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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가 97년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작품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지난 주 시청률 45.9%로 종합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폭력·선정적 장면과 뒤틀린 이야기를 마다하지 않는 드라마 풍토에서 <그대 그리고 나>는 극본, 연출, 연기가 협화음을 내면서 주가를 올리고 있다.<그대 그리고 나>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은 아무래도 극본에서 찾아야할 것 같다.
<전원일기>를 10여년간 집필한 작가 김정수씨의 저력과 재치가 펄펄 살아있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성장환경이 판이한 두 남녀가 만나 결혼하면서 일어나는 가족간의 갈등이 대부분이다. 얼핏 보면 단순한 이야기지만 갈등의 적절한 배치, 스토리의 완급 조절, 등장인물의 매끄러운 전형화를 통해 이야기의 힘을 유지하고 있다.
최불암 김혜자 심양홍 박원숙이 보여주는 구세대의 사고방식과 삶의 행태는 이야기의 곁가지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중심인 최진실과 박상원의 삶마저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주목할 것은 비중 못지않게 그들이 펼쳐 보이는 모습이 젊은 축의 에피소드 못지않게 재미있다는 점이다.
물론 극의 탄력은 차인표 송승헌 서유정 이본이 엮어내는 이야기에서 나온다. 40대 후반의 작가는 아들 딸의 친구까지 동원해 가며 신세대의 행태를 취재함으로써 젊은이들의 감각과 리얼리티를 살려내고 있다.좋은 이야기지만 연출자 최종수PD의 깊이있는 작품해석이 없었다면 <그대 그리고 나>의 히트는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25년 관록의 연출자는 심각한 대목을 유쾌하게 풀어내다가는 코믹한 상황을 서글프게 묘사할 만큼 이야기 주무르는 솜씨가 뛰어나다. 그 와중에도 템포를 놓치지 않는 것을 보면 최PD는 극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꿰고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대 그리고 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연기자다.
최불암의 변신은 경쾌하고 김혜자의 리얼리티는 믿음직스러우며 박원숙의 코믹 연기는 수준을 넘고 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최진실의 연기다. 요정 같기만 하던 그는 자신의 인기가 외모뿐 아니라 연기력에서 나오는 것임을 확신시켜 주었다.
차인표는 성실과 근성이 윤활유로 뻑뻑한 연기에 기름칠을 했고 송승헌의 어색한 표정과 분위기는 차츰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서유정도 신인답지 않게 똑부러진 연기로 가능성을 보여준다.
- 1997년 12월 30일 국민일보 김태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