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를 위해 육아서를 들여다보면서 버린 남자를 언젠가 만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축복받지 못한 처녀. 허공을 응시하는 시선, 갈망하는듯한 눈빛으로 시청자들에게 안쓰러움을 더해주는 여자연기자가 있다.
호랑이띠 탤런트 김지영(23).
MBC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에 미숙역으로 출연중인 그녀는 말년병장이었던 영규(차인표)에게 순정을 바쳤지만 그에게 버림받은 채 그의 주위를 맴돌며 억척같이 살아가는 산골출신. 영규의 아기를 가진 그녀는 일편단심의 의지로 결국 그를 무릎꿇게해 인간답게 만들어가는 「인동초」같은 여자다.

『극중 미숙이에게 연민과 매력을 느껴요. 결코 불행한 여자로 볼 수 없잖아요. 자신이 선택한 남자에 대해 조금도 후회하거나 의심하지 않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MBC TV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복길이역을 맡아 출연하는 그녀는 지난해 연말 연기대상에서 여자신인상을 수상하는 등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94년 데뷔이후 20편 가까운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탄탄한 연기력을 다졌다.

서울 토박이. 어릴때부터 지고는 못사는 억척이였다. 여고시절 영화 「인디애나 존스」를 본 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에 진학했다. 아프리카로 보물을 찾아 떠나는 꿈을 품고 선택했지만 학교에 들어가서 『매일 땅을 파고 쓸고 닦은 기억밖에 없다』고.
그러나 고생하면서 배운 것들이 연기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녀의 인생이 연기자의 길로 바뀐 계기도 드라마틱하다. 대학 2학년때 우연히 뮤지컬 「캣츠」를 보게 됐다.
『처음엔 학생석을 사서 먼발치에서 봤죠.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아르바이트로 모았던 돈을 털어 로열석을 사서 두번 더 봤어요. 밤잠을 못이루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무대에 서겠다고 몇번씩 다짐했죠』

연기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그녀에게 연기자로 가는 지름길이 발견된 것도 우연의 연속이었다. 그해 여름 어머니와 외출했다가 현매니저로부터 연기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망설일것이 없었다. 완고한 아버지를 설득해서 몰리에르 희곡을 무대에 올린 「수전노」(극단 한국)에 출연했다. 이를 계기로 드라마로 진출했다.

『무언가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걸 배웠죠. 한편 한편 드라마를 할 때마다 열심히 했어요. 어린 나이 때문에 톡톡튀는 신세대 연기를 많이 했죠. 요즘엔 미숙이 같은 역이 저한테 참 잘어울린다는 생각을 해요』

165㎝, 45㎏의 크지 않은 체격. 어린시절 배운 피아노솜씨가 괜찮은 편. 노래도 곧잘 부른다. 1남1녀중 장녀. 남동생 김태한도 탤런트로 활동중이다. 딱떨어지는 미인은 아니지만 칼 한번 안댄 토종미인. 볼에 붙은 젖살때문에 별명이 「뽈텡이」다. 대학 신입생시절 한 남자를 짝사랑해서 가슴앓이를 했던 추억이 있다.

「한순간 한순간 놓치지않고 최선을 다하자」는 좌우명을 가진 당찬 신세대. 마흔살쯤 인생의 희노애락이 담긴 모노드라마를 해보는게 꿈인 그녀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이 읽혀진다.


- 1998년 1월 8일 경향신문 오광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