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조회:
2005년 10월 20일 목요일 선곡표 및 음악에세이 대본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07화 - 은빛 가을


(M) 주제음 가을 빛 추억 / 신승훈


(E) 구두 신는

여     (차갑게) 어디 가?

남     응. 대출 좀 알아보려고.

여     평생 그렇게 바쁘게 돌아다니더니

        일 그만두고 치킨집 하나 여는데도 대출을 받아야 돼?

남     ......갔다올게

여     나 이따 동창 모임 있으니까

        점심은 알아서 챙겨먹어

남     알았어. 나 손수건 좀 줘.

여     빨아놓은 거 없어요. 내가 평생 와이셔츠 손수건 빨았으면 됐지

        당신 퇴직하고도 또 그짓을 해야 돼?

남     ..... 갔다 올게

(E) 문 쾅 닫히는


남     내 나이 쉰 하나

        아직은 한참 더 일할 수 있는 나인데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대접 받을 일도 없나보다

(M) 거리에서 / 동물원


(E) 시장 소음

남     은행에서 대출을 알아보고 난 후

        시장으로 왔다

        이곳에 치킨집을 열고

        장사를 해 볼 참이다

        여기 저기를 둘러보고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김밥집에 들어갔다


여2    어서오세요

남     김밥 한줄 주세요. 국물은 나오죠?

여2    네. 뜨끈한 오뎅국물 나갑니다.

(E) 김밥 바쁘게 써는 + 쟁반에 이것저것 담는 + 가지고 와서 놓는

여2    김밥 나왔습니다

남     고맙습니다

여2    .... 저... 그런데... 혹시....

남     네?

여2    봉덕이 오빠... 남촌면 살던.. 봉덕 오빠 아니세요?

(M) 가을이 오면 - 서영은


남     야.. 연희 너를.. 이런 데서 다 만나고... 참...

여2    그러게요. 

(E) 김밥 좀 주세요! 손님 목소리

여2    네~! 

        오빠 잠깐만 기다려요.

남     바쁜데 일해

여2    아니에요. 점심시간 좀 있으면 끝나요

        그냥 가면 섭하죠. 차라도 한잔 마시고 가요.

남     그래.

여2    김밥 모자라면 얘기하구요. 국물도 더 줄테니까 말해요.

남     그래. 고맙다.

(E) 가는

남     볼 가운데 움푹 파였던 보조개가 귀여웠던 그 아이

        이젠 연희의 볼 가운데

        보조개 대신

        깊은 주름이 자리하고 있었다

(M)   Evergreen / Will Young


(E) 물잔에 뜨거운 물 따르는

여2    커피잔이 없어서 어떡해. 우린 그냥 물잔에 마셔요.

남     괜찮아. 잘 먹을게.

여2    그런데 여긴 어떻게 온거에요? 시장 보러 왔어요?

남     아니. 장사나 좀 할까 하고 자리 좀 알아보러.

여2    장사? 오빠 예전에 무슨 큰회사 다닌다고 들었는데...

남     응. 작년에 명퇴하고 쉬고 있거든.

여2    그렇구나. 그런데 장사도 해본 사람이 한다고...

        오빠처럼 좋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사람이 장사할 수 있을까?

남     그러게. 실은 나도 좀 걱정된다.

여2    뭐 하고 싶은데?

남     치킨집이나 할까 하고. 체인점 형식으로.

여2    아... 나 김밥집 하기 전에 치킨집 했었어요.

남     그래? 그럼 나 좀 가르쳐 주라.

여2    내가 뭐 가르쳐 줄 게 있겠어요?

        그래도 힘닿는 데까진 도와줄께요

남     고맙다. 

(M) Don't cry baby -Free Design


(E) 대문 닫고 들어오는

여1    뭐하다 이제 들어와?

남     응. 그냥...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여1    뭘 시작하려면 빨리빨리 좀 하든가

        무슨 뜸만 몇 년을 들일거야?

남     ....... 

여1    밥은

남     먹었어

(E)텔레비젼 켜는

여1    뭐하는거야

(E) 텔레비전 끄고

여1    애들 공부한단 말이야

남     ......

여1    뉴스 보고 싶음 신문을 보든가

        아님 들어가 자든가

(E) 방문 닫고 들어가는

남     이 집 안에서  내가 있을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M) Fields Of Gold / Sting


(E) 탁탁 못 박는

남     어때? 괜찮아?

여2    아니.. 오른쪽으로 살짝만...

남     됐어?

여2    네. 

(E) 의자에서 내려와 손 터는

남     이제 좀 그럴 듯 한가?

여2    좋은데요?

남     (만족) 그래?

여2    그런데, 집에선 누구 안와요?

남     어?

여2    사모님이나... 아이들이나...

남     어.. 요새 우리 아들 대학 수시 모집 기간이라 바빠

여2    그래두... 개업하는데....

남     니가 도와줬잖아. 개업했는데 떡이라두 돌려야 되는 건데....

여2    그냥.. 우리끼리 치킨에 맥주나 마시죠 뭐.

(E) 맥주 콸콸 따르는

여2    건배!

(E) 건배하는

(M)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 김동률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남     남편은 뭐해?

여2    .... 남편 없어요

남     아... 미안...

여2    괜찮아요. 나 혼자 산 지 오래됐는데 뭘

남     사별..한거야?

여2    아뇨. 이혼했어요.

남     .... 어쩌다가?

여2    ... 자꾸 날 때리더라구요

        말대꾸 한다고 때리고, 아무말도 안한다고 때리고

        웃는다고 때리고, 운다고 때리고

        집에서 밥만 축낸다고 때리고, 밖으로 쏘다닌다고 때리고....

남     뭐... 그런 사람이 다 있어?

여2    그러게요. 그 사람한테서 도망치듯이 이혼하고 나니까

        얼마나 홀가분하던지... 그후론 결혼 같은 거 생각 안하게 됐어요

(M) 사랑에 아파본 적 있나요 - 린


(E) 맥주 따르고 마시는

여2    솔직히 처음에 오빠 보곤 깜짝 놀랐어요

남     .... 왜?

여2    그냥... 오빤 왠지 잘 살고 있을 것 같았는데...

        아니, 그러니까 내말은... 지금이 못 살고 있다는 말이 아니라...

남     괜찮아. 무슨 말인지 알아

여2    (한숨 쉬고) 그때 오빤 우리 마을의 자랑이었잖아요.

남     ... (쓴웃음) 내가... 그랬나?

여2    그럼요. 오빠가 우리 도에서 1등 했을 때도 그랬고....

        서울에서 제일 좋다는 대학에 덜컥 합격했을 때도

        마을 입구에 플랭카드 크게 걸렸었잖아요

남     맞아. 그랬지...(웃고)

여2    그때 오빠 진짜 멋있었는데....

남     고맙다. 멋있게 기억해 줘서...

여2    오빠가 큰회사에 들어갔단 소식 들었는데

        좀 있으니까 어떤 여자랑 마을에 내려왔었어요

        지금 결혼하신 분이... 그분 맞죠?

남     응...

여2    그분도 좋은 대학 나왔다고. 굉장히 부잣집 딸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얘기하던 거 들었었는데...

(E) 맥주 마시고

여2    차에서 내리는 그 여자분을 봤는데....

        와... 참 살결도 이쁘고... 옷도 이쁘고....

        오빠한테 잘 어울리는 이쁜 여자네... 그랬어요.

(M) 찬바람이 불면 / 김지연


남     20년전 그때가 생각 난다

        자동차 하나 들어오는데도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몰려들었을 만큼

        우리 동네는 외지고 작은 곳이었다

        그날 난

        결혼을 약속했던 지금의 아내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E) 차 가는

여1    사람들이 다 우리만 쳐다봐요

남     여기 차 잘 안들어오거든

여1    아직도 이런 데가 있는지 몰랐어요 정말

남     다 왔다

(E) 차 멈추고

남     이집이야. 파란대문.

여1    (기막힌) 여기..에요?

남     어. 왜?

여1    아니... 시골이라고 해서 그런 줄은 알았는데

        정말... 시골이다....

남     .... 시골이 다 그렇지.... 내려

(E) 차에서 내리는, 걸어가는

남     들어가자

여2    ... 봉덕 오빠?

남     어. 연희야. 잘 있었어?

여1    누구?

남     응. 우리 동네 후밴데... 인사해. 나랑 결혼할 사람.

여2    .... 안녕하세요?

여1    네. 반갑네요. 들어가요. 부모님 기다리시겠어요.

남     응. 연희야. 나중에 보자.

여2    네. 오빠...

(E)  문 열고 들어가는

(M) 그 사람의 결혼식 - 서영은


(E) 맥주잔 따르고

여2    (농담조) 모르죠? 그날 밤에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남     왜?

여2    에라 모르겠다. 세월도 이만큼 지났는데

        얘기 못할 건 또 뭐야...

남     무슨 얘긴데

여2    내가 그때 오빠 참 많이 좋아했거든요

남     그랬어?

여2    학교 다닐 때부터 쭉 그랬어요

        오빠가 우리 마을에 있을 때도, 서울로 갔을 때도

        그 여자분이랑 다시 우리 마을로 왔을 때도

남     ..... 몰랐네

여2    당연히 모르셨겠죠...

남     어렸을 땐 다들 그러잖아. 선생님도 좋아하고 동네 오빠도 좋아하고...

여2    오빠 거기 알아요?

        우리 동네 실개천 뒤에 오솔길....

남     아... 거기...? 맞아. 조금만 오솔길 있었던 것 같다

여2    오빠 결혼 소식 알고. 혼자 울적해 하다가.

        내가 거기에 코스모스 씨앗을 뿌렸어요.

남     왜?

여2    오빠가... 코스모스를 제일 좋아한다 그랬었거든

(M)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 김상희


남     맞다. 예전엔 코스모스를 제일 좋아했는데...

여2    지금은 아니구?

남     지금은... 무슨 꽃을 좋아하는지 잊어버리고 살지

여2    왜요?

남     그냥... 먹고 살기 바쁘니까...

여2    치.. 오빠가 그런 소리 하니까

        진짜 사는 게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

남     그래? 

여2    어머, 벌써 11시네. 집에 가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남     집에 나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

여2    그래두.... 얼른 일어나요.

남     그러자. 

(M) 달팽이 / 패닉


(E) 설거지하는 소리

여1    장사는 좀 돼?

남     아직 처음이니까

여1    그럴 줄 알았어

남     무슨 소리야?

여1    당신이 장사는 무슨 장사야?

        사회성이라곤 조금도 없는 사람이...

남     뭐?

여1    당신이 장사할 요령 있는 사람이었으면

        회사에서 그렇게 짤리지도 않았지...

        그때 괜히 정이사한테 밉보여선...

        한번만 고개 숙이면 될 걸 그걸 안 숙여서...

남     그 얘기 그만 하랬지!

여1    어머? 지금 누가 누구한테 큰소리야?

남     관두자

(E) 그릇 세게 놓으며, 고무장갑 벗어 던지고

여1    그래 관두자. 내가 벽 보고 얘길 하는게 낫지!

(E) 방문 쾅 닫고 들어가는

(M) 요즘 너는 - 이현우


(E) 가게 문 열고 들어가는

여2    어서오세... 오빠! 이렇게 일찍 나왔어요?

남     응. 아침이나 먹으려고. 김밥 좀 줘.

여2    아침도 안먹고 나왔어요?

남     응...

여2    잠깐만.... 안그래도 나 먹으려고 된장찌개 끓이던 참인데...

        김밥 먹지 말고 그거 같이 먹어요

(E) 찌개 끓는, 탁자 위에 놓는

여2    먹어요

남     그래... 잘 먹을게...

(E) 먹고

여2    입맛에 맞아요?

남     야.... 맛있다....

여2    정말?

남     응. 맞어. 그때 너희 어머니도 음식 참 잘하셨는데.

        김치도 잘 담그시고. 니네 어머니 김치 담그시면

        꼭 우리집 갖다 주고 그러셨잖아.

여2    내가 김치 심부름 많이 했죠.

남     맞어. 너 오면, 아.. 오늘도 맛있는 김치 먹겠구나.. 그랬는데...

여2    나 원래 심부름하는 거 제일 싫어했는데

        오빠네 집 가는 건, 무조건 내가 가겠다고 우겼었잖아...

        엄마가... 연희야! 김치 좀 갖다 줘라! 그러면... 싫어... 이러다가....

        봉덕이네 집인데? 이러시면...

        발딱 일어나서 거울 보면서... 지금 나가!! 이랬었거든요. (웃고)

남     그래? (웃고)


남     연희와 있을 때

        난 웃는다

        연희와 있을 때

        난 따뜻하다

(M) Just When I Needed You Most / Randy Vanwarmer


(E) 전화 걸려오는

남     여보세요? 네? 아... 지금 배달하는 사람이 나가 있어서...

        한 30분만 기다려주시면 안될까요? 죄송합니다.

(E) 끊고

(E)전화하는

여1    여보세요

남     여보. 난데..

여1    왜

남     잠깐 나와서 가게 좀 같이 보면 안되겠어?

        오늘따라 배달이 밀리는데, 손이 모잘라

여1    그래서 지금 나보고 닭이나 팔라구?

남     무슨 말이 그래?

여1    싫어. 나 원래 기름 냄새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그래?

        그리구, 거기 있다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쩌라구 그래?

남     그래. 알았다.

(E) 전화 끊는데, 문 열고 들어오는

여2    오빠.

남     응. 왔어?

여2    장사는 좀 돼요?

남     어. 오늘따라 배달이 좀 밀리네.

(E) 전화 오는

남     여보세요. 네. 그런데 지금 배달하는 사람이 나가 있어서요. 죄송하지        만...

여2    (작은 소리로) 오빠. 내가 가게 봐줄게, 갔다 와

남     진짜?

여2    그래. 빨리...

남     (기분 좋은) 네! 지금 바로 배달가겠습니다. 몇동 몇호시라구요?

(M) 으라차차 - 럼블피쉬


남     야. 오늘 진짜 고마웠다.

여2    뭘. 마침 나 오늘 가게도 쉬었는데

        잘됐지 뭐.

남     치킨 냄새 지겹지? 나갈래? 뭐 맛있는 거 사줄게.

여2    정말? 지금 11시 넘었는데?

남     괜찮아. 야참으로 쟁반국수 같은 거 먹을래?

여2    그래

남     일단 문 닫고 나가자.  

(E)나가려는데, 문열고 들어오는

남     ..... 여보....

여1    .........

남     여보... 이쪽은....

여1    우리 아주 예전에 본 적 있지 않아요?

        난 그런 것 같은데?

여2    ....네... 

여1    그런데 지금 이 시간에 둘이 왜 여기 같이 있는지

        물어봐도 돼요?

남     여보. 어떻게 된거냐면

여1    당신한테 물어본 거 아니야

여2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이 근처에서 김밥집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오빠가 처음 장사하면서 힘들어하시는 거 같아서....

여1    당신, 일부러 이 여자 김밥집 옆으로

        가게를 낸거야?

남     여보! 아니야.

여2    네. 아니에요. 우린 정말 우연히 만났어요.

여1    .... (기막힌) 우리...?

(M) 벽 - 김동률


(E) 대문 닫고 들어오는, 열받아 찬물 마시는

남     여보

여1    그래. 얘기 좀 해봐.

남     정말 같은 동네 살던 동생이야.

여1    그럼, 이건 어떻게 설명할래?

        당신 요즘 표정이 얼마나 밝았었는지 알아?

        혼자서 가끔 콧노래도 불러대고...

        일하러 나갈 땐 이옷 저옷 얼굴에 대고

        거울 앞을 떠날 줄을 모르더라.

        얼마전엔 생전 안 쓰던 향수까지 뿌리고...

        이건... 연애하는 사람 모양 아니야?

남     ........정말 솔직하게 얘기할까?

여1    그래. 해봐.

남     나 요즘 마음이 참 따뜻했어

여1    뭐?

남     추운 겨울에 집밖에 내쫓겨 있다가

        방안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구.

        방에 들어와서 어머니가 해주신 된장찌개 먹는

        그런 기분이었어

여1    그 여자가... 그렇게 해주든?

남     그래. 그 여자가 그렇게 해주더라.

        당신 앞에선 춥기만 했는데

        그 여자 옆에선 따뜻하더라.

(M) 추억속의 재회 - 엠씨더맥스


여1    .... 당신 그 얘기 진심이야?

남     당신한텐 애들 공부가 전부였고

        당신 옆에 내 자린 없었어

여1    그건...

남     내가 번듯한 직장에서 돈 벌기를 멈춘 그 순간부터

        당신한테 난 그냥 부끄럽고 거추장스러운 사람이었어. 안 그래?

여1    여보! 그런 말이 어딨어!

        우리 20년을 같이 살아온 부부야!

        지금, 딴 여자랑 바람 피다 걸리니까

        날 나쁜년으로 모는거야?

남     바람? 그래. 바람일 수도 있겠다.

        당신 옆에서 그 여자 생각 종종 했고

        그 여자 김밥집에서 아침 얻어먹으면서

        당신이 이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했었어.

        마음이 움직이는 게 바람이라면

        그래. 그것도 바람 맞다.

(M) 내마음의 보석상자 - SG 워너비


(E)시장 소음, 걷는

남     다음날 가게 문을 열기 위해 나갔을 때

        연희가 그 앞에 서 있었다

        얼마나 서 있었는지

        입술에 푸른빛이 돌았다


여2    오빠...

남     어 그래. 추운데 나 기다린거야?

여2    어떻게 됐어요? 사모님이 많이 화내시죠?

남     들어가자. 너 꽁꽁 얼었다.

여2    아니에요. 그냥 여기서 얘기해요.

남     뭐가 무서워서 그래. 들어가.

(E) 문 열고 들어가는

(E) 따뜻한 물 따라주는

남     마셔

(E)마시고

여2    너무 걱정돼서 한잠도 못 잤어요

남     그랬구나...

여2    괜찮은거에요?

남     그럼...

여2    다행이에요. 나... 오빠한테 인사 하러 들렀어요.

남     ...인사?

여2    천안에서 언니가 식당을 하거든요.

        사실 김밥집도 잘 안되고. 언니가 가게 처분하고 내려와서

        같이 식당일이나 하자고 그전부터 그랬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했었어요. 그런데 엊저녁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그게 나을 것 같아서...

남     너 나 때문에 그러는거야?

여2    그건 아니구요. 얼마전에 우리 가게 해보고 싶단 사람도 있었고..

        이차 저차 해서 그러기로 했어요

남     연희야

여2    얼른 장사 준비해요 오빠. 나 가 볼께요.

남     ..... 연희야.. 너...

여2    오빠. 오빠가 예전처럼 행복해 보였으면 좋겠어요.

        감히 내가 탐내지도 못하게...

        행복해 보였으면 좋겠어요.

(M) 얼마나 좋을까 - 이수영


남     연희가 갑작스럽게 이사를 가고

        며칠 동안

        난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E) 가게 문 두드리는

남     누구세요?

(E) 문 열고...

남     당신이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여1    겨우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야?

        추운데 이불도 안덮고 자?

남     ...... 현중이 독서실 데리러 갈 시간 아니야?

여1    다 컸는데... 저도 알아서 집에 올 줄은 알겠지

남     .....

여1    나, 치킨 좀 먹어보자

남     뭐?

여1    남편이 치킨집을 하는데, 마누라가 그거 한 마리 팔아준 적이 없네

        치킨 한 마리 줘. 돈 내고 사먹을게.

남     ... 잠깐만 기다려...

(E) 걸어가는데

여1    미안해...

(E) 멈추고

여1    미처 생각 못했어. 그동안 당신 어땠을지.

        내 마음만 생각하고. 당신 마음 생각 못했어.

        그냥 그렇게 늘 옆에 있으니까. 미안한 줄도 고마운 줄도 몰랐어.

        ..... 미안해.

(M) 아니 - 거미 (중간 부분. 아니..)


(E) 차 가는 소리

남     얼마 후 주말

        난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다

        붉게 단풍진 나무 옆을 지나

        여전히 맑게 흐르고 있는 실개천을 지나

        마침내 연희가 이야기했던 그 오솔길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주 잠깐

        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BG) Put Your Hands Up - 캬오슈징

        그 작은 오솔길의 양옆엔

        분홍 코스모스가 한가득 한들거리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연희는 내가 보고 싶을 때

        이곳에 코스모스 씨앗을 뿌렸다 했었다.


여1    신기하다. 이런 데 코스모스가 이렇게 많이 폈네?

남     그러게....

여1    그런데 당신 표정이 왜 그래? 완전히 감동 받은 표정인데?

남     여보. 당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뭔지 알아?

여1    뭔데?

남     .... 코스모스야....


남     내가 물을 준 적도

        볕을 준 적도

        사랑을 준 적도 없는 코스모스가

        저 혼자 그곳에 피어 있었다

        난 아내의 손을 잡고

        오랫동안 날 기다렸을 그 꽃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M) 주제음 가을 빛 추억 / 신승훈

 





2005-10-20(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