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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24일 목요일 음악에세이 대본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50화 - 가을이 오기 전에


(M) 주제음 제비꽃 / 윤사라


남     아직 날은 무덥지만

        계곡엔 벌써 가을이 와 버렸다.

        지난 한철..

        구름떼처럼 몰려들던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걸까.

        드문드문 오는 등산객들만

        눈에 띌 뿐

        펜션엔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있다.

        장마 때문에 여름이 늦게 시작된 편인데...

        별로 장사를 해 보지도 못한 채

        성수기가 지나가 버렸다.

        참.. 맥 빠진다..

(M) 한 여름밤의 꿈 / 이제열


남     이제 단풍철이나 돼야 장사가 될까...

(E) 마우스 클릭하는

남     인터넷의 펜션 홈페이지에

        가격을 인하한다는 공지사항을 띄우고 있는데.


(E)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

여     계세요?

남     (반가운) 네. 어서오세요.

여     여기 맞네. 내가 맞게 찾아왔네.

남     네? 누구....

여     내가 그렇게 늙었어? 나 못알아보면 어떡하나.. 했는데..

        진짜 못알아보네...

남     너... 은서..야?

여     그래. 잘 있었어?

(M)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 - 이문세


(E) 차 따르는

남     여긴.. 커피 그런 게 없어서..

여     나 원래 녹차를 더 좋아하잖아

남     맞다. 그랬다. 하긴, 내가 너한테 다도를 처음 배웠으니까.

여     기억하네?

남     어... 기억이.. 나네....

여     지리산에 한번 와볼까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다가...

        구름 위의 산책이란... 여기 펜션 이름을 보고...

        설마 했거든. 설마...

남     지리산엔 어쩐 일이야...

여     그냥 사는 게 좀 지루해져서....

        나 가끔 산 타는 거 좋아했잖아.

남     어... 신기하다...

        벌써 10년도 넘었는데... 다 기억이 나네....

여     그래? 고맙네....

(E)차 마시고

여     여태 혼자 있어?

남     어. 

여     왜....

남     그냥.. 어쩌다 보니까....

        이런 산골까지 따라와 살겠단 여자가 누가 있겠어.

여     그럼 도시로 나가면 되잖아

남     그래도... 여기가 좋아 난.....

(M)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 / 예민


남     10년 전, 난 도시에 있었고.

        그녀는 내 여자였다.

(E) 막노동판 뚝딱뚝딱

남     취직 공부를 하면서, 난 막일을 했다.

        그땐 그래야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여     (멀리서) 자기야!!

남     어... 여긴 뭐하러 왔어. 먼지 나는데...

여     잘하고 있나 보러 왔지.

남     레슨 다 끝났어?

여     그냥 한 집인데 뭐.

남     잠깐만... 나 금방 씻고 올께.

        여름이라 땀이 금방 금방 나서...

여     괜찮아. 이거부터 먹고....

남     뭐야?

여     제과점에서 팥빙수 사왔어. 자기 좋아하잖아.

(E) 먹는 소리

여     맛있지.

남     응.

여     날이 더우면 너무 걱정돼.

        난 시원한 데 있지만, 자기가 더운데서 고생하니까.

(M) 팥빙수 / 윤종신


남     그녀는 음대를 졸업하고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렛슨하고 있었다.

        풍요로운 집안에서 나고 자라서

        부족한 게 뭔지 잘 모르는 여자였다.

        그런 그녀에게 난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난, 자신 있었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될 자신이... 


여     공부는 잘 돼 가?

남     걱정 마.

여     공부해야 되니까, 우리.. 어디 놀러는 못가겠다.

남     왜. 놀러가고 싶어?

여     시원한 데... 어디 산 같은 데 갔음 좋겠다.

남     지리산 갈래?

여     지리산?

남     거기가 내 고향이잖아.

여     맞다.. 그렇다 그랬지.

남     뭐, 부모님은 안계시지만... 우리집은 거기 있어 아직.

여     그럼 우리 지리산 가자.

(M) 좋아좋아 / 서영은


(E) 버스 타고 가는

남     가도 뭐... 볼건 없어. 산밖에.

여     산 보러 가는 건데 뭐.

남     여기 기대서 눈 좀 붙여봐.

여     싫어

남     왜....

여     내가 우리 둘이 어디 여행가는 거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지?

        자기가 항상 바빠서....

남     미안...

여     한숨도 안자고... 한 순간 한 순간.. 다 기억할거야 뭐.

남     아이구... 그래라. 그 몸으로 산 타고 나면 지쳐서 바로 떨어질걸?


(E) 걸어가는

남     너... 산 잘 탄다.

여     아빠 따라서 산에 많이 올라다녔어. 몸 약하다고 아빠가 등산해야         한다고 그러셔서.

남     그래도 힘들면 말해. 쉬었다 가게.

여     다 왔잖아. 자기네 집은 어디야?

남     조금만 가면 돼...


남     그녀를 데리고, 고향집에 갔다.

        우리집에 누군가를 데리고 갔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M) 향수 / 이동원+박인수

       

(E)문 열고

남     여기야...

여     와... 좋다....

남     좋긴... 후... 먼지 좀 봐...

여     아니야. 너무 좋다. 마당도 이쁘구...

남     있어봐. 마루랑 방이랑 정리 좀 하고...

        맛있는 거 해줄께.

여     맛있는 거 뭐?

남     완전 무공해 산채비빔밥!

여     진짜?

남     그럼... 방금 딴 산나물에.. 고추장 넣고 밥 비벼서..

        거기다가.. 풋고추에 된장 찍어 먹으면... 기대해라 너!


(E) 밥 먹는 

여     너무 맛있어. 내가 지금껏 먹어본 거 중에.. 젤 맛있어.

남     진짜? 찌개도 먹어봐.

(E)먹고

여     자기 요리 진짜 잘한다.

        나중에 우리 결혼해도 이렇게 해줄거야?

남     .......결혼?

여     응. 

남     응. 그렇게 해줄께. 당연하지.


남     결혼....

        그녀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무모한 자신감에 넘쳐 사는 나였지만

        그것만큼은 확신이 들지 않았다

(M) 남자답게 / 플라이 투 더 스카이


(E) 산에 오르는

여     ....세상에....너무 멋져....

남     발밑을 봐...

여     (놀라는) 


남     새벽녘 산에 올랐다.

        산 꼭대기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끝도 없이 넓은 꽃밭을 만들어놓고 있었고

        우리의 발밑으론 은빛 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여     .....천국에 온 것 같아....

(M) Rising Sun / Kitaro


남     옛날엔..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여기 왔어.

        여기 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다 아무것도 아니더라구.

        구름이 내 발 아래에 있는데...

        못할 게 뭐냐.... 싶고...

        산 위에서 보면... 다 똑같잖아. 작고 아무 것도 아니고...

여     맞아.... 

        나 지금.. 기분이 말로 뭐라고 못할 만큼.. 좋아...

남     나중에.... 있잖아. 우리 여기 지리산에 집 지을까?

여     집?

남     응... 집 이름은... 구름 위의 산책....

여     영화 제목이잖아

남     응... 멋있지.

여     좀 유치하기는 하지만... 응. 멋있어. (웃고)

        진짜 꼭 집 지어야 돼.

(M) A Lover's Concerto / 진혜림


(E)찻잔 내려놓는

여     그래두... 정말 지을 줄은 몰랐어.

남     그냥... 원래 내 꿈이 그랬어.

여     나 때문이 아니구?

남     ......남의 여자한테 무슨 미련이 남았다구... 너 때문에

        집을 짓냐?

여     피..... (미소) 잘 지냈어?

남     몇 번을 물어봐... 잘 지냈어.

여     그동안 참 궁금했어. 잘 지낼까.... 어떻게 지낼까....

남     ....넌... 

여     나야 뭐... 잘 지냈지.

남     아이도 낳았구?

여     응. 딸 하나.

남     너 닮았으면 예쁘겠다.

여     예쁘지. 너무 예쁘지.

남     그래. 잘 살아온 것 같아서, 보기 좋다.

        그런데 왜 여행을 혼자 왔어?

여     휴가지. 렛슨도 그만두고 맨날 집에만 있으려니까

        답답해서. 남편한테 휴가 받았어.

남     남편이... 너 여기 온 거 알아?

여     당연히 알지. (웃고)

남     바로 떠나야겠네? 금방 해질텐데.

여     방 있지?

남     응?

여     나 손님으로 온거야. 방 하나 줘. 자고 갈거야.

(M) Forever Friends / Remedios


(E)밥상 차리는

여     우와... 솜씨는 여전한가봐?

남     그냥... 뭐... 앉아.

여     나 가끔은 이 밥상이 정말 눈물나게 그리웠어.

        난 아무리 솜씨를 내도 이 맛이 안나더라구.

남     그럼 임마... 이게 쉬워 보여도

        노하우가 필요한거거든.

(E)국 떠먹고

여     그때 있잖아. 지리산 다녀와서

        왜 나한테 헤어지자 그랬어?

남     .....뭘 새삼스럽게.... 그게 언제적 얘긴데 물어보고 그래.

여     왜 그랬어?

        짐작이 되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당신은...

        쉽게 지는 사람이 아닌데...

        왜 그랬을까 늘 궁금했어.

남     ........

여     우리 아빠 만났지?

남     응

여     그래. 그럴 것 같았어.

        아빠는 아니라고 하셨지만, 그런 것 같았어.

남     .........

여     아빠가 헤어지라고 하셔서, 그러기로 한거였어?

남     .......

여     응? 대답해봐.

(M) 말해줄래요 / 해이


남     그녀의 아버지를 만났다.

        뻔한 얘기였지만, 가슴에 와닿는 말들이 많았다.

        한번도 고생하지 않고 자라온 딸이

        아무 것도 갖지 못한 나와 결혼해서

        힘들게 사는 건...

        어떤 부모라도 보고 싶지 않을 것이였다.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우겨봤지만....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났다.


여     내가 지난번에 얘기했던 혜진이 있잖아.

남     ............응

여     혜진이 이번에 귀국독주회 한대.

남     .........그래?

여     아빠가... 유학 못가게 한거... 지금 생각해도 섭섭해.

남     너 몸이 약해서.. 혼자 유학생활은 무리라고 생각하셔서   

        그런거잖아.

여     그렇긴 해두.... 나 뭐야....

        내가 혜진이보다 훨씬 재능 있다는 칭찬 많이 받았는데...

        난... 애들 렛슨이나 하고 있고...

남     렛슨이 어때서. 너 멋져.

여     하긴.... 이것만도 힘에 부치는데.... 유학은 무슨...

        그냥 괜한 소리 해본거야.


남     그녀의 아버지가 그랬다.

        다른 건 몰라도

        그녀가 아플 때... 지켜줄 수 있는 사위를 원한다고.

        그녀가 물질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게 해줄 사람을 원한다고.

        내가 갖고 있던 모든 자신감이 사라져 버리는 듯 했다.

(M)  가슴 아파도 / 환희


여     왜 그래. 오늘 기분이 많이 안좋아 보인다....

남     은서야.

여     응?

남     넌, 아버지랑 어머니랑 다 버리고... 나랑 살 수 있어?

여     응?

남     그럴 수 있어?

여     ..... 왜 그런 걸 물어...

남     궁금해서...

여     그냥... 어머니 아버지 버리지 않고...

        자기랑 살았으면 좋겠어. 왜.. 그럼 안돼..?

남     아니야...

여     .......

남     나는.... 그냥 자신이 없어.

여     응?

남     자신이 없어져 버렸어. 미안해. 우리 그만두자.

(M) I'm Sorry / 팀


(E) 숟가락 내려놓는

여     그때.... 내가 울고 불고.... 며칠을 밥 안 먹고...

        (웃음) 그랬던 거 생각하면...

남     니가 철이 없었지.

        만약에 나랑 결혼했어봐. 지금 어떻게 살고 있겠어.

여     ....여기서.... 날마다 맛있는 밥상 받으면서...

        그러고 있지 않을까?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남     ......

여     내일 아침에 산에 올라가지 않을래?

남     산에?

여     지리산.. 야생화 꽃밭 있잖아.

        거기 꼭 다시 가보고 싶었거든.

        발밑으로 구름이 간질이는... 그 느낌도... 다시 느껴보고 싶어.

(M) Feelings / Morris Albert


(E) 산에 오르는

남     괜찮아? 힘들지?

여     애 하나 낳고 나니까, 몸이 예전같지 않네.

남     다 왔다....

여     그러네.....

(BG)  Rising Sun / Kitaro

여     여긴.... 어쩌면 그대로다....

남     .......오늘은 좀 흐리다.

        날 좋을 땐 더 좋은데

여     아냐. 오늘도 충분히 좋아.

남     너도 그대로야

여     거짓말. 못알아봤으면서.

남     그냥.... 믿어지지 않아서.. 그랬어.

        니가 찾아오는 상상을 몇 번 해보긴 했는데

        진짜 올줄은... 몰라서.....

여     그때.... 그냥 나랑 결혼하지 그랬어?

남     ........뭐?

여     그때 그냥... 결혼하지....

남     너... 무슨 일 있어?

        혹시.... 남편이랑 안좋아?

여     아니. 그 사람 정말 좋은 사람이야.

        나한테 아까운 사람이야.

남     그런데 왜!

여     좋은 사람이랑 살아도, 별로 안 행복하더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 없으니까.

남     ..................

여     ....... 유부녀가 이런 말 하면 안되는거지?

        (웃음) 그래도 얘기하고 나니까 속이 다 후련한데?

(M) 보고싶다 / 거미


남     기차 타는 데까지 데려다줄께.

여     아니야. 여기서 버스 타고 가면 되잖아.

남     힘들텐데...

여     나.... 그때랑 똑같이 왔어.

        그때랑 똑같은 데서 버스 타고.... 똑같이 걷고.... 그렇게.

        10년이나 지났는데 별로 변한 게 없더라.

        그냥... 나만 변했더라.

        그리고.... 피곤하니까 눈 붙이라는 당신만 없더라.

남     이제... 또 올 일은 없겠지...?

여     ....당연하지. 애 봐야지, 남편 뒤치다꺼리 해야지....

        외도는 이번 한번으로 충분해!

남     (웃음) 외도?

여     외도지. 내가... 지난 세월 한번도 못잊었다고 고백까지 했는데.

남     .... 잘가라.

여     응. 잘 있어. 밥도 잘 챙겨먹고.

남     그런 건 걱정 마.

(E) 버스 오는 소리


남     그녀가 버스에 오른다.


(E) 버스 가는 소리


남     부연 먼지를 내뿜으며

        멀어질 때까지

        난 그 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 이게 정말 마지막이겠지.


(E) 멀리서 버스 멈춰서고, 멀리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


남     그녀가 버스에서 내려 뛰어온다.

        그리고.... 내게 안긴다.

(M) 냉정과 열정 사이 OST


남     말없이 내게 안겨서

        한참을 소리없이 울던 그녀는

        내게 말했다.


여     나 잊어버리지 마...

        아주 나중에라도.... 된장찌개 끓이다가.. 산책하다가...

        나 한번씩은 생각해줘야돼.


남     그녀는 다음 버스를 타고 떠났고.

        난 내내 먹먹한 가슴으로

        해가 지고 별이 뜰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M)  약속 / 김범수


남     그리고 얼마 뒤에

        난 전화 한통을 받았다.

        그녀의 남편이었다.

        은서가 세상을 떠났다는 전화였다.

        의사였던 그 남편까지도

        어쩌지 못할 정도였다고 했다.

        말기 암 환자였던 그녀는

        더 이상의 수술을 거부한 채

        지리산에 가겠다고 했단다.

        내 존재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남편은

        어렵게 그 부탁을 허락했고.

        산에 다녀온 얼마 후

        그녀는 숨을 거뒀다고 했다.

(M) 그대는 어디에 / 임재범


남     은서의 남편은....

        그녀의 말대로 좋은 사람이었다.

        장례식장에 와서

        그녀의 마지막을 함께 하도록

        배려해주기까지 했으니까.

        그곳에서... 

        그녀의 사진을 보며...

        난 울지도 못했다.

        아무 것도 믿어지지가 않아서....

(M) Hear Me / Michael Bolton


남     지리산에 돌아왔을 때

        엽서 한 장이 와 있었다.

        구름으로 가득 덮인

        지리산의 풍광이 아름다운.. 엽서였다.


여     안녕.

        난 서울에 잘 도착했어.

        그동안 참 많이 보고 싶었는데

        얼굴 보고 나니까    

        마음이 참 후련하기도 하고... 그래.

        내가 좀 바보같은 모습 보여주고 왔나 싶어서

        조금 후회도 되지만.

        이해해 줄거라고 믿어.

        건강하게... 잘 살아.

        나도 그럴께....

        앞으로도 많이... 보고 싶을거야.

        하지만.. 다신 그 산에... 찾아가지 않을께.

(M)주제음  제비꽃 / 윤사라





2006-08-23(1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