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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07화 - 은빛 가을
(M) 주제음 가을 빛 추억 / 신승훈
(E) 구두 신는
여 (차갑게) 어디 가?
남 응. 대출 좀 알아보려고.
여 평생 그렇게 바쁘게 돌아다니더니
일 그만두고 치킨집 하나 여는데도 대출을 받아야 돼?
남 ......갔다올게
여 나 이따 동창 모임 있으니까
점심은 알아서 챙겨먹어
남 알았어. 나 손수건 좀 줘.
여 빨아놓은 거 없어요. 내가 평생 와이셔츠 손수건 빨았으면 됐지
당신 퇴직하고도 또 그짓을 해야 돼?
남 ..... 갔다 올게
(E) 문 쾅 닫히는
남 내 나이 쉰 하나
아직은 한참 더 일할 수 있는 나인데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대접 받을 일도 없나보다
(M) 거리에서 / 동물원
(E) 시장 소음
남 은행에서 대출을 알아보고 난 후
시장으로 왔다
이곳에 치킨집을 열고
장사를 해 볼 참이다
여기 저기를 둘러보고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김밥집에 들어갔다
여2 어서오세요
남 김밥 한줄 주세요. 국물은 나오죠?
여2 네. 뜨끈한 오뎅국물 나갑니다.
(E) 김밥 바쁘게 써는 + 쟁반에 이것저것 담는 + 가지고 와서 놓는
여2 김밥 나왔습니다
남 고맙습니다
여2 .... 저... 그런데... 혹시....
남 네?
여2 봉덕이 오빠... 남촌면 살던.. 봉덕 오빠 아니세요?
(M) 가을이 오면 - 서영은
남 야.. 연희 너를.. 이런 데서 다 만나고... 참...
여2 그러게요.
(E) 김밥 좀 주세요! 손님 목소리
여2 네~!
오빠 잠깐만 기다려요.
남 바쁜데 일해
여2 아니에요. 점심시간 좀 있으면 끝나요
그냥 가면 섭하죠. 차라도 한잔 마시고 가요.
남 그래.
여2 김밥 모자라면 얘기하구요. 국물도 더 줄테니까 말해요.
남 그래. 고맙다.
(E) 가는
남 볼 가운데 움푹 파였던 보조개가 귀여웠던 그 아이
이젠 연희의 볼 가운데
보조개 대신
깊은 주름이 자리하고 있었다
(M) Evergreen / Will Young
(E) 물잔에 뜨거운 물 따르는
여2 커피잔이 없어서 어떡해. 우린 그냥 물잔에 마셔요.
남 괜찮아. 잘 먹을게.
여2 그런데 여긴 어떻게 온거에요? 시장 보러 왔어요?
남 아니. 장사나 좀 할까 하고 자리 좀 알아보러.
여2 장사? 오빠 예전에 무슨 큰회사 다닌다고 들었는데...
남 응. 작년에 명퇴하고 쉬고 있거든.
여2 그렇구나. 그런데 장사도 해본 사람이 한다고...
오빠처럼 좋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사람이 장사할 수 있을까?
남 그러게. 실은 나도 좀 걱정된다.
여2 뭐 하고 싶은데?
남 치킨집이나 할까 하고. 체인점 형식으로.
여2 아... 나 김밥집 하기 전에 치킨집 했었어요.
남 그래? 그럼 나 좀 가르쳐 주라.
여2 내가 뭐 가르쳐 줄 게 있겠어요?
그래도 힘닿는 데까진 도와줄께요
남 고맙다.
(M) Don't cry baby -Free Design
(E) 대문 닫고 들어오는
여1 뭐하다 이제 들어와?
남 응. 그냥...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여1 뭘 시작하려면 빨리빨리 좀 하든가
무슨 뜸만 몇 년을 들일거야?
남 .......
여1 밥은
남 먹었어
(E)텔레비젼 켜는
여1 뭐하는거야
(E) 텔레비전 끄고
여1 애들 공부한단 말이야
남 ......
여1 뉴스 보고 싶음 신문을 보든가
아님 들어가 자든가
(E) 방문 닫고 들어가는
남 이 집 안에서 내가 있을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M) Fields Of Gold / Sting
(E) 탁탁 못 박는
남 어때? 괜찮아?
여2 아니.. 오른쪽으로 살짝만...
남 됐어?
여2 네.
(E) 의자에서 내려와 손 터는
남 이제 좀 그럴 듯 한가?
여2 좋은데요?
남 (만족) 그래?
여2 그런데, 집에선 누구 안와요?
남 어?
여2 사모님이나... 아이들이나...
남 어.. 요새 우리 아들 대학 수시 모집 기간이라 바빠
여2 그래두... 개업하는데....
남 니가 도와줬잖아. 개업했는데 떡이라두 돌려야 되는 건데....
여2 그냥.. 우리끼리 치킨에 맥주나 마시죠 뭐.
(E) 맥주 콸콸 따르는
여2 건배!
(E) 건배하는
(M)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 김동률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남 남편은 뭐해?
여2 .... 남편 없어요
남 아... 미안...
여2 괜찮아요. 나 혼자 산 지 오래됐는데 뭘
남 사별..한거야?
여2 아뇨. 이혼했어요.
남 .... 어쩌다가?
여2 ... 자꾸 날 때리더라구요
말대꾸 한다고 때리고, 아무말도 안한다고 때리고
웃는다고 때리고, 운다고 때리고
집에서 밥만 축낸다고 때리고, 밖으로 쏘다닌다고 때리고....
남 뭐... 그런 사람이 다 있어?
여2 그러게요. 그 사람한테서 도망치듯이 이혼하고 나니까
얼마나 홀가분하던지... 그후론 결혼 같은 거 생각 안하게 됐어요
(M) 사랑에 아파본 적 있나요 - 린
(E) 맥주 따르고 마시는
여2 솔직히 처음에 오빠 보곤 깜짝 놀랐어요
남 .... 왜?
여2 그냥... 오빤 왠지 잘 살고 있을 것 같았는데...
아니, 그러니까 내말은... 지금이 못 살고 있다는 말이 아니라...
남 괜찮아. 무슨 말인지 알아
여2 (한숨 쉬고) 그때 오빤 우리 마을의 자랑이었잖아요.
남 ... (쓴웃음) 내가... 그랬나?
여2 그럼요. 오빠가 우리 도에서 1등 했을 때도 그랬고....
서울에서 제일 좋다는 대학에 덜컥 합격했을 때도
마을 입구에 플랭카드 크게 걸렸었잖아요
남 맞아. 그랬지...(웃고)
여2 그때 오빠 진짜 멋있었는데....
남 고맙다. 멋있게 기억해 줘서...
여2 오빠가 큰회사에 들어갔단 소식 들었는데
좀 있으니까 어떤 여자랑 마을에 내려왔었어요
지금 결혼하신 분이... 그분 맞죠?
남 응...
여2 그분도 좋은 대학 나왔다고. 굉장히 부잣집 딸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얘기하던 거 들었었는데...
(E) 맥주 마시고
여2 차에서 내리는 그 여자분을 봤는데....
와... 참 살결도 이쁘고... 옷도 이쁘고....
오빠한테 잘 어울리는 이쁜 여자네... 그랬어요.
(M) 찬바람이 불면 / 김지연
남 20년전 그때가 생각 난다
자동차 하나 들어오는데도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몰려들었을 만큼
우리 동네는 외지고 작은 곳이었다
그날 난
결혼을 약속했던 지금의 아내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E) 차 가는
여1 사람들이 다 우리만 쳐다봐요
남 여기 차 잘 안들어오거든
여1 아직도 이런 데가 있는지 몰랐어요 정말
남 다 왔다
(E) 차 멈추고
남 이집이야. 파란대문.
여1 (기막힌) 여기..에요?
남 어. 왜?
여1 아니... 시골이라고 해서 그런 줄은 알았는데
정말... 시골이다....
남 .... 시골이 다 그렇지.... 내려
(E) 차에서 내리는, 걸어가는
남 들어가자
여2 ... 봉덕 오빠?
남 어. 연희야. 잘 있었어?
여1 누구?
남 응. 우리 동네 후밴데... 인사해. 나랑 결혼할 사람.
여2 .... 안녕하세요?
여1 네. 반갑네요. 들어가요. 부모님 기다리시겠어요.
남 응. 연희야. 나중에 보자.
여2 네. 오빠...
(E) 문 열고 들어가는
(M) 그 사람의 결혼식 - 서영은
(E) 맥주잔 따르고
여2 (농담조) 모르죠? 그날 밤에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남 왜?
여2 에라 모르겠다. 세월도 이만큼 지났는데
얘기 못할 건 또 뭐야...
남 무슨 얘긴데
여2 내가 그때 오빠 참 많이 좋아했거든요
남 그랬어?
여2 학교 다닐 때부터 쭉 그랬어요
오빠가 우리 마을에 있을 때도, 서울로 갔을 때도
그 여자분이랑 다시 우리 마을로 왔을 때도
남 ..... 몰랐네
여2 당연히 모르셨겠죠...
남 어렸을 땐 다들 그러잖아. 선생님도 좋아하고 동네 오빠도 좋아하고...
여2 오빠 거기 알아요?
우리 동네 실개천 뒤에 오솔길....
남 아... 거기...? 맞아. 조금만 오솔길 있었던 것 같다
여2 오빠 결혼 소식 알고. 혼자 울적해 하다가.
내가 거기에 코스모스 씨앗을 뿌렸어요.
남 왜?
여2 오빠가... 코스모스를 제일 좋아한다 그랬었거든
(M)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 김상희
남 맞다. 예전엔 코스모스를 제일 좋아했는데...
여2 지금은 아니구?
남 지금은... 무슨 꽃을 좋아하는지 잊어버리고 살지
여2 왜요?
남 그냥... 먹고 살기 바쁘니까...
여2 치.. 오빠가 그런 소리 하니까
진짜 사는 게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
남 그래?
여2 어머, 벌써 11시네. 집에 가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남 집에 나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
여2 그래두.... 얼른 일어나요.
남 그러자.
(M) 달팽이 / 패닉
(E) 설거지하는 소리
여1 장사는 좀 돼?
남 아직 처음이니까
여1 그럴 줄 알았어
남 무슨 소리야?
여1 당신이 장사는 무슨 장사야?
사회성이라곤 조금도 없는 사람이...
남 뭐?
여1 당신이 장사할 요령 있는 사람이었으면
회사에서 그렇게 짤리지도 않았지...
그때 괜히 정이사한테 밉보여선...
한번만 고개 숙이면 될 걸 그걸 안 숙여서...
남 그 얘기 그만 하랬지!
여1 어머? 지금 누가 누구한테 큰소리야?
남 관두자
(E) 그릇 세게 놓으며, 고무장갑 벗어 던지고
여1 그래 관두자. 내가 벽 보고 얘길 하는게 낫지!
(E) 방문 쾅 닫고 들어가는
(M) 요즘 너는 - 이현우
(E) 가게 문 열고 들어가는
여2 어서오세... 오빠! 이렇게 일찍 나왔어요?
남 응. 아침이나 먹으려고. 김밥 좀 줘.
여2 아침도 안먹고 나왔어요?
남 응...
여2 잠깐만.... 안그래도 나 먹으려고 된장찌개 끓이던 참인데...
김밥 먹지 말고 그거 같이 먹어요
(E) 찌개 끓는, 탁자 위에 놓는
여2 먹어요
남 그래... 잘 먹을게...
(E) 먹고
여2 입맛에 맞아요?
남 야.... 맛있다....
여2 정말?
남 응. 맞어. 그때 너희 어머니도 음식 참 잘하셨는데.
김치도 잘 담그시고. 니네 어머니 김치 담그시면
꼭 우리집 갖다 주고 그러셨잖아.
여2 내가 김치 심부름 많이 했죠.
남 맞어. 너 오면, 아.. 오늘도 맛있는 김치 먹겠구나.. 그랬는데...
여2 나 원래 심부름하는 거 제일 싫어했는데
오빠네 집 가는 건, 무조건 내가 가겠다고 우겼었잖아...
엄마가... 연희야! 김치 좀 갖다 줘라! 그러면... 싫어... 이러다가....
봉덕이네 집인데? 이러시면...
발딱 일어나서 거울 보면서... 지금 나가!! 이랬었거든요. (웃고)
남 그래? (웃고)
남 연희와 있을 때
난 웃는다
연희와 있을 때
난 따뜻하다
(M) Just When I Needed You Most / Randy Vanwarmer
(E) 전화 걸려오는
남 여보세요? 네? 아... 지금 배달하는 사람이 나가 있어서...
한 30분만 기다려주시면 안될까요? 죄송합니다.
(E) 끊고
(E)전화하는
여1 여보세요
남 여보. 난데..
여1 왜
남 잠깐 나와서 가게 좀 같이 보면 안되겠어?
오늘따라 배달이 밀리는데, 손이 모잘라
여1 그래서 지금 나보고 닭이나 팔라구?
남 무슨 말이 그래?
여1 싫어. 나 원래 기름 냄새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그래?
그리구, 거기 있다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쩌라구 그래?
남 그래. 알았다.
(E) 전화 끊는데, 문 열고 들어오는
여2 오빠.
남 응. 왔어?
여2 장사는 좀 돼요?
남 어. 오늘따라 배달이 좀 밀리네.
(E) 전화 오는
남 여보세요. 네. 그런데 지금 배달하는 사람이 나가 있어서요. 죄송하지 만...
여2 (작은 소리로) 오빠. 내가 가게 봐줄게, 갔다 와
남 진짜?
여2 그래. 빨리...
남 (기분 좋은) 네! 지금 바로 배달가겠습니다. 몇동 몇호시라구요?
(M) 으라차차 - 럼블피쉬
남 야. 오늘 진짜 고마웠다.
여2 뭘. 마침 나 오늘 가게도 쉬었는데
잘됐지 뭐.
남 치킨 냄새 지겹지? 나갈래? 뭐 맛있는 거 사줄게.
여2 정말? 지금 11시 넘었는데?
남 괜찮아. 야참으로 쟁반국수 같은 거 먹을래?
여2 그래
남 일단 문 닫고 나가자.
(E)나가려는데, 문열고 들어오는
남 ..... 여보....
여1 .........
남 여보... 이쪽은....
여1 우리 아주 예전에 본 적 있지 않아요?
난 그런 것 같은데?
여2 ....네...
여1 그런데 지금 이 시간에 둘이 왜 여기 같이 있는지
물어봐도 돼요?
남 여보. 어떻게 된거냐면
여1 당신한테 물어본 거 아니야
여2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이 근처에서 김밥집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오빠가 처음 장사하면서 힘들어하시는 거 같아서....
여1 당신, 일부러 이 여자 김밥집 옆으로
가게를 낸거야?
남 여보! 아니야.
여2 네. 아니에요. 우린 정말 우연히 만났어요.
여1 .... (기막힌) 우리...?
(M) 벽 - 김동률
(E) 대문 닫고 들어오는, 열받아 찬물 마시는
남 여보
여1 그래. 얘기 좀 해봐.
남 정말 같은 동네 살던 동생이야.
여1 그럼, 이건 어떻게 설명할래?
당신 요즘 표정이 얼마나 밝았었는지 알아?
혼자서 가끔 콧노래도 불러대고...
일하러 나갈 땐 이옷 저옷 얼굴에 대고
거울 앞을 떠날 줄을 모르더라.
얼마전엔 생전 안 쓰던 향수까지 뿌리고...
이건... 연애하는 사람 모양 아니야?
남 ........정말 솔직하게 얘기할까?
여1 그래. 해봐.
남 나 요즘 마음이 참 따뜻했어
여1 뭐?
남 추운 겨울에 집밖에 내쫓겨 있다가
방안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구.
방에 들어와서 어머니가 해주신 된장찌개 먹는
그런 기분이었어
여1 그 여자가... 그렇게 해주든?
남 그래. 그 여자가 그렇게 해주더라.
당신 앞에선 춥기만 했는데
그 여자 옆에선 따뜻하더라.
(M) 추억속의 재회 - 엠씨더맥스
여1 .... 당신 그 얘기 진심이야?
남 당신한텐 애들 공부가 전부였고
당신 옆에 내 자린 없었어
여1 그건...
남 내가 번듯한 직장에서 돈 벌기를 멈춘 그 순간부터
당신한테 난 그냥 부끄럽고 거추장스러운 사람이었어. 안 그래?
여1 여보! 그런 말이 어딨어!
우리 20년을 같이 살아온 부부야!
지금, 딴 여자랑 바람 피다 걸리니까
날 나쁜년으로 모는거야?
남 바람? 그래. 바람일 수도 있겠다.
당신 옆에서 그 여자 생각 종종 했고
그 여자 김밥집에서 아침 얻어먹으면서
당신이 이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도 했었어.
마음이 움직이는 게 바람이라면
그래. 그것도 바람 맞다.
(M) 내마음의 보석상자 - SG 워너비
(E)시장 소음, 걷는
남 다음날 가게 문을 열기 위해 나갔을 때
연희가 그 앞에 서 있었다
얼마나 서 있었는지
입술에 푸른빛이 돌았다
여2 오빠...
남 어 그래. 추운데 나 기다린거야?
여2 어떻게 됐어요? 사모님이 많이 화내시죠?
남 들어가자. 너 꽁꽁 얼었다.
여2 아니에요. 그냥 여기서 얘기해요.
남 뭐가 무서워서 그래. 들어가.
(E) 문 열고 들어가는
(E) 따뜻한 물 따라주는
남 마셔
(E)마시고
여2 너무 걱정돼서 한잠도 못 잤어요
남 그랬구나...
여2 괜찮은거에요?
남 그럼...
여2 다행이에요. 나... 오빠한테 인사 하러 들렀어요.
남 ...인사?
여2 천안에서 언니가 식당을 하거든요.
사실 김밥집도 잘 안되고. 언니가 가게 처분하고 내려와서
같이 식당일이나 하자고 그전부터 그랬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했었어요. 그런데 엊저녁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그게 나을 것 같아서...
남 너 나 때문에 그러는거야?
여2 그건 아니구요. 얼마전에 우리 가게 해보고 싶단 사람도 있었고..
이차 저차 해서 그러기로 했어요
남 연희야
여2 얼른 장사 준비해요 오빠. 나 가 볼께요.
남 ..... 연희야.. 너...
여2 오빠. 오빠가 예전처럼 행복해 보였으면 좋겠어요.
감히 내가 탐내지도 못하게...
행복해 보였으면 좋겠어요.
(M) 얼마나 좋을까 - 이수영
남 연희가 갑작스럽게 이사를 가고
며칠 동안
난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E) 가게 문 두드리는
남 누구세요?
(E) 문 열고...
남 당신이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여1 겨우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야?
추운데 이불도 안덮고 자?
남 ...... 현중이 독서실 데리러 갈 시간 아니야?
여1 다 컸는데... 저도 알아서 집에 올 줄은 알겠지
남 .....
여1 나, 치킨 좀 먹어보자
남 뭐?
여1 남편이 치킨집을 하는데, 마누라가 그거 한 마리 팔아준 적이 없네
치킨 한 마리 줘. 돈 내고 사먹을게.
남 ... 잠깐만 기다려...
(E) 걸어가는데
여1 미안해...
(E) 멈추고
여1 미처 생각 못했어. 그동안 당신 어땠을지.
내 마음만 생각하고. 당신 마음 생각 못했어.
그냥 그렇게 늘 옆에 있으니까. 미안한 줄도 고마운 줄도 몰랐어.
..... 미안해.
(M) 아니 - 거미 (중간 부분. 아니..)
(E) 차 가는 소리
남 얼마 후 주말
난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다
붉게 단풍진 나무 옆을 지나
여전히 맑게 흐르고 있는 실개천을 지나
마침내 연희가 이야기했던 그 오솔길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주 잠깐
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BG) Put Your Hands Up - 캬오슈징
그 작은 오솔길의 양옆엔
분홍 코스모스가 한가득 한들거리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연희는 내가 보고 싶을 때
이곳에 코스모스 씨앗을 뿌렸다 했었다.
여1 신기하다. 이런 데 코스모스가 이렇게 많이 폈네?
남 그러게....
여1 그런데 당신 표정이 왜 그래? 완전히 감동 받은 표정인데?
남 여보. 당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뭔지 알아?
여1 뭔데?
남 .... 코스모스야....
남 내가 물을 준 적도
볕을 준 적도
사랑을 준 적도 없는 코스모스가
저 혼자 그곳에 피어 있었다
난 아내의 손을 잡고
오랫동안 날 기다렸을 그 꽃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M) 주제음 가을 빛 추억 / 신승훈
2005-10-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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