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3월 13일 (화) 김기덕의 골든 디스크 / 차 한잔 하시죠 박미정 - 아버지 -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가슴이 저려옵니다.
잊고 있었던, 아니 잊어버리려 무진 애를 썼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저의 뇌리 한 켠에서 용트림을 해 오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거리의 사진사'였습니다.
그 바람에 어릴 때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들이 앨범 세 권을 차지하고도 남아돌 정도입니다. 아주 어릴 때는 그런 아버지가 계셔서
너무 좋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저를 쫓아 다니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뵐 때면 반가운 감정보다는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행여 친구들에게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이 들키기라도 할세라, 슬슬 피하기까지 했습니다. 아버진 주로 공원이나 유원지에서 일을 하셨지만
졸업시즌이 되면 그 곳의 일을 접고서라도 졸업식장으로 가시곤 하셨지요. 아마 중학교 졸업식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 날 아침도 아버지는 분주하게 필름을 챙기고 카메라 점검을 하시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런 아버질 뒤로 하고 학교를 갔지요. '아버지가 부디 우리 학교에 오시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식이 끝날 즈음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는데, 순간 까만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계신 아버지의 모습이 저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갑자기 가슴이 콩닥거리면서 빨리 식이 끝나 그 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구요. 다행히 아버진 저를 발견하지 못하신 것 같았습니다. 저는 기다렸다는 듯이 식이 끝나자마자 같이 다니던
단짝 친구와 교정을 빠져 나왔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졸업 축하를 받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던 그 때, 학교를 빠져 나온 저는 친구와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이런 날 마땅히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쓸쓸함이 밀려 오더군요. 물론 제가 자초한 일이지만요.
텅 빈 극장에 자리 잡고 앉아 대형 스크린만 주시하다 돌아오고 말았죠. 가끔 TV에서 그 때 본 영화를 해 주는 날엔, 아릿한 기억 때문에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아버지, 제가 그 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 자식 키우면서 그 때 아버지가 어떠했을지 생각하면 눈물이 먼저 앞을 가립니다. 아들 녀석이 뚱뚱하게 퍼져있는 제 모습이 싫다고
예쁘게 하고 학교 오라고 할 땐 많이 서운하더라구요. 아버지, 죄송해요. 맏딸이라 유난히 저를 사랑해주셨던 아버지셨는데
저는 그런 아버지의 손길이 부담스러워 피하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행여 자식들 고생시킬까봐 당신의 손발이 부르트도록 애쓰신 우리 아버지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신청곡: L.O.V.E / Nat King Cole &
Natalie Cole
김성국 - 시간은 흘러가도 - 오랜만에 아내와 데이트를 했습니다. 아내의 손을 잡고 도심 속 개천이 흐르는 곳도 거닐고, 시내에 가서 이런저런 구경도 했습니다.
때로는 자동차가 짐이 될 때가 있다는 아내의 말에 차는 아예 집에 두고 걸어갔는데, 아내 말 듣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가 없으니 주차 걱정이나 시간을 뺏기는 일도 없고, 아내의 손을 놓을 일도 없었으니까요. 근처에 학교가 있어서 그런지, 밥값이 참 싸더군요.
아내와 오붓하게 앉아 2500원짜리 식사를 하는데, 우리부부가 처음 만났을 적 이야기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땐 만원으로 영화도 보고 간식도 사먹고 정말 풍족 했었어 그치?"
아내는 우리가 처음 만난 15년 전을 떠올리며 어느새 자신이 마흔이라는
나이를 먹었다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더군요. 아내의 말을 듣다보니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른다 싶었습니다.
정말 엊그제 만나 결혼한것 같은데 어느새 우리부부가 함께 산 세월이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으니까요.
점점 주름살이 늘고 비록 모습은 변해 가지만,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기억하며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말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그 시절로 다시 되돌아 갈순 없지만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하며 살겠노라고 말입니다.
신청곡: Love is in your eyes / Gerard Joling
안정민 - 못난 딸..... - 서른 아홉에 혼자 되셔서 노점 장사, 파출부, 안해 본 일 없이 열심히
사시면서 우리 남매 대학 공부까지 마쳐 주신 우리 엄마....... 철없을 땐 엄마라면 당연히 엄마가 자식들을 위해 해야 할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했죠. 대학을 졸업하고 엄마한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드려야 했는데,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겠다며 졸업하던 그 해에 바로 결혼을 했습니다.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나니 엄마는 그 젊은 나이에 우리를 어떻게 키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 전, 엄마의 거칠고 굵어진 손마디를 만져 보면서 ‘정말 이렇게 힘들게 우리를 키워주셨구나’ 하는 생각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자식들 키워 주시고도 자식들한데 풍족하게 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입버릇처럼 말하시는 우리 엄마. 아직도 일을 하고 계셔서 이제 그만하시라고 하면, “아직 힘 있을 때 일해야 나중에 자식들한데 손 안벌리지” 하십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아직도 늘 받기만 하는 못난 딸이네요.
아버지 계셨을 땐 화장도 하시고 치마도 자주 입으시고 봉숭아 물도 손톱에 들이실 정도로 멋쟁이셨는데 자식들이 뭔지, 사는게 뭔지......
꽃만 보면 좋다 좋다 하시는 엄마를 위해 올 봄엔 엄마가 좋아 하시는 꽃들, 실컷 보시게 꽃놀이라도 모시고 가야겠네요.
엄마 딸로 태어나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항상 건강하세요. 그리고 너무 너무 사랑합니다.
신청곡: Windflowers / Seals & Crofts
박나림의 차 한잔 하시죠
김옥주님 사연
이근혜 - 학교 앞 문방구 - 지난 3월 2일. 우리 딸아이가 전학 간 학교에 처음 등교했습니다. 학교에서 체육복을 준비하라고 해, 저희는 학교 앞 문방구에 갔습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체육복 가격을 물어보니, 아주머니도 올해 처음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터라 가격을 정확히 모르시더군요. 그러시면서 다른 학교 체육복이 9천원이었으니 이것도 그 정도 할 것이라고 하셨고, 전 9천원을 지불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아이 준비물을 사러 다시 그 문방구에 들렀습니다. 아침 시간이라 문방구 안은 준비물을 사려는 아이들로 붐볐습니다. 그런데,
주인 아주머니가 저를 한참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는거예요. “ 혹시 지난 금요일에 체육복 사간 엄마 아니요??"
“ 네.. 맞는데요.. ” “ 그 때 그 체육복말이에요. 8천원이더라구요. 제가 천원을 더 받았네요.
애기 엄마 언제 오나... 한참을 기다렸지 뭐예요 ” 그 순간 그 천원은 그냥 천원이 아니라 저에게는 수백 만원보다 더한
따뜻함을 주었습니다. 그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말할 사람이 없었고, 또 그 바쁜 와중에도 저를 알아보고 꺼내주신 천원..
불신과 사기가 판치는 이런 세상에, 그것도 초등학교 앞에서 그런 삶의 자세를 가지고 계신 아주머니가 계시다니.. 우리 초등학교는 정말
행복한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모습을 알게 모르게 배워갈 것이고.. 그렇게 살다보면 우리사회도 좀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겠지요?
신청곡: Bridge over troubled water / Singers
김인숙 - 너무 아름다운 - 얼마 전,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우리 집 밑에 전원주택을 짓고 주말이면 항상 서울에서 내려오시는 멋진 아랫집 언니에게서 말입니다.
언니네 식구들은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고, 우리집 식구는 저의 건강 때문에 시골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웃으로 살다보니 서로가
각자의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전화를 한 언니는 대뜸 이렇게 말하더군요. "지금 돈 오백 넣었어"
"무슨 돈이요?" "요즘 너 힘들잖아"
그렇습니다. 언니는 제가 채소를 심든, 나무를 심든 수입원이 될 수
있는 것을 뭐라도 하라는 얘기였죠. 저는 너무나 깜짝 놀랐습니다. 형제지간도 대책 없이 시골로 내려온 우리의 생활을 염려 하지 않는데,
아랫집 언니는 돈 얘기도 한 적이 없는데 우리 형편을 먼저 안 모양입니다. 정말 깜짝 놀라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맘 가짐이 생겼습니다. 언니의 사랑과 관심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다짐말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
친척들도 형편이 어려우면 혹 돈 빌려 달라고 할까봐 가까이 하지 않는 세상이라고 하던데 말이죠. 정말 목소리도 예쁘고 마음씨도 예쁜 아랫집
언니... 언니 가족에게 언제나 행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신청곡 : You're Beautiful / James Blunt
2007-03-1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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