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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뻔한 이야기인데….'
문화방송의 주말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는 한편만 보면 전편을 알아챌 수 있는 줄거리가 단순한 멜로드라마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개천에서 용났다'고 하는 가난한 집 맏아들과 천방지축 제멋대로 자란 부잣집 딸의 결혼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런 통속물이 우연히 한번만 보아도 눈길을 끄는 것은 왜일까.
이런 시청자의 물음에 답하듯 <그대 그리고 나>(김정수 작)는 요즘 시청률이 꽤 높다.
지난주 42.0%로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방송공사 1텔레비전의 <정 때문에>(45%)를 바짝 뒤쫓고 있다.드라마 연출자들은 "작가 김정수는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이 보는지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뻔한 줄거리에 속닥속닥 '여백'의 이야기를 잔잔히 들려준다. 주말극 특성에 맞게 시청자라면 누구나가 한번은 보고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 내고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미니시리즈처럼 주인고 한두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어설픈 사건을 좇는 반전의 재미를 주는 것도 아닌데 시청자는 늘 다음 장면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리고는 이내 사건보다 먼저 사람을 두드러지게 이끌어내는 기술을 발휘한다.
'막내(송승헌)와 헤어진 어머니(이경진)가 만나서 같이 살까'하는 줄거리보다는 이들이 서로 만나 눈물 흘리는 장면에 시청자들의 눈을 머물게 하는 것이다.극중인물 각각의 캐릭터가 차별성 있게 부각되는 것도 이 드라마가 갖는 하나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남녀노소 세대별로 시선을 달리하며 은은하게 보는 재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죽어 있는 맏아들(박상원)과 당당한 직장여성 며느리(최진실) 사이에 경우 없는 시아버지(최불암)를 끼어들게 설정함으로써 우리의 가부장제 아버지의 현실적 패배를 느끼게끔 한다.
그러면서도 현실세계를 적당히 극중에 버무려 넣어 마치 현실인양 착각하게 하는 적당한 '술수'도 쓰고 있다. 주인고 최진실 오빠의 갑작스런 부도, 부부커플로 홍보회사에 다니는 최진실이 해고바람이 불면서 한직으로 물러나 고생하는 모습, 앞으로 그려질 박상원의 진급과 관련한 전전긍긍하는 모습 등이 그렇다.
- 1997년 12월 27일 한겨레신문 / 권정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