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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30일 화요일 대본 및 수록곡
 

2007년 1월 30일 (화) 김기덕의 골든디스크 / 차 한잔 하시죠

 

 

박진수 


  - 기억속의 향기... -

  

얼마 전... 제가 그녀와 이별을 하고 매일 매일 힘겨운 나날들을 보낸지... 한 달이 채 안된 것 같습니다. 어제는 저에게 냄새를 맡게 되는 코가 있음을 원망하게 된 하루였지요. 어제 저녁 고단한 하루를 끝내고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면 편하긴 하지만, 그녀와 이별하고 혼자서 쓸쓸히 차안에 앉아서 운전을 할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버스를 탑니다. 버스를 타면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되고, 그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내가 혼자가 아님을 느끼며 위안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어제는 오히려 그 위로의 길이 부메랑이 되어서 제 가슴에

처가 되고 말았죠.  향수...  어제 전 제 코를 의심했습니다.

항상 내 곁에서 느껴지던 그 향기가 다시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리 보아도 그 사람은 없었습니다. 단지 낯선 여자만 제 옆에 서 있었을 뿐...

하지만,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녀 생각 때문에 전 현기증이 났고,

더 이상 그 곳에 있을 수 없어 서둘러 내리고 말았습니다.

30분이 넘는 시간을 걸으며 집으로 오는 길... 난 후회와 그리움 그리고, 그녀 없이도 잘 살수 있을 거라는 저의 오만함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길가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한잔 마셨지요.

한 시간이나 내 코언저리에서 머물던 그녀의 향기를 그렇게 알콜 냄새를 빌려서 날려 보냈습니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 남은 그녀의 향기는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내 기억에, 내 가슴에 머물러 있을 것 같습니다. 


신청곡:   Por una cabeza  /  Carlos Gardel

아르헨티나가 배출한 인기 배우 겸 가수, ‘까를로스 가르델’의

1935년 작품. 이 곡은 알 파치노 주연의 1992년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와 ‘가브리엘 앤워’의 탱고 장면에 쓰이면서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이미경 


- 호떡 사다주시던 아버지 -

 

어제는 남편이 퇴근하면서 봉지가득 붕어빵을 사와서 그거 먹느라

저녁밥도 제대로 못먹었어요. 밥은 먹기 싫다면서도 붕어빵은

배 부른줄 모르고 먹어대는 아이들을 보니, 저 어릴 적에 아버지가

퇴근하시며 사들고 오시던 호떡생각이 나지않겠어요?

그 시절엔 지금처럼 호떡 반죽안에 땅콩이니 아몬드도 들어 있지 않았고, 하얀 밀가루 반죽 안에 달랑 흑설탕 뿐이었지만, 그 맛이 얼마나 꿀맛이던지, 매일저녁 아버지보다도 호떡을 더 기다렸던 거 같네요. 대문을 들어서면서 “미경아!”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나면 총알같이 뛰어나가곤 했으니까요. 아버지는 매일 호떡이 식을세라 뛰어 오셨나봐요. 내가 아버지손에 들려있는 기름밴 누런 봉투를 받아들며 좋아라할 때, 그제서야 아버지는 숨을 고르고 계셨답니다. 급한 마음에 냉큼 한입 베어 물었다가 뜨거운 설탕물에 입술을 데어 물집까지 잡혔던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아프다고 엄살을 피우면서도 꿀맛같은 호떡을 꾸역꾸역 다 먹어치웠죠.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아버지도 호떡을 드실 줄 안다는 것을요. 엄마가 하나 건네 드리기라도 하면 “난 호떡 안좋아해” 하시며 세수하러 마당으로 나가시던 아버지. 비단, 호떡뿐아니라 모든 것이 귀하던 그시절!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고픈 부모님 마음을 이제야 알것 같아요. 이제는 제가 아이들 먹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니까 말입니다.


신청곡:  Not Going Anywhere / Keren Ann

이스라엘 출신의 여성 팝 가수 '캐런 앤'의 2004년 작품.

프랑스 차트 정상까지 올랐던 곡으로 서정적인 멜로디에 실린 캐런 앤의 미성의 보컬이 멋진 조화를 이룬 노래.

 

 

한경순 


   - 과일가게 -

  

입덧을 유난스레 별나게 하는, 하나 밖에 없는 딸인 저를 위해

집 근처에 사시는 친정 어머님은 저희 집에 오실 때마다  양손에 과일을 매일 매일 들고 오십니다. 제가 요즘 과일 외에는 먹을 수 있는 것이 없거든요. 매일  저녁식탁을 치운 후, 하루 종일 서서 운동 했던 다리의 붓기를 빼려고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으면, 어머님은 저에게 나오라고 전화를 합니다. 어두워진 저녁 동네 길을 함께 걸으며 어머님은 어김없이 한 과일 가게로 가는데... 그 과일 가게 할머님은 귀가 잘 안들리십니다. 가게라 하기에는 너무나 장소가 좁아 혼자 앉아 TV 보시기에 딱 알맞은 공간이죠. 어머님은 그 할머님을 TV에서 어머님 쪽으로 돌아보게 만드느라 할머니라는 소리를 열 번도 더 외쳐 부릅니다. 그런 저는 그 소리에 짜증이 나  "엄마, 다른데 가서 사. 여기 밖에 과일 가게가 없어? 엄마는 왜 매일 여기에서 이렇게 시간을 낭비 하는거야?"  전 엄마를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그 할머님은 귀만 먹은 것이 아니라 제가 보기에는 장사 보다 TV를 더 좋아 하시는 것 같아 보였거든요.

하지만 어머님은 그러는 절 나무라시데요. “ 할머님이 얼마나 정직하게 장사를 하시는 줄 아니? 하루 지난 딸기도 제 가격을 고집하지 않고, 양심대로 파시고, 잘 익지 않은 토마토는 아예 끼워 넣어 팔지도 않으시고, 단맛이 덜한 사과는 아예 싸게 파시고, 또 정이 많아서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하는 분이야. 귀가 안들려도, 저렇게 자식들 위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아침부터 자정까지 졸음을 쫓아내면서 까지 ,TV에 열중하시는 거야. 니가 저 할머니 마음을 어떻게 알겠니?” 그 순간 제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편한 것만 알아서 빨리 빨리 담아 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 자신을요. 요즘은  사람의 속보다는 겉이 다라고 여기는 풍토 속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사람의 속을 알려고도 하지 않잖아요. 관심도 없고... 하지만 나이드신 어른들은 그런 것을 보는 눈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어요. 저도 나이가 들면서 엄마처럼 그렇게 될지... 저도 이제는 엄마 대신 혼자 과일을 사러 가게 되어도, 그 할머님을 찾습니다. 밤에 소리 높여 할머님 하고 몇 번 씩 소리치는 것도,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이상하게 쳐다봐도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과일가게 할머니! 항상 건강 하세요. 그리고 언제나 싱싱한 과일 부탁드려요.  할머니 때문에 좋은 과일 많이 먹을 수 있어 행복 하답니다.



신청곡:  Love Is All Around / Wet Wet Wet

스코틀랜드 출신의 팝 록 밴드 '? ? ?'의 1994년 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41위를 기록했고, UK 차트 정상을 기록했던

리메이크 작품. 오리지널은 영국 출신의 4인조 록 그룹 '트로그스(Troggs)'가 1968년 발표해 싱글 차트 7위까지 기록.

 

 

박나림의 차 한잔 하시죠

이영순님 사연

 

 

장광호 


 - 아버지의 사랑 표현법 -

  

“같이좀 가요. 뭐가 그렇게 급해서. 그리고 이것 좀 들고 가면 누가 뭐라나” 두 분이 같이 나가셨다가도 아버지는 벌써 대문 앞까지 이르시고 어머니는 저만치서 지친 모습으로 걸어오신다. 얼른 뛰어나가 어머니의 짐을 받아들고 오면서 어머니의 하소연을 들어드린다. 무뚝뚝한 아버지를 보면서 나에게도 저런 모습이 묻어나면 어쩌지? 가끔 생각해본다. “내가 미쳤었지. 천하에 자기몸뚱이 밖에 모르는 사람이 뭐가 좋다고. 내가 미치지 않고서는 니 아부지랑 결혼했겠냐?” 얼핏 들으면 어머니가 아버지를 원수 대하듯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분의 사랑은 각별하다. 이모의 소개로 만나 30년 넘는 세월을 함께하셨으니, 눈빛만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가 안좋은지 서로 훤히 꿰고 계시다. 첫 만남에서 아버지는 어머니가 별로 마음에 안드셨는데, 어머니는 아버지의 외모에 마음이 이끌려, 8남매 중 장남이라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꼭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드셨다고 했다. 반면, 아버지는 줄줄이 동생들을 뒷바라지 하려면 체력이 좋은 아내감을 구해야 하는데, 피죽도 못 먹은 얼굴로 맞선자리에 나온 어머니가 영 마음에 들지 않으셨단다. 그러나 이모의 끈질긴 노력 끝에, 연애기간이라고 할 것도 없이, 세 번의 만남 끝에 두 분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이라고 했지만, 딱 세 번 만나본 게 다인데 무슨 정이 있었을까? 아들 둘을 낳을 때까지도 대면대면 살았던 부모님은 내가 10살 때쯤 포장마차를 시작하셨다. 한날 한시도 떨어져 본적이 없었고, 그 좁은 공간에서 두 분이 같이 일하시면서 어머니가 아무리 말을 붙여도 열 마디 이상을 하신 적이 없다고 할만큼 아버지는 무뚝뚝했다. 그런데 어느날. 포장마차에 사고가 생겨 어머니가 병원에 실려가는일이 생겼다. 병실은 내가 지킬테니 가서 일보라는 이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굳건히 어머니의 병실을 한달이되도록 지켜주셨다고 한다. 주사자국으로 얼룩진 어머니의 팔을 말없이 주무르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을 나도 본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늘 아버지의 침묵이 불만이시지만 나는 안다. 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어머니라는 것을. 그리고 결심한다. 아버지의 마음을 닮겠노라고.

 

신청곡: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 / Laura Fygi

 네덜란드 출신의 여성 재즈가수 '로라 피지'의 1993년 리메이크 곡.  오리지널은 냇 킹 콜이 1946년 발표한 스탠더드 재즈의 고전.

 

 

손정운 


  - 연탄의 추억 .. -


기덕 오라버님. 점점 사라져버려, 이제는 잊혀질 줄만 알았던 시커먼 연탄이 요 근래에 제 눈에 자주 눈에 보이네요.  아무래도 경제가 어려워서 서민의 상징인 연탄이 다시 등장한 것 같습니다. 어제 운전을 하고, 시외로 볼일을 보러 가는데, 마을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어느 집에 연탄을 나르는 걸 보고,  저의 학창시절이 떠올라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연탄하면 저에겐 슬픈 추억이 있거든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서울로 유학을 왔습니다  남동생이랑 저 남쪽지방에서요.  왜 어른신들이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한양으로 보내라고 했잖아요. 갓 중학교를 졸업한 꼬맹이가 서울에서 매서운 겨울을 맞이 하면서 제일 무서운게 있었습니다 .. 까만 연탄. 엄마께서 고향으로 내려가시면서 거의 보름을 가르쳐 주고 가셨는데도, 연탄구멍을 조절 하는게 왜그리 어려운지, 영어 단어 외우는 것 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조그만 열면 금새 타버리고, 조그만 잠그면 켜져 버리고..  초저녁엔 ..더워서 못자고,, 새벽엔 추워서 동생이랑 오돌오돌 떨고 .. 기덕오라버님 ..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연탄보다 연탄을 피우는 번개탄을 더 많이 썼으니까요.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하고 놀 궁리를 해야할 나이에 집에 연탄이 꺼졌을까를 생각하고 있으니 얼마나 비참했을까요? 하지만 기덕오라버님. 그 와중에서도 동생이랑 연탄불에 ?기 해먹고 쥐포 구워 먹을 때는 재미있었습니다. 이렇게 연탄은 저에게 가슴이 아려오는 추억입니다. 그래도 그 때 그 시절을 생각하면 행복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어요. 공부하면서 연탄 걱정만 하면 됐으니까요.. 그렇죠?


신청곡: Don't Forget To Remember / Bee Gees

비지스의 1969년 작품.  싱글 차트 79위 기록.

 

 

 

 

 

 





2007-01-30(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