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회 그대 그리고 나

S#9. 산 (낮)
농담이 다른, 멀고 가까운 부드러운 능선들이 겹쳐져 있다.
S#10. 가을 풍경이 내다보이는 아름다운 창문 하나 (낮)
그 창문 안쪽에서 밖을 내다보는 두 사람. 동규가 수경을 뒤에서 싸안고 말 없이 만개한 가을풍경을 내다보고 있다. 두 사람, 막 도착한 신혼부부이다. 

동규            (귓가에 속삭인다) 뭘 보구 있니?
수경            (쉬잇!) 아무말두 하지 마...
두 사람, 그렇게 서 있다. - 둘 다 그들이 행복의 정점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두사람 오래 그러고 있다. - 슬플만큼 아름다운 창밖의 가을. - 동규가 조용히 수경을 돌려 세운다. - 뜻밖에도 수경의 눈이 젖어있다. 

동규            (동규가 손을 들어 수경의 눈가를 훔쳐준다) 왜 그래?
수경            두려워.. 동규씨.
동규            ...?
수경            우리들두 언젠가 서로 미워하는 날들이 오겠지.. 다른부부
                들처럼 소리치구 그릇 집어던지구, 서루 욕하구.. 그런날이 
                오겠지..
동규            그런날, 안와.
수경            이모가 그랬어.. 아무리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들두 5년이 
                지나면 변질된다구.
동규            영원히 널, 지금보다 더 사랑할거야..
수경            난 그 약속 못해, 동규씨.
동규            ?
수경            난, 지금보다 동규씨를 더 사랑할순 없어. 어떻게 더 이상
                이 있을 수 있어?
두사람 서로를 깊이 본다. 

수경            세상이 멈춰버렸음 좋겠어.. 지금.. 여기서...
수경 웃는 눈에 눈물이 반짝인다. 동규 입술로 수경 눈의 눈물을 찍어낸다. 수경을 깊이 안는다. 수경도 동규 목을 끌어 안는다.
S#11. 수경 거실

수경부          당신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요?
수경모          예단은 쟤가 다 알아서 한다구 했어요..  난 다 한줄 알았
                다구요!
애주            아버님, 화 푸세요. 어머님은 아가씨가  다 하셨다니까 그
                런줄 아셨겠죠. 세상에 그 사둔두 너무  하시네요? 어쩌면 
                면전에서 그렇게 하실수가 있을까? 아무리 경우가 없으셔
                두 그렇죠.
수경부          경우가 빠진건 우리다! 그쪽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무시
                한거야!
수경모 화가 나서 가만히 앉아있다. 

수경부          아, 가만히 있을거요?
수경모          ... 이왕들은 욕, 지금 와서 어떡해요?
수경부          얘, 너 지금이라두 너 빨리 백화점 좀 다녀오너라.
수경부 지갑 꺼낸다. 

수경모          (일어난다) 관둬요! 글세..
S#12. 홍여사 마루
홍여사 실내자전거 땀 흘리며 탄다. 타이머가 땡하고 울린다. 홍여사 내려 온다. 

홍여사          아유, 모처럼 땀 흘리구 운동했더니  시원하다! 괜히 그냥 
                남의 딸 시집 보내는데, 내가 진땀 뺐잖아! 아유, 시원해!
하고, 샤워 하러 가려고 하는데, 인터폰 울린다. 

홍여사          또 누구야?
가서 받는다. 

홍여사          여보세요..?
수한            이모 저예요, 문 좀 열어주세요!
홍여사          응, 진하 아빠, 알았어!
가서 단추 눌러준다. 

홍여사          수경이 짐 갖구 왔나?
하고는 수건을 들고 얼굴 대충 닦으며 뭐하나 걸치고 내다본다.
S#13. 홍여사 마당
홍여사 내다본다. 

홍여사          수경이 짐 왔어?
하다가 놀래서 후다닥 주저앉을 듯 하다. 굳은 표정의 재천, 일가가 역시 굳은 수한을 따라 들어와있다. 재천, 큰고모, 민규, 상옥 나오던 홍여사 보 고 인사한다. 홍여사가 더 놀라 기겁하고 들어가버린다. 

재천            실례합니다. 애들 방 좀 구경하러 왔애요!
홍여사          (문 사이로 얼굴 조금만 내놓고) 네에..
수한            이모, 저방 키 좀 주세요
홍여사          얘, 안잠겼을거야.
S#14. 홍여사 거실
홍여사 들어와서 자기모습 내려다본다. 

홍여사          내가 미쳐..!
깊이 파인 에어로빅 타이즈. 가슴을 누가 볼세라 가린다.
S#15. 수경 신방
수한을 따라서 들어와 있는 일행들. 아직 제대로 풀지않은 이불보따리, 가 전제품 박스등이 있다. 

큰고모          방이 별루 크지두 않구나!
수한            ...임시루 살거니까, 나중엔 좀 나은걸루 얻겠죠 뭐.
재천            임시루 살다뇨?
수한            결혼식을 하두 급하게 하는 바람에  집을 못 구했대요 그
                래서 적당한 아파트가 나올때까지만  여기 이모가 자기집
                에 같이 있자구 했대요.
재천, 방안 생긴 것이 마음에 든다. 모두 둘러보고 있다. 재천, 다음방도 열 어보고 한다. 

큰고모          그럼 이렇게, 이렇게, 방 두 개를 쓰는거래니?
하는데 홍여사가 들어온다. 매무새 가다듬어서. 

홍여사          네, 부엌은 여기구요, 좀 앉으세요.
재천이 앉자, 모두 앉는다. 

재천            사둔두 좀 앉으시죠!
수한            아, 네.. 전 죄송한데요, 친구들이 기다린다구 해서.
재천            그럼 어서 가보세요
수한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큰고모          잘 가시오!
수한            (민규 상옥에게) 만나서 반가웠어요
민규            (꾸벅 절한다)
도망치듯 나간다. 

홍여사          너 가니? (나만 남겨두고 왜  가니? 하며 얼른 따라 나간
                다)
홍여사 나가는 수한을 붙잡고 말한다. 

홍여사          얘, 갑자기 끌구 들어오면 어떡허니, 얘?
수한            굳이 방을 보시겠다는걸 어떡해요, 그럼?
홍여사          얘, 그래두 그렇지 연락이라두 하구올일이지! 왜 그래? 사
                람놀라게?
수한            이모! 저 지금 놀래서 뒷골땡기니까요, 저한테 말시키지마
                세요, 네?
수한 고개 절래절래 흔들고 도망쳐 버린다. 

홍여사          ?
S#16. 수경 안방
재천, 상옥, 큰고모에게 화를내고 있다. 

재천            누님은 도대체 왜 그래요? 내가 나중에,  부조금에서 옷한
                벌씩 사드린다구 했잖아요?
큰고모          아무소리 말아, 이 사람아! 다 자네 위해 한소리야!
상옥            체! 아부지 망신만 시켜놓구 큰고모는?
큰고모          이년아, 모르는 소리 말아! 내가 그렇게 해놔야 느이 올케
                가 시집 식구들한테 함부로 못해!
홍여사          (들어오다가 듣는다)
큰고모          (위치상 못보고) 그저 무식한 척하구, 색시적에 콱 버릇을 
                잡아앉혀야 하는거야! 처음부터 시집 무서운 줄 알아야지! 
                친정부모두 마찬가지구! 그렇게 해놔야 우리 동규 사위 대
                접두 달라지는거야! 아뭇소리말아!
상옥            고모.. (쩔벅한다)
홍여사          (듣고 이게 뭐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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