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서 탤런트 조형기와 함께 코미디언보다 더 재미있게 행동한다고 알려진 이원재(41). 피디, 연기자가 모여 함께 촬영을 떠나면 비좁은 차안에서 사회를 도맡아하고 예비군훈련장에서도 처음 만난 사람들이 화장실에까지 쫓아올 정도로 만인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한다는 그다. 그러나 그것은 이원재의 평소 겉의 모습이고 막상 연기에서는 뼈아픈 사연을 담은 조역인생을 걸어왔다.

“연기생활 16년 만에 처음으로 `뜬다' 싶어 신나게 연기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배역이 끊기고 대사가 줄어 조금은 아쉽니다.”

오는 26일 끝나는 문화방송 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에서 권은아와 함께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코스모스' 계순(이경진분)을 괴롭히는 이 사장역을 맡은 그는 “왜 악역인 이 사장만 경상도 사투리 쓰느냐”는 여론에 밀려 극중 배역을 맘껏 소화하지 못한 게 못내 섭섭하다.

서울방송 <옥이이모>나 문화방송 <환상여행>처럼 몇회만 예정돼 있다가 `재미있다'는 시청자 반응에 떠밀린 경우를 빼고는 그야말로 단역에 줄곳 매어온 연기생활이어서 더욱 그 경기도 태생인 그는 이번만 해도 “어차피 주연은 멀어진 것”으로 판단해 단역 이미지를 뜨게 하려고 무척 노력했다. “눈을 부라리는 놀래키는 장면을 강조하기 위해 딴짓하다 몸을 흔드는 몸짓을 고안해냈다”며 “강하게 말할 때는 부산말로 하고, 회개할 때는 작은 목소리의 대구말로 분위기를 잡았다”고 실토한다.

그는 15일 시작하는 문화방송 <대왕의 길>에서 별감역을 맡아 기생집에 드나들며 코믹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표정연습을 하고 있다며 “기대해달라”고 주문한다. 그러면서 “받쳐주는 작은 배역에 큰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그것은 10여년 전 주연을 맡은 문화방송 드라마 <아무렴 그렇지 그렇지 말고>와 금보라와 주연한 에로영화 <금달래>가 흥행에 실패한 이후의 쓰라린 좌절 끝에 나온 결실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진심으로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놓는다. “얼굴이 너무 평범하다는 소리가 듣기 싫었어요. 내가 볼 때는 최불암보다 못할 게 없는데…. 하지만 결코 연기자 얼굴 보고 배역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거울 보고 반성하는 데 10년이 걸렸어요”.

약력 서울예전 영화과 졸, 15기 문화방송 15기 탤런트 입문, <카레이스키> <옥이이모> <미망> 등 드라마 수십편 출연. <끝>

- 1998년 4월 11일 한겨레신문 권정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