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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20일 (화) 김기덕의 골든 디스크 / 차 한 잔 하시죠
권영남
김기덕님 안녕하세요. 우리 딸 아이가 연애를 한다네요. 직장동료인
남자친구는 딸 아이보다 네 살 위인데, 성실하고 자상한 면에 이끌려 동료들 눈 피해가며 사귄지 벌써 1년이 넘는다고 엄마인 제게 귀뜸해 주더군요.
가정 형편 상, 딸 아인 동생과 함께 원주에서 살고 있는데, 매일 전화 통화로 안부를 묻고 ‘밥 잘 챙겨 먹는냐’, ‘차 조심하라’는 등, 일상의 대화를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딸 아이 목소리에 언제부턴가 기쁨이 묻어나는
겁니다. 젊은 남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오십을 넘긴 엄마에게까지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딸 아인 사랑에 푹 빠져있습니다.
딸이 연애하는데 제가 왜 이리 가슴이 뛰고 설레이는지요? 그 옛 날 27살이 넘도록 연애 한 번 못하고 중매로 만난 남편과는 그저 어른들 말씀따라
순종하며 가슴 설레이지도, 애뜻하지도 않으면서 지금껏 살고 있습니다.
살면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감히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요즘 세상은 너무나 쉽게 부부의 연을 끊더군요.
딸 아이의 연애 소식에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도 됩니다. 얼마 전에는
딸 아이가 목소리에 힘없이 남자 친구와 헤어져야겠다는 거예요.
마음이 맞지 않아 못 사귀겠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동안 들었던 남자친구의 성실함에 훗날 결혼까지 생각했던 딸 아이의 말에 가슴이 내려앉아,
전화로는 안되겠다 싶어 당장 편지를 썼습니다. 20년 넘게 다른 환경과
다른 문화에서 자라온 사람들이 어떻게 마음이 맞을 수 있느냐,
잘해주기만을 바라지 말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이해 한다면 안되는 일이
없는거야, 같은 형제끼리도 마음이 안맞는데 하물며 생판남남끼리
단시간에 마음이 맞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엄마 아빠는 마음이
맞아서 지금껏 살고 있는 줄 아느냐, 맞추어가며 사는게 가정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다행히 딸 아이는 남자친구와 화해하고 지금 잘 사귀고
있답니다. 오늘 저녁, 전화로 들려오는 딸의 목소리에 행복과 기쁨이
묻어나 엄마인 저까지 설레게 하겠지요. 딸 아이가 결혼하게 되면 다시 한번 편지하겠습니다.
신청곡: You Needed Me / Anne Murray
캐나다 출신의 팝 컨트리 가수 '앤 머레이'의 1978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No.1 기록.
전희림
- 다시 한번 교복 입어봤으면..... -
기덕 오라버니..... 요즘 교복값이 정말 비싸죠??
작년에 우리아들 교복을 맞출때도 이십만원정도 줬던거 같습니다.
30여년전 제가 중학교에 입학할 때를 떠올려 봤는데요,
그때 교복은 주름치마에 윗도리는 세라복이었어요.
집안형편이 넉넉하지 못해서 엄마가 교복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윗도리만 구입하다보니 아래 위 색깔이 약간 달랐어요.
어린나이에 조금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치마주름을 너무 넓게 잡아서 몇일 지나면 주름이 펴지고 말아요. 그러면 어머니는 물을 잔뜩 뿌려서
뜨거운 방바닥에 깔고 주무십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주름이 칼같이
잡혀 있었죠. 저는 외출할때도 교복을 자주 입었습니다.
교복을 입으면 행동을 조심하게 되더라구요. 마치 선생님이 제 뒤를
따라 다니시는 것처럼 말이에요. 교복은 단정하게 입어줄때가
제일 보기좋은 게 아닐까요? 교복은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지 않아도..
치마가 무릎위로 달랑 올라가지 않아도.. 바지통이 넓어도,,
교복이기 때문에 촌스럽지 않고 보기 좋은 옷인 것 같습니다.
학생만이 입을수 있는 교복.... 그 특권을 살려 교복을 사랑하고
잘 입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청곡 : Rivers of Babylon / Boney M
혼성 4인조 유로 댄스 그룹 '보니 엠'의 1978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30위까지 기록했던 노래. 보니 엠의 초기 히트곡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렸다.
임윤재
- 고향들판 봄나물을 뜯으며..... -
지난 주말에 저는 제 고향 충청도에 다녀왔습니다. 설 명절에 시댁 차례
때문에 못 가기에 미리 다녀 온 길이었는데, 고향집에는 덩치가 큰 누렁이가 복스러운 털을 휘날리며 나를 반겨 주었습니다. 어머님은 어디가고
안계시기에 밖으로 나가서 내가 어릴 적, 자라며 뛰어 놀던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보는데, 그 때 그 모습으로 몇 십 년 동안 고즈넉한 돌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한적한 마을 들판에는 싸늘하면서도 시원한 바람과
함께 엷은 안개가 자욱했습니다. 들판을 가로 질러 한가로이 걷고 있는데, 양지바른 언덕사이로 봄나물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참쑥이
파릇파릇 돋아 나 있고, 톳나물과 명아주, 비름나물, 냉이도 가득했습니다.
아이들이 사라진 고향들녘에 그 옛날 내가 동네 친구들과 함께 봄나물 뜯던 생각이 나서 그것들을 하나씩 손으로 뜯어 치마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몇 발짝 안가서 가득가득한 봄나물을 뜯으며 나는 신이 났고 그냥 길에
깔려진 보석들을 거져 줍는 기분이었습니다. 쌉싸롬 하면서도 상큼한 냄새가 나는 봄나물들은 차갑게 손에 닿으면서도 왠지 기분이 흡족했습니다.
어릴 적 대바구니에 부엌칼을 담고 진흙에 손이 시려도 친구들과 들판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자라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났습니다.
“누구네 언니는 서울 가서 차장을 한다는데 돈을 많이 벌어 설 때
동생들 옷을 많이 사가지고 왔다더라!”
“누구네 오빠는 서울 가서 유명한 대학에 들어가 멋진 대학교복을 입고
내려왔다더라!” “누구네 아저씨는 서울 가서 한 매기 잡았다더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꿈을 키우고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서울 얘기만
하면 나는 서울에 가고 싶어 애간장이 타고 눈물이 났었습니다.
이제 난 서울에서 산지가 30년이 넘었고 그 때, 그 나물 캐던 친구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지만, 오늘 저녁 고향에서 손으로 뜯은
이 봄나물을 삶아 밥상에 올리고, 나 혼자만의 추억을 먹으며 그 때 그 시절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것입니다.
신청곡 : Words / Bee Gees
비지스의 1968년 작품으로 싱글 차트 15위까지 오른 히트 발라드.
박나림의
차 한잔 하시죠.
김평화님
사연
구상훈
- 당신을 사랑합니다. -
고등학교 시절, 전 학교에서 문제아였습니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라고
하지만, 전 다른 사람들보다 더 지나친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왔습니다.
그게 지금은 너무 큰 후회로 기억되네요. 중학교 3학년.
부모님 말씀 한번 어긴적 없고,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잘지내며, 성적 역시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던 전 선생님, 부모님, 친구들까지 의심할 여지없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무난히 진학할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험을 앞둔 제게 찾아온 첫사랑은
제게 너무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친구의 누나였던 그 여자는 제게 너무나 큰 행복을 주었고, 시험을 한달여 앞둔 어느 날 제게 알수없는 이별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전 그 이별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시험을 치렀고,
시험지 글자 하나하나가 그 여자의 이름으로 보이고, 결국 백지로 답안지를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전 인원이 미달된 실업계 고등학교에 겨우
입학할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거침없는 사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괜히 사회가 미웠고, 제 주변에 누군가가 있는 것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매사 부정적 성격이 강하게 자리잡아, 수도 없이 싸움을 하고, 술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결국 아버지께서 학교에 오시게 되었습니다.
교무실앞에서 벌을 서고 있던 전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지만 외면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아버지가 나오셨습니다. "아들.. 일어나.. 집에 가자.."
"예? 저 아직 수업 안끝났는데요??" "괜찮아.. 오늘은 아빠랑 같이
땡땡이 치자..어서 일어나.." 그렇게 전 아버지와 함께 학교를 나왔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삼겹살과 소주를 샀습니다. 집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먹으며 아버진 제게 "낮술은 한잔 이상 먹지마.. 너 이 아빠도 몰라볼라.."
하시며 제게 술을 한잔 건내 셨습니다. 중학교 이후 처음으로 아버지와
마주 앉은 자리였습니다. 어색하기도 했지만, 웬지 가슴이 따뜻해 왔습니다. 소주 기운인지.. 아님 아버지의 낮은 음성때문인지... 그때 아버지와 나눈
대화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때 아버지가 제게 건내 준 한 잔의
술은 아직도 제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날 이후 제 생활도 조금씩
변했습니다. 사회에 대한 미움은 점점 사라져갔고, 주변에 친구들도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친구 같던 아버지는 요즘 제게
자주 말하십니다. "자기 닮은 손자 보고 싶다고.."
올해는 꼭 아버지 소원 이루어질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네요..
아버지.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신청곡: Everlasting Love / Jamie Cullum
영국 출신의 남성 재즈 가수 '제이미 컬럼'의 2004년 곡.
영화 '브리짓 존스 다이어리 속편'의 주제가로 쓰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안순애
- 엄마의 생신날 -
작은딸이 본 엄마의 모습. 다섯 살 때, 시골에서 올라와 전세를 살던
우리 가족은 2년 만에 넓은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결혼해서 살다 보니
집을 장만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습니다. 몸이 아프셔서 한번도 월급봉투를 전해주지 못하신 아빠를 대신해 엄마는 주인집 딸이 자신의
두 딸을 무시하고 못살게 구는 것이 가슴 아파, 이 일 저일 안해본 일 없이
열심히 일을 하셔서 마련한 집이었습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작은딸은 비가 오면 학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감기 때문이었지요. 그 딸이 중학에 가면서 버스를 타야 했습니다.
멀미 때문에 버스를 타지 못하는 딸을 자전거에 태워 매일 아침 등교를
시켜 주셨습니다. 다른 세 명의 자녀들보다 맛있는 것이 있으면 먼저 먹이고 예쁜 옷이 있으면 먼저 입히셨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자주 힘들어 하는 작은딸을 등에 업어 등하교를 시키신 울 엄마... 시집을 간 딸보다 더 자주 전화해 '어디 아프지는 않니? 정서방 고생 그만 시키고 약 잘 챙기고...
날씨가 춥다. 감기조심해라'. 늘 먼저 안부를 묻는 엄마.
며칠 전에는 '어디니? 몇번이나 전화했는데 안받아서 걱정했다. 니가 그래도 나보단 오래 살아야 하잖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나이가 드신 엄마는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계십니다. 어렸을 적 저 때문이겠지요.
무거운 딸을 늘 업고 계셨으니까요. 엄마를 위해 아무것도 못하는 제가 미워집니다. “엄마, 관절염엔 수영이 좋다는데.. 내가 수영장 끊어 놓을게
다녀보세요.“ “ 나 바빠서 수영장 못 다닌다.”
딸자식 힘들게 사는데 돈 들까봐 정색하는 엄마.. 왜 모르겠어요.
엄마의 생신은 설 전날입니다. 음력 12월31일에 태어 나셨거든요.
올해는 제가 차린 음식을 꼭 드시고 싶다고 하십니다. '엄만 며느리도
있는데 꼭 내가 해야해? 난 시댁 가서도 하잖아~' 그렇게 말했지만 이번엔 엄마가 좋아하시는 음식을 해가려고 합니다. 엄마...생신 축하드리구요....
작은딸이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는거 알죠... 건강하세요....
신청곡: Donna / Los Lobos
멕시코계 출신의 5인조 라틴 록 그룹 ‘로스 로보스’의 1987년 작품으로
인기 차트와 상관없이 국내에서 히트.
2007-02-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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