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벼슬처럼 앞부분을 붉게 물들인 독특한 헤어스타일. 매일 늘씬한 몸매를 거울에 비추며 "왜 나는 이렇게 멋질까"를 외치는 여자.
'루키' 서유정이 주말 밤마다 시청자에게 신선한 웃음을 안기고 있다. MTV 주말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 하루라도 바람 잘 날이 없는 최불암 집안의 막내딸 '상옥'으로 등장 중인 그녀다. 한마디로 눈치가 '10단'인 끼많은 시골처녀가 '상옥'이다. 영덕에서 가족들 뒷바라지에 이골이 나자 몰래 개팔아서 서울로 야간도주했다. 가진 것은 매끈한 몸 밖에 없지만 모델로 꼭 성공해서 집안식구들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꿈이 당차다.

요즘 극중에서는 모델학원에 등록했으나 아직 스타의 길은 멀고 친구와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고 있다. 오빠의 꾐에 빠져 여가수가 되겠다며 노래도 불렀고 나레이터모델에 이어 DJ도 됐다.
그런 다양한 모습이 웃음도 안기지만 눈물도 줬다. 서울로 가출한 뒤 그를 잡으러 온 오빠 차인표에게 대들면서 한 대사에서였다. "11살 철들고부터 남들과는 달리 내 손으로 식구들을 위해 밥을 지었다. 난 죽어도 시골엔 안돌아가." 하지만 그녀가 성공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오직 김정수 작가만이 안다.

MTV 공채 25기로 신인중의 신인인 그녀는 최근 <그대 그리고 나>의 폭발적 인기와 CF의 출연으로 잘나가지만 무명의 서러움도 겪었다. 대학에 입학하자 어머니(박순임씨)가 손수 탤런트지원서를 가져와 시험을 봤고 덜커덕 합격했지만 연기가 미숙해 그저 지나가는 역으로 끝나던 때도 있었다.

<별은 내가슴에>때는 박철 곁의 야한 모델로 나왔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그대 그리고 나>를 위해서는 오디션을 통과해야 했다. 묘한 분위기의 얼굴 때문에 당시 캐스팅에 관여한 사람들이 머리를 가로흔들었지만 최종수PD만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관심을 가졌다.
이후 최PD는 첫 촬영 때 "니 마음대로 해"라는 말로 그녀의 기를 살렸다. 약간은 반항적이면서도 맹하게 보이는 그녀의 캐릭터를 극중에 그대로 살려서 내보냈다.

입을 삐죽거리며 가끔을 상소리를 섞는 그녀의 대사와 연기를 본 선배들은 "너 원래 성격이 그런것 아니지"라며 조용히 물어볼 정도로 연기는 자연스러웠다.
은색염색에 닭벼슬머리, 볶은 머리 등 다양한 헤어스타일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다. 하도 튀는 성격이라 처음에는 10대들이 좋아했고 이제는 어른들도 그녀를 알아본다.
식당에 가면 "저기 최불암 딸 왔다"면서 음식도 더 준단다. 딸의 연예계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식구들은 그래도 칭찬보다는 "니가 제일 이상하다"며 흠만 잡는다고 그녀는 말한다.

"가끔은 나도 유명해지고 싶다"고 한때 생각도 했지만 점차 인기를 실감하면서부터는 생각이 달라진 서유정이다. 녹화때 항상 그녀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박원숙선배처럼 "즐기면서 하는 연기자"로 남겠다는 그녀다. 통통 튀는 루키는 언제나 세상을 신선하게 만든다.


- 1998년 1월 10일 스포츠서울 김종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