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미숙역 김지영 (줌인)

"쯧쯧, 날건달 영규가 뭐가 좋다고…."
MBC 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의 나물장수 처녀 '미숙이'는 시청자들의 동정을 한몸 에 받고 있다.
그는 영규(차인표 분)를 죽자하고 쫓아다닌다. 영규가 미숙이를 한때의 노리갯감 쯤 으로 여기고, 지금은 부잣집 딸 시연(이본 분)꼬이기에 여념이 없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한 1-2DURR 뜯어내고 시연도 차버리겠다"는 영규의 말에 미숙은 얼른 그 다음에 자기하고 결하잔다. 그야말ㄹ로 순박하기 이를데 없는 '일편단심 민들레'다. 반면 극악스러움도 있다. 손님을 놓고 옆에 앉은 장사치와 멱살잡고 땅바닥을 데굴 데굴구르며 싸운다. '미숙이', 아니 그보다는 MBC '전원일기'의 '복길이'로 이미 더 잘알려진 김지영(23)의 진짜 모습은 어떨까.
"저는 얌전한 편이에요. 어릴 때 한번 싸워본 적도 없고…."
그 말조차 부끄러운 듯 기어 들어간다.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는 달라요. 가끔 '연기를 하지 않으면 못살 것 같다'는 느낌이 막연히 드는데, 그래서 연기를 할 때는 좀더 과감해 지는 것 같아요."
싸우는 장면도 NG없이 단번에 해냈단다. 연습때는 어떻게 할지 몰라 쩔쩔매더니 PD에게 '그냥 찍어보자'고 하고는 그럴듯하게 해냈다. 덕택에 온몸은 멍이 들고 살 갗이 벗겨졌지만.
한양대 문화인률학과 졸업반인 그가 연기를 시작한 것은 어머니의 '공로'가 크다. 94년 여름 쇼핑을 하고 돌아오던 길. 어머니는 운전을 하고 자신을 뒷자석에 타고 있었다. 앞자리는 짐보따리 차지였다.

"신호에 걸려 서있는데 누군가 창문으로 명함을 내밀며 '매니저인데 들러달라'고 하 는 거에요. 제가 아니라 어머니께요. 우리 어머니, 굉장히 미인이시거든요." 얼마 뒤 어머니와 매니저 사무실을 찾아서는 어머니 대신 자기가 하겠다고 우겼다. 그뒤부터 주로 단막극에 얼굴을 내비쳤고 96년 11월 '전원일긱'의 복길이로 등장했 다. 젊은 아가씨지만 뜻밖에 트렌디 드라마의 화려한 역은 사양이란다.

"앞으로 복길이나 미숙이 같은 역만 계속 했으면 해요. 투박하지만 맑고, 삶이 녹아 있는 그런 역들이요. 욕심이 너무 큰가요?"

- 1997년 12월 3일 중앙일보 / 권혁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