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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53%, 인기돌풍의 MBC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김정수 극본, 최종수 연출).
제목의 '그대'와 '나'는 물론 주인공인 박상원과 최진실이지만 극중에선 또다른 '그대와 나'들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껄렁하게 폼잡는 차인표나 세상 모르고 가수가 되겠다고 나대는 여동생 서유정, 생모에 대한 연민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고민하는 막내 송승헌, 딸 걱정에 전전하는 김혜자 등등.
모두 주변에 있을 법한 모습들이어서 더욱 친근하다.그 중에서도 최불암-박원숙은 단연 엄지손가락으로 꼽히는 조연 커플. 뱃사람 과 여교수. 그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커플의 앙상블이 관심거리다. 최불암의 터프가이 변신도 볼만하지만 박원숙이 "나 아무래도 캡틴 박 좋아하나봐"라며 밉지 않은 콧소리 연기를 할 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최불암의 친구이면서 교수님을 사랑하는 양택조까지 가세하면 TV앞은 온통 웃음바다이다.지난 일요일(1일) 방영분에서 두 사람이 화투를 치고 손목을 때리는 장면은 월요일 아침부터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손을 잡히고 몸을 꼬며 어쩔 줄 몰라하는 박원숙.
그는 이제 내숭연기에 도가 튼 모양이다."위엄을 깨뜨려 숨은 본색을 엿보이는 게 사람들에게 통쾌한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요"라는 박원숙은 "초등학교 2, 3학년생도 언니 언니 하지 뭐에요"라며 기막히면서 기쁜 표정이다.
요즘 시청자들의 신경은 이 절묘한 커플이 결혼으로 맺어질 것인가 하는 점에 몰려 있다.
"만일 결혼하면 수경이(최진실) 시어머니 노릇하는 것도 볼만할 거에요. 또 최불암씨와의 부부생활은 얼마나 낯간지럽고 우습겠어요. 아들네 부부가 우리 방을 엿보겠죠?"
실제로 드라마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는 모르지만 박원숙은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무한정 넓힌다. 진짜 달콤한 새살림을 꿈꾸듯 달뜬 눈빛이다.
MBC 공채 2기. 믿기 어렵겠지만 올해로 탤런트생활이 28년째이다. 그동안 그는 꾸준히 조연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왔다. <한지붕 세가족>에서의 순돌엄마, <토지>에서의 임이네, <별은 내 가슴에>에서의 계모 등이 그가 시청자의 사랑 을 넓혀왔던 조연들이다.
"나라고 바람에 머리칼 날리며 멋지게 보이는 여주인공 역할을 하고 싶지 않았겠어요. 여하튼 조연으로 시작한 저는 '나만의 영역'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분명 그에 대한 시청자의 사랑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69년 시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신해 배가 부른 채 MBC 탤런트 시험을 쳤던 악발이다. 이듬해 시험에 붙은 그는
아줌마 1, 회사원 2 라는 엑스트라와 마찬가지의 배역에서도 '튀어 보이려' 애썼다.교수님 역할만 해도 그렇다. 처음 최종수PD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자기 생각을 메모해 건네줬다. 밖에선 한없이 우아를 떨지만 집안에선 냄비채 라면을 훌훌 먹는 여자, 매일같이 신간서적을 사들이고는 읽지 않는 여자... 캡티박(최불암)을 사랑하는 '교수님'은 이렇게 탄생했다.
최불암과의 공연기회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하지만 호흡은 찰떡.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한없이 흥이 오르면 지켜보던 스태프들이 자지러진다.
리허설 때 좀 지나쳤나 싶으면 녹화에선 톤을 좀 낮춰야 할 정도다.아동극 배우 출신으로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중퇴한 박원숙은 그러나 개인생활이 평탄치 못했다. 현재 두번째 남편과 이혼한 뒤 혼자 살고 있다. 그는 '어려움을 겪고 연기에만 매달릴 때 인기를 얻는 것 같다. 그럴 수 있는 장이 나에게 마련되는 것에 송구스럽고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 1998년 2월 6일 한국일보 김희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