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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65화 - 외출
(M) 주제음
제비꽃
/ 류
(E) 살짝 쌓인 눈을 밟는
남 어쩌다 시간이 이렇게 된 건지.
강원도의 해는 빨리도 진다.
이곳에 눈이 왔다는 소식에
설경을 찍어보겠다고
겁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금방 해가 져버리는 바람에
난 어쩔 줄을 모르고
그저 앞만 보고 걷고 있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작은 마을 하나가 나타났다.
일단,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M) 혼자만의 겨울
/
강수지
남 옹기종기 상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
이곳의 중심지인가보다.
이발소가 하나....
구멍가게가 하나....
그리고 다방인지, 술집인지 모를 가게가
하나 있었다.
장미의 숲....이라는 작은 간판이 걸려 있었다.
이곳의 풍경과, 참 어울리지 않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E) 스쿠터 달달달 오는
여 (약간 멀리서) 아저씨!
남 ........
(E)걷기만
여 아저씨!! (가까이 오며) 거기 까만 벙거지 쓴 아저씨!
남 네?저요?
여 네. 누구세요?
남 네? 그러는 댁이야 말로 누구신지?
여 저는 이 마을 사는 사람인데.
딱 보니까 여기 사는 사람 같지않아서요.
남 네. 저는 여기 처음 온 사람이에요.
여 그렇죠? 어쩐지.
내가 이 마을 사람. 아니지? 옆동네 그 옆동네까지 다아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 있다 했거든요.
남 네. 그런데 여기 버스 들어옵니까?
여 네?
남 버스요. 고속버스 터미널로 연결되는 뭐... 마을버스 같은 거요.
여 아... 여기까진 안 들어오는데?
남 그럼요? 다들 어떻게 나가요?
여 스쿠터 타고 가거나, 경운기 같은 거... 그런거요.
워낙 사람이 없어서. 뭐 나갈 일도 별로 없구요.
남 네...
여 추워 보이는데, 여기 가서 몸이나 녹이다 가지 그래요?
(M) 가시나무
/
시인과 촌장
남 꼭 그녀의 말 때문은 아니었다.
정말 온몸이 꽁꽁 얼어 있었다.
예상했던대로, 여자는 장미의 숲이라는 까페의
여종업원이었다.
(E) 찻잔 설거지하며
여 (조금 멀리서) 차 마실래요? 술 한잔 하실래요?
남 그냥, 차로 주세요.
여 커피?
남 네
(E)차 따르는, 다가와서, 찻잔 놓는
여 어쩌다 여기까지 오셨어요 그래?
마을 버스 내리는 데서 한참 들어오셔야 되는데.
십리쯤 되죠 아마?
남 그냥 사진 찍다 보니까.
여 어머 그러네? 사진기가 있네?
사진 찍는 분이세요?
남 네
여 그렇구나. 와. 그럼 사진 작가?
남 그런 셈이죠
여 와..... 신기해라. 나 사진작가 처음 봐요.
남 네? 하하... 다 똑같은 사람인데요 뭐
여 멋있다.
남 그렇게 봐줘서 고마워요.
여 그런데 여기 뭐 찍을 게 있어요?
그냥 맨날 산이랑 들이랑....
남 맨날 산이랑 들인.. 그 풍경이 좋잖아요.
(M) 향수
/
이동원+박인수
여 그래요? 난 심심한데....
그나저나 어떡해요? 눈와서 오늘은 읍까지 가는 교통편이 없을텐데.
남 글쎄요. 여기, 묵어갈 데는 없나요?
여 그냥 다 민가죠 뭐.
남 아... 그래요?
여 그럼요, 그냥 여기서 주무세요.
남 여기서요?
여 어차피 뭐 오늘 같은 날 손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술이나 한잔 하시면서 매상이나 올려주시고.
그러다가 여기서 주무시면 되죠. 소파가 약간 짧긴하지만
몸 누이고 잘 수는 있을걸요?
남 그래도 돼요?
여 혹시 모르니까 제가 열쇠 드리고 갈께요.
아침에 일찍 나가실 것 같음, 요앞에 이발소에 열쇠 맡겨주심 돼요
남 그렇게 해주시면 고맙겠네요
여 대신, 매상 많이 올려주세요 예술가 선생님
남 그럴께요.
여 그럼 술 내옵니다. 선생님도 운좋은 거지만,
나도 오늘 운발 제대로 섰네.
(M)
너는 내운명 / 전도연+황정민
(E) 술병 따는
여 솔직히 이런 촌구석에서 매상 올려봐야 얼마나 올리겠어요
돈 가진 사람도 없구요.
남 사실은 저도 그런 생각 했어요.
여기, 장사가 될까? 하고.....
여 그런데 뭐, 여기선 돈 없이도 그냥저냥 살거든요.
쌀도 있고 옥수수랑 감자 같은 것도 많고.
돈 좀만 모이면 읍에 가서 옷이나 몇벌 사면 되고.
서울처럼 집값이 비싼 것도 아니고.
남 생각해 보니까 또 그렇겠네요
여 한잔 하세요
(E)건배하고 마시는
여 아저씬, 서울에서 왔어요?
남 네.
여 그럼 63빌딩 가봤어요?
남 하하.. 네.
여 나두 거기 가봤는데.
남 그래요? 언제요?
여 어렸을 때요. 아빠 따라 한번 서울 가본 적 있거든요.
남 그랬구나.
여 와.... 그때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는데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귀가 먹먹하더라구요.
우리 아빠가, 침을 꼴깍 한번 삼키라고 그래서 그렇게 하니까
또 괜찮아지대요?
남 (웃는)
여 왜요?
남 얘길 재밌게 잘해서요. 얘기 듣다 보니까,
재밌는 풍경이 담긴 흑백사진 한장 보는 것 같네요
(M)
흑백사진 / KCM
여 저 그럼 가볼께요. 매상 올려줘서 고마워요.
남 그래요. 낼 아침에 일찍 나갈 것 같아서, 인사 못하겠네요.
여 네. 잘가세요.
(E) 문 여는, 바람 소리
여 (놀라는) 눈이 또 오네? 어머나....
남 왜요?
여 이렇게 오다간, 아저씨 못가는 수가 있겠는데요?
남 야....... (말 못하다가) 이런 눈은 또 처음 보네...
내리면서 바로 쌓여버리는데요?
여 나야 여기 사니까.. 여기가 특히 눈이 많이 오는데라....
아후, 춥다. 아저씨 갈께요.
남 네.....
남 그날밤, 눈은 그치지 않았고.
나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M)
It's A Lonesome Old Town / Sting
남 새벽에 깜북 잠이 들었을까....
일어나 시계를 보니
벌써 아침 9시가 넘어 있었다.
(E)문 열고, 바람 세차게 부는
남 어후....
(E)얼른 닫는
남 도저히 나갈 엄두가 안났다.
결국.....
(E) 석유 난로에 불 지피는
여 (기침하며) 이놈의 난로, 또 말썽이네.
아우~ 연기~
남 아직도 석유난로를 쓰나봐요.
여 그럼요. 그래도 이 녀석 있어서 겨울을 나는데요.
그나저나 아저씨 못가서 어떡해요?
남 할 수 없죠 뭐.
여 뭐 급한 일 있는 건 아니구요?
남 회사랑 집에 전화했어요.
여 응.... 결혼하셨어요?
남 네
여 응..... 애도 있구?
남 딸 하나 아들 하나
여 그렇구나. 치.. 재미없다.
남 뭐가요?
여 아니.... 이혼남이든 총각이든, 혼자라야 뭐 로맨틱한 맛이 나지
결혼한 아저씨면 재미 없잖아요.
남 네? (웃는)
(M)
오빠 / 선우정아
남 저녁 무렵, 눈이 잠깐 그쳤다.
(E) 문 닫고 들어오는
남 이런 날도 차배달 시키는 데가 있긴 있네요?
여 집에서 심심하니까요. (눈 털며) 그나저나 완전히 밖에 눈천지에요.
남 그래요?
여 눈 오면 멋있는 데 가르쳐 줄까요?
거기 한번 찍어봐요. 제법 괜찮을텐데.
(E) 눈 밟고 가는 두 사람 발자국
여 여기에요.
(BG) Love
Letter 중
여 어때요?
남 .........
여 아저씨
남 정말 좋네요.
여 여긴 우리 아빠가 나 가르쳐 준 데에요.
어렸을 때 눈 오면요, 아빠랑 둘이 여기서 눈사람도 만들고
눈발자국도 찍고 그랬어요.
한참 걷다가 뒤돌아봤을 때 아빠랑 내 발자국이
나란나란 찍혀 있는 거 보면, 참 기분이 좋았는데.
(M)
Song From The Snow / Real Group
(E)바람 소리
남 지금은 아버님이....?
여 돌아가셨어요. 왜 그때 있잖아요.
저 처음으로 서울 나들이 갔다 오던 날. 63빌딩 간 날요.
남 (놀라고) 어쩌다 그런 일이.....
여 그날 눈이 되게 많이 왔는데. 오다가 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졌나봐요.
난 정신을 잃었는데, 일어나 보니까 우리 아빠가 나를 감싸안고 계시 더라구요.
남 아......
여 아빠가 안 움직이니까, 귀도 먹먹하고 가슴도 먹먹하고 그냥...
온몸이 다 먹먹한데.... 아빠가 가르쳐준대로 침을 아무리 삼켜봐도
그 먹먹한 게 가시질 않는 거에요.
남 .........
여 그 담부터 내가 서울에 못가잖아요.
그냥 답답하고 심심해도, 이 마을에 이러고 살고 있잖아요.
(쓸쓸히 웃는)
(M)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 / 예민
-------------1부 끝
(E) 눈길 걷다가 멈추는, 사진 찰칵찰칵
남 정말 아름다운 설경이었다.
눈은 그저 세상을 덮어버리는 데 그치지 않고
또다른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여 계속 찍을거에요? 곧 밤돼요.
남 잠깐만요... 몇 컷만 더 찍구요.
여 우리 아빠도 사진 잘 찍었는데.
카메라 비싸니까 못사고, 왜 일회용 카메라 있잖아요.
그거 사서 나 많이 찍어주고 그랬어요.
63빌딩에서 찍은 사진은 아직도 있어요.
(E)찰칵 찰칵
여 뭐해요 아저씨?
남 그냥... 얘기하는 모습이 예뻐서요.
여 내가 좀 예쁘죠. (웃고) 우리 같이 한장 찍어요.
(E) 찰칵 찍고
남 이름이 뭐에요?
여 .....은서에요.
우리 아빠가 지어준 이름요.
(M)
아빠 / 한스밴드
(E) 걷는
남 눈이 그친 밤하늘엔
맑은별들이 쏟아질 듯 박혀 있었다.
여 아저씬 사진 찍는 게 좋아요?
남 네.
여 왜요?
남 시간을 가둬둘 수 있으니까.
여 시간을 가둬두는 게 뭐 좋아요?
시간을 흘러가는대로 냅둬야 좋은거지?
남 그래두... 살다 보면요....
멈춰졌으면 싶은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여 .....멈춰졌으면 하는 순간?
남 이를테면 지금같은 순간.
밤하늘에 별들과, 천지로 덮인 눈과
고요함과, 친절한 아가씨가 함께 있는 꿈같은 이순간.
여 (웃고) 이런 건 사진으로도 못 담는거잖아요.
남 그렇죠....
여 아저씨, 자꾸 날 유혹하네?
남 네?
여 자꾸자꾸 맘에 들잖아요. 유부남인 주제에.
(M)
Vincent / Don Mclean
(E) 맥주잔 부딪치는
여 이제 눈도 그쳤으니까, 내일은 나갈 수 있을 거에요.
남 그래요. 고마웠어요.
여 나갈 수 있겠지만, 하루만 더 있다 가면 안돼요?
남 .....네?
여 ....나 너무 헤퍼 보이나? 그냥 하루만요.
남 왜요?
여 잘 모르겠는데. 그냥 아저씨랑 이대로 헤어지는 거는 좀 아쉽네?
남 ......
여 오늘 술은 그냥 내가 낼테니까, 하루만 더 있으세요.
내가.... 더 멋진 데 가르쳐 줄께요.
남 더 멋진 곳은 없을 거에요.
오늘 본 곳이 최고였어요.
여 ........
남 술값도 내가 낼께요.
여 그냥 가겠다구요?
남 내일 하루는, 그냥 멈춰진 시간이라고 생각하죠 뭐.
우리 뭐할까요?
(M) Winter
Story
(BG) 음악 이어지며 -
(E)낡은 마룻바닥 삐걱대며 걷는
여 여기가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에요. 그땐 국민학교라 그랬었는데.
남 이제 폐교된 거에요?
여 네. 애들이 없으니까.
(E) 문 열고
여 이거요, 이 그림이 내가 그린 거에요.
5학년 2반 윤은서. 이름 보이죠?
남 이 분이... 아빠에요?
여 네. 어? 그런데 이제 보니까 아저씨도 닮은 것 같네?
남 그래요? 영광이네~ (웃고)
여 우리 운동장 나가서 눈사람 만들래요?
(E) 눈 위를 뛰어가는
남 야... 눈 잘 굴리네
여 제 전공이죠. 커피 따르는 것보다 눈 굴리는 게 더 자신 있어요.
남 그런데, 왜 까페를 해요?
여 우리 아빠가 한량이었어요. 엄마가 아빠 무능력한 거에 질려서
도망갔거든요. 나 어렸을 때 우리 아빠, 맨날 다방에 죽치고 살았는데
난 아빠가 좋으니까요, 다방도 좋더라구요.
내가 우리 아빠한테 맨날, 아빠 나 커서 다방할께. 아빠가 놀러와.
이랬던 거 생각나요.
남 은서씨는 아빠가 진짜 보고싶은가보다.
여 보고싶다기 보다는요, 그냥.... 아빠가 없어서.. 참 외로워요.
(M)
Adle E Aleina / Silje Vige
(E) 바람 소리
여 다 됐다. 어때요? 근사하죠. 이게 아저씨에요
남 고마워요
여 아저씨, 부인 사랑해요?
남 그럼요.
여 그렇구나.... 하긴.... 부인이니까.... (E)걷기 시작하는
여 아.... 큰일났네.
남 뭐가요.....
여 나 왜 자꾸... 아저씨가 좋지?
아저씨가 말로라도, 아줌마랑 사이 안좋다 그랬음 좋겠구.
남 ........
여 겁먹지 말아요. 그냥 그렇다는거지 뭐.
남 은서씨도 이제 까페 그만 하고... 좋은 사람 만나는 거 어때요?
여 여기 뭐... 사람이 있어야죠. 다 아저씬데.
남 그럼 서울로 와요.
여 그럼 아저씨 만날 수 있어요?
남 아니... 뭐 만날 수도 있구요.
그러니까... 만난다는 게.... 다른 의미의 만난다는 게 아니라....
여 아저씨 진짜 소심하다. 알아요. 누가 뭐래요?
나 그렇게 막나가는 애는 아니에요. (웃고)
남 그래요. 이제.. 우리 갈까요?
남 어색하게 웃으면서 돌아서는
그 아이를 보는 동안
내 머릿속엔 아내도 아이들도 없었다.
저 아이가 예쁘다는 생각.
조금 더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
그뿐이었다.
(M)
사랑의 찬가 / 유열+서영은
(E)창밖으로 바람 소리
남 집에 안 가요?
여 ......가야죠
남 그 소리만 몇시간째에요.
여 나랑 같이 있는 게 싫으세요?
남 누가 그렇대요.... 피곤할까봐....
여 있잖아요. 너무 흔한 수법이라고... 유치하다고 그럴까봐서요....
말 안하려고 했는데요. 이게 수법이 아니라 진짜거든요.
남 뭐가요.
여 아저씨... 정말 우리 아빠랑 너무 비슷한 거 있죠.
남 ........
여 그래서 처음에 보고 왈칵 울 뻔 한 거 있죠.
남 은서씨.....
여 이거 볼래요?
(E)뭔가 부스럭대며 꺼내는
여 닮지 않았어요?
우리 아빠랑 63빌딩 가서 찍은 건데.
남 그녀가 내민 사진 속에선
젊은 남자가 웃고 있었다.
나와 그리 많이 닮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 눈에
나와 그녀의 아버지가 닮아 보였다면,
그건, 그녀의 그리움이 만들어낸
착시현상일 것이다.
(M)
사랑할 수밖에 / 이현우
(E) 스쿠터 타고 가는, 멈추는
여 다 왔어요.
남 고마워요. 정말.
여 서울 가면요, 63빌딩 한번 가주세요.
남 왜요?
여 가서, 무지 빠른 엘리베이터 타면요,
내 생각 날거에요. 그때, 침 한번 꼴깍 삼키세요.
남 ....그래요.....
여 가세요. 아참, 나중에 언제......
내 사진이나 주고 가세요. 아저씨랑 나랑 같이 찍은 거.
남 ...그래요.
여 기다릴께요
(E)스쿠터 멀어지는
남 그녀는 울음을 참는 아이같은 표정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나만 몇번씩....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M)
My Memory 류
(E) 도시 소음
남 서울엔 눈이 잘 오지 않는다.
그래서 난 그 겨울 동안
그녀를 잊고 지냈다.
그리고 1년 후 어느 퇴근 길...
예상치 못했던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건
희끗한 눈 저 너머에 우뚝서 있는
높다란 빌딩이었다.
그녀가 꼭 가보라고 했던 그곳.
(E) 걸어 들어가는
(E)엘리베이터 올라타는
남 어렸던 그녀가...
아버지와의 마지막 외출로...
이곳에 왔었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침을 삼켜도... 그 먹먹함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M)
Try To Remember / 여명
(E)자동차 멈추는
남 눈이 다 녹아있는 마을의 풍경은
예전과 사뭇 달랐다.
다만, 장미의 숲.... 이라는 작은 간판이
반쯤 비스듬하게 떨어져 달랑거리고 있다는 게
달라진 풍경이라면 풍경이었다.
(E)걸어가는, 문 여는
남 이웃 사람의 말론,
작년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자
그녀는 떠났다고 했다.
이발소 남자는 서울로 갔다고 했고
가게 남자는 춘천에 갔을 거라고 했다.
아무도 새로 장사를 시작하지 않는 그 가게 안엔
썰렁한 겨울 냄새만 가득했다.
(E)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남 그리고, 한쪽 벽면을 바라보던 난
그냥 웃고 말았다.
거기엔 비뚤비뚤한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여 아저씨! 다시 올 줄 알았어요!
여기 빈 액자에, 내 사진 끼워주고 가세요!
(M)
This Time / Julienne Taylor
(E)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
남 빈 액자에 그녀의 사진을 꽂는다.
언젠가, 그녀가 이곳에 온다면
이 사진을 볼까.
이 사진을 보면,
내가 그녀의 아버지와 닮지 않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까.
멈춰버리고 싶던 그 순간엔,
그녀에게 기울어 있는 사진 속 내 모습처럼
내마음도 그랬다는 걸, 눈치챌 수 있을까.
(M)주제음
제비꽃 / 류
2006-12-0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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