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강한 가족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일상적인 어투에 담아 인기를 끌고 있는 MBC 주말연속극 < 그대 그리고 나 >가 지루한 각축전을 마치고 독주 채비에 나섰다.
< 그대… >는 방송 17주째였던 지난 1일 시청률 50%대 진입에 이어 지난 주에도 1% 상승한 54.4%를 기록, 매주 인기순위 1∼3위를 분점해오던 KBS <용의 눈물 >(32.9%) 과
<정 때문에>(45%) 의 추격권에서 벗어난 상태다.
따라서 관심의 초점은 이 여세를 몰아 지난해 KBS <첫사랑>이 수립한 64.6%를 깰 수 있을 것인지에 집중된다.

우선 시청률 점유 속도를 보면 32.2%(20%방송), 39%(40%방송), 48.6%(60%방송)으로 회수가 늘어갈수록 시청률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MBC는 드라마의 이 같은 호조에 힘입어 당초 50회를 예정했다가 8회 분을 추가시켰다. 모처럼 찾은 드라마 황금기를 최대한 구가하겠다는 속셈이다.

<첫사랑>은 같은 방송분에서 40.6%, 48.5%, 50.1%로 후반으로 갈수록 상승 기울기가 완만했다. 이제 반환점을 갓 돌아온 수준에서 속단할 순 없지만 적어도 한 두 번쯤은 <첫사랑> 기록 위를 넘나들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우선 드라마 외적요인인 IMF한파로 총시청률이 평균 6∼8% 늘어나는 추세 속에 서 레저인구의 격감에 따른 주말 총시청률의 뚜렷한 증가 양상이 호재다.
'고정표'를 바탕으로 하는 주말연속극 시청층의 성격상 지금의 상승세에 안방극장 으로 새로 편입된 시청자를 얼마나 <그대…>의 인기 가속도에 합승시킬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또 화제를 낳고 있는 최불암-차인표 부자가 각각 떠맡은 삼각관계도 극 중반을 넘어서면서 제작 초반의 줄거리를 재검토 할 정도로 예측불허 속에서 전개되고 있어 한번 채널을 맞추면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는 안방풍경도 상당한 인기몰이를 예측케 한다.

이 드라마의 인기요인은 '가족드라마'라는 지향점에 있다. 세대 구분없이 폭넓은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호감 가는 소재와 단정한 연출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연발하는 최불암·박원숙·차인표·김지영 등 조연들의 개성이 멋진 화음을 빚고 있다.
평범한 중산층 출신의 여성이 시집식구와의 차이와 갈등을 포용하면서 변모해가는 모습을 통해 이 시대 가정생활의 전형에 접근한 것도 호평의 요인으로 풀이된다.


- 1998년 2월 9일 중앙일보 정용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