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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32화 - 내가... 당신을... 얼마나...
(M) 주제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이수영
(E) 지하철 계단 뛰어 내려오는 소리
남 신문 하나 주세요.
여 어떤 거 드릴까요..?
남 뭐, 이거.. 경제 신문 주세요.
여 여기 있습니다. 600원이에요.
남 처음엔 목소리가 예뻐서
그냥 한번 얼굴을 보았었다.
여 이거 드실래요?
남 뭔데요?
여 새로 나온 껌인데요, 잘 팔릴지 몰라서
반응이 괜찮으면 더 가져다 놓으려구요.
남 얼만데요?
여 그냥 드릴께요.
남 다음엔 마음 씀씀이가 예뻐서
또 한번 얼굴을 보았다.
(M)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 - 김성호
(E) 계단 내려오는
남 신문 주세요
여 경제 신문 맞죠?
남 네.
여 경제에 관심이 많으신가봐요.
남 그냥 뭐, 다들 그렇죠.
(E) 동전 주는
남 여기 있습니다.
여 고맙습니다.
남 아참, 그리고 이거.
여 뭔데요, 이게?
남 책..인데요. 심심할 때 읽으면 좋아서.
그 안에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으세요?
여 .... 이걸 저 주시는 거에요?
남 얼마 전에 껌도 주시고 해서...
여 고맙습니다. 잘 읽을께요.
남 모르겠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언제부터, 그 여자의 웃는 얼굴을 봐야
하루가 정식으로 시작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됐는지.
(M) 편지 - 김종국
남 먼지 낀 유리문 뒤의 그녀를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여 어서 오세요. 신문 보실거죠?
남 네. 아.. 아니요.
여 네?
남 아니, 그게.... 신문은 주시구요.
신문도 신문이지만.... 할 말도 있고...
여 무슨.. 얘기요?
남 날마다 이거 하시는 건 아니죠?
여 네?
남 주말엔 쉬죠?
여 일요일엔 쉬는데요.
남 아... 그렇구나. 그렇겠죠.
이게 날마다 하려면 힘들거에요. 그죠?
돈도 좋지만 쉴 땐 쉬어줘야지 (횡설수설)
여 왜.. 그러세요?
남 아, 그게요...(망설이다가) 그럼 이번주 일요일엔 일 안하고
뭐하실 거에요?
여 약속이 있어요.
남 (거절당한 느낌) 아... 그러시죠? 그러실 것 같았어요.
(서둘러)그럼, 수고하세요. 저는 출근해야 돼서...
남 이상한 듯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을 뒤로 한 채
걸어 내려가는데.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M) 나 이제 어떡해 / 글루
(E) 걸어가는
남 다음날.
왠지 민망한 마음에 조용히 신문판매대 앞을 지나가려는데.
여 안녕하세요
남 아, 예. 뭐...
여 오늘은 신문 안사세요?
남 네. 아침에 인터넷을 봤더니요. 뭐 별 거 없기도 하고.
저 그럼 수고하세요
여 오늘은 그냥 드릴께요, 가져가세요.
남 아니 뭐 그럴 필요까진...
여 여기요
남 네...
남 아 왜 그랬을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했어도 되는데.
후회를 하며 신문을 펼쳤다.
(E)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
(E) 신문 펼치는 소리, 뭔가 툭 떨어지는
남 어? 이게 뭐야?
여 이번주 일요일에 약속이 있긴 한데요.
저랑 함께 가실래요? 만약에 그러고 싶으시다면요.
(M) Happy heart / Andy Williams
(E) 계단 급하게 뛰어 올라가는
남 (헉헉거리며) 저기, 이거 보세요.
여 네...
남 약속 시간이랑 장소랑 가르쳐 줘야죠
여 내일 오시면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남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려요.
여 (웃음) 일요일 같은 시간에, 여기서. 어때요?
남 어디 가는 건지 물어봐도 돼요?
여 오시면 말씀드릴께요.
대신, 옷은 편안하게 입고 오세요.
남 네!
여 아참, 하나 더.
깜짝 놀랄 준비도 하고 오세요.
남 네?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아무리 놀라도 오늘만큼
놀라겠어요?
여 어쩌면요. 어쩌면 더 놀라실지도 몰라요.
(M) Be My Love / 클래지콰이
(E) 비오는
남 아, 하필 오늘 같은 날 비가 오냐...?
(E) 걸어가는
남 그녀와 약속이 있는 날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가 조금 일찍 도착했나보다.
그녀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 오셨어요?
남 그녀를 보았다.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내가 내려다 본 곳에는
휠체어를 탄 그녀가 맑은 햇살같은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었다.
(M) 사랑에 빠지다 - 임현정
(E) 비오는 소리
여 놀랄지도 모른다고, 그랬잖아요.
놀라셨죠?
남 솔직히 말하면, 네.. 그래요. 놀랐어요.
여 미리 얘기 안해서 미안해요.
남 아니에요. 그런 얘기가 아니에요.
여 놀라셨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약속은 지켜주실거죠?
같이 간다고 얘기해 뒀거든요.
남 그럼요. 가야죠. 그런데... 어떻게 가면... 되죠?
남 정말 그랬다.
그녀가 휠체어를 탔다는 사실 자체보단
어떻게 이동을 해야 하는건지가
더 난감했다.
여 조금 느리지만, 조금 오래 걸리긴 하지만요...
다 가는 방법이 있죠. (밝은)
(M) 웃는거야 / 서영은
남 그녀는 움직이기 위해서
많은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했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걷고 뛰던 그 길들이
그녀와 함께 하자
멀고도 험한 길이 되어 있었다.
여 많이 힘드시죠
남 ..... 조금요.
여 원래 처음엔 그래요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남 사고 였던 거에요?
여 네.
남 몇 살 때...
여 중학교 입학식날요.
사고 나고 3년 동안 학교도 안 가고
집에만 있었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진 거에요.
남 휠체어 바퀴를 굴리는 그녀의 손바닥에
굳은 살이 박혀 있었다.
(M) 사랑해요 / 심플리 선데이
남 그녀와 함께 도착한 곳은
보육원이었다.
(E) 아이들 소리
남 아이들은
그녀와 무척 친숙한 듯
매달리고
안겼다.
아이들 틈에서 눈부신 미소를 보여주는
그녀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M) She / Elvis Costello
(E) 버스 타고 오는 덜컹거리는
여 오늘, 많이 놀랐고 많이 힘들었죠.
남 전 괜찮았지만, 은서씨가 더 힘들지 않았아요?
매주 여기 오는 거에요?
여 네. 제가 착해서 오는 거 아니에요
저 좋자고 오는 거에요.
애들은 저를 이상한 눈으로 안 봐주거든요.
그냥... 다른 사람들보다 더 특별한 누나다, 이렇게 봐줘요.
휠체어 타는 것도 좋아하고.
여기 있을 때가 마음이 가장 편해요.
남 .....네...
여 사실은 그런데, 오늘은 좀 긴장했어요
남 왜요?
여 (웃음) 웃기겠지만요
나 데이트 같은 거 처음이거든요
남 네?
여 아, 데이트라고 하기엔 좀 그런가?
(수줍게 웃고) 어쨌든, 남자랑 단 둘이 이렇게 버스 타 본 것도
처음이고. 밥 먹어본 것도 처음이거든요.
남 가슴이 아리다는 게 뭔지
모르고 살았는데
알 것 같았다.
지금 내 앞의 이 여자가 너무 가여웠다.
남 그럼, 남자랑 단 둘이
영화 본 적도 없겠네요?
여 ....네
남 나한테 처음으로 은서씨랑 영화볼 수 있는 영광을 줄래요?
(M) 내 사람 - SG 워너비
(E) 영화관 소음 (영화 보는), 관객들 웃는
여 (따라 웃는)
남 어린 아이처럼 울고 웃는 그녀를 보며
난 순간적인 결심을 했다.
내가 이 여자를 지켜주고 싶다는...
너무도 충동적이고
무책임한 결심을...
하고 말았다.
여 (속삭이는) 왜요? 영화 안 봐요?
남 재밌어요?
여 네. 너무너무 재밌어요.
너무 많이 웃어서 눈물이 날라 그래요.
남 (속마음) 난, 당신이 너무 안쓰러워서
눈물이 나려고 해요.
(M) 내 눈물 모아 / 서지원
(E) 지하철 계단 소음 + 유리창 톡톡 두드리는
남 은서씨!
여 왔어요?
남 저녁에 우리 자전거 타러 가요.
여 네..? 자..전거요?
남 그냥 내 허리만 꼭 잡으면 되니까 겁먹지 말구요.
여 저 데리고 자전거 타시려면 너무 힘드실 거에요
남 괜찮아요. 회사 끝나고 바로 올께요. 기다려요.
여 잠깐만요. 이거.
남 손수건...이잖아요.
여 지난번에 보니까 손수건 없으신 것 같아서....
남 그래서 이거 다려온거에요?
여 비싼 건 아니에요.
남 고마워요.
(E) 지하철 가는 소리
남 그녀가 준 손수건에서
그녀의 향기가 났다
(M)사랑입니다 / 팀
(E) 자전거 타고 가는 소리
남 꽉 잡았죠?
여 (떨리는) 네... 천천히 가세요
남 나만 꽉 잡으면 된다니까요.
(큰소리) 나만 믿어요!
여 네.
(E) 출발하는
여 엄마야!!
(E) 빨리 달리는
여 너무 빨라요.
남 고개 묻지 말고, 옆에 봐요
나, 여기 밤풍경 보여주고 싶어서
은서씨한테 자전거 타자 그런거에요
여 .....
남 좋죠.
여 (감동) 네.... 좋아요.... 너무.....
(E) 덜컹
남 어! 어어어....
(E) 자전거 세게 가다가 부딪치는, 넘어지는
남여 아야야!!!
남 은서씨, 괜찮아요?
여 아...네... 안 다쳤어요?
남 네. 나는.... (하다가 보고) 어, 은서씨 손바닥에 피난다.
여 별로 안 아파요
남 미안해요. 이거 약발라야겠다.
여 괜찮아요. 나는... 지금... 너무 재밌어서... 아픈 줄도 모르겠어요.
(M) ONE LOVE / 러브홀릭
(E) 휠체어 밀어주는
남 난 그녀의 휠체어를 밀어주는 게
좋았다
내 그림자는 길고
그녀의 그림자는 짧았지만
괜찮았다
언제까지라도...
언제까지라도....
그녀와 그렇게 함께 가고 싶었다
(M) 유언 / 이혁준
남 그렇게 일년이 지났다.
우리는 여전히 아침마다 만난다.
주말엔 자전거를 타러 가기도 하고.
보육원 아이들을 만나러 가기도 한다.
그녀를 데리고 먼 길을 가는 것도
이제 하나도 힘들지 않다
나는 그녀에게 익숙해졌다.
그녀를 돕는 일에도 익숙해졌다.
이제, 그녀를 봐도
눈물이 나진 않는다.
그녀를 봐도
안쓰러운 마음에 가슴이 메어오진 않는다.
(M) 끝이 아니길 - 윤도현
(E) 휠체어 밀고 가는 소리
여 우리 엄마가... 봉덕씨 어떤 사람이냐고...
자꾸 물어보세요.
남 .... 그래요?
여 궁금하신가봐요.
남 .....
여 우리 엄마.... 한번 만나 볼래요?
남 어머니를..요?
여 그냥, 우린 서로의 주변사람들을 아직 모르잖아요.
남 ....그렇죠....
여 하지만, 부담스러우면 말아요
남 아니에요. 만날께요.
어머니 괜찮으신 시간 여쭤보세요.
남 내가 그녀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면
내 어머니에게도 그녀를 소개해야 될 거란 걸
잘 알고 있다.
내 마음이...
내 걸음이...
자꾸만 무거워진다.
(M) 데이지 - 해이
남 그녀의 어머니를 만나고 나서는 마음은
여전히 무거운 상태였다
(E) 대문 열고 나오는, 휠체어 타고 나오는
남 따라 나오지 말아요
여 ..... 미안해요
남 뭐가요.
여 그냥... 다....
남 ..... 우리 엄마 만나러 가요. 다음주 쯤에.
여 ..... 괜찮겠어요?
남 ...... 아마... 괜찮을 거에요.
남 괜찮지 않았다
잠깐 도망갈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M) 어떡하죠 - 신승훈
(E) 휠체어 타고 오는
남 은서씨... 여기...
여 어머니 오셨어요?
남 네, 안에 계세요.
여 저 괜찮아요?
남 ......네
여 표정이 왜 그래요?
남 내 표정이, 왜요?
여 혹시.... 어머니께 말씀 드렸어요?
남 뭘요?
여 저, 다리... 이런 거....
남 ..... 아직요
여 어머니는 아무 것도 모르세요?
남 ...... 네
여 그러시구나.....
아, 죄송한데요. 저 화장실 좀 다녀올께요.
먼저 들어가 계세요
남 네....
(E)휠체어 타고 가는
남 그녀는 사라졌고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M) 후애 / 엄정화
(E) 휴대폰 통화음
여 여보세요
남 은서씨.
여 미안해요
남 어떻게 된 거에요
여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남 ...... 이해해요
여 나, 그때가 생각났어요
봉덕씨랑 자전거 타던 때.
남 .........
여 봉덕씨가 그때, 나만 믿으라고 큰소리쳤는데.
그러구선 막 속력 높였는데
넘어졌잖아요.
남 .........
여 그때가 갑자기 생각이 나더라구요.
믿으라고 한 봉덕씨 잘못도 아니고.
넘어진 것도 봉덕씨 잘못이 아니에요.
그냥, 어쩔 수 없었던 거죠.
남 은서씨....
여 나한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내가 그동안 얼마나 행복했는데요....
(눈물 참으며)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했는데요.
(M) 헤븐 - 이기찬
(E) 지하철 계단 소음, 다가오는
남 은서씨...
여 오셨어요? (밝은)
남 어제... 한 얘기... 많이 생각했어요.
여 ......
남 나, 너무 미안해요. 은서씨한테.
여 ......
남 내가 너무 비겁하죠 은서씨.
여 누구나 비겁해요.
나도 비겁해요.
많이 생각했어요. 내가 봉덕씨랑 결혼해서, 사랑이 식어가는 걸
지켜볼 수 있을까.
어쩌면 당신이 불행해질지도 모르는데, 그걸 다 지켜볼 수 있을까
그래서 도망쳤어요.
당신도 도망쳤지만, 나도 도망쳤어요.
(M) 마이러브 - 옥주현
여 마지막으로, 오늘 신문 드릴까요?
남 .........
여 여기 있어요. 공짜에요.
남 ........
여 그리고, 여기.
(E) 뭔가 동전 뭉치 내려놓는
여 이거, 봉덕씨가 지금까지 저한테 준 동전들인데요.
제가 모아뒀어요. 청승맞죠.
남 이걸 뭐하러요.
여 언젠가는... 끝날 것 같아서요.
끝나지 않아서, 내가 그냥 가졌으면도 했는데.
그러진 않을 것 같았어요.
남 .... 은서씨.....
여 나, 오늘까지만 여기서 일해요.
남 네?
여 봉덕씨 만나기 전엔 이 안에서 갇혀 있었는데.
봉덕씨가 나를 세상으로 꺼내줬잖아요.
이젠 이 안에 갇혀 살진 않으려구요.
밖에서.... 세상 속에서.... 살래요.
당신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줬어요.
정말 고마워요.
(M) Adle E Aleina / Silje Vige
(E) 지하철 지나가는
남 그녀가 준 신문을 들고
그녀가 준 동전 주머니를 들고
난 울고 있다.
목놓아 울다가...
정신 없이 다시 지하철 계단 위로 뛰어올라간다.
저 멀리...
벚꽃이 지는 거리 위로
그녀의 휠체어가 보인다.
(E)뛰어가는, 차들 급정거하는, 뛰어가는
남 은서씨.. 은서씨...
여 (화내는) 뭐하는거에요! 무슨 짓이에요!
방금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아요!
남 은서씨.... 난....
여 (눈물) 나 방금 얼마나 가슴이... 가슴이.... 철렁했는지 알아요?
나처럼.... 당신도 나처럼 될까봐.... 얼마나... 얼마나.....
남 미안해요
여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내가 없을 때도... 언제나... 언제나... 차... 조심해요...
남 당신이 없을 땐.. 없을 거에요.
내 옆엔.... 언제나 당신이 있어줘야 돼요.
여 ...... 난.....
남 미안해요. 정말 미안합니다.
난 도망치지 않을게요. 도망치지 말아요.
우리 그냥 여기 있어요.
남 우리가 우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그녀를 지켜줄 거라고 결심하지 않는다
그저, 그녀의 곁에 있겠다고.
어떤 경우에도, 그러겠다고.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 본다
(M)주제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이수영
2006-04-20(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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