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이 MBC TV <그대 그리고 나>에서 처한 상황이 한국 경제와 흡사하다.
그간 나물 팔아 꽤 돈을 모았는데 남자 하나 잘못 골라 갑자기 주저앉게 됐다. 덕분에 대외 신용도는 땅에 떨어졌고, 덜컥 임신까지 했으니 사면초가다. 설상가상 문제의 근원인 차인표는 '나 몰라'를 외치고 있어 완전히 회생불가능이다. "동정표를 많이 받아요. 촬영 때문에 청주에 내려가면 시장 아주머니들이 불쌍하 다며 손을 막 잡아주세요."
MBC TV '전원일기'의 복길이로 알려졌던 김지영은 <그대 그리고 나>의 인기에 힘입어 요즘 미숙이로 불린다. 드라마에선 '되는 일' 하나 없지만 인기는 날로 치솟 고 있는 것. 미숙은 <그대 그리고 나>의 20대 출연진 중 유일하게 서민적인 인물. 화려하기 짝이 없는 다른 배우들과 대조적이다. 특히 삼각 관계에 놓여 있는 이 본의 모습과 는 영 딴판. 이 본은 유행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데, 김지영은 '촌스러움'의 최첨단에 서 있다.
화장기 없는 얼굴, 시장 아주머니들이 입는 헐렁한 바지, 헝클어진 머리. 여배우 라면 누구나 가장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을 텐데, 좋은 연기를 위해 그 욕심을 누른 것이다. "옷 구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코디네이터 언니가 구청에까지 가서 양로원에 보내 려고 모아둔 옷을 얻어오곤 해요." 그러나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은 있는 법. 김지영이 불리하기만 했던 1단계는 이제 슬슬 막을 내리고, 이야기는 2라운드에 접어든다.
판정패였던 1라운드에서 기사회생한 김지영이 다단계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차인 표를 잡아가는 것. 애를 몰래 키우다가 결혼 테이프를 끊는데 성공. 바람 잔뜩 들어 가 있는 차인표 길들이기에 나서게 된다. "억척스럽고, 언제나 희망을 읽지 않고 사는 오뚝이죠. 미숙인 참 매력 있는 인물 이에요." 온갖 난관을 헤쳐나가고 끝내 행복을 손에 넣는 김지영처럼 우리 나라 경제도 구 사일생. 위기를 극복해 가면 얼마나 좋을까. 또순이 김지영의 행로엔 그래서 5천만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 1997년 12월 26일 스포츠조선 / 전상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