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그의 소박한 태도에 놀라게 된다. 툭툭 던지듯이 농담을 건네는 그의 모습은 <사랑을 그대 품 안에>의 재벌 2세 강풍호보다 <그대 그리고 나>의 건달 영규와 비슷하다. 자신의 실제 성격도 굉장히 급한 편이라고 털어놓는 그는 <사랑을…>로 순식간에 스타가 되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편하다고 말한다.

"'스타' 아닌 '연기자'로 보여지고 싶습니다. <사랑을 그대 품 안에>의 차인표는 당시 유행이 만들어낸 '스타'일 뿐이었지요."

완벽한 몸매에 검정색 가죽 잠바·오토바이·유창한 영어 실력 ·색소폰·우수어린 눈빛 등 대중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춘 차인표, 아니 '강풍호'의 인기는 <사랑을…>이 끝나자 사라져갔다. 드라마 <까레이스키> <아들의 여자> 등에도 출연했지만 신통한 반응은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연기력 부족이라는 혹평이 있었을 뿐이다. 2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맡은 역은 훼 미니 시리즈 <별은 내 가슴에>의 '준희.'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정말 힘들었습니다. <사랑은…>의 강풍호와 비슷한 역할이라 이미지 변신도 불가능했고 대사도 거의 없었지요."

안재욱을 스타로 키워낸 이 드라마는 차인표에게는 뼈아픈 실패로 기억될 뿐이다. 그러나 반짝 스타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했던 차인표는 MBC 주말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 신분상승을 꿈꾸는 건달 '영규'로 다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백마 탄 왕자'에서 '얼치기 백수건달'로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그의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차인표의 인기가 단순한 거품이 아니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달>에서 미워할 수 없는 깡패 '홍식'으로 나왔던 한석규 선배의 이미지를 참고했습니다. 대본이 나오면 밤을 새워서라도 연기방향을 연구하고 선배들로부터 꼼꼼하게 연기지도를 받은 것이 연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라는 그는 요즘 주위로부터 '잠재력있는 연기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

시간날 때마다 시나리오를 쓴다는 그는 자신이 쓴 시나리오의 주인공으로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내년에는 정말 좋은 영화 한 편에 출연할 계획"이라는 차인표는 "연기자로서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한다.

- 1997년 12월 17일 중앙일보 박혜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