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수경 거실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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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모와 애주가 결혼식 차림 그대로 후다닥 들어와서 탁자위 등등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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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모 얘, 얼른 치워, 얘!
애주 네, 어머님!
수경모 아유, 왜 이렇게 어질러졌지?
애주 아침에 미장원 가느라 급했잖아요,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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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트러진 신문, 옷가지, 먹다 둔 커피잔 과자봉지 등등. 급히 치우기 시작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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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부 들어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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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받아오는 재천, 상옥, 민규, 큰모고. 들어오며 이렇게 좋은 집은 처음
이라 휘둥그래져서 보는 민규. 상옥도 은근히 눈치 안 보는 척 하며 이 집
형편을 재빠르게 살핀다. 큰고모도 살피기는 하나, 전혀 기죽지 않고 오히
려 당당하게 들어온다. 피로연을 마치고 수경부가 동규네 일가족을 이끌고
집으로 온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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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이거 괜히 복잡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수경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우리가 영덕까지 가서 신세를 끼쳤는데
사둔께서두 즈이집에 오셔서 차 한잔은 하시구 가셔야죠.
수경모 그럼요. 편히 앉으세요. 고모, 앉으세요.
큰고모 에. (버티고 앉는다)
애주 사둔 아가씨두 앉아요. 사둔아가씨 참 날씬하시네. 그죠, 어머님?
수경모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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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부끄러운 듯 적당히 재며 모델폼으로 다리 꼬고 앉는다. 큰고모가 그
종아리를 딱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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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모 (눈 부라린다.) 다리 얌전히 안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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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얼른 다리 얌전히 모으고 앉고 민규는 픽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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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부 여보? 술상 좀…
재천 아니올시다… 약속대루, 딱 차만 한잔 마시구 가겠습니다!
전 시작하면 아주 밤, 꼴깍 세우구 마시는데, 사둔 자신 있으시면 시작하시
구, 아니면 아예 마십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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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부 하하! 사둔이 그러시면 저두 밤새우죠, 뭐! 마시다 병원에
실려가는 한이 있어두요!
재천 정말 차나 한잔 주십쇼! 갈 길이 멉니다.
큰고모 아니, 이 사람아 아무리 그래두 그렇지, 어떻게 새 사둔댁
에 와서 시아버지가 술 한잔두 안 하고 간단 말인가?
수경부 그러시죠?!
큰고모 서울법은 어쩐지 몰라두, 우리네 법은 그런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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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 수경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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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잔들을 꺼내오고 은빛 쟁반도 꺼내서 마른 행주질 하는 등 바쁜 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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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 (거실에 안 들리게) 어머님, 식사준비두 해야 하는 거예
요?
수경모 설마 저녁까지야 먹겠니? 얘, 난 술상 볼테니까, 넌 너 그
과일 좀 이쁘게 해서 내 봐.
애주 네. (일하며) 어머님 그러니까, 총 사남맨가 봐요, 아가씨
네?
수경모 그런가 봐.
애주 시누이가 여간내가가 아니겠어요 시고모님두 깐깐하시겠
구요!
수경모 그러게 말이다! 아유, 그저 자기 맘대루! 피로연장에서 식
사 같이 했으면 됐지, 뭐하러 집에까지 모시구 오는지 몰라!
애주 근데 그 바루 밑에 시동생은 안 왔네요?
수경모 안 왔니?
애주 안 왔잖아요? 그 시동생두 하는 거 보니까 보통은 넘겠더
라구요! 우리 아가씨, 고생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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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 어쩐지 신나는 듯 말하며 과일 등 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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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 동욱집 경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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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아저씨가 낙엽을 쓸고 있다. 양복 입은 영규, 군밤봉투를 들고 먹으며
뒤에서 그 모습을 보고 서 있다. 눈 반짝이며 생각을 굴리는 것이 마치 저
사람을 어떻게 요리해서 내 편을 만들까 궁리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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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 (다가간다, 반갑게)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
죠?
경비 … 접때 그 군인인가? 군복 벗었네?
영규 네, 제대했습니다! 그것 이리 주시구 이것 좀 잡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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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갖고 온 군밤 한 봉지를 주고 빗자루를 뺏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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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 아냐, 왜 그래?
영규 아저씨가 낙엽일 쓸구 계시는 것 보니까, 저두 해보구 싶
어서요! 제가 쓸어드릴테니까, 군밤이나 잡수세요! 맛있드
라구요!
경비 아, 그러지말구 이리줘요! 그리구 이거, 손님이나 먹지 그
래요?
영규 에이, 말씀 낮추시구요, 잡수세요! 옛날 데이트 하시던 추
억 생각하시며 잡수시면… 재밌잖습니까?
경비 (웃는다) 하하, 잘 먹을게, 그럼. 근데 비질은 관 둬!
영규 아무두 안 보잖아요?
경비 안돼, 일루 내! (빗자루 빼앗는다)
영규 알았습니다. (주고는… 자기도 군밤하나 먹으며) 아저씨,
옛날 연애 많이 하셨죠?
경비 그럼! (군밤 하나 먹고)
영규 그러실 줄 알았어요! 꽤 울리셨죠? 여자들두요?
경비 하하하! 꽤… 울렸지!
영규 저두 꽤… 하구 있습니다! (웃고) 근데, 동욱이네 오늘두
없습니까?
경비 오늘은 사모님 계셔. 동욱이두 있구.
영규 인터폰 좀 해주시겠어요?
경비 그냥 올라가.
영규 감사합니다! (웃고 가다가 다시 돌아온다) 아저씨…? 동욱
이네 부모님들은 어떤 분들이세요?
경비 아주 젊으셔!
영규 … 그 집에 요즘 걱정거리는 뭡니까?
경비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영규 (실망) 혹시 애로사항 같은 건 없을까요?
경비 글세… 뭐가 있을까? (열심히 생각하다가) 아… 그 집 최
기사가 오늘 안 나왔어. 웬일인지, 요새 심술을 부리더라
구! 그게 좀 걱정일래나? 당장 사모님이 대천엘 못 가시구
계시지?
영규 …!
S#4. 동욱집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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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빌라의 거실… 아들 닮은 동욱모가 약간은 경계하며 영규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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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욱모 반가워요! 그러잖아두 우리 동욱이가 하두 얘길해서 한번
만나보구 싶었어요, 올라오세요.
동욱모 이 쪽으루 오세요. (소파로 안내하는데)
영규 아닙니다. 우선 절부터 올리겠습니다.
동욱모 !
동욱모 (좀 당황한다)
동욱모 이제 이리루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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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로 안내한다. 영규, 동욱모 앉는 거 보고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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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욱모 우리 애가 박병장님이 너무 잘해주셨다구, 은혜를 갚아야
한다구, 얼마나 얘길 하는지… 꼭 한 번 만나보구 싶었는
데 잘왔어요!
영규 아닙니다! 동욱이가 워낙에 좋은 가정에서 잘 자라서 그런
지 예의가 있구 하니까 귀여워 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동욱모 얘가 집에서는 막내라 그냥 얼마나 버릇이 없는지!… 그런
데 어쩐 일이세요?
영규 서울 올 일 있어 왔다가 동욱이 건강이 어떤지 걱정되어
서 왔습니다.
동욱모 점차 좋아지구 있어요. 감사해요
영규 동욱이는 어디 갔습니까?
동욱모 아뇨, 안에 있어요. 동욱아!
동욱 왜?
동욱모 좀 나와 봐! 빨리!
동욱 왜 자꾸 불러? 바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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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나오다가 영규 보고 놀라서 펄쩍 뛰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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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욱 형!
영규 잘 있었니?
동욱 언제 왔어요? 형?
영규 응, 조금전에.
동욱 아, 씨! 근데 엄마는 왜 인제사 부르구 그래? 뭐야!
동욱모 아냐, 지금 바루 부른거야, 얘! 네가 늦게 나왔지!
동욱 박병장 형님 왔다구 빨리 나오라구! 그렇게 불러야지, 신
경질나게! 난 그냥 약 먹으라구 부른 줄 알았잖아! 엄마는
맨날 그래!
동욱모 미안해, 얘!
영규 저, 어머님 죄송합니다만, 잠깐 실례 좀 하겠습니다.
동욱모 …?
영규 김동욱!
동욱 네?
영규 차려!
동욱 (얼른 시키는 대로 하고)
영규 너 안되겠다? 쪼그려 뛰기 한 번 할래?
동욱 … (겁 먹는다)
동욱모 …?
영규 어머님께 어떻게 그렇게 불손한 태도를 취할 수 있어?
응?
동욱 … 잘못 했습니다!
동욱모 ?!
영규 너, 훈련 받는 동안 얼마나 어머님 뵙구 싶어했어? 엄마
보구 싶어서 밤마다 울었잖아! 기억 안나?
동욱 … 납니다!
영규 … 네가 그새 다 잊어버린 것 같은 데, 기억을 환기시켜
주겠다! 김동욱! 어머님을 향하여 돌아서!
동욱 (시키는 대로 한다)
영규 지금부터 전방을 향하여 3초간 함성을 지른다! 힘든 훈련
을 받을 때, 다 잠든 밤에 혼자 꽁꽁 얼어 동초를 설 때…
가장 그립고, 가장 생각나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그 때를
생각하며, 그 분 이름을 불러본다…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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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욱, 그때 생각난다. 감정 넣어서 함성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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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욱 어머니…! 엄마!… 엄마! 보구 싶어!
동욱모 (보다가 가서 와락 안는다)
동욱 (같이 껴안는다) 잘못했어, 엄마…
S#5. 같은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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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고 찻잔이 놓이고 했다. 동욱모, 영규 대하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영규,
동욱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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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규 많이 나았니?
동욱 … 계속 병원에 다녀야 해요. 시간이 많이 걸린 대요. 혈
압조절이요.
영규 식이요법이랑 철저히 해야 해! 저염식하구, 저지방식은 필
수야. 알지?
동욱모 그래야 한다는 데 그렇게 말을 안듣네, 얘가?
영규 너 왜그래? 임마?
동욱모 아버지 사업체가 대전에 있거든? 그래서 주로 우리가 거
기서 지내야 하는데, 내가 있을 땐 철저히 하는 것 같은데
나만 안 보이면 아무거나 막 먹구…. 정말 야단이야,
너…?
영규 앞으루 만날 때마다 제가 주의를 주겠습니다. 염려하지 마
십시오.
동욱모 제발 좀 그래줘요
동욱 근데 형, 서울엔 어떻게 오셨어요?
영규 너 걱정돼 보러왔지, 임마!
동욱 정말이예요?
영규 사실은 우리 형이 오늘 결혼했어.
동욱모 형님이 계시나부죠?
영규 네, 태양그룹 전략팀에 근무합니다. 형수두 같이요
동욱모 어머나, 좋은 회사 다니시네?
동욱모 제대두 하셨으니, 인제 취직 하셔야겠네? 실례지만 전공이
뭐에요?
영규 … 운전입니다.
동욱모 ?
영규 전 대학 못 다녔습니다.
동욱모 어머나, 실례 했어요.
영규 아닙니다… 꼭 가구 싶었는데… 시골서는 두사람 학비를
대기가 벅차거든요.
동욱모 (안된 듯 본다) 그래요… 시골서 대학 보내기가 어렵지요,
그럼! 학비 때문에 못 가셨구나…! 어떡허니?
S#6. 수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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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대로인 수경방. 살그머니 문 열리고 상옥 들여다 본다. 꼬마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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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여기가 니네 고모방이야?
손녀 응.
상옥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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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옷가지 등등… 둘러보고 만져보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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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부러움과 질투 느낀다) 체, 아주… 공주처럼 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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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침대에 가서 앉아본다. 출렁출렁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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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 언니두 침대 있어?
상옥 있어!
손녀 내 침대는 이층이야. 지민이는 일층이구! 언니는 몇 층이
야?
상옥 내 침대는 삼층이야! 크다란 삼층짜리 침대야! 이딴거 하
고는 비교두 안되게 커! 알았어?
손녀 커?
상옥 응,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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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옷장도 열어보고 화장품들도 보고. 문 열리고 애주가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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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 진하야, 고모방에서 뭐해?
상옥 (얼른 돌아선다)
손녀 엄마, 이 언니 침대는 삼층이다? 그지 언니?
상옥 (무안하다)
손녀 엄마, 나두 3층침대 사줘, 응?
애주 알았어요, 사줄게. 사둔아가씨, 여기서 뭐하세요? 내려가서
과일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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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7. 수경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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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가 무료하게 집안을 둘러보고 앉아있다. 쥬스랑 과일 등등이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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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한 (안방에서 나오며) 아니, 왜 혼자 있어요?
민규 네… (어색하게 웃는다)
수한 막내사둔, 지금 학생이에요?
민규 아닙니다.
수한 그럼…?
민규 정비공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수한 정비공장이면… 자동차? (설마하고)
민규 네…
수한 (할말이 없다) 아~ 네에… 좋은 일이네… 기술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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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데 애주 뒤를 따라 상옥과 손녀딸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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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 사둔 도련님, 심심하신가 부네요? 뭐 잡지라두 갖다 드려
요?
민규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애주 사둔 도련님 실례지만 학생이세요?
민규 (곤혹스럽다)
수한 아니래, 여보…
애주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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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옥 아부지는 뭐 하시는 거야? 집에 안 가실 건가? (툴툴거린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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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8. 수경 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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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술상이 차려져 있고 재천, 수경부모, 큰고모 앉아 술잔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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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모 그저 어려서부터 공부만 한다구, 밥 한번두 제대루 시켜보
지두 않구 정말 아무것두 모르는 애예요… 고모님들이랑
다 잘 가르쳐 주세요.
큰고모 (뭔가 틀어져 있다) 지가 할려구만 하면 대학공부 아니라
박사공부를 하고도 살림만 야무지게 살아요! 다, 친정에서
가르칠 탓이지!
수경모 …?
큰고모 자네두 알지? 그 약방집 며느리. 서울서 약대 나온 약사라
는데 세상에 그렇게 뭘 잘해! 척척, 아주 그냥!
재천 누님. (그만 하라고)
큰고모 약대 공부 그것이 어지간히두 힘들다는데, 글쎄 그 큰 살
림을 척척 웃사람 위해가며 아랫사람 부려가며 똑소리나
게 얼마나 잘 하는지 몰라! 다 가르칠 탓이야!
수경부 우리 애두 그렇게 미련한 애는 아니니 고모님들께서 잘
지도해 주시면 흉내는 낼겁니다. 자, 이잔 한 잔 더 받으
시구 잘 좀 봐주십시오.
큰고모 주시니 그럼 한 잔만 더 받습니다! (받으려는데)
재천 누님 그만 허세요. 이러단 취해서 집에두 못내려 가시겠어
요
큰고모 (작게) 놔둬, 나 그러잖아두 맨정신으룬 챙피시러워서 못
내려가. 술이나 취해서 모른척 내려가면 모를까!
수경모 ?
재천 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큰고모 자넨 알 것두 없어
상옥 (들여다보며) 아부지, 집에 안 가요?
재천 오냐, 가자. 누님 일어나세요!
큰고모 이년아, 문 닫고 기다려! 어른들 말씀허시는데, 버릇없이!
상옥 고모는 괜히 야단이야!
큰고모 저, 눈! 내가 너 그렇게 가르치더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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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천 즈이 가겠에요! 차 한 잔 한다는 게 너무 길어졌습니다.
수경부 아니, 잠깐만 사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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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부 저, 고모님… 무슨 말씀이 있으신가 분데, 저희한테 허세
요. 인제는 서루 남이 아니구 인척간 아닙니까?
수경모 하세요, 뭔가 하실 말씀 있으시죠?
큰고모 사둔이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그럼 허지요!
재천 누님! (나무란다)
큰고모 이 사람아, 나 입 막으려 들지 마! 나 바보 되는 건 괜찮
은데, 자네 욕 들어! 결국은! 동규 욕 듣구, 여기 사둔양반
들 흉이구, 우리 새애기 흉이구!
수경모 ?
큰고모 누가 큰거 바래나? 응? 약방집 며느리는 즈 시고모들한테
밍큰지 잉큰지 하는 목도리들까지 쫙~ 다 돌렸다고 하대
만, 내가 그런 것 바라는 사람두 아니구, 허지만 체면은
세워줘야지!
수경모 (아차!)
큰고모 박재천이 서울 부잣집 딸 며느리 얻었다구, 소문 짜아하구
만나는 사람마다 나보구 뭐라는 줄 알어? 조카 며느리가
뭐 해줍디까? 예단으루 뭐 받았소?
재천 누님 갑시다, 가요! (잡으나 누님 뿌리친다)
큰고모 에미없는 조카들 김치니 밑반찬이니 아침 저녁으루 그렇
게 해다 날랐으니, 우리 며느리부터 그래, 그런데 이 사람
아! … 빈손으로 내려갈려니 내가 남 부끄러 낯이 뜨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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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모 내가 뭐 바래서 그러나, 응? 나두 삼시 세 끼 더운밥 먹구
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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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훌쩍 일어선다. 수경부는 수경모를 노려본다. 수경모는 당황하고. 큰소
리에 들여다보던 수한과 애주도 놀라서 찔끔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