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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4일 목요일 음악에세이 대본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69화 - 진실공방


(M) 주제음 ( 그 남자 그 여자 / 바이브 )


(E) 뭔가 기포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 

남     작은 실험실

        그보다 작은 책상

        그보다 더 작은 비커 안을 들여다 보며

        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여     선배님. 이거 좀 드시고 하세요.

남     ....뭐야 이게?

여     샌드위치에요. 제가 좀 싸와봤어요.

남     공부하느라 바쁠텐데... 언제 이런 걸...

여     (속삭이듯) 선배님 드시라구요.

        다른 사람들 주시면 안돼요?!

남     (당황한 듯) 아니... 왜...

여     그냥요.... 


남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돌아선다.

        실험실 2년 후배....

        은서는 내게 그런 식으로 다가왔다.

(M) 처음 그 느낌처럼 / 신승훈


(E) 뭔가 적는

여     선배님, 뭐하세요?

남     어... 실험 일지 적느라구. 아직 안 갔어?

여     가야죠. 선배님 가실 때 같이 갈까 싶은데.

남     그래? 잠깐만 기다려. 나 다 끝났어.

(E) 덮고

남     나가자

(E) 두 사람 걷는

여     이번 주말에 눈 많이 올지도 모른대요.

남     그래?

여     선배님은 눈 오면 뭐하실 거에요?

남     피곤한데 집에서 쉬어야지

여     에이 재미없게....

남     은서 넌 뭐할건데?

여     글쎄요. 눈 덮인 고궁에나 가볼까?

남     고궁?

여     경복궁이나 창덕궁 같은 데요. 멋있잖아요.

(M) 광화문 연가 / 이수영


남     누가 들어도

        그곳에 함께 가고 싶다는 얘기였다.

        주말 오전

        난 잠시 망설이다가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E) 눈 밟고 가는

(E) 찰칵찰칵 사진 찍는

남     은서야

여     어머! 저 찍으신 거에요?

남     응. 

여     선밴~ 얘기도 없이. 포즈도 못잡고 있었는데!

남     그럼 제대로 서 볼래? 다시 찍어줘?

여     아우 됐어요. 그런데 어떻게 왔어요?

남     그냥.. 니가 기다릴 것 같아서.

여     치~ 기다리긴 누가 기다린다구.

남     눈 쌓인 고궁. 진짜 좋은데?

(M) 회상 - 터보

 

(E) 버스 가는 소리

남     하루 종일 추운데 돌아다녀서인지

        그녀는 버스에 타자마자 졸기 시작했다.

        난 그녀를 깨우고 싶지 않아서

        말없이 어깨를 대주고 있었다.

        얼마쯤 그렇게 갔을까......

(E) 버스 가다가 덜컹 하고

여     (놀라서 깨는) 어? 여기가... 어디에요?

남     응... 정릉 쪽인데?

여     선배 내렸어야 되잖아요.

남     괜찮아

여     선배가 어깨 대주고 있었던 거에요?

남     그래. 너 코골더라.

여     내가 언제요.

남     버스에 사람 아무도 없지? 니 코고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다 내린거야.

여     어우~ 말도 안돼~

(M) 겨울이야기 - 디제이디오씨


남     주말 데이트가 있은 후부터

        우리는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했다.

        물론 실험실 사람들 모르게

        비밀데이트였다.


(E) 똑똑 책상 노크하는

남     (소리 죽여) 왜...

여     잠깐만요....


(E) 바깥으로 뛰어나오는 소리

여     이거 먹으라구요.

남     고구마야?

여     들어오다가, 군고구마 팔길래.

남     여러 개 사와서 나눠먹지.

여     이렇게 둘이만 만나고 싶으니까 그랬죠.

        그리구, 승우 선배 틈만 나면 친한 척 하는 것도 싫구.

남     승우?

여     선배 눈치 못챘어요?

        요새 툭하면 와서, 나한테 말걸구 시간 있냐 그러구.

        우리 둘이 없어지면, 둘이서 몰래데이트하는 거 아니냐면서

        비아냥거리구. 귀찮아 죽겠어요.

남     그래?  웃기는 놈이네 그거.

        차라리 우리 둘이 사귄다고 확 말해버릴까?

여     안돼요. 교수님이 싫어하시잖아요. 실험실 안에서 연애하는 거.

남     그렇긴 하지.

여     괜히, 공부를 덜한다는 둥... 실험이 어떻다는 둥...

        나 그런 소리 듣기 싫단 말이에요

남     나도 그래. (가볍게 한숨 쉬고) 승우는 그냥... 신경 쓰지 마

        우리만 상관 안하면 되지 뭐.

(M) 스노우맨 - 장나라


남     승우는 무척 조건이 좋은 친구였다

        공부에 큰 흥미는 없었지만

        든든한 집안 배경 때문에

        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녀석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 녀석을 경계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은서가

        승우와 부쩍 친해진 것 같았다.


(E) 강의실 문 열고 들어오는

남     은서야

여     (놀라는) 깜짝이야! 여기서 뭐해요.

남     너 기다리고 있었지. 점심 먹었어?

여     네. 승우 오빠랑.

남     승우랑?

여     자꾸 사준다는데, 안 따라가는 것도 그렇잖아요.

남     그래.... 그렇지....

        그래서 맛있는 거 얻어먹었어?

여     그냥요. 아직 밥 안먹었어요?

남     이제 먹어야지. 저녁은 나랑 먹기다?!


남     쿨한 척 얘기하고 돌아서면서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M) 질투 / 유승범


(E) 전화거는 통화음

남     (혼잣말) 왜 이렇게 안 받어

여     여보세요

남     너 왜 이렇게 통화가 안돼?

여     아...... 누구 좀 만나느라구.

남     누구?

여     ..........

남     승우?

여     .........

남     승우야?

여     ......응

남     (애써 추스르며) 둘이만 만났어?

여     응

남     이 시간까지 뭐하는데.

여     그냥... 승우 선배가 술 한잔 하재서.

남     안 들어갈거야?

여     들어가야지. 승우 선배가 데려다 주기로 했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먼저 자.

남     내가 신경이 안 쓰이겠어?

여     나 못 믿어?

남     이게, 믿고 못믿고의 문제야?

여     (한숨) 그냥 나 믿어. 걱정 말고 먼저 자.

(E) 툭 끊기는. 뚜뚜뚜

(M)  바보처럼 / 김형중


(E) 눈 툭툭 차는

남     눈 쌓인 그녀의 집 앞에서

        몇시간을 기다렸을까.....

(E) 눈 밟고 걸어오는

남     .......윤은서!

여     (당황) 오빠.

남     너..... 지금이 몇시야. 아침 7시야.

여     어....

남     지금까지 뭐한거니 너.

여     그냥.... 술 좀 마시고... 술 깨느라 커피 한잔 마시고.

남     어디서!

여     ......

남     어디서!! 

여     승우 오빠 오피스텔에서.

남     뭐?

여     아무 일도 없었어. 오빠가 생각하는 그런 거...

남     내가 생각하는 게 뭔데! 너 지금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릴 해.

여     (안되겠다는 듯) 오빠.

남     왜!

여     우리 헤어지자

(M) 마주치지 말자 / 장혜진


남     뭐...? 너 방금 뭐라 그랬어?

여     헤어져. 

남     왜!

여     오빠는 나 못믿잖아.

남     내가 널 못믿어서 헤어지자는거야. 아니면! 니가 못믿을 짓을 해서

        헤어지자는거야!

여     이유가 무슨 상관이야! 어쨌든 오빤 지금 날 못 믿고 있고

        나는 그런 오빠랑 더 사귈 자신 없어.

남     솔직히 말해. 너.... 승우 때문이지.

여     구질구질하게 이러지 좀 마.

        이럴수록, 오빠도 나도 힘들어지는 거 몰라?

(E) 눈 밟고 들어가는

(M)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 성시경


남     그리고 얼마 뒤

        은서와 승우는 공식적인 커플이 되었다.

        내가 보는 앞에서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귓속말을 하고

        다정하게 눈을 맞췄다.

(E) 전화 하는, 받지 않는

남     술에 많이 취한 어느날 밤.

        난 그녀에게 여러 통의 전화를 걸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음날.

        난.....

        경찰에 연행됐다.

        죄목은, 스토킹이었다.

(M) 고해 - 임재범



-------------1부 끝



여     그는 처음부터 조금 특이한 사람이었다.

        실험실에 들어오면

        다른 사람들과는 한마디도 섞지 않았고

        오로지 실험에만 몰두했다

        때로는 밥을 먹는 것도 잊어버리는 듯 했다.

        천성적으로 친절함이 몸에 배어 있는 내게

        그 사람은, 외로워 보여서 조금 도와주고 싶은 선배.

        그 뿐이었다.


여     선배님. 이거 좀 드시고 하세요.

남     .............(앞과는 조금 톤 다르게) 뭐야 이게?

여     샌드위치에요. 제가 좀 싸와봤어요.

남     이걸.... 왜... 날...?

여     다같이 나눠먹으려고 많이 싸왔어요

        다들 드셨으니까, 선배님도 드세요.


여     그게 실수였을까.

        그 뒤로 그가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M) 그녀가 웃잖아 / 김형중


(E) 뭔가 적는

여     선배님 뭐하세요?

남     어... 실험일지... 적어. 넌 안 가?

여     지금 가려구요. 그럼 수고하세요.

(E) 탁 덮는

남     아니야. 나도 가려고 그랬어.

여     아니... 실험일지 적으신다구...

남     내일 해도 돼. 가자.

(E) 덮고

남     가자니까?

(E) 두 사람 걷는


여     (침묵이 어색한 듯) 이번 주말에 눈 올지 모른다던데....

남     눈? 눈 오면.... 뭐할건데?

여     네? 글쎄요...

남     예전엔 눈 오는 날에 뭐했는데?

여     음.... 고궁 같은 데 자주 갔어요. 경복궁이나 창덕궁 같은 데요.

        멋있잖아요.

(E) 눈 밟고 걷는

여     그리고 눈오던 주말...

        난 산책 삼아 고궁에 나갔다.

        그런데

(E) 멀리서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

여     멀리서 나를 향해

        사진기를 들이대고 있는 그를 발견하게 됐다.

        순간, 알 수 없는 소름이... 온몸을 뒤덮는 기분이었다.


여     (당황하며) 선배.... 지금 저 찍으신 거에요?

남     응

여     아니... 얘기도 없이 찍으시면 어떡해요... 놀랐잖아요.

남     은서 너, 나 기다렸니?

여     네??? 기다리긴 누가요.

남     (다 안다는 듯 훗 웃고) 니 말대로, 눈 쌓인 고궁. 좋은데?

(M)  Song From the Snow /  이문세


(E) 거리 소음

여     선배... 저 여기서 버스 타고 가면 돼요.

        안녕히 가세요.

남     나두 여기서 버스 타. 너, 정릉 가는 버스 타지?

여     .........네

남     나두 그거 타. 대학로 쪽에서 내리면 돼.

여     아....네...

(E) 버스 멈춰서면

남     타자 (재촉하는) 뭐해. 얼른 타.

(E) 버스 가는

여     버스를 타고 얼마나 갔을까...

        나도 모르게 졸다가 일어나 보니

        내가 그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여     (화들짝 놀라) 서..선배. 아직 안 내렸어요?

남     응. 정릉 다 왔다.

여     대학로에서 내리신다면서요.

남     괜찮아. 


여     아무도 없는 버스 안.

        내옆에 있는 그 사람을 보니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M)  Adia / Sarah McLachlan


여     그리고, 진짜 사건이 생긴 건

        그 다음부터였다.

        주말, 고궁에서 만난 후부터

        그는 우리 둘이 사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E)걸어오는 소리

남     은서야

여     (놀라며, 멈추고) 네... 여기서 뭐하세요?

남     그거... 군고구마니?

여     네...

남     나 주려구?

여     아뇨. 승우 선배랑... 다른 선배들이랑... 사다리타기 했어요.

        좀.... 드실래요?

남     너... 요새 승우랑 부쩍 친한 것 같더라?

여     네?

남     걔, 여자 소문 안좋아. 친하게 지내지 마.

여     선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승우 선배 험담을 하세요?

남     너두 다른 여자애들이랑 똑같은거야?

여     네?

남     너두, 딴애들처럼 조건만 보고 남자 고르는 애냐구.

여     그런 게 아니라....

남     어쨌든 승우 가까이 하지마.

(M) 안되나요 / 휘성


(E) 강의실 문 열고 들어오는

남     은서야

여     (소스라치는) 서..선배. 놀랬잖아요. 여기서 뭐하세요.

남     너 기다리고 있었지. 점심은?

여     먹었어요. 승우 선배랑.

남     ....승우랑?

여     네. 왜요?

남     그럼, 저녁은 나랑 먹는거다?!

여     제가 왜요?

남     이따 7시까지 학교앞 칸트의 집으로 와.

(E) 나가는

여     선배! 저 밤에 약속 있어요. 못간다구요.


여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그날 밤.


(E)전화벨 계속 울리는

여     계속해서 그에게 전화가 왔다.

        (한숨 쉬고 받는) 여보세요

남     너 왜 이렇게 통화가 안돼?

여     얘기했잖아요. 저 못나간다구요.

남     누구 만나는데. 너..승우 만나?

여     그래요. 승우선배 만나요. 그러니까 이제 전화 좀 그만하세요.

남     이 시간까지 뭐하는데.

여     제가 그걸 왜 선배한테 얘기해야 돼요?

        선배, 정말 이상한 거 아세요? 이제 그만 좀 하세요!

(E) 끊어버리는

(M) 차마 - 성시경


여     밤중에 집에 들어가는 건

        왠지 위험할 것 같아서

        난 집근처 피씨방에서 밤을 새우고

        아침이 다 돼서야 집으로 향했다.

(E) 눈 밟고 오는

여     그런데... 집앞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눈을 하얗게 뒤덮어 쓴 그가 서 있었다.


여     서....선배....

남     너, 지금이 몇시야.

여     네?

남     아침 7시야. 지금까지 뭐한거야!

여     그걸 내가 왜 얘기해야 돼요?

남     너, 승우랑 있었어? 지금까지?

여     ....네

남     뭐?

여     (일부러) 저 승우 오빠 오피스텔에 있다 오는 길이에요

남     뭐?

여     우리 사귀거든요. 이제 아시겠어요?

남     너....... 

여     선배랑 저랑은 아무 관계도 아니잖아요. 그건 선배가 더 잘 아실 거

        아니에요!

남     그럼 지금까지 니가 나한테 보여준 것들은 다 뭐야!

여     내가 뭘 보여줬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오해하게 했다면 미안합니다.

        어쨌든, 난 이제 사귀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이러지 마세요.

(M) 십이야 - 애즈원


여     그후 승우 오빠와 나는 사귀게 되었고

        우리는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도

        다정하게 행동했다.

        그래야 그가 나를 포기하는 게 쉬울 것 같았다.

        그런데...... 

(E) 봉투 찢는

여     ..... 뭐지? (하다가 놀라는) 이...이게 뭐야....


여     내 앞으로 배달된 우편물 안에는

        몰래 찍은 수십장의 내 사진들이 들어 있었고.

(E) 전화벨 울리는

여     한밤중에도 쉴 새 없이 전화가 걸려오고

(E) 문자 메시지 울림

여     수백통의 문자가 배달됐다.

        난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M)  마리아 / 김아중


(E)문 열고 들어오는

남     (약간 멀리서 얘기하는) 난 아니라니까요.

        은서랑 나는 서로 사랑하는 사입니다.

        은서가 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잠깐 어떻게 된 거라구요.

(E) 다가오는

여     그만 해요

남     은서야!!

        니가 말씀드려. 너 나한테 이러는 거 아니잖니.

여     선배야말로 저한테 이러시는 거 아니잖아요.

남     조건 때문에 눈이 멀어서....

        어떻게 니가 사랑했던 사람을 스토커로 몰아!

여     선배는, 사랑이랑 집착도 구분 못하는 사람이에요

        선배가 진짜 저를 좋아했다면

        날 괴롭히면 안되는 거 아니에요?

남     널.... 괴롭혀? (허허롭게 웃고) 너... 나를 가지고 논 거였구나.

여     뭐라구요?

남     잠깐 가지고 노는 거였으면, 상대를 잘못골랐어.

        나는.... 정말 너를 사랑했으니까.

        니가 먼저 다가와서 사랑하게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널 괴롭힌다고 말해?

여     누가 먼저 다가가요. 누가 사랑하게 만들어요.

        선배 정신 차려요!

남     너나 정신차려!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 하는 거 아니야!

여     선배!! 


남     그녀를 사랑했던 걸, 후회한다.

        이제 와서 후회한다.

        진실이.. 금방 밝혀지리라.. 믿는다.

        

여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겨야 하는지 모르겠다.

        저 사람의 가슴 속에 사랑이라는 게 있긴 있을까.

        진실이.... 이제 곧 밝혀지리라.... 믿는다.

(M) 주제음





2007-01-03(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