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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7일 목요일 음악에세이 대본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65화 - 외출


(M) 주제음  제비꽃 / 류


(E) 살짝 쌓인 눈을 밟는


남     어쩌다 시간이 이렇게 된 건지.

        강원도의 해는 빨리도 진다.

        이곳에 눈이 왔다는 소식에

        설경을 찍어보겠다고

        겁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금방 해가 져버리는 바람에

        난 어쩔 줄을 모르고

        그저 앞만 보고 걷고 있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작은 마을 하나가 나타났다.

        일단,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M) 혼자만의 겨울 / 강수지


남     옹기종기 상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

        이곳의 중심지인가보다.

        이발소가 하나....

        구멍가게가 하나....

        그리고 다방인지, 술집인지 모를 가게가

        하나 있었다.

        장미의 숲....이라는 작은 간판이 걸려 있었다.

        이곳의 풍경과, 참 어울리지 않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E) 스쿠터 달달달 오는

여     (약간 멀리서) 아저씨!

남     ........

(E)걷기만 

여     아저씨!! (가까이 오며) 거기 까만 벙거지 쓴 아저씨!

남     네?저요?

여     네. 누구세요?

남     네? 그러는 댁이야 말로 누구신지?

여     저는 이 마을 사는 사람인데.

        딱 보니까 여기 사는 사람 같지않아서요.

남     네. 저는 여기 처음 온 사람이에요.

여     그렇죠? 어쩐지.

        내가 이 마을 사람. 아니지? 옆동네 그 옆동네까지 다아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 있다 했거든요.

남     네. 그런데 여기 버스 들어옵니까?

여     네?

남     버스요. 고속버스 터미널로 연결되는 뭐... 마을버스 같은 거요.

여     아... 여기까진 안 들어오는데?

남     그럼요? 다들 어떻게 나가요?

여     스쿠터 타고 가거나, 경운기 같은 거... 그런거요.

        워낙 사람이 없어서. 뭐 나갈 일도 별로 없구요.

남     네...

여     추워 보이는데, 여기 가서 몸이나 녹이다 가지 그래요?

(M) 가시나무 / 시인과 촌장


남     꼭 그녀의 말 때문은 아니었다.

        정말 온몸이 꽁꽁 얼어 있었다.

        예상했던대로, 여자는 장미의 숲이라는 까페의

        여종업원이었다. 


(E) 찻잔 설거지하며


여     (조금 멀리서) 차 마실래요? 술 한잔 하실래요?

남     그냥, 차로 주세요.

여     커피?

남     네

(E)차 따르는, 다가와서, 찻잔 놓는 

여     어쩌다 여기까지 오셨어요 그래?

        마을 버스 내리는 데서 한참 들어오셔야 되는데.

        십리쯤 되죠 아마?

남     그냥 사진 찍다 보니까.

여     어머 그러네? 사진기가 있네?

        사진 찍는 분이세요?

남     네

여     그렇구나. 와. 그럼 사진 작가?

남     그런 셈이죠

여     와..... 신기해라. 나 사진작가 처음 봐요.

남     네? 하하... 다 똑같은 사람인데요 뭐

여     멋있다.

남     그렇게 봐줘서 고마워요.

여     그런데 여기 뭐 찍을 게 있어요?

        그냥 맨날 산이랑 들이랑....

남     맨날 산이랑 들인.. 그 풍경이 좋잖아요.

(M) 향수 / 이동원+박인수


여     그래요? 난 심심한데....

        그나저나 어떡해요? 눈와서 오늘은 읍까지 가는 교통편이 없을텐데.

남     글쎄요. 여기, 묵어갈 데는 없나요?

여     그냥 다 민가죠 뭐.

남     아... 그래요?

여     그럼요, 그냥 여기서 주무세요.

남     여기서요?

여     어차피 뭐 오늘 같은 날 손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술이나 한잔 하시면서 매상이나 올려주시고.

        그러다가 여기서 주무시면 되죠. 소파가 약간 짧긴하지만

        몸 누이고 잘 수는 있을걸요? 

남     그래도 돼요?

여     혹시 모르니까 제가 열쇠 드리고 갈께요.

        아침에 일찍 나가실 것 같음, 요앞에 이발소에 열쇠 맡겨주심 돼요

남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겠네요

여     대신, 매상 많이 올려주세요 예술가 선생님

남     그럴께요.

여     그럼 술 내옵니다. 선생님도 운좋은 거지만,

        나도 오늘 운발 제대로 섰네.

(M) 너는 내운명 / 전도연+황정민


(E) 술병 따는

여     솔직히 이런 촌구석에서 매상 올려봐야 얼마나 올리겠어요

        돈 가진 사람도 없구요.

남     사실은 저도 그런 생각 했어요.

        여기, 장사가 될까? 하고.....

여     그런데 뭐, 여기선 돈 없이도 그냥저냥 살거든요.

        쌀도 있고 옥수수랑 감자 같은 것도 많고.

        돈 좀만 모이면 읍에 가서 옷이나 몇벌 사면 되고.

        서울처럼 집값이 비싼 것도 아니고.

남     생각해 보니까 또 그렇겠네요

여     한잔 하세요

(E)건배하고 마시는

여     아저씬, 서울에서 왔어요?

남     네. 

여     그럼 63빌딩 가봤어요?

남     하하.. 네.

여     나두 거기 가봤는데.

남     그래요? 언제요?

여     어렸을 때요. 아빠 따라 한번 서울 가본 적 있거든요.

남     그랬구나.

여     와.... 그때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는데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귀가 먹먹하더라구요.

        우리 아빠가, 침을 꼴깍 한번 삼키라고 그래서 그렇게 하니까

        또 괜찮아지대요?

남     (웃는)

여     왜요?

남     얘길 재밌게 잘해서요. 얘기 듣다 보니까,

        재밌는 풍경이 담긴 흑백사진 한장 보는 것 같네요

(M)     흑백사진 / KCM


여     저 그럼 가볼께요. 매상 올려줘서 고마워요.

남     그래요. 낼 아침에 일찍 나갈 것 같아서, 인사 못하겠네요.

여     네. 잘가세요.

(E) 문 여는, 바람 소리

여     (놀라는) 눈이 또 오네? 어머나....

남     왜요?

여     이렇게 오다간, 아저씨 못가는 수가 있겠는데요?

남     야....... (말 못하다가) 이런 눈은 또 처음 보네...

        내리면서 바로 쌓여버리는데요?

여     나야 여기 사니까.. 여기가 특히 눈이 많이 오는데라....

        아후, 춥다. 아저씨 갈께요.

남     네..... 


남     그날밤, 눈은 그치지 않았고.

        나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M) It's A Lonesome Old Town / Sting


남     새벽에 깜북 잠이 들었을까....

        일어나 시계를 보니

        벌써 아침 9시가 넘어 있었다.

(E)문 열고, 바람 세차게 부는

남     어후.... 

(E)얼른 닫는

남     도저히 나갈 엄두가 안났다.

        결국.....


(E) 석유 난로에 불 지피는

여     (기침하며) 이놈의 난로, 또 말썽이네.

        아우~ 연기~

남     아직도 석유난로를 쓰나봐요.

여     그럼요. 그래도 이 녀석 있어서 겨울을 나는데요.

        그나저나 아저씨 못가서 어떡해요?

남     할 수 없죠 뭐.

여     뭐 급한 일 있는 건 아니구요?

남     회사랑 집에 전화했어요.

여     응.... 결혼하셨어요?

남     네

여     응..... 애도 있구?

남     딸 하나 아들 하나

여     그렇구나. 치.. 재미없다.

남     뭐가요?

여     아니.... 이혼남이든 총각이든, 혼자라야 뭐 로맨틱한 맛이 나지

        결혼한 아저씨면 재미 없잖아요.

남     네? (웃는)

(M)  오빠 / 선우정아


남     저녁 무렵, 눈이 잠깐 그쳤다.

        

(E) 문 닫고 들어오는

남     이런 날도 차배달 시키는 데가 있긴 있네요?

여     집에서 심심하니까요. (눈 털며) 그나저나 완전히 밖에 눈천지에요.

남     그래요?

여     눈 오면 멋있는 데 가르쳐 줄까요?

        거기 한번 찍어봐요. 제법 괜찮을텐데.


(E) 눈 밟고 가는 두 사람 발자국


여     여기에요.

(BG) Love Letter 중


여     어때요?

남     .........

여     아저씨

남     정말 좋네요.

여     여긴 우리 아빠가 나 가르쳐 준 데에요.

        어렸을 때 눈 오면요, 아빠랑 둘이 여기서 눈사람도 만들고

        눈발자국도 찍고 그랬어요.

        한참 걷다가 뒤돌아봤을 때 아빠랑 내 발자국이

        나란나란 찍혀 있는 거 보면, 참 기분이 좋았는데.

(M) Song From The Snow / Real Group


(E)바람 소리

남     지금은 아버님이....?

여     돌아가셨어요. 왜 그때 있잖아요.

        저 처음으로 서울 나들이 갔다 오던 날. 63빌딩 간 날요.

남     (놀라고) 어쩌다 그런 일이.....

여     그날 눈이 되게 많이 왔는데. 오다가 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졌나봐요.

        난 정신을 잃었는데, 일어나 보니까 우리 아빠가 나를 감싸안고 계시        더라구요.

남     아......

여     아빠가 안 움직이니까, 귀도 먹먹하고 가슴도 먹먹하고 그냥...

        온몸이 다 먹먹한데.... 아빠가 가르쳐준대로 침을 아무리 삼켜봐도

        그 먹먹한 게 가시질 않는 거에요.

남     .........

여     그 담부터 내가 서울에 못가잖아요.

        그냥 답답하고 심심해도, 이 마을에 이러고 살고 있잖아요.

        (쓸쓸히 웃는)

(M)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 / 예민



-------------1부 끝


(E) 눈길 걷다가 멈추는, 사진 찰칵찰칵


남     정말 아름다운 설경이었다.

        눈은 그저 세상을 덮어버리는 데 그치지 않고

        또다른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여     계속 찍을거에요? 곧 밤돼요.

남     잠깐만요... 몇 컷만 더 찍구요.

여     우리 아빠도 사진 잘 찍었는데.

        카메라 비싸니까 못사고, 왜 일회용 카메라 있잖아요.

        그거 사서 나 많이 찍어주고 그랬어요.

        63빌딩에서 찍은 사진은 아직도 있어요.

(E)찰칵 찰칵

여     뭐해요 아저씨?

남     그냥... 얘기하는 모습이 예뻐서요.

여     내가 좀 예쁘죠. (웃고) 우리 같이 한장 찍어요.

(E) 찰칵 찍고

남     이름이 뭐에요?

여     .....은서에요.

        우리 아빠가 지어준 이름요.

(M) 아빠 / 한스밴드


(E) 걷는

남     눈이 그친 밤하늘엔

        맑은별들이 쏟아질 듯 박혀 있었다.


여     아저씬 사진 찍는 게 좋아요?

남     네. 

여     왜요?

남     시간을 가둬둘 수 있으니까.

여     시간을 가둬두는 게 뭐 좋아요?

        시간을 흘러가는대로 냅둬야 좋은거지?

남     그래두... 살다 보면요....

        멈춰졌으면 싶은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여     .....멈춰졌으면 하는 순간?

남     이를테면 지금같은 순간.

        밤하늘에 별들과, 천지로 덮인 눈과

        고요함과, 친절한 아가씨가 함께 있는 꿈같은 이순간.

여     (웃고) 이런 건 사진으로도 못 담는거잖아요.

남     그렇죠.... 

여     아저씨, 자꾸 날 유혹하네?

남     네?

여     자꾸자꾸 맘에 들잖아요. 유부남인 주제에.

(M)  Vincent / Don Mclean


(E) 맥주잔 부딪치는

여     이제 눈도 그쳤으니까, 내일은 나갈 수 있을 거에요.

남     그래요. 고마웠어요.

여     나갈 수 있겠지만, 하루만 더 있다 가면 안돼요?

남     .....네?

여     ....나 너무 헤퍼 보이나? 그냥 하루만요.

남     왜요?

여     잘 모르겠는데. 그냥 아저씨랑 이대로 헤어지는 거는 좀 아쉽네?

남     ......

여     오늘 술은 그냥 내가 낼테니까, 하루만 더 있으세요.

        내가.... 더 멋진 데 가르쳐 줄께요.

남     더 멋진 곳은 없을 거에요.

        오늘 본 곳이 최고였어요.

여     ........

남     술값도 내가 낼께요.

여     그냥 가겠다구요?

남     내일 하루는, 그냥 멈춰진 시간이라고 생각하죠 뭐.

        우리 뭐할까요?

(M) Winter Story


(BG) 음악 이어지며 -


(E)낡은 마룻바닥 삐걱대며 걷는

여     여기가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에요. 그땐 국민학교라 그랬었는데.

남     이제 폐교된 거에요?

여     네. 애들이 없으니까.

(E) 문 열고

여     이거요, 이 그림이 내가 그린 거에요.

        5학년 2반 윤은서. 이름 보이죠?

남     이 분이... 아빠에요?

여     네. 어? 그런데 이제 보니까 아저씨도 닮은 것 같네?

남     그래요? 영광이네~ (웃고)

여     우리 운동장 나가서 눈사람 만들래요?

(E) 눈 위를 뛰어가는

남     야... 눈 잘 굴리네

여     제 전공이죠. 커피 따르는 것보다 눈 굴리는 게 더 자신 있어요.

남     그런데, 왜 까페를 해요?

여     우리 아빠가 한량이었어요. 엄마가 아빠 무능력한 거에 질려서

        도망갔거든요. 나 어렸을 때 우리 아빠, 맨날 다방에 죽치고 살았는데

        난 아빠가 좋으니까요, 다방도 좋더라구요.

        내가 우리 아빠한테 맨날, 아빠 나 커서 다방할께. 아빠가 놀러와.

        이랬던 거 생각나요.

남     은서씨는 아빠가 진짜 보고싶은가보다.

여     보고싶다기 보다는요, 그냥.... 아빠가 없어서.. 참 외로워요.

(M) Adle E Aleina / Silje Vige


(E) 바람 소리

여     다 됐다. 어때요? 근사하죠. 이게 아저씨에요

남     고마워요

여     아저씨, 부인 사랑해요?

남     그럼요.

여     그렇구나.... 하긴.... 부인이니까.... (E)걷기 시작하는

여     아.... 큰일났네.

남     뭐가요.....

여     나 왜 자꾸... 아저씨가 좋지?

        아저씨가 말로라도, 아줌마랑 사이 안좋다 그랬음 좋겠구.

남     ........

여     겁먹지 말아요. 그냥 그렇다는거지 뭐.

남     은서씨도 이제 까페 그만 하고... 좋은 사람 만나는 거 어때요?

여     여기 뭐... 사람이 있어야죠. 다 아저씬데.

남     그럼 서울로 와요.

여     그럼 아저씨 만날 수 있어요?

남     아니... 뭐 만날 수도 있구요.

        그러니까... 만난다는 게.... 다른 의미의 만난다는 게 아니라....

여     아저씨 진짜 소심하다. 알아요. 누가 뭐래요?

        나 그렇게 막나가는 애는 아니에요. (웃고)

남     그래요. 이제.. 우리 갈까요?


남     어색하게 웃으면서 돌아서는

        그 아이를 보는 동안

        내 머릿속엔 아내도 아이들도 없었다.

        저 아이가 예쁘다는 생각.

        조금 더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

        그뿐이었다. 

(M)  사랑의 찬가 / 유열+서영은


(E)창밖으로 바람 소리

남     집에 안 가요?

여     ......가야죠

남     그 소리만 몇시간째에요.

여     나랑 같이 있는 게 싫으세요?

남     누가 그렇대요.... 피곤할까봐....

여     있잖아요. 너무 흔한 수법이라고... 유치하다고 그럴까봐서요....

        말 안하려고 했는데요. 이게 수법이 아니라 진짜거든요.

남     뭐가요.

여     아저씨... 정말 우리 아빠랑 너무 비슷한 거 있죠.

남     ........

여     그래서 처음에 보고 왈칵 울 뻔 한 거 있죠.

남     은서씨.....

여     이거 볼래요?

(E)뭔가 부스럭대며 꺼내는

여     닮지 않았어요?

        우리 아빠랑 63빌딩 가서 찍은 건데.


남     그녀가 내민 사진 속에선

        젊은 남자가 웃고 있었다.

        나와 그리 많이 닮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 눈에

        나와 그녀의 아버지가 닮아 보였다면,

        그건, 그녀의 그리움이 만들어낸

        착시현상일 것이다.

(M) 사랑할 수밖에 / 이현우


(E) 스쿠터 타고 가는, 멈추는

여     다 왔어요.

남     고마워요. 정말.

여     서울 가면요, 63빌딩 한번 가주세요.

남     왜요?

여     가서, 무지 빠른 엘리베이터 타면요,

        내 생각 날거에요. 그때, 침 한번 꼴깍 삼키세요.

남     ....그래요.....

여     가세요. 아참, 나중에 언제......

        내 사진이나 주고 가세요. 아저씨랑 나랑 같이 찍은 거.

남     ...그래요.

여     기다릴께요 

(E)스쿠터 멀어지는


남     그녀는 울음을 참는 아이같은 표정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나만 몇번씩....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M)  My Memory  류


(E) 도시 소음

남     서울엔 눈이 잘 오지 않는다.

        그래서 난 그 겨울 동안

        그녀를 잊고 지냈다.

        그리고 1년 후 어느 퇴근 길...

        예상치 못했던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건

        희끗한 눈 저 너머에 우뚝서 있는

        높다란 빌딩이었다.

        그녀가 꼭 가보라고 했던 그곳.

(E) 걸어 들어가는

(E)엘리베이터 올라타는

남     어렸던 그녀가...

        아버지와의 마지막 외출로...

        이곳에 왔었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침을 삼켜도... 그 먹먹함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M) Try To Remember / 여명


(E)자동차 멈추는

남     눈이 다 녹아있는 마을의 풍경은

        예전과 사뭇 달랐다.

        다만, 장미의 숲.... 이라는 작은 간판이

        반쯤 비스듬하게 떨어져 달랑거리고 있다는 게

        달라진 풍경이라면 풍경이었다.

(E)걸어가는, 문 여는

남     이웃 사람의 말론,

        작년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자

        그녀는 떠났다고 했다.

        이발소 남자는 서울로 갔다고 했고

        가게 남자는 춘천에 갔을 거라고 했다.

        아무도 새로 장사를 시작하지 않는 그 가게 안엔

        썰렁한 겨울 냄새만 가득했다.

(E)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남     그리고, 한쪽 벽면을 바라보던 난

        그냥 웃고 말았다.

        거기엔 비뚤비뚤한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여     아저씨! 다시 올 줄 알았어요!

        여기 빈 액자에, 내 사진 끼워주고 가세요!

(M) This Time / Julienne Taylor


(E)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

남     빈 액자에 그녀의 사진을 꽂는다.

        언젠가, 그녀가 이곳에 온다면

        이 사진을 볼까.

        이 사진을 보면,

        내가 그녀의 아버지와 닮지 않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까.

        멈춰버리고 싶던 그 순간엔,

        그녀에게 기울어 있는 사진 속 내 모습처럼

        내마음도 그랬다는 걸, 눈치챌 수 있을까.

(M)주제음 제비꽃 / 류





2006-12-07(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