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과 동규는 이른바 사내 연애중

수경(최진실 분)은 같은 회사 선배인 동규(박상원 분)와 연애중이다. 이벤트 업무 담당인 그녀는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지금 결혼하기엔 너무 아깝다. 상규를 사랑하긴 하지만, 솔직히 출세도 하고 싶은 것이 그녀의 욕심이다.

능력만 있다면 결혼과 일을 병행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 따라서 수경 역시 사랑하는 동규와 빨리 결혼하기로 작정, 먼저 프로포즈를 한다. 우선 수경부모(심양홍·김혜자 분)께 인사를 드린 뒤 이어 내려간 동규의 바닷가 본가.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지… 동규의 시골집은 문제가 많은 가정이었다. 낚시배를 운영하며 그럭저럭 사는 동규아버지, 빚만 많은 듯한 가난한 살림형편, 거친 듯한 동생들…. "동규가 가진 것이 없어서 결혼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그쪽에서 방을 얻고, 막내 민규를 돌봐주면 좋겠다"는 동규아버지(최불암 분)의 주문에 수경은 질려서 올라온다.

동규 본가를 다녀온 뒤 둘 사이는 멀어진다. 수경은 자신의 생활환경과는 너무나도 다른 동규네에 잘 적응해 살 자신이 없고, 그런 자신의 심정을 동규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동규는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둘은 서로 잘 되기를 빌며 정식으로 헤어진다.

"도저히 헤어져선 살 수 없으니 결혼하자"

두 사람이 헤어지자 평소 동규를 마음에 있어하던 사내 동료 최영미가 동규에게 접근하고, 절망에 절어 지내던 동규는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해도 잘 살 수 있겠다고 마음을 돌려먹는다.두 사람이 결혼하기로 했다는 소문을 들은 날, 수경은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을 가겠다고 말했다가 아버지에게 허영심을 버리라는 핀잔만 듣는다.

수경은 학생 때 친구 명우(이진우 분)를 만나 데이트를 시작한다. 버릴 것 없는 남자들, 우수한 학벌, 좋은 직장, 번듯한 가정…그러나 그런 남자들을 만날 때마다 수경은 자신이 이미 깊이 동규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었다.

이런 어느 날, 웬 제대 군인이 형수라고 부르며 회사에 나타난다. 언젠가 한 번 슬쩍 동규가 인사 시켜준 적이 있는 동생 영규(차인표 분)이다. 무턱대고 급히 1백만원이 필요하다고 좀 꿔달라고 붙임성있게 나타난 영규. 형과 헤어진 사실을 모르는 영규에게 수경은 아무 말없이 현금지급기에 서 돈을 빼준다. 수경이 해준 돈으로 부대 근처에서 데리고 놀던 처녀 미숙(김지영 분)을 겨우 달래 고향 으로 보낸 영규는 앓던 이가 빠진 듯 홀가분하다. 그러나 미숙은 느닷없이 영규 본가에 나타나고 ….

진짜 동규가 영미와 결혼을 해버릴 것 같자 초조해진 수경은 동규를 찾아가 "도저히 헤어져선 살 수 없으니 결혼하자"고 애원한다. 억지로라도 수경을 잊으려 했던 동규는 가슴깊이 수경을 껴안는데….

결혼을 후회하는 수경, 이런저런 갈등으로 날마다 절망하는데…

결국 두 사람은 결혼한다. 단칸방의, 깨소금같은 신혼 어느 날 퇴근해보니 이불보퉁이까지 둘러멘 막내 민규(송승헌 분)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학교에서 싸움을 하다가 퇴학을 맞게 된 민규이다. 세 식구가 어색한 동거생활을 하는 신혼방. 수경은 화가 나나 떨어져 사는 친엄마(이경진 분)때문에 방황하는 막내 민규를 끔찍이 위하는 동규의 마음을 헤아려 곁방 하나를 더 얻는 것으로 문제를 수습한다.

그러나 방 하나를 더 얻은 것이 결정적인 실수일 줄이야! 모델이 꿈인 여동생 상옥(서유정 분)이 서울에 왔다가 아주 취직을 하겠다고 눌러앉아버린 것이다. 이어 상옥을 찾으러 왔던 영규도 눌러앉고 급기야는 사남매가 다 서울에 있을 바엔 홀아비 혼자 뭐하러 고향에 남아 있느냐는 핑계로 아버지까지 이사를 와버린다.

습성과 생각이 다른 시댁식구들과의 갈등, 오지랍이 넓은 동규의 이런저런 행태로 수경은 힘들어 한다. 회사일도 예전과 다름없이 잘 하려고 하나 이런저런 제약때문에 자꾸 밀리는 느낌이다. 수경은 결혼을 후회한다. 게다가 원치 않는 아기까지 생긴다. 준비못한 임신은 수경을 날마다 남과 부딪치게 하고 날마다 절망하게 한다. 동규는 결단을 내려 수경에게 휴직을 권하고 수경은 받아들인다.

여느 부부처럼 출산의 신비에 감격하며 수경 부부는 아기를 얻는다. 수경은 어렵게 회사로 돌아가나 아기의 양육문제, 벌써 달라진 회사 안에서의 위치 등으로 궁지에 몰리다가 결국 스스로 회사를 그만둔다. 이제 수경은 전업주부로 새롭게 살아간다.

수경어머니는 아들의 사업 뒤를 대다가 집까지 넘어갈 위기에 처한다. 홍여사(박원숙 분)에게 도움을 청해보지만 왜 내 말을 듣지 않고 그 고생이냐는 핀잔뿐이다.

남자팔자 역시 여자만나기에 달렸다고 여기는 영규

시골로 돌아간 줄 알았던 미숙이 어느날 같은 골목으로 이사와서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영규는 뭔가 찜찜하다. 미숙더러 이유가 뭐냐고 따지지만 미숙은 서로 모른 척하고 살면 그 뿐 아니냐고 딴청이다. 미숙은 시장통에서 장사를 시작하고 착실하게 돈을 벌어나간다. 동네 소문으로는 그녀가 관광지로 개발예정된 시골에 엄청난 땅을 가진 부자로 되어있다.

영규는 여자팔자가 남자만나기에 달린 것처럼 남자라고 뭐 다르냐 싶다. 기술이니 뭐니 골치 아프게 배울 것없이 부잣집 외동딸 하나만 확실하게 잡으면 만사는 끝난다고 굳게 믿고 날마다 좋은 여자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일과를 시작한다. 그리고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된다며 서울의 물좋은 곳을 배회한다. 마침내 시연(이본 분)이라는 목표물을 찾아내 온갖 정성을 다 들인다.

세상이 시들한 민규는 서울로 옮겨온 뒤 큰형에게 얻어 맞아가며 공부한 덕택에 검정고시로 전문대학생이 되었다. 그는 기술사가 되려고 한다.

돈밖에 모르는 홍여사는 얼핏 호방해보이는 동규아버지의 남자다움에 자기도 모르게 이끌려간다. 어디 땅값이 어떠하니 사놓으면 가을에 평당 얼마쯤으로 오를 것이라는 등 근처의 좀스러운 사내들과 달리 동규아버지는 남북간에 운하를 개설해야 한다는 등 조선왕조를 복원해 입헌군주국이 되어야 한다는 등 동서고금 거리낌없는 언변으로 동네의 기존식자층(?)을 장악해갔다. 게다가 늙어도 아직은 미모에 자신있는 홍여사를 동네에서 제일 못난 통장마누라와 번번히 구별 못하는 척해서 홍여사의 자존심을 열심히 긁어댄다.

점점 능력을 인정받는 동규, 여편네로 전락하는 듯한 수경

상옥은 내레이터 모델이 되겠다고 나다니다가 악한 박실장을 만나 농락당하고 어려움에 처한다. 결국 올케 수경이 개입하여 둘 사이가 좋아진다.

동규는 회사에서 점점 능력을 인정받아 새 프로젝트의 팀장이 되는 등 승진도 하고 대학원 공부도 시작한다. 동규 주위에는 눈부신 젊은 여사원들이 포진하고 있고, 수경은 점점 여편네가 되어가는 자신을 견딜 수 없어 하는데….

게다가 사업에 실패해 도망자 신세가 된 오빠. 그 아들의 별거로 해서 오갈 데가 없어진 친정엄마에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현실이 그녀를 슬프게 한다. 수경엄마는 홍여사의 알선으로 부잣집 가정부가 되어 몸을 숨기는데, 바로 시연의 집이다.

미숙에게 돌아가는 영규, 시연을 사랑하는 민규

영규는 어마어마한 집 외동딸인줄 알았던 시연이 떠돌이 가난뱅이임을 알고 냉대하게 되고, 그 사이에 서로 비슷한 성향이 많은 시연과 민규는 친해진다. 두 사람은 말없이 잘도 통해서 어울려 돌아다닌다. 골목앞 노점상인인 미숙과 친해진 수경은 그녀가 사실은 영규를 사랑해서 그의 아기까지 가진 여자임을 알게 된다. 수경은 미숙을 동정하게 되고 영규도 미숙을 향한 복잡한 마음을 한켠 깊숙이 갖고 있음을 파악한다.

시연은 영규가 처음 알았던대로 대단한 집의 불행한 외동딸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영규는 다시 적극적으로 시연에게 다가가나 민규는 오히려 시연을 피한다. 시연의 마음을 다시 붙잡을 계획에 바쁜 영규, 그리고 그 성공을 움켜잡으려는 순간, 미숙의 아기가 자기 자식임을 알게 되는 영규. 영규는 그런 식으로 자기를 붙잡을 생각말라고 하나 미숙은 오히려 너같은 개망나니에게는 미련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영규는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몰래 가서 아기의 얼굴을 본다. 너무나 자기와 닮은 아기…. 영규는 시연에게 민규가 사랑하고 있다고 전해준다.

계순을 향한 재천의 순수했던 마음…

영규는 미숙과 결혼을 하고 부지런히 장사를 한다. 시연과 민규는 희망없는 사랑을 한다. 시연은 시한부 환자였고 민규는 "네가 죽는 날 나도 따라가준다"고 약속한다. 동규아버자는 치밀한 계략 끝에 홍여사로부터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받아낸다. 홍여사가 여우에 홀린 듯한 기분으로 분통이 터져하면서도 새로운 인생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을 때, 이 골목에 한 중년여자가 나타난다. 몰래 숨어서 누군가를 훔쳐보고 있는 여자, 바로 민규의 생모 계순(이경진 분)이다. 고생만 하다가 병까지 든 계순을 보는 순간, 동규아버지는 머리채를 잡아끌어 패대기를 친다. 뭐하러 나타났냐고 하면서…. 그러나 다음 순간 늙은 플레이보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홍여사의 꿈은 사라졌다. 그러나 돈은 굳게 되어 오히려 다행이라고 애써 자위해본다.

동규는 아버지의 바람끼때문에 어머니가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기적인 성품의 자기어머니때문에 아버지가 평갱 고통을 당해왔음을 나중에야 알게 된다. 그리고 계순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이 순수했음을 알게 된다. 계순이 나타나자 민규가 집을 나가는데….

수경은 바쁘고, 동규는 한눈을 팔고…그들은 위기를 맞이 하는데…

수경은 점점 남편이나 의심하고 살아가는 자기자신을 견딜 수 없어 한다. 어느날 미숙을 따라 나가본 새벽시장에서 수경은 새롭게 눈을 뜬다. 수경은 시누이 상옥과 부업을 시작한다. 상옥은 수경의 배려로 착실한 동네 총각과 가까워진다. 수경과 상옥의 가게는 점차 번창한다. 모든 갈등이 해소되어갈 즈음, 동규는 직장일로 힘들게 되고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수경은 바쁘고, 동규는 한눈을 판다. 그러자 수경부부는 위기를 맞게 되는데….

수경은 누구든 불잡고 "내가 뭐하러 사는 여자인가" 묻고만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