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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16일 목요일 선곡표 및 음악에세이 대본
 

M     (We're Gonna) Rock Around The Clock / Bill Haley & His Comets

 미국 출신의 남성 록 가수 '빌 헤일리'와 그의 밴드 His Comet가 1955년 발표한 곡으로 싱글 차트 연 8주 동안 No.1 기록.

 최초의 로큰롤 히트곡으로 화려한 록의 시대를 알렸던 대표적인 로큰롤.


M     Burn / Usher

 2004년 한 해를 '어셔'의 해로 만든 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연 8주 동안 No.1 기록.

 어셔는 미국을 대표하는 힙합 가수로 지난해에만 총 4곡의 No.1을 싱글을 기록하며 최고의 인기를 얻었음.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89화 - 사랑했나봐


(M) 주제음 - 사랑했나봐 (윤도현)


(E) 지하철역 소음

남     복잡한 지하철 역에서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E) 신문 펼치는

남     남이 보다 두고 간 신문을 펼쳐 보다가

        빈 자리가 나자

        쏜살같이 몸을 날려 거기 앉았다

        오늘은 운이 좋으려나 보다

(M) 도시인 - 넥스트


(E) 핸드폰 소리

남     여보세요. 어. 성호야. 웬일이냐 이 시간에?

        누구? 은서? 대학 때 그 윤은서? 윤은서가 왜?

        (사이) 그래? 보험을? 어... 설마 나한테도 오겠어?

        그래. 알았어. 딱 잘라야지 뭐. 내가 요새 돈이 어딨냐.

        그나저나 너 저번에 산 주식 재미 좀

        봤겠다? 많이 올랐던데. 뭐? 그새 팔았어?

        아이구... 그걸 좀 놔 두지. 어...

(E) 지하철 출발하고. 그 소음에 묻혀 전화 통화 소리 작아지고


남     대학 친구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윤은서가 찾아왔단다

        그녀가 보험 아줌마가 돼서 찾아왔단다

(M)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 - 동물원


남     그리고 그날 오후

(E) 핸드폰 벨

남     여보세요

여     여보세요. 김봉덕씨.. 핸드폰.. 맞나요?

남     네 전데요. 누구세요?

여     맞구나. 나야. 윤은서.

남     은..서? ... 어.... 은서야. 웬일이야.

여     응. 성호한테 니 연락처 알았어. 잘 지내?

남     그렇지 뭐.

여     정말 반갑다. 나 니 생각 종종 했었어.

남     어. 그랬어?

여     우리 만날래? 너 여의도 증권회사 다닌다면서?

        나 지금 여의도거든


남     친구 녀석에게 받은 전화도 있고

        은서를 다시 만나는 게

        그리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M) 다시 만난 날 - 휘성


(E) 까페 소음

여     정말 오랜만이다. 너 군대가고 처음이니까

        10년만인가?

남     그러네. 

여     정말 빨라. 하루하루는 지겹게 느린데

        세월은 왜 이렇게 빠르니?

남     그러게 말이다. 넌 어떻게 지내? 결혼은 했지?

여     그럼. 애가 둘인데.

남     그렇구나. 남편은 뭐해?

여     .... 고등학교 교사였는데... 재작년에 먼저 떠났어

        학교 수련회 갔다가 사고가 나서....

남     .....아... 그랬구나.... 미안해. 괜한 질문을 해서...

여     아니야. 이제 뭐 괜찮아.


남     이제야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본다

        많이 여위고 수척해진 얼굴

        이 얼굴을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나진 말았어야 했다

        내 기억 속의 그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마음을 흔들리게 했던

        아름다운 여자였다   

(M)오래전 그날 - 윤종신 (첫부분부터)


(E) 캠퍼스 소음 + 환호성 지르는 소리 간간이

남     대학 합격자 발표를 하던 날

        벅찬 가슴으로 내 이름 앞에 서 있었다

        차가운 바람에 발이 시려오는 줄도 모르고

        그 자리에 오래오래 서 있었다


여     저.. 경영학과죠?

남     네?

여     나두 경영학과 들어갔어요.

남     아. 그래요?

여     나중에 얼굴 자주 볼텐데 인사부터 해요

남     네. 반가워요.

여     이제 친군데, 말 놔도.. 되..지?

남     어.. 그..그럼...

여     그런데 너 동전 있니?

남     어?

여     집에 합격했다고 전화해줘야 되는데, 동전이 없어서.

(M) 그땐 그랬지 / 카니발


(E) 바람 부는 + 걷는

여     고마웠어

남     아냐. 그 정도 갖구 뭘.

여     너 이 학교 근처 자주 와 봤어?

남     아니. 두 번짼가 세 번짼가.. 집이 멀어서 별로 올 일이 없었어

여     난 자주 왔었는데. 너.. 까페 같은 데 가 봤니?

남     아니. 당구장은 가봤는데. 까페는 아직... 

여     후문 옆에 음악 까페가 있거든? 난 거기 몇 번 가봤어


남     그녀는 밝고 쾌활했으며

        자신감이 넘쳤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M) 좋은 사람 - 토이


(E) 까페 문 열고 들어가는

(E) 이승철 노래 들려오고 있는


남     그녀는 좋아한다던 그 음악 까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그리고 난 그곳의

        단골 손님이 되었다


여     어 왔어?

남     너 수업 또 빠졌잖아. 노트 필기 한 거 가져왔어.

여     너밖에 없다. 앉어.

남     아냐. 너 일해야 되는데.

여     앉으라니까. 주인 아저씨 없으니까 토스트랑 커피 줄께.


남     그녀가 공짜로 주는 토스트와 커피도 좋았지만

        그보단, 그녀가 더 좋았다

(M) 넌 또다른 나 - 이승철


남     우리는 같은 과 안에선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렇게 계절은 흘러가고 있었다


(E)자전거 타고 가는

여     곧 여름 방학이네?

남     어. 넌 방학 때 뭐할거야?

여     까페 아르바이트 잠깐 그만 두고 배낭여행 갈거야

남     어디로?

여     그냥 여기저기. 발길 닿는대로.

남     그럼... 서울에 없겠네?

여     그렇겠지 

(E)자전거 끽 멈추는

여     왜?


남     순간. 내 마음을 얘기해 주고 싶었다.

        그녀가 잠시 떠나 있기 전

        내 마음을 알았으면 싶었다


여     왜. 뭐 할 말 있어?

남     응

여     뭔데

남     잘 다녀오라구. 여행.

(M)    사랑하기 때문에 / 유재하


(E)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남     그녀가 서울에 없는 방학 동안

        난 집안에서 그저 빈둥거렸다

(E)집 전화벨

남     (귀찮은) 여보세요

(E) 공중전화 동전 떨어지는 소리

여     봉덕이니?

남     (정신 번쩍) 어! 은서야!

여     잘 지내?

남     그럼. 잘 지내지.

여     뭐하고 지내?

남     뭐. 도서관도 나가고. 영어학원도 가고. 바쁘지.

여     그렇구나. 

남     넌 어디야?

여     나 여기 하동이야.

남     하동?

여     평사리라는 덴데. 여기 너무 좋다.

        여기 부부 소나무 있는 거 아니?

        들판 한가운데 소나무 두 그루가 사이좋게 서 있는데.

        사람들이 부부 소나무라고 그러더라.

남     그래? 혼자 다니는 거 위험하지 않어?

여     괜찮아. 오늘 저녁엔 여기서 잘거야. 이 마을 이장님 집에서.

        어. 동전 없다. 다음에...

남     은..은서야

(E) 끊기는

(M) 텅빈 거리에서 / 015B


남     그날 오후.

        난 서둘러 버스를 탔다.

        그녀가 있는 곳.

        부부 소나무가 사이좋게 서 있다는 그곳에

        가기 위해서.

(E) 버스 내리는 소리

(E) 걷는

남     온통 푸르른 들판 한 가운데

        과연 아름다운 두 그루의 소나무가 서 있었고

        그 뒤로 아담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M) 풍경 - 장동건 구본승


(E) 옛날식 여닫이 문 열고 나오는

여     봉덕아... 너... 여기 어떻게...

        왜 왔어 너.

(E) 동전 손 위에서 짤랑거리는

남     동전... 없는 거 같애서... 동전... 주려구...

여     뭐? (기막혀 웃고)

(E) 모깃불 타닥타닥 타는

남     잠시 후.

        우리는 마당 한켠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나란히 앉아 있었다


(E)벌레 우는 개구리 우는

여     별 좀 봐. 바로 쏟아질 것 같다.

남     너 살 좀 빠진 것 같다.

여     얼굴이 타서 그래.

남     사람 맘 안 좋게... 모자도 쓰고 다니고. 그 뭐냐. 안 타는 크림.

        그런 것도 바르고 그래.

여     니가 왜 마음이 안좋아?

남     어?

여     그렇잖아. 니가 내 애인도 아닌데. 왜 맘이 안좋아?

남     .......은서 넌. 누구 좋아해 본 적 있냐?

여     그럼~ 지금도 좋아하고 있는데?

(M) 바람이 분다 - 이소라


남     다시 한번.

        그녀에게 쏟아내려던 내 고백의 말들이.

        가슴 속으로 파고 들어가 버렸다.


남     좋아하는 사람. 있어?

여     응. 넌 없어?

남     어? 나? 난... 없는데...

여     어떻게 좋아하는 사람이 없냐?

남     그럴 수도 있지...

여     너 같은 남자면, 여자친구한테 참 잘해줄 것 같은데.

남     내..가?

여     응. 너 노트필기해서 나한테 갖다 주는 거 보면.

        이렇게 착하고 자상한 남자도 없다 싶거든.


남     그녀는 알고 있었을까.

        그녀를 위해서 수업을 듣고

        그녀를 위해서 노트 필기를 하고

        그녀를 위해서 하루하루를 살면서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를.

(M)   You Needed Me / 김범수


(E) 걸어가는 소리

여     아침이나 먹고 가지...

        이장님이 맛있는 거 해준다 그랬는데...

남     아니야. 오후에 학원도 가야 되고...

여     그래. (사이, 심호흡하고) 여기 참 좋지.

남     응. 좋다.

여     나중에. 애 낳으면. 이런 데서 살아야지.

남     언제 서울 올거야?

여     여행 끝나면

남     여행이 언제 끝나는데

여     지금 내가 정상이 아니거든

남     응?

여     왜, 음식도 너무 뜨거울 때 간 보면 무슨 맛인지 모르잖아

        지금 내 마음도 너무 뜨거워서. 이게 뭔지.

        진짜.. 사랑인지. 그냥 좋아하는 건지. 착각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어. 이거 좀 식고 나면. 그때 갈께.

(M)미련한 사랑 - JK김동욱


남     다시 학기가 시작됐다

        모든 건 비슷했다

        은서는 다시 그 까페에서 일을 했고.

        난 은서 대신 열심히 노트 필기를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에 다른 누군가가 있음을 안 후.

        난 내 마음 속의 그녀를.. 내쫓아야 했다.

        

(E) 강의실 문 열고 들어오는

여     봉덕아!

남     어. 웬일이냐? 강의실에 다 오고.

여     이 수업은 출석 체크 철저히 한다며.

남     그래도 졸업은 하고 싶냐?

여     당연하지. 빨리 끝나고 가봐야 돼. 오늘 바빠.

남     왜?

여     오후에 비온대. 오늘 수요일이잖아. 비오는 수요일.

남     비오는 수요일인데. 왜?

여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몰라?

        우리 까페에선 비오는 수요일마다 손님들한테 빨간 장미 준단 말야

(M)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 다섯손가락


(E) 비오는

남     그녀의 말대로

        그날 오후엔 비가 내렸다.

        망설이던 끝에

        장미 한송이를 산 나는

        까페 앞으로 갔다

        벌써 어스름 해가 지고 있었고

        이제 막 불을 밝히기 시작한 가로등 아래로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E) 걸어가는

남     그리고 까페 문을 열려는 순간.

        빗물이 흘러내리는 창문 안으로.

        그녀가 보였다.

        누군가에게 빨간 장미 한다발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가.

        이미 비를 흠뻑 맞아 시들기 시작한

        초라한 장미 한송이를

        까페 문에 꽂아둔 채

        난 돌아섰다

(M) 미련 - 김건모


(E)강의실 소음

여     봉덕아!

남     (쌀쌀) 어..

여     너 요새 왜 까페 안 와. 삐삐 쳐도 연락도 안되고.

남     바빴어

여     (괜히 심통) .... 니가 안 오니까 노트 필기 된 게 없잖아

        노트 줘봐

(E) 주는

여     너,나한테 뭐 화 났니?

남     아니. 

여     그런데 왜 그래?

남     내가 너 수업 대신 들어주는 사람이야?

여     어?

남     니 학점 관리하고 싶으면. 니가 해.

        괜히 친구입네 하고 나 이용하지 말고.

여     뭐? 이용?

남     너한테 해줄만큼 해줬잖아. 나도 이제 내 생활해야 하니까.

        너한테 더는 못해주겠다.

여     누가.. 니 생활 포기하랬니? 그래, 미안하다.

        내가 너한테 그렇게 피해를 주고 있는지 진짜 몰랐네.

        앞으론 그러지 마.

(M)    내마음 알겠니 / 강수지


남     얼마 후.

        난 자원 입대하게 됐다.

        그녀와의 어색한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 채

        떠나게 된 것이다.


(E) 캠퍼스 소음

남     입대 바로 전날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들른 학교에서

        난 은서와 마주쳤다


여     안녕..

남     어.. 안녕..

여     군대 간다며..

남     응

여     언제?

남     내일

여     .... 빨리 가네 생각 보다..

남     그렇게 됐어

여     .... 잘 다녀와

남     그래

(E) 두 사람 서로 멀어지며 걸어가는

남     그녀를 지나쳐 걷기 시작했다

        한번쯤 뒤돌아 보고 싶었지만

        멀어지는 뒷모습을 마지막 기억 속에

        담고 싶진 않았다

(M) 한번만 더 - 나얼


(E)기차역 소음

남     다음날. 용산역.

        부모님과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역사 안에 서 있으면서도.

        내 눈은 끊임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혹시.. 그녀가 나와 주었을까.

        난 기대하고 있었다.

(E) 삐삐 울리는

남     이때. 호출기가 울렸다.

(E) 1개의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여     나야. 너를 이렇게 보내게 될 줄 몰랐다.

        니가 나한테 어떤 사람이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최악의 바보짓을 해놓고. 널 보내버리네.

        나중에. 세월이 흐른 다음에.

        지금을 돌아보면. 많이 후회할 것 같다.

        지금. 여기서 너 보여.

        잘 다녀와. 건강하게.

        니 얼굴 보면 괜히 눈물 날 것 같아서. 그냥 간다.        

(M) 사랑아 - 김장훈 (중간 부분)


(E) 기차역 소음 + 뛰어가는

남     음성 메시지를 듣자마자

        미친 듯이 그녀를 찾았지만

        은서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찾지 못한 채

        미안하다는 얘기도 못한 채

        난 기차에 올라야 했다

        그 기차 안에서

        난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그것이 첫사랑이었던 것 같다

(M) 회상 -김성호

        

(E) 레스토랑 소음

남     그리고 지금.

        그녀가 내 앞에 있다.

        

(E) 커피 마시는 + 이승철 음악 나오는

여     이 노래, 내가 좋아하는 건데..

남     알아. 너 일하던 까페에서.. 니가 맨날 이 노래 틀었잖아

여     맞아. 그런 걸 다 기억하고 있네?

남     .... 그냥 생각이 나네...

여     봉덕아.. 있잖아...

(E)서류 봉투 부스럭거리는


남     은서가 가지고 온 서류 봉투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아침에 성호가 해 주었던 말이 생각났다


남     은서야

여     응?

남     미안한데... 나... 보험 많이 들었거든...

        아직은 더 들 여력이 없어...

        나중에.. 여유 생기면.. 꼭 너한테 보험 들께

(M)    기억 때문에 / 이승철


남     순간. 그녀의 여윈 얼굴이

        창백해지는 걸 느꼈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


여     (애써 떨림 감추는) 그게.. 아닌데..

        나.. 보험 하는 건 맞는데... 너한테 그래서 온 건 아니야

남     ......

여     설마.. 너한테까지. 내가 그랬겠어.

남     어. 그래. 나는... 잘 모르고...

여     괜찮아. 뭐.. 늘 겪는 일인데.

        동창들이 내 번호 뜨면 전화도 안 받더라구.

남     ..... 미안하다

(E) 봉투 내미는

여     이거...

남     이게 뭐야?

여     꺼내봐

(E) 꺼내는

남     그 안에는 10년이 다 된

        낡은 대학 노트가 들어 있었다


여     니가.. 예전에.. 노트 필기해서 줬던거야

        얼마 전에 이사하려고 짐 싸는데.. 이게 있더라구..

        이거 보니까.. 갑자기 니 생각이 나서...

        너무 늦었지만.. 돌려줘야겠다 싶기도 하고...

(M)    사랑이 지나가면 / 이수영


남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 모든 게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그녀에게 너무 미안했다.


남     은서야.

여     괜찮아. 정말루. 신경 쓰지 마.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나 가야겠다.

남     벌써? 저녁이라도 먹고 가지.

여     애들이 기다려. 주말에 이사라 정신도 없구.

남     어디로 이사가는데?

여     너 기억나니? 하동군 평사리. 부부 소나무 있던 그곳.

        거기로 가.

(M) 첫사랑 (보리울의 여름 중 -이영훈곡)


(M) 이어지고 (E) 노트 넘기는

남     꾹꾹 눌러쓴 내 글씨.

        그 글씨는. 온통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듯 했다.

        그녀만을 위해 하루하루를 기쁨으로 살던.

        그때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노트의 마지막 부분을 넘기던 중.

        내 눈에선 참았던 눈물과 함께. 미소가 떠올랐다.


여     바보. 김봉덕. 우리 주인 아저씨가 얼마나 짠돌인데.

        비오는 수요일이라고 장미를 공짜로 줄 것 같애?

        너한테 장미 받고 싶어서. 거짓말 한건데.

        그 거짓말 때문에 장미를 백송이나 사서

        손님들한테 돌리느라 한달 용돈 펑크 났는데.

        끝까지 꽃 한송이를 안 주냐?

        너 대신, 모르는 남자가 꽃다발 주더라.

        그런데 정말 하나도 안 기쁘더라.

        오늘은 정말 우울한 수요일.

        1994년 6월 어느날....


남     다행이다. 

        세월이 흘러 아름다웠던 사랑은 끝나 버렸지만.

        내가 사랑했던 그 여자는.

        여전히 아름다워서.

        마지막으로 기억할 뒷모습이. 더욱 아름다워서.

        다행이다. 

(M) 주제음 





2005-06-16(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