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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김정수극본, 최종수연출)가 평균 시청률 45%를 넘나들면서 인기1위를 달리고 있다.
「드라마왕국」의 재탈환에 나선 MBC로서는 미니시리즈의 강세에 이어 주말극에서도 우위를 확보, 오랜만에 웃을 수 있게 된 것이다.이 드라마의 인기는 따스한 시선을 가진 작가의 붓끝에서 나온다. MBC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와 MBC 주말극 <엄마의 바다>등에서 작가 김정수씨가 보여준 것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감싸안을 줄 아는 따스함이다. 그의 붓끝에는 폭력성과 선정성이라는 단어가 없다. 시청률을 올리는 상투적인 무기 없이도 시청률 1위에 오른 셈 이다.
여기에 오랜 연출경력을 갖고있는 최종수PD의 휴머니즘을 바탕으로한 연출기법 역시 큰 몫을 차지한다. 결코 튀지 않으면서도 튀는 드라마를 만드는 연출력을 갖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그는 작품으로 얘기하고 있다.
이러한 따스함을 소화해주는 중견과 신인탤런트의 조화도 한몫한다.
영규역을 맡은 차인표는 『데뷔이후 처음으로 어른들과 함께 연기를 해보니 드라마의 참맛을 알겠다』고 말한다.
최불암과 박원숙, 심양홍과 김혜자, 박상원과 최진실, 차인표와 김지영이 펼치는 커플연기도 볼만하다. 젊은층을 흡수하는 송승헌과 서유정의 역할도 주목할만하다.
바닷가 포구마을 출신의 말괄량이 처녀(서유정)가 겪는 서울상경기가 있는가하면 서울 상류층 부유한 집안의 딸(이본)의 방황과 좌절도 있다.
뱃사람으로 잔뼈가 굵은 중년(최불암)과 세련된 여성학 강사(박원숙)의 사랑도 있다.찢어지게 가난한 어촌출신 청년(박상원)과 티없이 자란 중산층 가정의 여자(최진실)가 꾸민 가정의 바로서기 과정도 있다. 결혼으로 신분상승을 꿈꾸는 건달청년(차인표)의 좌절과 뒤늦게 엄마를 찾은 청년(송승헌)의 몸부림도 있다.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되는 반전도 있다.
60분물 편당 1억원이라는 제작비를 지원한 삼성영상사업단의 과감한 투자도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데 일조한 셈이다. 시청자 윤석애씨(48)는 『요즘 드라마인데도 옛날 우리가 살아온 얘기들이 담겨있고,지금 우리가 겪는 고통도 녹아 있다』면서 『재미있으면서도 때로는 눈물나는 얘기들이 함께 공존하는 드라마』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얘기한다. 또 사는 일이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고 때로는 살만한 일이라고 역설한다. 그러한 것들이 「그대」와 「나」가 어우러져 이 드라마를 즐겨보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 1998년 1월 8일 경향신문 오광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