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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인기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홍교수(박원숙)가 비련의 여인이 됐다. 19일 밤 방영분에서 홍교수는 캡틴 박과 이별의식을 치렀다. [술은 입 으로 들고/ 사랑은 눈으로 든다/ 우리가 늙어서 죽기 전에/ 알아야 할 진실은 그것뿐./ 나는 내 입에 잔을 들며/ 그대를 바라보고 한숨 짓는다.]
홍교수는 예이츠의 <술노래>를 읊으면서 이미 예감했던 사랑의 파국이 막상 닥치자 울음을 참지 못했다. 뒤늦게 찾은 사랑 속에서 <애수>의 비비안 리도 됐고, <닥터 지바고>의 라라도 됐던 여자. <그대 그리고 나>를 시청률 선두에 올려놓은 극중 여자의 말로는 비극적이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홍교수는 시청자들을 울리기보다는 웃겼다. 당초 청춘연애와 가족 이야기로 시작한 이 드라마를 중도에 희극으로 탈바꿈시켰던 푼수 연기의 잔영 때문이다. 중년 지식인 여자와 백치 소녀의 합성이 홍교수식 희극 비결이었다.
시 한편에 감동하고, 비련의 사랑을 그린 영화 주인공과 자기를 동일시하는 심리현상을 흔히 [소녀 취향]이라고 격하한다. 홍교수 인기비결은 흔히 조소 대상이 되는 그 소녀 취향을 의도적으로 희화화한 데 있다. 그래도 시청자들은 그것을 비아냥거리지 않고 함께 웃었다.
누구나 가슴속 한군데 사춘기식 감상주의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흘러간 영화속 낭만을 꿈꾸는 홍교 수 표정은 중장년층에게 추억이 있는 웃음을, 젊은 층에겐 [구세대 감각의 신선한 유머]를 선사했다. 박원숙은 음료광고에서 60년대 영화 <남과 여> 주제음악에 맞춰 눈을 깜빡이다, [뭐 하세요]라는 질문에 [보리 밟아요]라고 답한다. 이 CF도 그처럼 신-구세대를 아우르는 홍교수식 유머의 속성을 활용한 셈이다.
- 1998년 4월 20일 조선일보 박해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