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조건이 다른 남녀의 사랑과 결혼을 그린 MBC TV 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시청률 정상을 향해 달려가며 평단의 호평까지 놓치지 않고 있는 이 드라마의 일등공신은 작가 김정수 씨. <전원일기> <엄마의 바다> 등에서 세상에 대한 넉넉한 시선을 보여주었던 그가 이번 드라마에서도 다양한 인물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탄탄한 짜임새로 중진작가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은데 이런 결과를 예상했나.

"전혀. 굉장히 초조했다. '20세기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하는데 이런 배역을 가지고도 안 되면 어떻게 하나, 악몽을 꾸기도 했다. 욕만 먹지 않으면 시청률은 높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단히 기쁘다."

- 특별히 아끼는 배역이 있는가.

"민규 역의 송승헌 씨는 2년 전 모 CF에서 보고 점찍어 두었다. 신세대의 전형같이 밝고 잘생긴 외모의 한편에 그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수경 역의 최진실 씨는 처음에 원한 배우는 아니었지만, 대단히 만족한다. 그녀는 어떻게 하면 예쁘게 연기하는지를 알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극본을 쓸 때 배우가 그 역할이나 장면에 불만이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작은 배역도 막 써버리지 못하는 편이다. 경제적인 집필방식은 아니다."

- 주말극은 세 번째인데 어려운 점은 없는지.

"<전원일기>를 오래 써서 그런지 매회 어떤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같은 게 있다. 이야기를 만드는 데 버리는 시간이 많다. 특별한 이야기 없이 드라마를 끌어가는 작가들을 보면 놀랍기도 하다."

- 주인공 수경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슬기롭게 결혼생활을 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게도 21살짜리 딸이 있는데 요즘 젊은 여성들은 아무 부족함없이 자라 결혼에 대한 생각도 거의 유치원생 수준이다. 결혼제도가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혼자 사는 것보다는 여럿이 어울려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인생이라는 게 자신의 장점은 물론이고 단점까지도 고스란히 닮은, 똑같은 DNA 구조의 존재 하나를 세상에 겨우 남기고 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 그런 사고의 보수성에 비해 극중 젊은세대의 문화와 풍속 묘사에서는 상당히 현실감이 느껴진다.

"나는 보수주의자이지만 보수주의를 고집하지 않는다. '날나리'처럼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요즘 아이들이 마냥 예쁘고 사랑스럽다. <가요 톱10> 같은 프로도 즐겨본다. 몇 년전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내한했을 때 한 방송인 모임에서 설전을 벌였는데 나중에 김종학 PD가 '뉴 키즈 온 더 블록을 무슨 블록 이름 정도로 알고 있을 줄 알았 는데 열렬히 옹호해서 놀랐다'고 말한 적이 있다."

- 1997년 12월 16일 문화일보 양성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