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조회:
2006년 1월 19일 목요일 음악에세이 대본 및 선곡표
 


M     인연 / 이선희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20화 - 너만 아는 바보


(M) 주제음 - 너만 아는 바보 (히어로)


(E) 동사무소 소음/ 사람들 웅성거리고, 간간이 전화벨, 서류 넘기고 등

남     세상에서 가장 무료한 일터를 얘기하라면

        난 단연코 이곳을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앉아 있는 이곳. 바로 동사무소다.

        난 여기서 각종 등본 등 서류를 떼어주는

        업무를 하고 있다.

        하루 종일 내 입에서 나오는 말도 비슷하고

        내가 하는 일들도 거의 똑같다.

        그나마 민원인이 없는 날엔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며

        옆 직원들과 시시한 얘기들을 나누며

        하루를 보낸다

(M)  참새의 하루 / 송창식


(E) 또각또각 걸어오는

여     아저씨. 나 제적등본 하나만 떼줘봐요.

남     네. 

(E) 뭔가 서류 내밀며

남     여기 이거 작성하세요.

(E) 적는

여     그런데 아저씨. 몇 살이에요?

남     ....네? 저요?

여     네. 아저씨요.

        여기 온 지 얼마 안됐죠?

남     6개월 넘었는데요.

여     아, 그래서 내가 못봤구나.

        제가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랐는데

        한 1년 전에 서울로 갔었거든요.

        그랬다가 얼마 전에 다시 내려왔어요.

남     .....네...

(E) 내밀며

여     여기요. 다 됐네요.

남     네. 잠깐만 기다리세요.


남     처음 만난 동사무소 직원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젊은 여자.

        흘끗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잡티 하나 없이 말간 피부에

        유난히 붉은 입술

        입술 옆에 또렷하게 찍힌 작은 점

        긴 속눈썹

        참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이다.

(M) Beautiful Girl / 일기예보


남     여기 제적등본 나왔습니다.

여     ..... (한참 들여다 보다가) 어.... 죽었네...

남     네?

여     아저씨. 이거 맞아요? 다른 사람 꺼 아니에요?

남     아닌데요. 맞는데..

여     ...... 그럼 진짜 죽은거네.

        

남     하얀 얼굴 위로

        굵은 눈물 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긴 손가락으로 눈물을 쓱 훔치더니

        그녀는 돌아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E) 또각또각 걸어가는

남     아무렇게나 틀어올린

        퍼머한 머리칼들이

        어깨 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왠지 그 뒷모습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M)  갈색머리 / 윤건


남     그녀가 돌아가고 나자

        동사무소 사람들이

        모두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 작은 도시에서

        가장 큰 술집을 하던 여자의

        딸이라고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재작년에 세상을 떠났고

        이제 그녀 혼자 남겨진 거라고 했다.      

        어머니를 닮아

        사람을 유혹하는 기술이 대단하고

        또 어머니를 닮아

        사람을 내치는 방법 또한 무척 잔인하다며

        다들 혀를 내둘렀다

(M) 나쁜여자 / 서영은


남     그리고 그날 밤

        퇴근 후 영어 학원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E) 걸어가는, 거리 소음

남     출출해서

        국수나 한 그릇 먹을까 하고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E) 포장마차 포장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는

(E) 포장마차 소음. 도마질, 국물 끓는, 사람들 소리 등

남     아줌마. 여기 국수 한 그릇만 주세요.

여     어? 아까 그 아저씨네?

        안녕하세요. 동사무소 아저씨.

남     네? 아... 네...

여     혼자 살아요?

남     네? ... 왜요?

여     집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으면

        이런 데서 국수 먹을 리가 없잖아, 안 그래요?

남     하긴.. 그렇네요.

여     혼자 먹기 좀 쓸쓸했는데

        이거 한 잔 나눠 먹을래요?


남     그녀가 파아란 소주병을 살짝 들어 보이며

        웃었다. 정말 쓸쓸해 보이는 웃음이었다.

(M) 어떤 그리움 / 이은미


남     그러면.. 저 주시면.. 딱 한잔만..

(E) 소주 따라주며

여     나 가고 나서

        한바탕들 했죠?

남     네? 무슨..

여     아저씨만 빼군, 그 사무실 사람들 다 나 알거든요.

        알다 뿐이야. 내가 어딜 가는지, 누구랑 있는지,

        왜 서울에 갔는지, 왜 여길 다시 왔는지...

        다들 나보다 더 잘 알아.

남     ......

여     아까 나 딱 들어가니까 그렇게 잘 아는 내가 왔는데

        아무도 인사는 안하고, 뒤에서 수군거리기만 하대요.

        안 그러는 사람은 아저씨 밖에 없었어요.

        하긴, 아저씬 내가 누군지 몰랐을테니까.

남     .... 

(E) 술 한잔 마시고

여     그런데 이제 알았겠죠?

        아까 나 가고 나니까 사람들이 다 얘기해 줬죠?

남     아니에요. 그냥 뭐.. 별 얘기들은...

여     (한숨) 상관없어요. 무슨 얘기를 하든.

        어떻게 가재미눈을 뜨고 날 보든.

        관심 없어요.

(M) 어둠 그 별빛 / 정경화


(E)일어나는

여     나 그만 갈께요. 아저씬 국수 더 먹고 와요.

        내가 아저씨 국수값까지 계산해 줄께요.

        아줌마, 여기 얼마에요?

남     아뇨. 저 괜찮아요. 아, 그러지 마세요.

(E) 포장마차에서 나가는, 쫓아가는 

(E) 거리 소음

남     저 이보세요. 여기 돈 가져가세요. 안 그러셔도 돼요.

여     괜찮다니까 그러세요. 괜찮습니다. 네?

(E) 걸어가는


남     짧은 치마를 입고

        굽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는 그녀는

        춥고 불편해 보였다

(E) 뛰어가는

남     그 순간

        내게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E) 뛰어와 멈추는

남     집이 어디에요? 집까지 데려다 줄께요.

(M) Our House / Crosby Stills Nash & Young


(E) 버스 덜컹거리며 가는 소리

여     치... 차도 없으면서 데려다 주겠대요?

남     아.. 저는 술도 드셨고.. 또 추워 보이기도 해서...

여     술 얼마 안 먹었어요. 얘기 들었을 거 아니에요.

        나 술집 하는 엄마 밑에서 밥보다 술 먼저 먹고 자랐어요.

        이 정도 술에 취하면 내가 아니죠.

남     겨울인데 옷 좀 따뜻하게 입고 다니죠

여     아저씨 지금 내 걱정 해 주는 거에요?

남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여     아저씨 나중에 결혼해서 애 낳으면

        잔소리쟁이 아빠 될 것 같애

남     네? 제가요?

여     교복 치마가 짧다, 일찍일찍 다녀라, 이상한 친구 만나지 마라

        아침 먹고 나가라, 공부해라...

남     부모가 그런 잔소리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여     맞다. 그런데 왜 나한텐 그런 당연한 부모가 없었을까. 그죠 아저씨.

(M) Mama / Il Divo


여     아까 제적등본에 사망 신고 돼 있던 사람요. 우리 아버지거든요.

        뭐, 얼굴도 본 적은 없지만. 아버지는 아버지니까.

남     ...네...

여     우리 아버지 어떤 사람이게요?

남     글쎄요... 

여     우리 엄마가요, 덜컥 나를 낳고 나서 도저히 키울 자신이 없었대요

        그래서 지금 같은 엄동설한에 나를 싸안고 아버지네 집으로 갔대요

        억지로 아버지한테 나를 떠맡기고 도망치듯 나왔는데요.

        우리 아버지가.. 아버지가 글쎄요.

        나를 대문 밖에 내놓더니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리시더래요.

        금방 나오겠지, 하고 엄마가 숨어서 지켜봤는데.

        안 나오더래요. 애는 숨이 넘어갈 듯 울어대는데.

        끝까지 안 나오더래요.

(M) 엄마 / Anita Choi


(E) 버스에서 내리는

남     버스에서 내릴 때 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E) 몇 걸음 걷다가

여     나 아저씨 참 맘에 든다.

남     ....

여     (농담처럼 가볍게) 아저씨. 나랑 사귈래요?

남     네? 

여     (피식 웃고) 우리집 다 왔어요. 나 갈께요.

(E) 뛰어가 버리는

남     싸리눈이 함박눈이 되어

        퍼붓고 있었다

        난 그녀가 사라져 버린

        그 거리에 한참이나 서 있었다

(M) 텅빈 거리에서 - 공일오비


남     그날밤 난 한숨도 잘 수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뛰는

        심장 소리에

        스스로도 당황스러웠다.

        낮에 동료들이 했던 얘기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조심해야 하는 여자라던 말들 말이다.

        하지만 또다시 겹쳐서 떠오르는

        그녀의 미소, 그녀의 목소리에

        내 가슴은 또 중심을 잃고

        겉잡을 수 없는 속도로 뛰고만 있었다.

(M) 사랑해도 될까요 - 유리상자


남     그리고 며칠 후

        나는 학창시절에도 해 보지 않았던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집 근처에서 무작정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반나절을 그렇게 기다렸을까...


(E) 또각또각 걸어오는

남     그녀였다

(E) 얼른 다가가는

남     안녕하세요. 은서씨.

여     ....네?

남     저, 그때 동사무소...

여     아 맞다. 네. 그런데.. 이 동네는 웬일이세요?

남     은서씨 만나러.. 왔어요.

여     저를요? ...왜요?

남     ....(조금 머뭇대다가 작게 웅얼웅얼) 은서씨가.. 그때.. 사귀자고...

여     네? 뭐라구요?

남     (에라 모르겠다) 은서씨가 그랬잖아요. 우리 사귀자고.

여     (어이없는) 네??

(M)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 성시경


여     저기... 그래서.. 제가 그때 사귀자고 해서

        오신 거에요?

남     네. 그때 제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대답을 제대로 못했거든요.

        그래서, 대답을 해드려야 될 것 같아서.

여     (웃음 나오는 거 참고) 그래요. 대답 해 보세요 그럼.

남     (진지하게) 그래요. 우리 사귑시다.

        서로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지만

        사귀면서 알아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여     (푸하하 웃고)

남     .... 왜 웃어요?

여     (웃음 잦아들며) 사귀면 뭐 하고 싶은데요?

남     뭐, 남들 하는 것처럼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맛집에도 가고... 

여     연애하다 배터져 죽겠네

남     네?

여     뭘 그렇게 먹으러만 다녀요.

남     그럼 뭐 특별히 하고 싶은 거라도..?

        하고 싶은 거 다 하셔도 돼요.

여     순진한 아저씨. 나 별명이 꽃뱀이에요.

남     ...........

여     또 있다. 흡혈귀. 거머리. 한번 달라붙으면 안 떨어지고

        단물 다 빨아먹는다구요. 안 무서워요? 무섭죠?

남     ..... 벼..별로 안무서워요. 그러니까 그냥... 사귑시다.

(M) 한남자 - 김종국


남     우리의 관계는 무척 이상했다.

        연인이라고 보기엔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난 만족했다.

        밤늦게 술에 취한 그녀가

        술값을 들고 오라고 해도 좋았고.

        약속해서 3시간이나 기다렸는데

        끝내는 못오겠다고 해도

        그럴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인지 모르게

        그녀 앞에서 나는

        정말 착한놈이 되어 있었다

(M) 애모 / 조관우


(E) 조금 비틀거리며 나오는

남     은서야. 괜찮아?

여     응 왔어?

남     택시 기다리고 있어. 타자.

여     오빠두 차 좀 사면 안돼?

남     어? 차?

여     불편하잖아. 차도 없는데 내가 자꾸 불러내는 것도 그렇구.

남     나는 괜찮아.

여     나이가 몇인데 남자가 아직 차도 없어? 그러면서 뭐가 괜찮아?

(E) 택시 먼저 타고, 문 쾅 닫는

남     은서야. 나두 타야지.

여     됐어. 나 혼자 갈래. 기분 별로 안좋아.

(E) 택시 붕 출발하고

남     다음날, 나는 바로 자동차 대리점으로 가서

        경차 한 대를 구입했다

(M) 널 위해서라면 - 신승훈


(E) 대문 열고 나오는

여     이거 오빠 차야?

남     응. 좀 작지..? 큰 건 기름값도 많이 나간다 그러구 세금도 비싸구...

여     아유 그만 읊어. 어련하시겠어.

남     그래두 보기보다 속은 넓어. 한번 타볼래?

여     나중에...

남     한번 타 봐. 시승식을 해줘야 안전하게 오래 탄대.

여     (귀찮은) 알았어.

(E) 차 타고, 출발

여     여기 씨디 플레이어도 없어?

남     아, 그건 옵션이라서.. 안 달았어.

        그냥 테이프 듣자. 뭐 들을래?

(E) 음악 테이프 몇 개 뒤적거리며

여     들을 것도 없네. 라디오나 듣지 뭐.

(E) 라디오 틀면 지지직 거리다가

(M) 너만 아는 바보 / 히어로


여     (흥얼거리며 조금 따라하다가)

        오빠는.. 내가 좋아?

남     ... 응

여     왜?

남     ... 글쎄. 잘 모르겠어.

여     ... 바보...

(M) 너만 아는 바보 / 히어로


남     여긴 눈이 좀 왔었나봐. 눈꽃 이쁘지.

여     오빠  

남     응?

여     ... 돈 좀 있어?

남     돈? 얼마나?

여     한 2천만원 정도?

남     차 사느라 모아놓은 걸 써 버려서 2천만원까지는 안되고...

        1천 2백만원 정도는 있을 것 같은데.

여     나, 그거 좀 빌려 써도 돼?

남     무슨 일 있어?

여     내가 그런 거 물어보지 말랬지. 빌려줄거야 말거야.

남     걱정 마. 금방 해 줄게. 그게 적금 들어놓은 거라

        해지하고 해야 하니까, 내일 오후까진 줄게. 그래도 괜찮아?

여     그래. 고마워. 금방 갚을게.

(M) Thank You / Dido


남     그리고 얼마 동안

        그녀에게선 연락이 없었다.

        내 전화도 받지 않았고.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E) 차 문 열고 나오는

남     은서야

여     (화들짝 놀라며) 아 깜짝이야!

남     어떻게 된거야. 왜 이렇게 연락이 안돼.

여     이 시간에 지금.. 나 기다린거야?

남     전화도 안되고. 집에도 없고... 내가 너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여     내가 아니라 돈 걱정했겠지.

남     뭐?

여     걱정 마. 금방 갚는댔잖아.

남     얌마! 누가 너더러 돈 갚으래?

        너 그 돈 쓰고 싶으면 다 써. 안 갚아도 돼.

여     .........

남     대신 사람 애간장만 녹이지 마. 난 너 사고라도 난 거 아닌가해서...

        얼마나 놀랐는데. 얼마나 걱정했는데.

여     .......

남     괜찮은 거 봤으니까 됐어. 나 간다.

(E) 걸어가는데

여     (다급) 오빠

남     .....

여     미안해 

(M) 왁스 - 화장을 고치고 (아무것도 나 해준 게 없어)


남     그리고 얼마 후

        난 동사무소 동료를 통해

        그녀가 곧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야 했다.

        서울에 있을 때 알았던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될 거라고 했다.

        이상하게 화도 나지 않고

        눈물만 났다

        그렇게 며칠을 가슴앓이만 하고 있는데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E)전화벨 

남     여보세요

여     오빠 나야. 왜 요새 통 연락이 없어?

남     어. 그냥 좀. 바빴어.

여     있잖아. 오늘 시간 있어?

남     어. 괜찮아. 왜?

여     나 뭐 살 게 좀 있는데, 같이 가줬으면 해서.


남     그녀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백화점의 그릇 코너였다.

        신혼살림으로 쓸 것이 분명한 그릇들을 고르는

        그녀에게... 난 끝내 한마디 질문도 하지 못하고 말았다.

(M) 바보 - 박효신


(E) 쇼핑백 들고 걸어가는

여     안 무거워?

남     괜찮아 

여     .... 오빠. 나 있잖아. 조만간 서울 다시 가게 될 것 같아.

남     어... 그래?

여     (변명하듯이)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다시 오라고 해서.

        사실, 여기 있어봐야 할 일도 없고. 엄마 가게 처분도 됐고.

남     (감정 누르며) 그래. 잘 생각했어. 여기보단 낫겠지.

여     가면.. 연락하기 어려울지 몰라.

남     .... 그래. 괜찮아.

여     돈은... 가서 버는대로...

남     신경쓰지마. 그냥... 그거 너 가져.

여     ....! 오빠. 나도 오빠가 그 돈 어떻게 모은 건지 아는데...

남     나야 또 모으면 되지. 나 대한민국 공무원인데 뭐가 무서워, 안 그래?

여     ..... 

남     가서 연락 안해도 괜찮고. 다시.. 못 만나도... 다 괜찮아. 

        그냥... 건강하게 잘 살아. 정말 난 그거면 돼.

(M) 너의 뒤에서 -박진영


(E) 걸어오고

남     들어가. 

(E) 몇 걸음 걸어가다가

여     (안되겠는지) 오빠. 나... 딴남자랑 결혼해. 그러려고 서울 가.

남     .....

여     나 안 때려?

남     널 왜 때려...

여     그래. 나 때리게 더한 것도 얘기해 줄게.

        나 여기서 오빠 말고 남자 많았어. 그 남자들한테 다 천만원씩 

        이천만원씩 받아 챙겼어. 오빠 말고 딴 남자들은 내가 이대로

        도망가는 거 알면, 아마 날 죽이려고 할거야.

남     .........

여     (눈물 기 있는) 서울에 있는 그 사람은 나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라.

        내가 대학까지 다 나온 정말.. 얌전하고 좋은 여자인 줄 알아.

        그래서.. 그 사람 앞에선 난 정말 좋은 여자가 돼.

        나, 그렇게 좋은 여자로 평생 살고 싶어. 그래서 가려구.

남     .... 그래. 가. 가서 정말 잘 살아.

여     아무 것도 걸리는 게 없는데. 미안한 사람도 없는데.

        왜 이렇게 오빠가 걸리지? 오빠한텐 왜 이렇게 미안하지? 

(M) 바보 - 김형중


남     그녀를 그렇게 보내고

        그녀를 위해 샀던 작은 차 안에서

        난 조금 울었다

        어느새 밤이 됐다.

        이 밤이 지나고 나면

        그녀는 이 도시에서 사라질 것이다.

        난 그녀가 마지막 밤을 보내는

        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였다.

        한 남자가 그녀의 대문을 열고 뛰쳐 나왔고

        금방 커다란 불길이 치솟았다.

(BG) 위급 -  Burn It All / 분노의 역류 OST

남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잠시 멍하게 있다가

        다음 순간, 난 차에서 뛰쳐 나와

        화염으로 뒤덮인 집으로 들어갔다

(M)  Burn It All / 분노의 역류 OST


(E) 불타는 집안을 뛰어 들어가는. 불타는, 이것저것 무너지는 등...

남     은서야! (기침) 은서야!!

여     (조금 멀리서) 오빠... 오빠...

남     은서야!!!

(E)뛰어가고

남     은서야! 괜찮아?

여     오빠. (울며) 돈 갚으라구. 안 갚으면 죽여버리겠다구..

        그러더니 정말 불을 질러 버렸아. 나 어떡해.

남     괜찮아. 내가 왔잖아. 나가자.

(E) 불에 탄 가구가 쓰러지고

여     (비명) 문이 막혔어. 어떡해.

남     괜찮아. 있어 봐.

(E) 있는 힘을 다해 들어올리고 치우려는

여     오빠. 조심해. 오빠!! 어떡해... (울고)

남     (기침하고) 됐어. 이쪽으로 와.

(E) 두 사람 나가는


남     기진한 은서를 감싸안고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뜨거운 열기가 숨을 턱턱 막히게 했다.

        더 이상은 힘들었다.


남     은서야. 문 보이지. 뛸 수 있지.

여     오빠는!

남     니 뒤에 따라갈게. 먼저 뛰어나가.

여     싫어. 같이 가.


남     나는 그녀를 있는 힘껏 밀었다

        다행히 은서는 문 밖으로 밀쳐졌다

(E) 119 사이렌 소리

여     (멀리서 울부짖는 소리) 오빠!! 오빠!!!

        아저씨. 우리 오빠 저 안에 있어요. 바로 문 안에 있어요. 오빠!!


남     태어나 가장 많이 사랑한 사람에게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 보지 못했다.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사랑의 말이 짐이 되어

        그녀의 남은 삶에 부담이 되어선 안되니까.

        내 마지막 얼굴엔 미소가 서려 있길 바라며

        난 조용히 눈을 감는다.

(M) 너만 아는 바보 - 히어로





2006-01-19(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