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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22일 목요일 음악에세이 대본 및 수록곡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16화 - 크리스마스의 눈 내리는 마을


(M)주제음 White Christmas / Pat Boone


(E) 설거지하는 소리, 그릇들을 탁탁 놓는

남     아내는 오늘도 저기압이다

        뭐가 그렇게 심통이 났는지

        설거지를 하는 손길이 거칠다

        여기서 한마디라도 섞게 되면

        피곤해진다

        난 슬그머니 일어섰다

(E) 신문 접고 일어나는

여     (날카로운)어디 가?

남     어? 샤워하려고.

여     (기다렸다는 듯)샤워하고 제발 뒷정리 좀 해. 내가 거울에

        물 좀 그만 튀기랬지. 타월도 그래. 쓰고 나서 젖은 걸

        뭐하러 걸어놔? 당신 발 닦은 걸로 얼굴 닦으라구?

남     알았어. 

여     알았어 알았어 한 게 30년이야.

        내 입이 다 안 닳고 어떻게 지금까지 남아 있나 몰라.

남     그 잔소리도 30년이다. 내 귀는 어떻게 다 안 닳고

        지금까지 남았는지. 나도 모르겠다.

(M) I Don't Want To Talk About It / Rod Stewart


남     뭔데. 오늘은 또 뭐가 불만인데!

여     내가 어제 동창회 갔다가 정말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았어.


남     또 그거였구나. 동창회.

        내가 이래서, 아내가 친구들 만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여     내 친구들은 50평짜리 아파트에

        기사 딸린 승용차에 모피코트에... 다 그런데.

        난 아파트랑 승용차는 바라지도 않어.

        입고 갈 옷 한 벌이 없어서, 옷장을 뒤지고 또 뒤지고.

남     그놈의 옷은 맨날 사면서 맨날 없대?

여     사봤자 다 싸구려. 만원 이만원 짜리?

        내 친구들 옷이 얼만 줄이나 알어? 어제두 디자이너들이 직접

        해준 옷이라면서 자랑하는데, 어떤 애는 구백만원짜리 밍크 코트

        입고 왔더라.

남     그게 제정신이야? 구백이면 집한칸 전셋값이야.

        그 여편네는 전셋집을 칭칭 감고 다닌대?

여     됐네요. 자기가 해줄 능력 없으니까

        괜한 애 욕하는 거 봐.

남     시끄러. 앞으로 친구 만나러 나가느니 마느니

        얘기만 꺼내봐.

여     이젠 친구들도 못 만나게 해? 친구도 못 만나면 나 보구

        무슨 재미로 살라는거야?!!


남     사는 게 전쟁이다

        정말.. 재미 없다..

(M) 정말 미안해 / 백미현


(E) 걸어오는, 바람 소리 

남     어우 추워~ 무슨 날씨가 풀릴 줄을 몰라~

(E) 우편함 열고 뭔가 꺼내는

남     아이구.. 무슨 지로가... 다 돈 내놓으라고 난리들이구나...

        (하다가 멈칫) 어? 이건 뭐지?


남     빨간 봉투 안에 들어 있는 건

        크리스마스 카드였다


(E) 열어보는

여     (읽는) 눈 내리는 마을이 열린 지 40주년 되는 날입니다.

        꼭 오셔서 축하해 주세요?

        눈 내리는 마을..? 여기가 어디야?

        이거 그런 거 아냐? 광고 하는 거 있잖아 요새...

남     당신 정말 기억 안나?

여     뭐가?

남     눈 내리는 마을...

(과거 회상 BG) A Winter Story / Remedios


(E) 두 사람 눈 위를 뛰어오는, 나무문 삐꺽 열고, 들어가는

여     아우 추워. 진짜 춥다.

남     아까 라디오 들었는데 강원도에 눈이 허리까지 왔대.

여     정말? 나는 개띠라서 그런가.. 눈이 그렇게 좋다.

남     아까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는 거 보니까, 개띠 맞긴 맞더라.

여     치.. 눈 오는 날엔 역시.. 여길 와야 돼. 우리 아지트.

남     여기 뜨거운 보리차 좀 주세요.

여     그런데 여긴 손님이 맨날 우리밖에 없어.

남     장소가 좀 외지잖아

여     그래서 더 좋아. 우리밖에 없으니까, 진짜 우리 아지트 같잖아.

남     이 가게 이름 참 잘 지었지

여     응. 눈 내리는 마을....

        운치 있고 좋아.

(M) 크리스마스 송 / 서영은


(E) 카드 내려놓고

여     그럼, 정말 이거 보낸 데가 거기라구?

남     아니면 어디겠어.

여     30년전에 있던 데가 아직도 있다구?       

남     그런가 보지..

여     그런데 거기서 우리 주소는 어떻게 알구?

남     ....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지 뭐...

여     참... 희한하네...

남     ... 그러게... 갈까?

여     거기까지 어떻게 가... 그리고 12월 24일이면 차도 막힐거고..

        아 그리고 우리가 거기 가서 뭐해?

(M) Blue Christmas / Celine Dion

(E) 이불 속에서 뒤척이는


남     당신도 아직 안 자?

여     응.. 잠이 잘 안 오네..

남     당신.. 그 집 생각나?

여     그냥 뭐.. 좀...

        (잠시 가만 있다가) 크리스마스 되면 나무문에 동그란 장식 매달아

        놨던 건 생각난다.

남     그래. 벽난로 옆에 작은 트리도 있었구..

여     벽난로에서 나무 타는 냄새.. 참 좋았는데..

남     주말마다 나오던 그 통기타 가수.. 이름이 뭐였더라..

여     그래. 이름이 조.. 뭐였던 것 같은데..

남     노래 참 잘했어.

여     맞아. 그 집 커피 참 맛있었는데.

        특히 눈 오는 날 창밖 보면서 먹는 커피맛, 참 좋았어.

남     내가 그 박봉에.. 당신 커피값 대느라 허리가 휘었지.

여     그때 당신이 나한테 사준 게 커피밖에 더 있었어?

        .... 그때 참... 힘들었는데...    


(과거 회상 BG)

(E)커피잔 달그락 거리는

남     부모님한테 얘기는 해 봤어?

여     응. 그런데.. (울먹) 안될 것 같애.

남     왜. 

여     그냥 여러 가지루.

남     선 보라 그러셔?

여     응. 

남     볼 거야?

여     모르겠어. 나 어떡해. (울고)

남     울지 마.... 할 수 없잖아.

여     할 수 없어? 그렇게밖에 말 못해?

남     할 수 없으니까...

        내가 부족한 건데.. 그건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할 수 없잖아... 

(M) 가리워진 길 / 유재하


남     커피 마셔..

여     다 식었는데 뭐..

남     선 볼 사람. 뭐하는 사람인데?

여     그냥.. 장사하는 사람이래. 집에 돈이 많대.

남     잘됐네

여     잘됐어? 

남     내가 너한테 해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어.

        여기 데려와서 커피 한잔 사줄 수 있는 게 단데..

        이런 놈 믿고 니가 어떻게 평생을 살어.

여     그래두 난, 자기랑 같이 여기서 마시는 커피가 제일 맛있는데.

남     넌 어차피 부모님 그늘 벗어나서 나한테 못 오는 애잖아.

        그냥 나랑 이야기하는 거 좋고, 커피 마시는 거 좋고.

        그 정도 좋은 감정은 금방 변해.

여     어떻게 그렇게 말해?

남     나도 마찬가지야. 니가 좋고, 너랑 여기 오는 것도 좋고

        헤어지고 싶지 않고 그렇지만. 내 부모 내 처지 비참하게

        만들면서까지, 너랑 있고 싶지는 않다.

(M)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 - 샵


여     (잔소리처럼 들리지는 않게)하여간.. 당신은.. 그때나 지금이나...

        무책임해

남     그럼 내가 그때 당신 못 가게 붙잡았어야 맞어?

여     보낼거면 확실히 보내든가.

        그때 보내줬으면 최소한 이렇게는 안 살았을 거 아냐

남     뭐? 

여     그렇잖아. 그때 나랑 선 봤던 남자, 지금 중소기업 사장이야.

        종로 한복판에 빌딩도 있어.

남     그래서. 그 남자랑 결혼할 걸.. 이제 와서 후회되냐?

여     솔직히 말은 바른 말이지,아쉬운 맘 없겠어?

남     왜? 이제라도 가지

여     그 사람이 미쳤어? 나같은 할머니를 뭐 좋다고 받아준대?

(E) 이불 박차고 나가는

여     어디 가

남     담배 피러!

(E) 밖에 나오고, 담배 라이터 켜는, 담배 불 붙이는

남     (연기 내뿜고)


남     차가운 밤공기를 뚫고

        하얗게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그 시절의 기억들이 하나 둘

        되살아났다.

        많이 사랑했고

        아프게 안타까웠던

        그 시간들...


(BG) A Winter Story


(E) 눈 밟고 서성이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여     봉덕씨

남     너.. 여기서 뭐해?

여     자기 기다렸지 뭐해

남     날 뭐하러 기다려

여     너무한다 진짜.

        일주일 동안 전화 한 통화도 없더니.

남     니 어머니가 얘기 안하시든?

여     뭘?

남     내가 전화하면, 어머니가 안 바꿔주셔

여     .... 미안해

남     그 가방은 뭐야?

여     나.. 집 나왔어.

남     뭐?

여     나 보고 부모 그늘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할 거라며.

        그거 아니라는 거 보여주고 싶어서 나왔어.

남     얌마, 너 나이가 몇인데 유치하게 가출을..

여     방법은 이거 밖에 없었어.

남     은서야

여     나 추워. 그리고 배고파

(M) 몇 번을 헤어져도 / 김희선


(E) 미닫이 문 열고 들어오는, 가방 내려놓고

남     앉아

여     .... 방 따뜻하다

남     아까 연탄 갈아놓고 나갔거든. 라면 끓여줄까?

여     있어?

남     어. 잠깐만...

(E)라면 보글보글 끓는, 상 내려놓는

남     먹어

(E) 먹고

여     맛있다

남     미안하다

여     뭐가...

남     너 힘들어하는 거 알면서도 아무 것도 못해줬잖아

여     (잠시 침묵 후) 낼 모레면 크리스마스잖아

        어쨌든, 크리스마스는 자기랑 보내고 싶었어.

남     그래. 고마워.

(M) Christmas Miracle / 신승훈


남     하지만 그날 밤

        은서의 부모님이 우리집으로 들이닥쳤고

        은서는 그 길로 집에 돌아가야 했다

        은서가 돌아간 그날 밤부터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상은 하얘졌고, 고요해졌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가 왔다.

        난 혼자서 그곳으로 갔다

        우리가 늘 함께 있던 곳

        눈 내리는 마을...

(E) 눈 밟고 걸어가는

남     눈이 무릎만큼 푹푹 들어가는

        그 길을 걸어가면서

        난 울었던 것도 같다

(M) 김성호의 회상


(E) 커피잔 만지작 거리는

남     그 까페에 도착해서

        커다란 잔에 가득 담긴 커피를 마시며

        아픈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E) 문이 쾅 열리고, 뛰어 들어오는

여     봉덕씨.

남     .....


남     문 앞에 서 있는 그녀는

        나비 날개 만큼이나 얇은 옷을 입고 있었고

        화장은 눈물에 젖어 지워져 있었다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그 모습만으로도

        난 그녀가 얼마나 힘들게

        이곳까지 왔는지

        알 수 있었다


(E)걸어와서 멈춰 서는

여     .... 메리크리스마스...

(M)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 Christina Aguilera


(E) 식탁 위에 밥 차리는

여     아침 먹어..

(E) 와서 앉으며

남     이번 성탄절에 애들 안 온대?

여     바쁘대. 나중에 구정 때나 오겠대

남     그래?

(E) 밥 먹기 시작하다가

남     (문득)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리 거기 안 가 볼래?

여     어딜?

남     거기.. 눈 내리는 마을..

여     .... (강하지는 않게) 차.. 밀릴텐데...

남     서울만 빠져나가면.. 뭐...

        거긴 외진 데라서 괜찮을거야

여     하긴 뭐.. 주인이 우리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이렇게 챙겨서 엽서까지 보내준 성의가 고맙기도 하고...

남     그래. 그러기 쉽지 않잖아.

여     그런데, 어딘지 찾아가겠어?

남     가면 갈 수 있겠지 뭐.

        그럼, 가기로 한거다.

여     그래.

(M) O Holy Night / Jewel


(E) 눈 길 위를 차가 가는

여     눈이 많이 오네.

남     그러게. 

여     그때 생각난다.

남     언제?

여     왜.. 그때 크리스마스 이브에

        내가 선 보다 뛰쳐나가서.. 눈 내리는 마을에 갔을 때.

        그날 새벽 두신가.. 그때 가게 문 닫는다고 그래서

        나왔다가 차도 없고 해서 걸어갔잖아. 한 서너시간 걸었을거야.

        그 눈 속을.


(BG) 

(E) 눈 위 걷는       

여     다리가.. 꽁꽁 얼어 붙은 거 같애.

남     정말? 어쩌지?

여     못움직이겠어

남     일단 나한테 업혀

여     정말? 

남     빨리 업혀.

(E)업는, 가는

여     안 무거워?

남     무겁지 

여     치, 이럴 땐 안무겁다 그러는거야

남     내가 너랑 결혼해서 더 무겁게 만들어줄게.

        맛있는 거 많이 사주고, 맘도 편하게 해주고.

여     .... 정말?

남     내가 해 줄 수 있는 좋은 거.. 다 해 줄게.

(M) 다 줄거야 / 조규만


(E) 눈 밟고 걷는

여     좋은 거.. 비싼 거.. 못해줘도 돼.

        못해주는 자기 마음, 내가 아니까.

        그냥, 그 마음만 변하지 마.

남     마음 안 변하는 건, 자신 있다

여     누가 장담해? 남자들은 결혼하면 다 변한다더라 뭐

남     그거야, 아무 어려움 없이 결혼한 사람들이 그러는거지

        우리처럼 이렇게.. 온갖 어려움 다 딛고 결혼한 사람들은

        변할 수가 없어.

여     우리 나중에.. 10년 지나고.. 20년 지나고.. 30년 지나도..

        이 길 오자.

남     .....

여     여기 올 때마다, 오늘이 생각날 것 같아.

남     그래. 꼭 오자.

(M)    You Raise Me Up / Westlife


(E) 차 가는 소리

남     어슴푸레해지는 창밖으로

        우리가 걸었던 그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 쌓인 나무와

        작은 오솔길.

        별로 변하지 않는 풍경이

        무척 반가웠다


여     생각보다 많이 안 변했네...

남     이쪽이 아직 개발이 안됐잖아.

여     땅값도 별로 안 뛰었겠다. 이쪽에 땅 있는 사람들 참 속상하겠다.

남     당신은 여기 보면서도 그런 생각부터 들어?

여     왜.. 그냥 한 말인데..

남     분위기가 확 깨잖아

여     (호호 웃고) 분위기 잡고 있었어? 몰랐네

남     이런 여잔 줄도 모르고 내가..

여     내가 원래 이런 여자였어?

        당신이랑 살다 보니까, 내가 이렇게 돼 버린거야

남     또 그 소리야? 그만 하자. 오늘 같은 날.

여     세상에.. 저기 교회도 그대로 있네.

남     .... 어디? 어.. 정말...

여     잠깐 멈춰봐.

(E) 가다가 멈추는, 종소리 댕댕.. 울리는

여     (목소리 젖어드는) 아직도 이 교회가 있구나...

남     당신도 기억나?

여     .... 그럼. 어떻게 잊어.

(M)    가리워진 길 / 장혜진


(E) 눈 밟고 가는 소리 점점 느려지고

여     괜찮아?

남     (힘든) 어...

여     안되겠다. 나 내려줘. 이제 괜찮아.

남     안돼. 눈이 무릎까지 오는데.

여     그래도 힘들어서 안돼.

남     괜찮다니까. 

여     어, 저기... 교회 있다.

남     어? 그러네.

여     우리 저기 잠깐 들어가서 몸 좀 녹이고 가자.

(E) 교회문 열고. 들어가는

여     아무도 없네..

남     새벽이잖아

여     그래두.. 너무 따뜻하고 좋다.

남     여기 기대서 좀 자.

여     우리.. 여기서 결혼할까?

남     .... 뭐?

여     나중에 정식으로 결혼식 하더라두..

        일단.. 여기서.. 우리끼리 결혼하자

(M)신부에게 / 유리상자


남     작은 성탄 트리가 반짝이는

        그 곁에

        우리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성혼 서약을 했다

        그녀도.. 나도..

        많이 울었다.

        한참 울던 그녀가

        눈물을 씩씩하게 닦더니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여     하나님. 가장 행복해야 하는 날인데,

        우리 오늘 너무 많이 울었잖아요.

        그 대신, 살다가 선물 한번만 보내주세요.

        우리가.. 너무 힘들고 지칠 때..

        변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변해갈 때..

        그때. 다시 한번 이 마음을 기억해낼 수 있게..

        선물 한번만 해 주세요. 부탁드려요 하나님.

(M) Prayer / Celine Dion


(E)종소리 은은하게, 차 문 열고 나오는

남     다 그대로네..

여     응... 


남     난 아내의 손을 잡았다


남     30년이 사흘 같다.

        어떻게 이렇게 금방 지나냐...

여     응... 그땐... 영원히 젊을 줄만 알았는데..

남     시간이 많다.. 많다.. 생각만 하다가...

        그때 했던 약속들 하나도 못 지켰네..

여     알긴 아네

남     ... 미안해

여     왜 이래 정말.

        .... (침묵후 어색하게) 그렇게 따지면, 내가 더... 그렇지..

        내가 우겨서 결혼해 놓고. 뭐 하나 잘해주지도 못하고.

        맨날 돈 벌어와라, 왜 승진 못하냐...

        잔소리만 했잖아.

        30년 동안.. 평생을..

남     당신이.. 친구들 앞에서 부모님 앞에서.. 그렇게 큰소리

        치고 결혼했는데.. 왜 더 잘 사는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았겠어. 

여     .... 


남     아내의 주름진 눈가로 눈물이 흘렀다

        난 잡은 손에 더 힘을 주었다

        

여     (어렵게) 미안해.. 여보...

(M) 후애 / 양수경


(E) 차 가는 소리

남     오솔길을 지나

        작은 교회를 지나..

        차는 눈 내리는 마을이라는 까페가 있던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그 까페는 보이지 않았다


남     여기.. 어디가 맞는데...

여     맞어. 크리스마스 카드 보낸 주소도 여기 맞아...

남     어떻게 된거지? 아무 것도 없잖아...

여     .... 정말 이상하다... 잠깐만... 저기 사람 온다

         내가 좀 물어보고 올게...


(E)가는 소리


남     그리고 잠시 뒤

        아내가 멍해진 표정으로

        돌아왔다


여     저 분이 이 마을에서 굉장히 오래 사셨는데...

        눈 내리는 마을이라는 까페...

        없어진 지 벌써 10년도 넘었대....

(M) Years / Barbara Mandrell


(E) 바람 불고

남     ... 그럼 어떻게 된거지?

여     그러게.. 없어진 까페 이름으로

        누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낸걸까..

남     ...... 글쎄.....


(E)멀리서 희미하게 종소리 들리고

남     우리가 찾아온 곳은 없어져 버렸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곳을 찾아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 눈물겨웠던 사랑을...

        그날의 약속을...

        그 기도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보기 위해서

        이 길을 떠났을 것이다.

        그리고 이 크리스마스 카드는 어쩌면...

        30년 전 아내의 기도에 대한...

        작은 기적이 아니었을까...

(M)주제음  White Christmas / Pat Boone





2005-12-22(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