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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정의 인기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방송 데뷔 2년이 채 못됐으면서도 그는 드라마와 CF에서 주가를 올리더니 최근에는 인천방송과 케이블TV에서 MC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난히 길고 가는 팔 다리 덕분에 휘청거리는 몸짓이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린 서유정의 매력은 무엇일까.
서유정은 본인의 말처럼 그렇게 예쁜 얼굴은 아니다.그럼에도 당대의 미인들이 출연한다는 화장품 모델에 덜컥 캐스팅됐다.일단 얼굴이 예뻐야 화장품 모델 자격이 있다는 `상식'을 여지없이 깨뜨린 것이다.CF계는 그의 드봉 이지업 모델 캐스팅을 `작은 반란'으로 꼽는다.
하지만 화면에 비치는 그의 모습은 어느 미모의 모델보다 화려하다. “저 모습이 서유정이야?”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180도 달라보인다. 새로운 얼굴을 찾기 위해 모험을 한 게 의외로 주효했다며 화장품회사는 캐스팅에 성공했음을 자랑했다.
최근 인기 폭발중인 MBC 주말연속극 <그대 그리고 나> 연출을 맡고 있는 최종수 감독 역시 서유정을 변신이 자유자재인 연기자로 꼽았다.꾸미면 꾸미는 대로 변하는 것, 색칠하는 대로 색깔이 바뀌는 하얀색 도화지가 바로 서유정이라는 평이다.연기자에게 이보다 좋은 말은 없으리라.
서유정의 또다른 매력은 당당함이다.주저함이 없다.톡톡 튀는 패션과 헤어스타일은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그러나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는 극 중 상옥에게서 비롯된다. 할말은 하고 살고, 하고 싶은 일은 식음을 전폐하면서까지 쟁취하는 억척스러움과 눈치가 빨라 `새엄마 후보'의 비위를 잘 맞출 줄도 알고 불쌍한 이복 동생을 감싸안는 따뜻함을 지닌 상옥은 서유정의 모습처럼 자연스럽다.
서유정은 상옥을 실제 자신의 모습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자신의 연기가 그만큼 리얼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서유정은 타고난 배우처럼 보인다.
그러나 서유정은 브라운관 밖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그것은 연기일 뿐이며 성격 역시 상옥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한다.사실 그는 부모에게 반말 한 번 하지 못하고 자란 보수적인 집안의 1남3녀 중 막내다.가끔 집에서 연습을 `빙자'해 상옥처럼 행동하고 말할 때마다 묘한 쾌감을 느낀다.
월급 50만원, 일당 8만원, CF출연료 6천만원.최근 서유정의 수입내역이다. 아직은 수습기간이라 MBC예술단에 전속돼 있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면 그의 대우가 어떻게 변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이제 그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외적인 변신이 아니라 다음 작품에서 얼마나 말끔하게 상옥의 모습을 씻어내고 다른 인물로 탈바꿈하느냐일 것 같다.
- 1998년 4월 8일 국민일보 유연옥 기자 -