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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2일 목요일 음악에세이 대본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41화 - 장마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M) 주제음 Rhythm Of The Rain / Dan Fogelberg


(E) 비오는 소리

남     장마가 시작됐단다

        비가 오면

        방바닥만 축축해지는 게 아니다

        마음도 축축해진다

        가끔은 안구도 축축해진다

(E)  비가 와요 / 이현우

남     괜히 슬픈 음악이 듣고 싶어지고

(E) 맥주캔 따는

남     술이 마시고 싶어지기도 한다

(E) 전화벨 소리

남     여보세요. 어... 뭐하긴 뭐하냐. 그냥 집에서 맥주 마시고 있다

        나오라고? 누구 누구 있는데... 어 그래. 금방 갈께.

(E) 신발 신고 대문 닫고 나가는

남     누군가의 부름에도 금방 응하게 된다

        비가 오면...

        사람이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M) 비처럼 음악처럼 / 김현식


(E) 계단 탁탁 뛰어 내려가는데, 비오는 소리 

여     (조금 멀리서) 거기요... 그거 조심 좀 해 주세요.

        깨지는 거에요. 조심조심!!!

남     .....뭐야?

여     아유~ 아저씨. 그건 비 맞으면 안돼요.

(E)걸어가는데

여     못살아 정말.... 사람들이 왜 이렇게 책임감들이 없을까?

        (하면서 걸어오다가)

        저기요...

남     .... 저요?

여     네. 여기 살아요?

남     네. 

여     어디... 2층?

남     아뇨... 옥탑방 사는데...

여     아... 그... 백수라던...

남     네? 백수 아닌데요. 만화간데요.

여     아, 맞다. 얘기 들었어요

        만화간데, 자기 책은 없고 그냥 맨날 만화만 본다던...

남     (기분 나쁜) 저에 대해서 어떻게 아시는데요?

여     저, 이 집 새로 산 주인이에요.

        집 팔렸단 얘기는 들었죠?

남     아... 예. 그때 복덕방 아저씨한테 계약서 다시 받기는 했는데.

여     전 주인한테 들으니까, 월세를 제 날짜에 안 내신다구...

남     예? 아.. 뭐 두어번... 늦은 적이 있기는 한데요

여     저는 그런 거 굉장히 정확한 사람이거든요.

        겪어보면 아시겠지만요.

남     ....네...

여     그럼 어디 가시던 모양인데 가시구요. 다음에 뵈요.

남     ....예...

(E) 걸어가는데

여     (뒤에 대고) 아참. 이번달 월세 내는 날짜는 내일 모레에요.

        정확히 좀 해줘요.

(M) 장사하자 / 하찌와 TJ


남     그나마 싼 집에서 오래 버텼는데

        여기서도 이사를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이는 인상의

        새로운 집주인은

        첫날부터 

        날 가만 내버려 두지 않았다.


(E) 비오는, 문 두드리는

여     저기요.... 아저씨...

(E) 문 열고

남     아침부터.. 무슨 일이세요?

여     이거 아저씨네 꺼죠.

남     .... 그런 거 같은데요.

여     아니,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 따로 있는 거 몰라요?

남     그래요?

여     아예 신경도 안쓰고 있었던 거네요?

남     아예.. 뭐 앞으론 신경 쓰겠습니다.

여     이거 봐요. 신문지를 그냥 다 내놓으니까

        비 와서 젖었잖아요. 이럼 우리 건물 전체가 욕먹는다구요.

        누구보다, (강조) 이 집의 주인인 내가 욕을 먹게 되구요.

남     아.. 알았다구요. 담부턴 잘할께요. 됐죠?

여     그래요. 

(E) 문 닫으려는데

여     아, 음식물쓰레기도 신경 좀 써주세요.

        장마철이라 그런 거 함부로 내놓으면

        벌레 끓어요.

남     네.... 이제 저 자도 되죠?

(M)   Got What You Need / Eve


남     고난은 계속됐다.

        다음날. 아침 8시.

        나에겐 새벽이나 다름없는 그 시간

        어김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E) 문 두드리고

여     아저씨! 아저씨!

(E) 문 열고

남     (졸린) 왜요 또....

여     또라뇨. 오늘 월세 내는 날이잖아요.

남     ......아직 돈을 안 찾아놨거든요.

        이따 돈 찾아서 드릴께요.

여     아니, 오늘이 월세 내는 날인 거 뻔히 알면서

        돈을 안 찾아놨어요? 이거는 (강조) 집주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보는데?

남     아줌마....

여     ... 네?

남     아줌마, 집주인 첨 해 보죠

여     (당황) 네?

남     맨날 월세에 전세 살면서 집주인들한테 무지하게 시달렸죠?

여     ...... 무..무슨 소리에요 지금?

남     다 들켰어요. 지금 아줌마 표정이 어떠냐면요.

        나도 이제 집주인이다. 그동안 당한 거 한풀이나 좀 해 보자!

        이거거든요.

여     아니, 아저씨. 무슨 근거로...

남     저 아저씨 아니거든요.

(M) 빙고 / 코요태


(E) 비오는 소리,낮은 음악소리, 펜으로 뭔가 그리는 소리 

남     아직 한번도

        내 만화가 책으로 나온 적은 없지만

        그래도 나는 만화가다

        어떤 사물이든

        어떤 사람이든

        내가 보는 것은 그 무엇이든

        만화로 담아내고 싶은..나는.. 만화가다.

        그런 나에게 그리고 싶은

        새로운 인물이 생겼다.

        남자 주인공을 스토킹하면서 괴롭혀대는

        여자다.

        물론 모델은 집주인 아줌마다.

        집요하고, 악착스럽고, 불필요한 참견을 많이하는

        그런 캐릭터의 인물이다.

(E) 문 두드리는

남     역시...

        오늘은 조용하나 했더니....

(E) 문 벌컥 여는

남     왜요 또!


남     다음 순간 조금 민망해졌다.


여     이거나 좀 먹어보라구요

        비도 오고.. 해서 전을 부쳤는데

        너무 많이 부쳐서... 안먹을거면 도루 가져가구요

(M) 키친 - 이소은


(E) 비오는 소리

남     고..고맙습니다. 

여     뭘요. 너무 많이 부쳐서 가져온 거래니까.

남     접시 돌려드릴께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여     네.

남     비 들어오니까, 잠깐 들어오세요

여     그럴까요 그럼?

(E) 문 닫고, 빗소리 작아지고 + Famous Blue Raincoat / Leonard Cohen

여     방에.. 못질 같은 거 하고 그러는 거 아니죠?


남     그럼 그렇지....


남     네. 그런 거 안 해요. 할 일도 없구요.

여     남의집이라고 생각말고, 내집처럼 아껴줘요.

남     걱정 마시라구요. 글쎄.

(E) 접시 물에 씻어서 가져오는

남     여?어요. 

여     .....음악소리가... 참 좋네요.

(M) 음악소리 커지며 이어지는


(E) 음악 소리

남     집주인 여자는

        혼자 사는 듯 했다.

        30대 중반쯤으로 되어 보이는데

        아직 결혼을 안한걸까.

        못했겠지. 저런 성질머리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남     뭐야, 내가 왜 그 여자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E) 비 쏟아지는

남     또... 비오네. 하루 종일 쏟아붓는구만....

(E) 계단 뛰어올라오는, 문 두드리는

(E) 문 열면

여     빨래 안 걷어요?

남     아, 맞다!


(E) 슬리퍼 끌고 나가는

여     세상에... 이거 다 다시 해야겠네.

남     제가 할께요.

여     비 다 맞잖아요. 우산안으로 들어와요.

남     예? 예...

(E) 몇 걸음....

여     물도 좀 아껴써요. 혼자 살면서 무슨 물값이 그렇게 많이 나와요?

남     제가 워낙 깔끔한 성격이라

        날마다 샤워를 안하면 안되거든요.

여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 옥상에 있는 화분들... 다 본인이 직접 키우는 거에요?

남     네. 

여     이쁘게 잘 키웠네요

(M) Flowers / Be The Voice


(E) 대문 열고 들어오는, 음악 흐르고 있고

여     어유.. 이거 다시 다 할려면 힘들겠네.

남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여     아니, 난 내 꺼 걷다가...

남     커피라도 한잔 하시고 갈래요?

여     주면 고맙죠.

        그런데... 여긴 늘 이렇게 음악을 틀어놓고 있나봐....

(E)커피 준비하느라 달그닥거리며

남     네. 작업할 때는 늘 음악을 틀어놔요.

여     그렇구나... 좋으네... 

(E) 커피 놔주며

남     드세요. 원두에서 새로 뽑은 거라 맛이 괜찮을 거에요

여     .... 설탕이랑 크림은 없나봐?

남     .....네? 아... 원두커피는 그냥 마셔야 좋은데....

여     아 그래요? 난 워낙 달짝지근한 걸 좋아해서.

        그냥 한번 먹어보지 뭐.

(E) 마시고

여     그냥도 맛있네. (약간 미소 짓는 느낌으로) 맛있어요.

(M) Java Jive / Manhattan Trasfer


(E) 커피 마시는

남     (그냥 할 말 없어서 던지는 질문 느낌) 그런데 결혼은 안하셨나봐요.

여     아... 했는데 이혼했어요.

남     ...... 아... 죄송해요.

여     아니에요. 뭘 죄송해요.

        이혼한 덕에 이 집도 생겼는걸 뭐.

남     ..........

여     그때 왜 그랬잖아요. 집주인 처음 해 보냐고.

        맞아요. 내가 이런 게 처음이라... 이렇게 많이 가져본 게 처음이라...

        좀 유난을 떨었나봐요. 너무 좋아서 처음엔 잠이 안왔거든요.

남     죄송해요. 그땐 너무 짜증이 나서.

        제가 원래 자는데 깨우면 좀 그렇게 돼서요.

여     그런데 돈은 어떻게 벌어요?

남     네?

여     아니, 맨날 집에서 뭘 하는 거는 같은데

        사람들 얘기 들어보니까, 책은 한번도 안나왔다믄서요.

남     (자존심 상한) 뭐... 곧 나오겠죠....

여     내가 뭐, 막내동생 같아서 얘기하는 건데...

        고깝게 생각말고 들어요

남     ...........

여     사람은.. 재능이 있는 걸 해야겠더라구.

        제일 미련한 게, 재능 없이 의욕만 있는 경우거든.

(M)    잘났어 정말 / 펌프


남     잠깐 좋아졌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럼 그렇지...


남     제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줌마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 거 같구요.

        저 일해야 되니까, 이만 가주시죠.

여     화났어요?

        나는 그냥 진실한 마음으로다가 충고 해 준 건데

남     빨래 걷어주신 거 감사합니다.

        그만 가주셨으면 좋겠어요

여     화났구나... 

        난 진짜 안타까워서 한 말이었는데. 알았어요 일해요 그럼.

(E)문 열고 나가는

남     그날 밤...

        내 작업속도에는 무섭게 불이 붙었다.

        만화 속

        집주인을 모델로 한 악녀의 캐릭터는

        정말이지 살아 숨쉬고 있었다.

(M)    나쁜 여자 / GOD


(E) 계단 내려가는데

남     그리고 얼마 후

        

여     (멀리서 비명소리) 미안해요. 제발.. 미안해요. 내가 다 잘못했어요.


남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다가섰다.


여     (조금 더 가까운) 미안하다고 하잖아요. 네?

        그러지 말아요 제발.... 

(E)물건 집어던지고 깨지는 소리들


남     처음엔 경찰을 불러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난 그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M)    돈키호테 / 신성우


(E) 밖에서 빗소리만 나는

여     괜찮아요?

남     (거의 앓는) 예.. 그냥... 뭐..

여     아니, 거길 왜 끼어들어요. 경찰이나 불러줄 일이지...

남     그러게요. 왜 그랬으까요 내가...

여     그래도... 고마웠어요.

남     전남편이에요? 아까 그사람?

여     네

남     전남편이 무슨 권리로 여길 와서.. 왜 그러는건데요?

여     소송을 걸어서 이혼했었거든요.

        그래서 위자료로 이 집 산거구요.

남     ......

여     그거 다시 내놓으라고 저러는 거에요

남     말이 돼요?

여     원래, 말이 잘 안통하는 사람이었어요.

남     그런데 뭐하러 결혼해요? 말도 안통하는 사람이랑.

여     그냥 그땐... 돈 많은 사람이 나한테 좋다고 하구....

        또 한번쯤은 비도 안새고 냄새도 안나는 좋은 집에서

        살아보고 싶기도 했구...

남     참 바보 같네요

여     그렇죠? 바보 같죠?

남     ..........

여     맞는 거에, 가난한 거에, 슬픈 거에

        이력이 붙어 버리면요.

        그게 아픈지, 괴로운지, 잘 안느껴지거든요.

        살다 보니까

        그게 더 서글프더라구요.

        혹시... 나한테 다른 인생이 허락돼 있나...

        잠깐 희망 같은 거... 가져본 거죠.

(M)김건모 - 바보


(E) 음악 틀어놓고 있는 Too Make You Feel My Love

남     오늘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내가 그리고 있는 만화 속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E) 펜으로 그려보는

남     그림 속의 그녀는

        그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먼곳을 바라보고 있다.

(E) 펜 던져버리는

남     어떻게 해도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어

        난 그냥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E) 원두커피 뽑는

남     원두향이 방안을 채우자

        내 눈 앞엔

        원두커피가 참 맛있다며 웃던

        그 여자의 미소가 먼저 떠올랐다.


남     아.... 이게 아닌데.... 나 왜 이러지?

(M)    왜 그래  / 조성모


(E) 똑똑 두드리는, 여전히 비오는, 우산 위로 비떨어지는 

여     누구세요?

(E) 나와서 문 여는

여     어머...

남     커피 마시다가요. 혹시 드시고 싶어하지 않을까 해서...

여     이걸... 나한테 주려고 가져온 거에요?

남     네. 받으세요. 빗물 떨어지겠어요.

여     아직도 따뜻하네요.

남     네. 그럼 쉬세요.

여     네..... 저기....

남     ......

여     고마워요. 


(E) 계단 올라오는

남     그 커피 한잔에

        저렇듯 고마워하는 여자.

        그동안 얼마나

        따뜻함에 길들여지지 못한 걸까.

        얼마나 

        마음 아픔에만 길들여지면서

        살아온 걸까.

(M)    아프고 아픈 이름 / 휘성


남     며칠 동안을

        혼란 속에 지내다가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내가 지금 나이 많은 이혼녀에

        정신이 혹해 있을 땐가...

        어떻게 봐도

        그녀는 나와 맞지 않는다.

(E) 가방 잠그는

남     주말 동안 여행을 가기로 했다.

        어디든...

        일단 이 집을 벗어나....

        그녀를 벗어나... 가보기로 했다.

(E) 계단 내려오는데

여     어머. 어디 가세요?

남     네.... 어디 가세요?

여     친정에요. 머리도 식힐 겸.

남     친정이... 어디신데요?

여     전라도 해남... 땅끝 마을이요.

남     아....

여     어디 가시는 길인데요?

남     ...... 이런 우연이!!

        저도 지금 땅끝 마을 가거든요.

여     정말요?

남     네. 작업하러요. 잘됐네요. 같이 가면 되겠다.


남     아...... 내가 왜 이럴까.....

(M)     왜 그래 / 휘성      


(E)버스 안, 비오는

여     장마다... 장마다... 해도 참 날 궂다...

남     그러게요. 

여     그래도 비오는데 버스 타고 가니까

        운치는 있네요

남     그러게요

여     그러게요 밖에 할 줄 몰라요?

남     ..... 그러게요

여     (웃고) 몇살인지 물어봐도 돼요?

남     서른 다섯이요

여     나랑 동갑이네

남     동갑이에요??

여     더 들어보여요?

남     아니, 뭐 그런 건 아니지만....

여     내가 어려서부터 고생을 많이 해서요.

        피부도 자글자글하고.. 벌써 흰머리도 나더라구요 (웃고)

        다들 제나이보다 더 보더라구요

남     아니에요. 그래두.... 눈은 나이를 안드셨어요

여     네?

남     아니.... 그러니까... 눈... 있잖아요. 눈...

        눈빛이... 참 맑으세요. 그래서... 애 같기도 하고....

        그 눈 때문에 나이가 안 들어 보여요.


남     내 만화 속의 그녀는

        어린 소녀다.

        물론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이 여자와

        많이 다른 생김새지만

        맑은 눈빛만은 닮았다

(M)     Girl / Beatles


(E) 파도 소리

남     이 마을이에요?

여     네. 저기 저 끝에 보이는 데 있죠. 거기요.

남     거기... 누구 누구 계시는데요?

여     아무도 없어요. 엄마 아빠... 산소 있구요.

        그리고... 팔려고 내놨어도 아무도 거들떠 안보는

        빈집이 하나 있구요.

남     아...

여     민박하는 집 아는데, 소개해 드려요?

남     ......예..... 뭐... 그러셔도 좋구요.


(E)비오는 

여     그쳤나 했더니, 또 이러네.

(E) 우산 펴는

여     이거 같이 써요

남     네

여     싫다.. 싫다 하면서 그래도 비오는 거 난 좋아요.

남     ........

여     싫다.. 싫다.. 하면서

        이 궂은 인생.. 그래도 이렇게 살아가는 거나

        비슷하죠.

남     ..........

여     내 얘기 참 지루하고 짜증날텐데...

        잘 들어줘서.. 고마워요.

        그냥... 나는...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게

        참 의지가 되네요. 

(M)    Rain / 박혜경


(E)비오는 소리

남     처음 와 보는 민박집에 짐을 풀어놓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본다

        내가 왜....

        서울에서 이 땅끝까지 와서

        이렇게 누워 있나...

        내가 왜...

        내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기만 한...

        그런 여자에게 마음을 뺏기고 있나.....

        그냥 단순한 동정심 때문일까.....

        아니며... 비 때문일까.....

        아마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그래서 마음까지 축축하게 만드는

        비 때문일거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M)    비와 당신의 이야기 / 이승철


(E) 걸레질 하는 소리

남     뭐해요?

여     네.. 왔어요? 집이 너무 지저분해서요.

        좀 치우려구요.

남     여기까지 와서 일해요? 좀 쉬지...

여     마당에 화초들 좀 봐요. 너무했죠.

남     .....

여     그때.. 서울 집 옥상에 있는 화분 보는데요.

        이렇게 곱게 꽃나무 잘 기르는 사람은

        마음도 참 곱겠다, 싶었어요.

남     내가 뭐 도와줄 건 없어요?

여     일 안해도 돼요?

남     쉬엄쉬엄 하죠 뭐. 잡초부터 좀 뽑을까요?

여     고마워요


남     하루 종일 그녀와 함께

        낡은 집을 고치고, 쓸고,닦고 꾸몄다.

        그 시간...

        나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M)    사랑합니다 / 이재훈


(E) 바닷가 거니는 , 파도

여     오늘은 비 안 오려나?

남     장마철의 마법 알아요?

여     네? 그게 뭔데요?

남     비가 계속 오면... 사람들이 참 감상적으로 변하잖아요.

        그래서... 이때 실연도 많이 당하구요.

        또 프로포즈도 많이 한대요.

여     아..... 그래요?

남     그런데, 이때 그냥 순간의 감정에 의해서 한 프로포즈가

        오래 갈까요?

여     ......네?

남     장마가 걷히면, 그런 감정도 혹시..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

        그런 걱정 많이 했어요.

여     무슨... 얘긴지...

남     나도 잘은.. 몰라요. 잘은 모르지만

        그래도 얘기해 주고 싶어서요.

여     ...........

남     다른 인생도 있다는 거요.

        장마는 걷히잖아요. 궂은 일만 있는 인생은 없어요.

        그냥 내 생각엔.... 그쪽한테두... 다른 인생이 올 거 같아요.

여     ...... 

남     그리고 이것도 내 생각인데...

        그 인생을... 나랑 같이 가봤으면 어떨까..... 싶어요...


남     내 만화 속 그녀도

        당황스러울 땐 저런 눈빛으로 바라볼까.

        난 애써 시선을 피하며 바다를 바라본다

        먼 바다에 부신 햇살이 언뜻 내비친다

(M) 주제음  Rhythm Of The Rain / Dan Fogelberg





2006-06-21(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