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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는 4월26일이 지나면 실업자가 된다.그동안 MBC TV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와 iTV의 <차인표 박철의 3일간의 사랑>에 출연했지만 드라마 종영과 함께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IMF시대에 뚜렷한 돈벌이가 없다는 불확실성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우울하게 만든다. 그러나 차인표는 마음이 풍요롭다.지난해 이맘때 끝도 보이지 않던 좌절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군생활을 마치고 MBC TV에 돌아와 출연한 <별은 내가슴에>에서 참패했던 잔인한 97년 4월의 차인표였다.그의 연기력에 대해 아픈 지적이 뒤따랐다.
“3년동안 냉동됐다가 그대로 해동된 연기력”이라는 말은 그의 가슴을 후비고 들었다.그러나 차인표는 좌절하지 않았다.비난을 묵묵히 받아들였고 변신을 꿈꿨다. “두번 다시는 멋진 왕자역을 맡지 않겠다”고 되새긴 그는 <영웅반란>으로 왕자이미지를 정리했고 <그대 그리고 나>에서 신분상승을 노리는 욕망의 사나이 ‘영규’로 철저히 변신했다.
그의 완벽한 변신은 아내 신애라의 요즘 불만에서 증명된다.“드라마를 하더니 집에서도 ‘영규’처럼 건들거리며 행동해 가끔은 싫더라”는 그녀의 얘기다.후배들도 얘기를 나눌 때 얼굴을 찡그리고 인상을 쓰는 ‘영규’를 보다 웃음이 터져 NG가 많이 난다고 증언한다.
“이제 차인표는 진정한 연기자가 됐다”는 찬사가 나온 배경이다. 그는 뺀들거리는 ‘영규’로 시작해 성공의 욕망과 좌절,사랑으로 고민하는 복잡한 인간형으로 점차 깊게 파고들며 연기했다.
특히 ‘시연’의 죽음 뒤 하늘을 원망하며 내뱉는 대사와 연기는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좋은 작품을 만나 좋은 사람과 함께 연기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잘 봐준 것 같다” 며 차인표는 <그대 그리고 나>를 마친 감사의 소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성공한 드라마에서 성공을 경험한 차인표는 요즘 많은 유혹을 받고 있다. 연기력을 검증받은 그를 은막으로 불러내려는 영화출연 제의가 밀어닥치고 있다.
20여개의 시나리오가 있지만 차인표가 원하는 조건은 간단하다.“스케일이 크고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면 좋겠다”는 것뿐이다.
“드라마를 더하자는 제의가 많은데 그런 유혹을 참고 기다리는 것이 힘들다.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언제 선택받을지 모르는 백수가 된다는 것이 두렵지만 기다리겠다”는 차인표다.
지난해 좌절속에서 자신의 때를 기다리며 많은 것을 준비했듯 또다시 준비 속에 기다림의 낚시줄을 던진 그의 모습은 IMF시대 실직을 당한 많은 이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
KBS TV와 SBS TV 탤런트시험에 응모했다가 떨어진 차인표가 지금 성공의 길을 들어선 것도 좌절을 극복한 노력이 있어서였다.그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야구 선수는 주니치의 선동열.96시즌 참담한 좌절 뒤에 승리가 있어서라고 한다.
- 1998년 4월 17일 스포츠서울 김종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