가르쳐 줘요.

여     싫음 말아요.

남     좋아 보여요.

여     그래요?

남     네.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시작이 잘못됐던 거지

        은서씨는 밝은 사랑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다시 시작하면 돼요.

(M) 두 사람


(E)걷는 

여     ......이 흙바람 속에서도 목련이 폈네요.

남     그러게요. 언제 폈지?

여     퇴원했더니, 꽃들이 여기저기 그림처럼 펴 있더라구요.

        개나리며 산수유꽃이며...

남     살아나길 잘했죠? 이 좋은 봄풍경도 못보고 갈 뻔 했잖아요.

여     선생님. 나 내가 안 죽을 거 알고 있었어요.

남     네?

여     나 자취방에서 약 먹기 전에, 항상 그 사람한테 전화했었거든요.

남     .........

여     그 사람이 날 구해줄 거, 알고 있었어요.

남     그건 그 사람한테 고문 아닐까요?

여     ..............

남     그 여자가 바라는대로 해줄 수도 없는데

        그렇게 목숨 걸고 시위하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잖아요.

여     난.. 그 사람한테 이혼하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냥... 그렇게 가끔 만날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내 마음을 그렇게 다 가져가놓고... 왜 그것도 못해준다는 건데요.

남     은서씬 왜 자기만 생각해요?

        그 사람, 그 사람 아내, 그 사람 부인, 그리고 은서씨를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 생각 못해요?

여     선생님이 뭘 알아요?

남     알든 모르든, 은서씨 당신은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어리광만 부린다고, 세상이 당신 맘대로 되진 않아요. 알아요?

(M) 꽃피는 봄이 오면


=============================================1부 끝


남     나에게 야단 아닌 야단을 맞고

        아무 말도 못하면서 그냥 고개 숙인 채

        눈물만 뚝뚝 흘리던 은서가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다.


(E)전화 하는

여     여보세요

남     나에요. 

여     .....알아요.

남     내가 그땐 말이 좀 심했어요. 마음이 쓰여서.

여     .... 괜찮아요. 마음 쓰지 마세요. 끊을께요.

남     저 은서씨.

여     ........

남     오늘 저녁에.... 잠깐 만날래요?


(E) 조용한 까페

여     이렇게까지 안하셔도 되는데. 진짜 좋은 의사라는 칭찬, 듣고 싶으셨        나부다.

남     그런 게 아니라.. 은서씨. 나는 그냥... 왜 그런지.. 은서씨가 안쓰러워        요. 그리고 안타까워요.

(M) 내 사람 - 모세


(E)찻잔 소리, 멀리서 빗소리

남     그녀는 한참이나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여     밖에 비오네요.

남     네. 

여     우리 높은 데 가서 비오는 거 볼까요?

남     네?

여     선생님. 내가 비밀 하나 가르쳐 드려요?

남     ....

여     나 원랜, 자살 같은 거 할 생각 없었어요.

        맨 처음에... 비가 많이 오는 날... 우리 회사 옥상 위에서

        비오는 풍경 보고 있는데. 경비 아저씨가 신고를 한거에요.

        그거 알고, 그사람도 쫓아오고.

남     그래서 그 뒤로 그 사람 불러내려고 자살시도를 했단 거에요?

여     뭐 어느 정돈. 나 진짜 사이코 같죠.

남     그러니 정신과 의사를 만났겠죠.

여     (웃고) 

(M) 비와 관련된 경쾌한 음악


(E) 비 쏟아지는 소리 한참 동안 들리고

여     (약간 소리 높여) 어때요? 너무 좋죠.

남     .........나 우산 쓰면 안돼요?

여     안돼요. 비는 이렇게 맞아야 제맛이에요.

남     그래도 지금 비에... 황사에... 뭐 별 게 다 들었을텐데.

여     뭐 어때요.

        그냥... 머리 좀 빠지고 말겠지.

남     안돼요. 나 안 그래도 원형탈모증 있어서 스트레스받는데.

여     어머. 선생님두 스트레스같은 거 받아요?

        하두 잘난 분이라 그런 거 안 받는 줄 알았는데?

남     아유 참. 내가 말을 말아야지.

여     보세요. 서울 야경 멋지지 않아요?

남     .........뭐 봐줄만 하네요.

여     빗속에서 불빛들이 반짝이는 거 보면요.

        저 안에 사는 사람들은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져요.

        따뜻한 저녁상을 차리고 있을까?

        누군가에게 청혼을 받고 있을까?

        아님 나처럼, 실연 당해서 울고 있을까?

(M) 서울도 비가 오면 괜찮은 도시 - 김현철


(E) 비 오고, 와이퍼로 창문 닦는

여     (추워 죽는) 어... 추워.... 히터 좀 더 틀어봐요.

남     그러게 고집 피우더라. 시트 다 젖겠네.

여     어우. 지금 시트가 문제에요?

        틀림없이 A형이야 A형.

남     그 옆에 수건 있어요. 머리라도 좀 닦아요.

(E)탈탈 터는

여     그래도 기분 좀 후련하다.

남     그럼요. 나, 유능한 의사 맞죠?

여     (기막힌 듯 웃고) 네. 맞아요. 세상에서 최고에요.

남     세상에서 최고 비싼 의사, 맨날 공짜로 상담받게 해 줘요?

여     네?

남     은서씨가 부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불러도 된다구요.

        상담은 공짜구요, 가끔 밥도 사줄 수 있구요.

        또 가끔은 삼겹살에 소주도 사 줄 수 있구.

        비올 때 옥상에 같이 올라가 줄 수도 있구,

        또 가끔은 힘들 때 어깨 빌려줄 수도 있구.

        어때요? 

(M) Pop goes my heart -휴그랜트


여     .........저기 내가 혹시 착각해서 망신당할까봐

        그냥 물어보는 건데요. 나한테 지금 사귀자는 얘기 하신 거에요?

남     네. 

여     왜요?

남     네?

여     아니 왜요? 뭐, 내가 먼저 사귀자는 건 말이 되지만.

        사실 그렇잖아요. 모를까봐 얘기해주는건데.

        나 지방출신이라 혼자 2000만워짜리 반지하방에 자취하고 있구요.

        전에 다니던 회사도, 유부남이랑 바람 핀 거 다 알려져서

        짤렸거든요? 

남     ..........상관 없어요

여     그렇게 말하니까 꽤 멋있긴 한데요. 지금 속으로 후회하고 있죠.

남     .......왜 그래요 진짜. 싫어요 좋아요.

여     나랑... 왜 사귀려고 하는데요?

        불쌍해서? 아님 특이해서?

남     ........진짜 이럴 거에요?

여     나한텐 중요한 문제란 말이에요.

        내가 그냥 좀 신기해서 몇 번 만나보다가 헤어지자 그럼

        나 또 확 자살할지 모르는데?

(M) DON'T WRITE ME OFF -휴그랜트


(E)차 끽 멈추는

여     왜 이래요? 나 여기서 내리라구? 비오는데?

남     좀 앞서가지 좀 마요.

여     ........그럼 왜요.

남     나도 모르겠어요. 은서씨. 뭐 그렇게 이쁜 편도 아니고

        가끔 사람이 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유부남이랑 연애한 과거도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냥... 좀.....(머뭇머뭇)

여     (답답) 그냥 좀... 뭐요.

남     좋아요.

여     .........내가 진짜 좋아요?

남     진짜..까진 모르겠는데. 어쨌든 좀 좋아요.

여     좀 좋은 것 갖고 어떻게 연애를 해요!

남     (에라 모르겠다) 그래요 좋아요. 좋아.

여     .............정말이죠? 나 그럼 이제부터 껌처럼 딱 달라붙어요.

남     왜 이래요 무섭게.

(M)미저리  / 쿨


남     내가 정말 실수를 한걸까.

        그녀는 정말 나에게 딱 달라붙었다.


(E)전화벨 

남     여보세요 

여     여보세요. 자기야, 나 여기 병원 아래. 점심 같이 먹게 내려와.

남     나 약속있는데?

여     누구랑?

남     병원 사람들이랑.

여     내가 도시락 싸왔는데.

남     ........선약이 있는데 어떡하냐 그럼.

여     나..... 이거 김밥 싸느라 새벽 4시에 일어났는데.

남     미안한데...

여     병원 사람들은 맨날 보는 사람들이구.

        내가 이런 거 싸서 365일 맨날 오는 사람도 아니구...

남     알았다, 알았어. 널 누가 말리냐?

(M)기다려 늑대 / 줄리엣


(E)도시락 뚜껑 여는

남     이게 뭐야

여     김밥

남     새벽 3시부터 싼 거 맞어?

여     왜?

남     뭐가 이렇게 부실해. 옆구리는 다 터져가지구

여     먹어봐. 모양은 다소 그래두.... 맛은 끝내줘.

(E)먹고

남     (?!) 끝내주긴. 너 아주 참기름으로 반죽을 했냐?

여     고소하고 맛있지 않어?

남     느끼하잖아. 

여     ..........그래서... 못먹겠다구?

남     아니 누가 그렇대? 먹긴먹는데.... 김치는 없냐?

여     그런 게 어딨어. 혼자 자취하는 불쌍한 자취생이.

남     알았다. (휴~)

(M) 식사부터 하세요


(E)걷는 

남     이제 가 봐. 나 점심시간 끝났어.

여     저녁엔 뭐해?

남     회식 있어.

여     지난주에도 했잖아.

남     또 있어. 이번엔 우리 동기 모임이라..

여     ..............자기 여자 생겼지.

남     뭐?

여     나 옛날에 그 사람 만날 때두, 그사람이 자기 부인한테

        맨날 회식 있다 그러구 왔었단 말이야.

남     (어이가 없는) 그래서.

여     그러니까 자기두 수상하다 이거지.

남     나 너랑 이렇게 실랑이 할 틈 없어. 얼른 가.

여     이거 봐 이거 봐. 날 대하는 눈빛도 달라졌어.

남     (버럭) 진짜 짜증나게 할래? 빨리 가라구!

(M) 가


(E) 계단 올라오는

여     (약간 괴기스럽게) 자기야 

남     엄마야!

여     이제 오는거야?

남     야, 너 여기서 뭐해.

여     자기 기다렸잖아. 전화도 안되구.

남     너 진짜... 이럴래? 왜 이래.

여     ..................미안

남     너 자꾸 이러면 나 너한테 질려.

여     ..........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너무 불안해서 그래.

남     뭐가.

여     자기가 나 떠날까봐.

남     ........... 나 요즘.... 세미나다 뭐다 해서 정신도 없고

        바빠. 미안한데 은서야. 우리 나중에 만나자.

여     ......응? 그게.... 무슨 얘긴데?

남     나중에..... 나중에.....

(M)   Goodbye / Air Supply


남     은서가 왜 그러는지, 알 것도 같았지만

        바쁜 스케쥴 속에서

        그녀의 투정과 어리광까지 받아주기엔

        여력이 없었다.

        마음 한 구석으로 그녀가 걱정되면서도

        그렇게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던 어느날.


(E) 전화벨 울리는

남     여보세요

여     여보세요, 나야.

남     어..... 은서야.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여     잘 지내나 궁금해서.

남     잘 지내.

여     .............실은 우리 나중에 만나자는 약속 못지킬 것 같애.

남     응?

여     나 자신이 없어. 자기가 나한테 왜 그랬는지도 잘 알구.

        내가 얼마나 이상해 보였을지도 알구. 그런데 앞으론 안 그럴거란

        자신이 없어.

남     은서야.

여     나두 내가 좀 더.... 성숙했으면 좋겠어. 못 그래서 참 속상해.

(M) 잘 가 - 메이비


남     전화를 끊고 멍하게 있는데

        갑작스러운 불안감이 엄습했다.


(*에코) 

여     나 자취방에서 약 먹기 전에, 항상 그 사람한테 전화했었거든요.


(E)비오는데 마구 뛰어가는

남     이번에도 그녀가 그런 건 아닌지..

        내가 너무 늦게 도착하게 되는 건 아닌지..

        누구보다 그녀가 약한 걸 알면서...

        알면서 시작해 놓고 왜 난 그걸 참지 못한건지...

        후회가.. 안타까움이 가슴을 때렸다.


(E) 대문 벌컥 여는

남     은서야! 은서야! 은서야!


여     ...........뭐해 거기서?


남     날 말갛게 보는 그녀는. 한손에 말다 만 김밥을 들고 있었다.


여     왜 이렇게 젖어서.... 머리 빠진다고 비 맞기 싫다더니.

남     너..... 그거 뭐야.

여     김밥... 

남     이 밤중에 김밥은 왜 싸.

여     ........나중에 다른 남자 만나면, 그땐 맛있는 거 주고 싶어서

        연습하는거야

남     그런 연습은 뭐하러 해. 어떤놈을 주려고!

여     ..........

남     연습하지 마. 그냥... 니가 싸준 거 내가 다 먹을게.

        설마 그거 먹는다고 죽기야하겠어?

여     뭐어?


남     눈물 그렁해서 날 흘겨보는 그녀를 꼭 껴안는다.

        창밖으로, 세찬 흙바람이 지나간다.

(M) 주제음





2007-03-28(1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