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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가 넘는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마지막 2회를 남겨놓은 MBC TV 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의 결말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캡틴 박」 최불암은 박원숙과 이경진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재천(최불암)은 시청자들의 뜻대로 계순(이경진)과 영덕으로 내려가 노후를 보내고 홍여사(박원숙)는 한때의 사랑을 잊고 다시 노처녀로 돌아간다.
또 직장에서 3개월 무급휴직을 당한 수경(최진실)은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커리어우먼의 꿈을 키우고 수경의 친정오빠는 부모가 땅을 판 돈으로 피자가게를 차려 재기를 꿈꾼다. 영규(차인표) 부부도 성실하게 야채가게를 하면서 살아가며 민규(송승헌)는 미대 입시준비를, 상옥(서유정)은 계속 가수의 꿈을 위해 노력한다.
이처럼 드라마의 결말을 놓고 시청자들이 화제를 삼게 된 <그대 그리고 나>의 인기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 우리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살아가는 생활이야기가 현실감 있게 펼쳐졌다는 데 있다. 부잣집 여자와 가난한 시골출신 남자의 결혼으로 인한 갈등, 신분차이 나는 중년들의 사랑이야기, 배다른 형제를 둔 가족들의 고민, 열심히 일했지만 무급휴직을 당한 주부사원, 부도로 하루아침에 포장마차를 끌게 된 사장의 사연들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런 고달픈 일상사를 웃음과 유머로 포장했 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또다른 인기요인. 만년소녀같은 수줍음과 푼수기가 뒤섞인 박원숙, 터프한 「캡틴 박」으로 변신한 최불암, 차인표의 건달연기, 합죽이 양택조의 감초연기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다음 방송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중견작가 김정수씨의 짜임새 있는 구성력과 등장인물의 개성을 생생히 살린 대사, 최종수PD의 연출력도 크게 돋보였다. 이 드라마가 남긴 것도 여러 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지금까지 젊은층에 편향된 드라마구도에 성인취향을 가미했다는 점이다. 캡틴 박과 홍여사처럼 「쉰세대」의 사랑과 인생도 신세대의 그것만큼이나 흥미진진한 드라마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스타위주의 배역구도를 벗어나 노련한 실력파 연기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게 만들었고 김지영 서유정 송승헌 등 신인들의 발굴도 이 드라마의 또다른 수확으로 손꼽을 수 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영덕이 평범한 항구에서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 드라마의 인기도를 짐작케 한다. <그대 그리고 나>는 26일 58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 1998년 4월 21일 경향신문 이무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