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녀의 감칠맛나는 사랑 만들기가 안방 극장에 풍성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MBC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의 최불암-박원숙 커플.
각각 뱃사람 출신 홀아비 박재천과 노처녀 대학강사 홍여사로 분해 젊은이 못지않게 가슴 떨리는 사랑연기를 능청스레 펼쳐보인다.

「한국적 아버지상」의 전형으로 일컬어지는 최불암은 기존 이미지를 180도 바꿔버렸다.
건달기 물씬한 터프가이로 변신한 것. 그래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도 거칠기 그지없다. 홍여사가 감기약을 사다줘 고맙다며 값을 치르려 하자 『됐다는데 왜 이러느냐』며 소리부터 지른다. 주차 문제로 홍여사와 이웃남자 사이에 시비가 붙었을 땐 『내가 이 여자 남편』이라며으름장을 놓아 순식간에 쫓아버린다.
당당한 듯하면서도 돌아서선 머리부터 긁적이는 순수함이 절로 미소를 머금게 한다

박원숙의 푼수 연기는 이미 문화방송 <별은 내 가슴에>, 서울방송 <화이트 크리스마스> 등을 통해 정평이 나 있다.
<그대…>에서도 소녀같은 감성에 공주병 환자인 노처녀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고개를 외로 꼰 채 고상한척 눈을 내리깔고 동서고금 위인들의 명언을 줏어삼키는 모습은 가히 압권이다.

<그대…>는 이들의 활약에 최진실-박상원-차인표-송성헌으로 이어지는 스타군단의 열연이 더해져 지난주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홍여사를 짝사랑하는 박재천의 친구 「합죽이」(양택조)의 좌충우돌이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질 전망이다.


- 1998년 1월 8일 세계일보 이나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